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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메이 페일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작가 매튜 퀵은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모두 영화 판권으로 팔리는 이 시대의 대표 작가라고 한다. 헌데 나는 이 작가를 이번 소설 <<러브 메이 페일>>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소설 역시 엠마 스톤 주연 영화화가 확정된 작품이라고 하니 '천재 소설가'라는 닉네임이 결코 거짓이 아닌 듯 하다. 도대체 어떤 작가이기에, 도대체 어떤 스토리기에 이렇게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 이쯤되니 <<러브 메이 페일>>이 더욱 궁금해진다.
이 소설은 '포샤 케인, 네이트 버논, 매브 스미스 수녀, 척 베이스' 4명의 인물로 나누어 구성하고 있다. 포샤 페인은 지금 붙박이장에 숨어 콜트 45구경 권총 한 자루를 들고 숨어 있다. 포샤 페인은 포르노 영화 제작자인 남편 켄이 기껏해야 스무 살쯤밖에 안 되는 여자와 바람피는 모습을 지켜보며 감옥에서 썩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이 모든 게 짓궂은 장난처럼 보이자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포샤 케인은 10년 동안 의존했던 세월에서 탈피하는 것, 이보다 더 나은 관계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의 거시기를 세게 후려치고는 멋지게 집을 나온다. 술에 취한 포샤 케인은 엄마의 집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게 되고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 수녀에게 자신과 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술에 취해 깨어난 포샤 케인은 승무원이 건네준 매브 수녀의 쪽지를 받게 되고 후에 그녀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 인연을 이어가게 되는데 여기서 놀라운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와 함께 식당에 간 포샤는 고등학교 동창인 다니엘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버논 선생님이 학생에게 두들겨 맞아 교사를 그만두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포샤 케인은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은 고사하고 당연히 해야 할 인사마저 못한 것에 마음이 아팠고, 자신에게 선생님이 하늘이 내린 소명, 즉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계속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선생님이 포기한다면 누가 망가진 아이들을 도울 수 있겠는가. 버논 선생님 구하기! 그것은 포샤 케인의 모험이 될 것이다.
자살을 결심한 버논 앞에 포샤 케인이 나타난다. 하지만 포샤 케인은 버논 선생님을 정신 차리라고 소리 치거나 때리는 등 그리 좋지만은 않은 방법으로 그를 다그친다. 버논 선생님으로 인해 새 삶을 살게 된 다니엘의 오빠 척 역시 포샤 케인을 돕고, 버논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지만, 버논은 경찰서로 도망가고 만다. 그렇게 버논 선생님 구하기 작전은 실패한 듯 보였지만 포샤 케인은 다른 계획으로 선생님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바로 소설을 써서 선생님에게 바치고 싶다고 했던 말을 지키기 위한 것. 그렇게 해서 쓰게 된 포샤 케인의 책 제목이 바로 <<러브 메이 페일>>이며 이 제목은 버논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자주 말했던 보네거트 소설 첫 문장을 인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포사 케인이 쓴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였지만 버논 선생님을 연상시키는 교사, 포샤 남편처럼 아주 못된 남자, 그리고 포샤의 머리글자들을 뒤집어서 만든 주인공의 이름 크리스 포터가 있었다.
포샤 케인, 버논 선생님, 척, 그리고 매브 수녀님, 이들 4명은 마치 운명처럼 엮어있는 듯 보인다. 포샤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버논 선생님, 바람둥이 남편을 버리고 엄마의 집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만난 매브 수녀님,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고등학교 동창 다니엘을 통해 알게 된 버논 선생님 소식과 고등학교 때 포샤를 사랑했던 척, 그리고 아들 버논으로부터 버림받은 어머니 매브 수녀님. 이들은 우연과 운명 속에서 얽혀 있었고 다소 서툴긴 하지만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하면서 희망을 꿈꾸기 시작했다.
"우리가 말하는 불꽃이 그런 불꽃이 아닌 건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보일 수 있게 피우는 불꽃,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고 낯선 사람들을 손짓해 불가로 불러 모아 노래도 부르게 하고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면서 별들 밑에서 꿈을 꾸게 만다는 불꽃, 빛을 써서 위대한 일을 하게 될 다른 사람들을 위한 불꽃 말이에요." (본문 276,277p)
절망 속에 있던 포샤를 구해주고 희망을 주었던 버논 선생님, 절망 속에서 버논 선생님에게 희망을 주려는 포샤 그 외에도 척과 다니엘 등을 보면서 절망 속에서도 누군가를 나를 위해 손을 내밀어주고 희망을 주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이야기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것이 서툴고, 때로는 포샤처럼 과격하기까지 하지만 우리는 서로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주인공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버논 선생님이 절망 속에서 자살을 생각하듯이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최고 수준에 이른다. 사회, 경제적인 문제로 많은 이들이 절망 속에서 힘겨워하고 결국은 자살을 선택하게 되지만, 그들이 한 가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누군가는 그런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을거라는 점이다. 절망 속에서 해결책은 결코 죽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 아닌가 싶다. 서로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며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아닐런지.
넘어졌지만 그대로 엎어져 있지만은 않는 씩씩하고 멋진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_내슈빌 아트
이 소설의 주인공 포샤 케인의 캐릭터는 참 독특하고 개성넘치고 때로는 사랑스럽다. 엠마 스톤이 포샤 케인을 어떻게 보여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덧붙힌다면, 버논 선생님의 사건이 얼마 전 경기도 한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교사 폭행 사건과 오버랩되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그 선생님은 버논 선생님처럼 절망하지 말고 많은 이들이 내민 손을 바라봐주셨으면 싶다.
(이미지출처: '러브 메이 페일' 표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