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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똥을 누는 고래 ㅣ 단비어린이 문학
장세련 지음, 황여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11월
평점 :
표지삽화가 너무도 귀여운 단비어린이 《황금똥을 누는 고래》는 여덟 편의 단편들로 구성된 동화책입니다. 여덟 편의 이야기들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자연입니다. 작가는 자연에서 얻은 소재들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표제작 [황금똥을 누는 고래]는 향유고래의 이야기에요. 특이한 외모 때문에 고래들 사이에서 놀림을 받는 향유고래랍니다. 아빠는 "외로움이 너를 지켜 줄 거다. 어울리고 싶다고 함부로 나다니지 마라." (본문 17p)라며 당부하시죠. 향유고래는 사람들이 용연향이라고 부르는 똥을 누어요. 사람들에게 용연향은 돈벌이 수단이지요. 주인공은 사람들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인해 아빠와 엄마를 잃고 만답니다. 인간의 욕심 그리고 외모에 대한 편견 등이 향유고래를 통해서 보여지고 있어요.
[구두 한 짝]은 주인 잃은 가죽구도 한 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겨우내 말라 버린 시궁창에 버려져 구멍이 송송 뚫린 구두 한 짝은 한 아저씨에 의해 발견되요. 수레에 실린 구두는 깨질 벽돌, 찌그러진 주전자 , 항아리 뚜껑 등고 함께 아저씨 집으로 가게 되지요. 아저씨는 함께 온 친구들의 몸에 흙을 담았지요. 구두는 실망스러웠습니다. 누군가의 발을 보호해 줄 수 없을 줄 알면서도 다시 흙에 묻히는 건 정말 싫었거든요. 하지만 자신의 몸에서 작은 풀들이 자라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면서 구두는 스스로가 대견했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어떤 물건이든 가치가 없는 건 없어요.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가면 될 거 같아요.
[아롱이가 해냈어!]는 장애고양이인 아롱이의 이야기입니다. 오른쪽 뒷다리가 눈에 띄게 짧게 태어난 고양이로 아무도 입양을 하려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제 구실도 못하는 고양이라고 말하는 이웃집 할아버지에게 오히려 역정을 냈어요. 며칠 뒤 군대에 가 있던 할머니의 아들 역시 아롱이를 보자 밥값도 못하겠다고 하네요. 하지만 할머니는 그런 소리를 들으면 아롱이가 실망한다며 아들의 말을 막았어요. 아롱이에게는 대신 "너는 분명 밥값 이상을 할 거라고 칭찬을 하더구나." (본문98p) 라고 말했죠. 아롱이는 밥값을 하기 위해 애교를 떨었고, 점프를 못할 거라는 아들의 말과 달리 할머니의 칭찬과 믿음으로 점프를 하고 쥐도 잡았어요. 아롱이는 아들이 자기를 무시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힘을 주려는 할머니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던 거에요. 그리고 뱀은 못 잡을 거라는 아들의 무시에도 불구하고 아롱이는 뱀을 잡았답니다. 믿음, 칭찬의 힘이 이렇게 크네요. 부모가 자녀들에게 믿음을 준다고 우리 아이들은 큰 힘을 얻을 수 있겠네요.
"조급해하지 마라, 아가. 빠르든 늦든 누구나 다 제 몫의 할 일이 있단다. 기다림에 지치지 말고 꿈만 잃지 않으면 되는 거란다. 기다림은 운명이지만 꿈꾸는 일은 운명을 개척하는 일이지." (본문 111p)
[해님을 기다리는 달맞이꽃]은 달을 기다리는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고 해님을 기다리는 달맞이꽃 이야기에요. 운명이라고 여기며 주어진 대로만 살고 싶지 않았던 달맞이꽃을 보면서 우리도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을 듯 합니다. 이 외에도 [나, 약밤나무라고!]에서는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약밤나무가 가을이 되어 열매를 맺은 후 자신의 가치를 알게 되는 이야기로 자신의 외모에 좌절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개성과 매력을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함을 깨닫게 해요. [빨간 목장갑은 어디 갔을까]는 자신을 구해준 목수 아저씨에게 은혜를 갚은 고양이 이야기입니다. [샛노란 탱자][혼자가 아니야] 역시 나무와 앞이 보이지 않는 강아지의 이야기로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어요.
짧은 단편이지만 그 속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자연에서 얻은 소재이지만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우는 이야기지요. 때로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때로는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다양한 이야기들로 하나하나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외모가 어떻든, 주어진 환경이 어떻든 다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운명에 좌절하지 말고 모두 자신의 가치를 믿고 나아가길 바랍니다. 해님을 기다리는 달맞이꽂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