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코의 질문 책읽는 가족 3
손연자 글, 이은천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 수록된 9편 중에 6학년 1학기 읽기에는 "방구 아저씨"가  4학년 2학기 읽기에는 "꽃잎으로 쓴 글자"가 실려 있다. 요즘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에게 영어와 한자교육을 우선하는 걸 보면 안타까운데, 한 술 더 뜬 인수위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영어로 수업을 한대나 뭐래나~~ 참, 우리말과 글은 언제 익힐 것인지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아예 우리 말을 싸그리 없애고 영어를 공용어로 하시지! 쩝~~~

세계 60억 인구가 쓰고 있는 말의 가짓수는 약 3,000~4,000개, 그 말 중에 문자까지 있는 것은 겨우 300개 남짓이라고 한다. 우리글은 단지 24개의 모음, 자음으로 무려 11,172자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발명품이다. 가로, 세로의 직선과 네모, 동그라미 가지고 못 만드는 글자가 없는 자랑스러운 문자다. 우리가 아끼지 않고 자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알아주겠는가? 참으로 세종대왕이 통탄할 일이며, 우리의 말과 글을 무시하는 그들에게 이 책을 읽히고 싶은 심정이다.

손연자님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이 겪은 고난과 아픔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우리 아이들은 그 시대의 아픔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반성하지 않는 저 뻔뻔한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역사인식이 어떨지 자못 걱정스럽다. 이런 걱정을 덜기 위해서도 초등 고학년에게 <마사코의 질문>을 읽혀야지 다짐한다. <마사코의 질문>을 처음 읽을 때, 우리의 아픈 이야기 제목이 왜, '마사코의 질문'인가 의아했었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비로소 이해되었던 제목은 오늘날까지 반성하지 않는 저 일본인들에게 '당신들은 진정 피해자일 뿐인가?'라고 우리와 그들의 양심이 던지는 물음이었다.

나라와 민족의 뿌리가 되는 것은 얼과 말과 글이라고 한다. 나라를 빼앗겼던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말과 글로 시를 쓰는 사람이 되라는 엄마의 가르침에 '꽃잎으로 쓴 글자'의 승우는 마음을 다지고...  손연자님은 한자말을 거의 쓰지 않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려준다.

'잠들어라 새야'에서는 정신대에 끌려갔다 돌아온 딸을 부둥켜안고 통곡하던 어머니의 아픔과 사랑에, 난 책을 놓고 울었다. 어머니만이 할 수 있는 절절한 사랑이다. 지금은 할머니가 된 그들을 누가 이렇게 감싸고 사랑해 주었는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정신대 할머니들의 한을 누가 풀어줄 것인가? 그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답답하다.

'잎새에 이는 바람'은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다. 온 국민이 애송하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로 시작하는 그의 서시는, 우리와 교감되는 그의 정신이고 아픔이다. 그는 생체실험의 희생양으로1945년 2월 16일 금요일 오전 3시 36분, 27세 2개월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우리 민족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는 시인이다.

'꽃을 먹는 아이들'과 '남작의 아들'. 그리고 '흙으로 빚은 고향'에선 개인과 민족의 정체성을, '긴 하루'에선 가해자에게 베푸는 피해자의 사랑과 용서를 이야기하고 있다. <마사코의 질문>은 이렇게 개인과 민족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모두 8편에 담아놓았고, 정직하지 못한 일본인에게 던지는 9편째 '마사코의 질문'으로 그들의 책임을 물으며 끝난다.

끝에 <일러두기>를 통해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정리해 이해를 도왔고, 신형건님의 "역사의 진실을 밝혀야 하는 까닭"을 실어 또 한번 우리에게 다짐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머리말이나 해설을 잘 읽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에겐 반드시 작가의 말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하면 좋겠다.

세계 어느 나라인들 수치스럽고 감추고 싶은 역사가 왜 없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욕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는 건, 올바른 역사인식으로 민족과 나라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반성하지도 않고 왜곡시킨 역사로 후세를 가르치다간 결국 자신들의 미래를 망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역사인식은 어떨까?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심각하게 고민되는 요즘 이 책으로 역사인식을 새롭게 하며 작은 위로라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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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책들과 보물창고에서 6기 신간평가단을 모집합니다!
    from 파피루스 2008-02-01 00:31 
    2006년 이금이작가님 '밤티마을 블로그'에서 푸른책들의 신간평가단 모집 공고를 보고 응모했었죠. 리뷰라는 걸 써보지도 않았지만, 나름 동화를 많이 읽었기에 용기를 냈었답니다. 다행히 3기 신간평가단으로 뽑혀 지금까지 우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그 덕분에 알라딘도 알게 돼서 이제는 제 놀이터가 되었지만...  신간평가단 관심있는 분들은 참여해 보시라고 알려드립니다. (혹시, 참고가 될까 싶어서 제가 응모할 때 올렸던 '유진과 유진
 
 
bookJourney 2008-01-24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이가 이 책을 골라읽던데, 소감을 어떻게 정리했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순오기님 리뷰를 보니까 저도 읽어야 하는 책인것 같아요~

그나저나, 정말 영어로 수업을 할까요? 인수위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흐유.

순오기 2008-01-25 02:28   좋아요 0 | URL
음, 저는 8월이 되면 이 책을 다시 읽어요. 학교 아이들에게도 반드시 읽히고요~~ 용이도 독서수준이 상당히 높아요. 역사인식도 어른 빰치는 것 같고요!
인수위 사람들뿐 아니라 요즘 사람들 뭔 생각으로 사는지 ~~~ 걱정스러워요!

마노아 2008-01-25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의 강추 도서!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순오기 2008-03-12 08:25   좋아요 0 | URL
우리동에서 작년 7월에 '한마을 한책읽기'를 시작하며 '역사를 동화로 읽기'첫번째 책으로 선정했지요. 분기별로 계획했는데 동장님이 8월에 발령나서 흐지부지 되었지만, 어머니독서회에서 꾸준히 하고 있어요.
사회샘은 꼭 읽으셔야 할 책이겠죠. 저는 읽을때마다 울어요.ㅠㅠ

비로그인 2008-01-25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넣었어요.
꼭 읽어보고 애들도 읽히려구요.
추천해주셔서 고마워요.

순오기 2008-01-25 19:49   좋아요 0 | URL
독서회 엄마들도 읽으며 다들 눈물 난 우리의 아픈 역사죠.
애들은 그렇게까지 찐하게 느끼지는 못하지만, 역사를 안다는 의미에서도 읽어야 할 책이에요.

세실 2008-01-2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림이가 이제 6학년이 됩니다. 꼭 읽어보게 해야 겠습니다.

순오기 2008-01-25 19:50   좋아요 0 | URL
아하 6학년이 되는군요. 아드님은 4학년?
저는 가능하면 교과서에 실린 원작을 꼭 읽도록 하고 있어요.

뽀송이 2008-01-25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사코의 질문> 좋죠.^^
6학년 아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지요.^^

순오기 2008-01-25 21:22   좋아요 0 | URL
그쵸~ 꼭 읽어야 할 책! 정말 어른 아이 다 읽어야 할 책이에요.

프레이야 2008-03-25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오래 좋은책으로 읽히는 책이죠.
축하해요, 순오기님^^

순오기 2008-03-25 21:10   좋아요 0 | URL
오마낫, 여기에 댓글을 달았군요. 감사^^
정말 '마사코의 질문'은 꼭 봐야할 책이에요.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