나는 이번에 대학원 종합시험에서 시험비용을 내지 않을 생각이다. 이 문제를 갖고 몇 친구들이 학교측에 항의를 했지만, 결국 무성의한 답변만 듣고 말았다.
종합시험을 내기 위해 드는 비용은 총 6만원이라고 한다. 각 항목 당 출제비용 및 조교 감독비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종합시험이라는 것이 엄연히 정식 학기 내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왜 이 시험을 보는데 비용이 지불되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으며, 지금도 그렇다.
내가 다니는 대학원은 원래 두 대학원이 통합되어, 이전의 일반대학원이었던 A대학원이 특수대학원으로 바뀌었다. 일반대학원이었던 A대학원은 종합시험 비용을 그동안 내지 않았는데, 특수대학원으로 변화, 통합되면서, 기존의 A대학원생들은 종합시험 비용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작년에 뜻있는 A대학원생 한 분이 용기를 내어, 교학과측에 정당한 항의를 했지만, 교학과측은 나몰라라 하는 투로, 대충 알겠다는 어조로 얼버무렸으며, 다음 학기 때부터는, 종합시험비용을 내지 않을 수 있다는 답변도 들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결국 그 답변은 묵과되었고, 이번에도 종합시험비용을 내게 된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친구들이 종합시험비용을 왜 내야 하는지, 교학과 측에 따졌으나, 교학과 측은 웃기게도,학교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의 선물을 사기 위해 비용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정말 이 상황에서 분노를 안 느낄 사람이 있을까. 학교 측은 지난 번에 등록금 항목에 학생들이 모르는 내역이 붙었을 때도, 그것을 공개하라는 나의 항의에 대해 성의없는 자세를 보였다. 학교 홈페이지에 가서 항목을 확인해 보라는데, 그것은 대학정보공개제도를 통해 나타나는 개략 정보였던 것이다.
대학원사회는 다들 알다시피, 정치가 없다. 진보니, 좌파니, 민주주의니, 신자유주의니, 논문에는 수업시간에는 신랄하게 그리고 열정적인 태도로, 자신의 에너지를 쏟는 사람들이 결국 현실에서는 그게 뭐야라고 조용히 있다. 이건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는 건 입이 아프게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나는 대학원 사회의 이 한심한 상태에 대해 나를 비롯한 사람들이 바닥까지 가는 각성과 성찰을 해야 함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