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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학교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31
크리스티 조던 펜턴 외 지음, 김경희 옮김, 리즈 아미니 홈즈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9월
평점 :
'나쁜학교'라는 제목과 표지의 빨간 스타킹으로 시선을 잡아끄는 이 책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쓴 작품으로 시어머니인 마거릿 포키악 펜턴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캐나다 북부 뱅크스 섬에서 어린시절을 지낸 마거릿은 아홉살에 캐나다 본토로 떠나 어클라빅에 있는 원주민 기숙학교에 들어간다. 오로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직접 읽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이누이트 올레마운은 꿈많은 소녀였다.
'나쁘다'의 뜻을 찾아보면 '좋지 아니하다, 옳지 아니하다, 건강 따위에 해롭다'로 나온다.
'나쁜 학교'는 이 세 가지 뜻을 다 내포한 작품이다. 캐나다 뱅크스 섬에서 나고 자란 이누이트 아이들을 수용한 어클라빅 기숙학교에서 행해지는 일들은 좋지 않고, 옳지 않으며 건강에도 해롭다. 이누이트인들의 언어와 문화를 빼앗으려는 의도와 교육정책이 좋지 아니하고 옳지 않으며, 실제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주는 음식도 건강에 좋지 못하다. 올레마운은 오직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서 학교에 가기를 열망했건만 기숙학교는 바르게 가르치지 아니하고 강압적으로 모든 것을 행한다.
이누이트 올레마운은 기숙학교에 들어가 머리카락이 잘리고 이름은 마거릿으로 불리며 까마귀 수녀의 눈밖에 나 온갖 구박을 받으며 견딘다. 학교에 가기 전 아빠를 설득했던 말처럼 '바닷물이 돌멩이 자체를 바꾸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그래도 맥퀼런 수녀의 따뜻한 돌봄으로 기숙학교의 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고, 2년을 기다려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나쁜학교를 두 해나 다니고 제자리로 돌아온 올레마운은 하얀 토끼를 만나 굴속으로 들어간 앨리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으로 만족스러웠다고 고백한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이누이트의 모든 것을 회복하며 즐거운 삶을 펼쳐나감을 예고하며 마무리된다.
그 후 올레마운과 똑같이 호기심을 가진 어린 동생을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고집불통인 이누이트인은 상처에 대한 회복력이 강하고, 이누이트의 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선 나쁜학교에서의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이 책은 참 친절하다. 올레마운이 살던 캐나나 북극지역 지도도 실려있고, 올레마운과 그 가족들에 대한 궁금증을 덜어주기 위한 사진도 들어 있다. 또한 이누이트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외지 사람들은 왜 올레마운네 지역으로 몰려들었고 원주민 기숙학교는 왜 만들었고, 기숙학교의 문제는 무엇이며 기숙학교를 나온 이누이트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부연설명을 실어놓았다. 힘있는 자가 힘없는 자의 것을 빼앗거나 강압적으로 하는 일들이 옳지 않다는 사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나쁜학교를 읽으며 일제강점기의 우리나라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말과 글을 쓰지 못하게 했으며 일본식 국민을 양성하기 위해 소학교가 국민학교로 바뀌었고, 식민지 백성이 겪은 온갖 고초는 이누이트인들이 기숙학교에서 겪은 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거 같다. 그럼에도 해방 후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바꾸는데 50년이 걸렸던가... 어디 어이없는 일이 그뿐일까마는 요즘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과연 좋은학교인가? 자문하게 된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좋은 학교라 말할 수 없다. 교육불가능의 시대라 일컬어지며 경쟁을 부추기는 입시제도, 왕따와 학교폭력 등 자존감을 가질 수 없으며 청소년 자살율이 세계 1위라는 불명예의 나라가 되었으니.... 나라를 빼앗긴 식민지 시대도 아닌데 아이들이 행복한 좋은학교를 만드는 게 그리 요원한 일일까.... 우리문제를 생각하면 착찹한 책읽기였지만, 올곧은 정신의 이누이트 올레마운에게 응원을 보내는 즐거운 독서이기도 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