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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요? ㅣ 단비어린이 문학
장세련 지음, 유재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11월
평점 :
동화책을 읽다보면 어른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책 속 어른들을 통해서 나의 모습이 투영되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혹은 좋은 점을 닮아보려고 다짐하기도 합니다. 동화책 속 주인공들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내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보기도 하지요. 그래서 저는 동화책을 참 좋아합니다. 단비어린이 《내가 왜요?》는 바로 이런 이야기입니다. 나도 이런 어른이 되어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하지요. 이 동화책은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모두 소중하고 모두 아름답게 그려진 책이라 애정이 가네요.
표제작 [내가 왜요?]는 예후의 이야기입니다. 너무 더워서 슈퍼로 달려가 아이스크림을 사 먹은 예후는 슈퍼 옆의 문구사 아주머니에게 쓰레기를 버렸다는 이유로 혼이 납니다. 예후는 너무 더운 탓에 딱 한 번 버렸을 뿐인데 아주머니는 쓰레기 더미를 모두 치우라고 하셨죠. 치우지 않으면 학교에 알리겠다는 말에 예후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다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증거사진까지 찍어야 한다니요. 예후는 문구사가 쫄딱 망하라는 주문을 외웠더니 속이 좀 풀리는 듯 했어요. 다음날부터 예후는 문구사 벽에 오즘을 갈기면서 통쾌함을 맛보았습니다. 네 번째로 오줌을 갈긴 다음 날, 선생님은 예후를 방송실로 보냈습니다. 예후는 오줌 싼 거 때문에 혼나는 줄 알았는데, 새마을협의회장이 주는 '모범 어린이상'을 받았지 머에요.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었던 예후는 구청에서 만드는 소식지에 문구사 아주머니가 찍어줬던 사진이 실린 걸 보게 됩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는 짜증나는 마음에 돌을 힘껏 걷어찬 영훈이의 이야기에요. 돌을 힘껏 찬 후 골목길 맞은편에서 아주머니가 이마를 짚으며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게 됩니다. 영훈이가 찬 돌에 어딘가를 맞은 것 같았죠. 가슴이 벌렁거린 영훈이는 장미 넝쿨 아래로 숨어 조금 전 학교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어요. 축구에서 진 이유를 영훈이 탓으로 돌리는 승현이에게 맞서 영훈이 편을 들어주던 진형이는 승현이에게 주먹으로 맞고 말았어요. 하지만 영훈이는 자신을 두둔하는 진형이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이 너무 답답했죠. 구급차 소리에 정신이 든 영훈이는 돌에 눈 주위를 맞은 아주머니가 걱정되었어요. 그러다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축구도 자신의 탓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네가 선생님이다]는 숙제를 안해서 남게 된 민지와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민지의 마음을 알게 된 선생님은 민지에게 오히려 네가 선생님이라며 대견해하시죠. [엄마 닮았지]는 다문화 가정인 혜진이의 이야기입니다. 엄마가 몽골 사람인 혜진이가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 잘 그려졌어요. [엄마를 찾았다]는 재혼가정의 이야기입니다. 새엄마에게 엄마라는 소리를 하지 못하는 수인이와 함께 친엄마의 무덤을 찾는 새엄마와의 일정이 아름답습니다. [오지라퍼 대용이]는 사회복지사인 엄마를 닮은 대용이의 이야기에요. 대용이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펄럭이는 엄마]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대한이의 이야기에요. 대한이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할머니와 선생님의 모습은 제가 꼭 닮고 싶은 모습입니다.
7편의 이야기에는 작거나 혹은 크게 상처받은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서 그들을 보듬어 주는 어른들이 나오죠. 쓰레기를 치우는 것을 억울해하는 예후를 위해 모범어린이상을 제보해 준 문구사 아주머니, 몽골인 엄마로 인해 상처받지 않도록 늘 당당한 엄마, 그리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대한이를 보듬어주는 선생님, 그리고 새엄마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수인이를 옆에서 기다려주는 새엄마까지....상처받은 아이들의 옆에는 그들 뒤에서 든든하게 서 있는 어른들이 있기에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 뒤에서 힘이 되어주는 엄마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된 듯 합니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부모님들도 꼭 읽어보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