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고양이 - 텍스타일 디자이너의 코스튬 컬러링북
박환철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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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북의 열풍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어린시절로 돌아가 색칠에 몰두해 본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컬러링북은 바쁜 삶 속에서, 복잡한 고민 속에서 잠깐의 휴식과 힐링을 주고 있어 요즘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장르가 아닐까 싶네요. 이런 유행의 흐름에 따라 저 역시도 몇 권의 컬러링북을 접해 보았는데,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시계바늘처럼 쉼없는 일상에서 고민과 의무(?)를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어 자주 찾게 되네요. 이번에 저는 조금은 색다른 컬러링북을 접했어요. 북폴리오에서 출간된 <<이상한 나라의 고양이>>는 텍스타일 디자이너 박환철이 담아낸 컬러링북인데, 박환철 디자이너는 자연과 각 민족이 만들어내는 문화, 인공물 등의 미적 가치를 존중하면서 이를 약간 비틀어 패턴화하는 작업으로 유명하신 분이라고 하네요.

 

 

<<이상한 나라의 고양이>>는 두 고양이의 모험에서 비롯됩니다. 두 고양이가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자, 할머니는 바다를 건너고, 또 밤새 달려야만 만날 수 있는 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네요. 하루 종일 뛰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의 동물들, 맛있는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 별들을 모아다 수놓은 듯한 화려한 옷, 매일 밤을 춤추고 노래하는 어떤 나라의 이야기 등등 잉기를 하는 할머니는 마치 꿈을 꾸듯 행복해보였어요. 마법 같은 이야기를 듣는 두 고양이의 가슴이 뛰었지요. 두 고양이는 할머니가 알려준대로 가로등 밑 어떤 맨홀 위에 떠 있는 무지개를 따라 여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여행이 박환철의 컬러링북에서 펼쳐지고 있지요.

 

 

 

두 고양이가 여행하는 세계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림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확~ 좋아지네요. 하나하나 색칠하면서 나만의 세계를 완성해나가면 힐링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이상한 나라의 고양이>>는 저 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인기 만점입니다. 책을 받자마자 아이가 먼저 신 나서 색칠을 하기 시작했어요. 저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색연필을 들었다가 색칠을 망쳤다며 오히려 구박(?)을 받았네요. 초등학생 아이의 솜씨로 색칠된 조금은 부족한 색감이지만, 그래도 두 고양이에게 펼쳐지는 모험의 세계가 나름 멋지게 변신했네요.

 

 

 

두 고양이가 모험을 떠나 각국의 의상과 문양을 체험하는 내용을 담은 <<이상한 나라의 고양이>>에는 직접 색칠해서 사용할 수 있는 고양이 스티커 페이지도 수록되어 있어서 고양이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더욱 기분 좋은 컬러링북이 될 듯 합니다.

 

(이미지출처: '이상한 나라의 고양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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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청소는 꼬질이처럼 - 별별마을 별난토끼 : 봄 단비어린이 무지개동화 1
미토 글.그림 / 단비어린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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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어린이에서 정말 귀엽고 재미있는 책이 출간되었네요. <무지개동화> 시리즈 01번째 이야기 <<봄맞이 청소는 꼬질이처럼>>입니다. 이 동화책은 어린이책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동갑내기 작가들 모임인 '미토'의 작품이에요. 여덟 명의 작가의 모임이니만큼 등장하는 토끼 여덟마리도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네요. 원칙이, 낭만이, 뜀박이, 먹보, 멋쟁이, 걱정이, 꼬질이, 쫑알이 여덟 마리의 토끼가 좌충우돌 신 나는 이야기가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표제작 [봄맞이 청소는 꼬질이처럼]과 [내일 또 봄소풍] 두 편이 수록되어 있네요.

 

 

별별 토끼 마을에 봄이 왔네요. 맛있는 당근보다 원칙을 더 사랑하는 원칙이는 계절이 바뀌는 것도 원칙에 딱 맞는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친구에요. 원칙에 맞게 봄이 왔으니, 이제 원칙대로 봄맞이 청소를 해야합니다. 원칙이는 봄맞이 대청소를 하자고 마을이 떠나가라 쩌렁쩌렁 소리를 질렀어요. 청소 반장은 돌아가면서 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꼬질이가 청소 반장입니다. 꼬질이가 청소 반장이 되자, 원칙이는 한숨을 쉬었고 다른 토끼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왜냐하면 태어나서 한 번도 씻지 않은 꼬질이, 폭탄이 터진 것처럼 지저분한 집에 사는 꼬질이가 청소 반장이 되었으니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헌데 청소반장이 된 꼬질이가 시키는대로 부지런히 청소를 했지만 청소를 할수록 더 더러워졌어요. 창틀에 쌓인 먼지 아래 숨어 있는 무당벌레를 위해 창틀 청소를 그만두었고, 난로 밑에 숨어 있던 친구와 함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보물들을 위해 난로 받침대는 치우지 않았으며, 부엌에 쌓여 있던 당근병들은 물을 채우자 예쁜 소리가 났기 때문에 씻지 않기로 했거든요.

 

 

토끼들은 다들 즐거워했지만 원칙이는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결국 꼬질이는 집으로 돌아갔고 남은 토끼들은 원칙이가 시키는 대로 청소를 했죠. 사랑방은 반짝반짝 깨끗해졌지만 토끼들은 이상하게도 별로 기쁘지 않았어요. 청소가 끝나고 봄맞이 파티가 열렸지만 하나도 신나지 않았지요. 그렇게 하나둘 자리를 떠나고 원칙이만 남게 되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원칙이는 불이 켜진 집이 딱 한 집 뿐인 걸 발견했고 꼬질이네 집을 알게 되요. 사랑방보다 열 배, 백 배 더 지저분한 꼬질이 집이었지만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게 놀고 있었어요. 원칙이는 꼬질이가 '깨끗한 몸보다 깨끗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원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내일 또 봄 소풍]의 멋쟁이는 내일 토끼들 봄 소풍에 갈 봄옷을 고르느라 바쁩니다. 어떤 옷을 고를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친구들한테 물어보기로 하지요. 먹보는 멋쟁이의 빨간 원피스를 보고 싱싱한 살코기 같다고 하고, 뜀박이는 노란 옷을 입은 멋쟁이를 보고 촌스러운 금메달 같다고 하네요. 멋쟁이는 화가 났지만 사실 그 친구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네요. 결국 멋쟁이는 파란 비옷을 골랐어요. 내일 비옷을 입고 싶었지만 토끼들이 놀릴까 봐 망설이던 걱정이는 비옷을 입겠다는 멋쟁이가 반가웠지요. 다음 날, 소풍날은 맑고 따뜻했지요. 봄길을 걸어 피곤한 토끼들은 잠이 들었고 저마다 꿈을 꾸었답니다.

 

개성넘치는 토끼들의 이야기가 정말 귀엽습니다. 청소를 하지 못하는 꼬질이의 이유가 정말 인상깊습니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꼬질이가 마음에 쏙 드네요. 그런 꼬질이를 인정해주는 원칙이도 멋지구요. 다음에는 별별마을 별별토끼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너무도 궁금해집니다. 그들의 좌중우돌 신 나는 이야기들로 인해 봄이 훌쩍 다가온 느낌이네요.

 

(이미지출처: '봄맞이 청소는 꼬질이처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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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 마음이 자라는 나무 12
정연철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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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같은 느낌을 주는 표지삽화가 눈길을 끄는 <<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은 푸른숲주니어 <마음이 자라는 나무> 시리즈의 12번째 이야기이다. 사춘기 자녀를 둔 탓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시리즈 중 하나이기에 새로운 책의 출간이 반갑기만 하다. 큰 아이가 사춘기의 긴 터널을 빠져나올 때가 되자, 이제 작은 아이가 그 터널 입구에 들어서고 있다. 남자 아이는 또 어떤 사춘기 열병을 앓게 될지 사뭇 긴장되는 와중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소설은 [너에 대한 소문][원시인? 병시인?][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엄마가 돌아왔다][쉬즈 곤?] 등 총 다섯 편에서 각기 다른 주인공들을 통해 청소년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주인공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모범생과는 다소 거리가 먼, 쉽게 말하자면 문제아들이다. 우리는 흔히 모범생, 문제아로 나누어 청소년들을 구분지어 놓고 있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이들을 이렇게 구분짓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다섯 편의 주인공들은 비록 모범생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너에 대한 소문]의 태용은 졸다가, 마팅하다가, 침 흘리면서 중간고사를 끝내는 인물이다. 애들은 그런 태용을 골 빈 놈으로 치부하지만, 태용은 사는 데 별 지장 없는 지식들로 꽉 차 있는 것보다 어느 정도 비어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 빈 공간에 사는 데 꼭 필요한 파란 하늘, 붉은 노을, 새털구름, 안개 낀 아침, 보슬비, 드넓은 바다, 단풍 든 나무, 낙엽 떨어진 거리 등등을 채워 넣는 게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니까. 부모님의 간섭은 사양하고 대신 자신의 일에는 책임을 지기로 한 태용은 실수로 같은 반 왕따 몬스터에게 문자를 잘 못 보냈다가 성추행으로 고소당할 위기에 처한다. 몬스터의 합의를 위해 가방 셔틀이 된 태용은 몬스터가 소신 있게 잘 살아가고 있음을, 시시콜콜한 것에 연연해하지 않았고 누구보다 당당하게 살아아고 있음을 알게 된다. 태용은 그런 몬스터를 보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걸 한다. 엄마와 아빠도 몇 번의 겨울을 보내고 어쩔 수 없이 이혼을 했겠지. 내가 이렇게 사는 건 어쩔 수 없는 걸까? 지금 내 모습은 그동안 내가 한 선택의 결과였다. 나는 나한테 단순한 질문을 해보았다. 만족해?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다. 문득 내 마음에 시뻘겋게 혹은 시퍼렇게 든 단풍도 이제 하나둘 떨어뜨릴 시점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내가 산다니까. (본문 55p)

 

[원시인? 병시인?]의 원대한은 여자 친구에게 차인 후 우연히 화장실 벽에 적힌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게 되고 시인이 되고자 한다. 국어 선생님이 낭송한 시를 듣고 슬퍼서 슬퍼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상한 놈 취급을 당하게 되었고, 학교에서 점점 독보적인 별종으로 거듭났다. 시집을 끼고 돌아다니는 또라이, 병시인으로 취급 당했다. 대한에게는 원시인이 되느냐 병시인이 되느냐의 문제는 중요했다. 그렇게 친구들에게 별종이 된 대한은 비록 공모전에는 떨어졌지만 원시인이라는 꿈은 계속 되었다.

 

표제작 [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의 수호는 아빠가 운영하던 합기도 도장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고, 집안 살림에 압류 딱지가 붙고, 사채업자들에게 협박을 받고, 아빠가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치고, 징역을 선고받고, 풀려나서 막노동을 하다가 사고로 청력을 잃고, 알코올에 중독되고, 엄마가 가출하고, 아빠는 허리마저 다치는, 불행 공식 그대로 대입된 듯 시궁창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다. 방과후, 야자보다는 돈을 버는 것이 더 중요한 수호를 선생님은 이해해주지 않았고, 상한 우유마저도 간절한 배고픈 수호를 친구들도 이해해주지 않았지만 수호는 치열한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간다.

 

원망? 그럴 리라.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맷집도 좋아졌고 깡다구도 생겼다. 학교가 나한테 준 유일한 선물이었다. 덕분에 난생처음 체육 부장이라는 감투까지 썼다. (본문 104p)

 

교실에 들어가자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가난 때문에 도시락을 싸 오지 못하는 친구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던 선생님의 콩나물국 이야기가 방송되고 있었다. 가난한 애들 얼굴이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내 경우, 가난은 치욕과 이음동의어였다. 순간 배 속에 상주하고 있는 거지를 꺼내 목을 비틀고 싶었다. (본문 111,112p)

 

이 외에도 할머니의 구박으로 집을 나간 엄마에 대한 사람들의 험담을 뒤로 한채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묵묵히 하루하루를 견디는 [엄마가 돌아왔다]의 용덕, 좋아하는 선생님을 위해 구민 노래자랑에 나간 [쉬즈 곤?]의 재광 등 다섯 명의 청소년들은 왕따가 되는 것도, 불행이 멱살을 잡고 다리를 걸고 넘어뜨리고 목에 예리한 칼까지 들이대는 사는 게 구차스러운 상황에서도 오늘을 이겨내고 내일을 향해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공부는 뒷전이고 수업시간에는 잠만 자는 영락없는 문제아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누구보다도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견뎌내며 자신의 꿈을 위해, 내일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꿈이 없는 십 대는 틀린 문장의 마침표와 같다." (본문 150p)

난 이를 앙다물고 버텨 내야 한다. 살아 내야 한다. 그것이 열일곱, 나에게 주어진 막중한 임무였다. (본문 103p)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꿈을 갖고 소신있게, 당당하게 오늘을 견디는 이들 주인공들을 보면서 청소년들을 모범생과 문제아로 구분짓고야 마는 어른인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이렇게 어른들에게도 힘겨운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수호가, 왕따지만 소신있게 살아가는 몬스터가, 별종 취급을 받지만 시인이 되고자 하는 꿈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수호가 그리고 용덕이와 재광이가 내일의 꿈을 위해 막막한 오늘을 버티는 청소년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버티면 밝은 내일이 찾아올 수 있다. 나도 함께 그들에게 응원을 보내고자 한다.

 

 

《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에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는 지금 여기,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결핍과 상처가 있다. 사실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어쩐지 더 절망적으로 다가온다. 낭떠러지에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 아이들에게 무턱대고 긍정적이고 밝은 미래를 이야기해 줄 순 없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는 한 결코 꺼지지 않을 한 줄기 빛이 있음을 전하고 싶었다. (본문 207p)

 

(이미지출처: '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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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바디
김휘 지음 / 새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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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깨어난 냉동인간은 어떤 미래를 경험하게 될까,라는 작가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이 궁금증은 나 역시도 가져본 적이 있었다. 냉동인간이 깨어났을 때 만나게 되는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흔히 과학상상화를 그릴 때마다 그려본 최첨단 과학의 도시일까? 과학상상화는 날 수 있는 자동차, 바닷속 도시 등으로 그려지지만, 이 소설에서 미래는 모든 것이 오염된 세상이다. 환경오염은 정상아 출산에 지장을 주어 이형인이 생겨났으며, 세상은 '정상인 인구수 유지'가 필요해졌다. 결국 정상인들은 임신을 통해 이형의 신체를 가진 아이를 낳게 될 것이기에 임신을 하면 안 되었고, 대신 아이를 원한다면 인공자궁플라자에서 공급하는 정상아를 주문 입양해야 했다. 이것이 미래의 모습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나빈은 인공자궁플라자의 인구조절부서에 근무하며 인구정책상 이형인 부부에게 허용되는 자녀의 수가 셋까지였으므로 네 번째 아이를 거둬가는 일을 맡고 있다. 이 일은 범죄의 표적이 되었고 빈은 이형인 패거리에게 폭행을 당한 후 병원에서 깨어났다. 깨어났을 때 빈은 응급실 통로를 오가는 사람들 너머 차갑고 집요한 데가 있는 눈이 자신을 보고 있었음을 발견했지만 그 눈은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이형인 간호사는 집에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고, 빈은 자신이 폭행당한 그날 걸려온 아버지의 음성메시지를 확인했지만 급히 할 말이 있다는 아버지의 숨찬 목소리는 중간에 끊겨 있었다. 퇴원 후 빈은 자신을 아버지의 친구라고 소개한 박영기 기자를 만나게 된다. 빈은 그가 병원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차갑고 집요한 눈길의 그 남자였음을 알게 되는데, 그는 빈이 일곱 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 연락되지 않는 아버지에 관해 집요하게 물으며 테러단체가 아버지를 찾기 전에 먼저 찾아야 한다며 그동안 빈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건네며 아버지를 찾게 되면 알려달라는 당부를 하고 사라졌다.

 

아버지의 집을 찾아간 빈은 누군자 아버지의 집을 뒤진 것을 발견하게 되고 자동응답기에 남겨진 일과 관련된 메시지를듣고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보았으며,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버지를 최근에 보았을 법한 사람들을 찾아나섰지만 알 수 없었다. 아버지를 찾아다닌 지 5일째 되는 날 빈은 아버지의 과거,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의문, 아버지가 숨어 있을 가능성, 테러단체와의 연루 등에 어두운 생각에 단서 하나라도 건져보겠다는 일념으로 몇 번이나 집을 뒤져보았다. 서재에서 그는 제갈영웅이란 이름을 세상에 알린 『냉동인간』시리즈를 발견하고 그와 아버지의 일련의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거실 탁자 위 우편물 더미에서 파피루스 헌책방 낭독회 안내서를 발견하게 되고 빈은 그렇게 아버지 나무의 흔적을 쫓아가게 된다. 흔적을 쫓아 찾아간 파피루스 헌책방에서 빈은 아버지가 쓴 종이 뭉치를 발견하게 되고 아버지가 건강한 생식세포 생산용으로 사육되는 개체이자 인공자궁플라자가 관리하는 생식세포 생산시스템 퓨어바디, 지구 생태환경 보존을 위해 창립된 환경보호단체였던 가이아수호연대와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당신들이 말하는 정상이니 전형이니 이런 게 대체 뭐냐구요? 어차피 그건 가상의 산물일 뿐 아닌가요? 이형인들이 없다면 정상이니 전형이니 따위가 무의미하겠죠. 당신 역시 이형일 뿐이라구요. 서로가 서로에게 이형인 겁니다. 그런데도 당신네 정상인들은 이형인들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시선 아내로 보려고 하죠. 심지어는 괴물 보듯 말이에요. 괴물을 구경하고 싶나요? 그럼 거울을 보세요." (본문 87p)

 

그렇게 빈은 아버지의 부재 이후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가면서 지금까지 믿고 있던 것들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게 되고, 어머니의 죽음과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정상인 인구 유지를 위한 퓨어바디 뒤에 감춰진 진실 속에는 인간의 욕망과 허영이 숨겨져 있었다.

 

"당신이 인태된 거라고 생각해요?

엄밀히 말해서 정상인인 당신은 잉태된 게 아녜요. 배양된거지요. 표현이 좀 그래서 미안하지만. 어쨌든 당신은 태어난 게 아니라 당신을 입양한 부모가 인공자궁플라자에서 선택한 퓨어바디의 생식세포로 만들어졌다는 거예요. 당신은 특허 붙은 생명일 뿐이라고요. 그러면서도 당신은 나 같은 이형인들을 보면서 당신이 정상인이라고 안도하죠. 안 그런가요?" (본문 86p)

 

<<퓨어바디>>는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그의 흔적을 따라가는 아들 빈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개념으로 나뉜 세상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통해 다름에 대한 인식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비정상인 이형인들을 차별하면서 정상인 자신들은 우쭐해한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자본가들의 탐욕을 부추기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의 SF 영화를 보는 듯한 흥미진진한 이 소설은 굉장한 흡입력을 갖고 있다. 다음 날의 출근도 잊은 채 늦은 시간까지 책을 다 읽고서야 마음 편하게 책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처음 접하게 된 김휘 작가의 이야기는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그의 전작 <해마도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2013)되었으며, KBS 라디오 극장 드라마로 편성(2016)되어 방송되기도 했다고 하니 이 또한 궁금해진다. 이 소설을 통해 김휘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본다.

 

(이미지출처: '퓨어바디'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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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통찰 - 위대한 석학 21인이 말하는 우주의 기원과 미래, 그리고 남겨진 난제들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4
앨런 구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명현 감수,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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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어도 우주에 대한 관심은 누구나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주는 저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에 따라 그 모양을 달리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흥행한 영화 <마션>은 바로 누군가의 상상력에 의한 우주의 모습일테니 말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였다 하더라도 여전히 우주는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곳이 아닐까 싶다. 여전히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여전히 도전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곳, 바로 우주다. 와이즈베리의 인간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지식 시리즈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그 네 번째 이야기는 바로 우주에 관한 개념들에 초점을 맞춘 <<우주의 통찰>> 이다. 이 책은 동료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격식을 차리지 않은 대화를 통해 과학계의 최신 동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식의 최전선에 닿는 방법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세련되고 정교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한 방에 몰아넣은 다음 스스로에게 묻곤 했던 질문들을 서로 주고받게 하는 것이다. 그 방이 바로 엣지다.”
엣지재단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주소록을 지니고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이를 이용”하는 지식의 전도사이자, 이 시대 최고의 인문과학 도서 편집인으로 평가받는 존 브록만이 1996년 창립한 지식 공유 모임이다. 스티븐 핑커, 대니얼 카너먼, 나심 탈레브, 재레드 다이아몬드 등 세상을 움직이는 학자, 사업가, 예술가, 기술자들이 엣지에 모여 학문적 성과를 나누고 지적 탐색을 펼치고 있다.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는 존 브록만이 그동안 엣지의 지적 성과를 담은 인터뷰, 기고문, 강연문 등의 글들 가운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지식으로 손꼽히는 테마들을 편집해 마음, 문화, 생각, 우주, 생명의 다섯 분야로 집대성한 것이다. (출판사 서평 中)

 

이 책은 급팽창이론의 아버지인 앨런 구스의 2001년 강연을 담은 [우주론의 항금시대]를 시작으로, 1년 뒤 코네티컷의 이스트오버 팜에서 개최된 엣지 모임에서 프린스턴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인 폴 스타인하르트가 강연한 [순환우주론] 그리고 이어 앨런 구스의 [급팽창 우주] 강연을 담고 있다. '영원한 혼돈 급팽창 이론'의 아버지이자 스탠퍼드대학교 이론물리학자인 안드레이 린데의 [풍선을 만드는 풍선을 만드는 풍선]에서는 다중우주와 그로부터 부상하는 인간원리를 강조하고 있으며, 하버드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 리사 랜들의 [브레인이론]과 페리미터 이론물리학연구소장 닐 투록의 [순환우주]에서는 끈이론에 등장하는 2차원 구조물과 순환우주론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존재인 브레인의 이론에 대해 자세히 수록하고 있다. 캘리포니터공과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 션 캐럴은 [우주는 왜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까?]를 통해 "왜 우리의 관찰 가능한 우주는 전혀 때묻지 않은 순수한 규칙성과 질서의 상태에서 출발했을까?"라는 미스터리를 깊이 파고들고 있다.

 

우리가 지금 여기 이 방 안에 있을 때, 혹은 부엌에서 계란으로 스크램블을 만들거나 커피에 우유를 탈 때 시간의 방향성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어떤 중요한 물체와 물리적으로 가까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영향력이 큰 어떤 사건의 여파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건이 바로 빅뱅이다. 빅뱅은 이 세상의 모든 시계를 맞춰놓았다.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진화해왔고, 우리가 태어나고 죽는 이유는 무엇이며, 왜 그와 반대로 죽고 태어나지 않는지, 그리고 어제 일어난 일은 기억하는데 내일 일어날 일은 기억하지 못하는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있다. 이렇게 발현되어 나오는 과거와 미래 사이의 모든 차이점은 모두 동일한 원천에서 비롯된다. 그 원천은 바로 빅뱅의 낮은 엔트로피다. (본문 155p)

 

영국왕립천문학자인 마틴 리스는 [매트릭스 안에서]를 통해 우리가 초지능을 가진 슈퍼컴퓨터가 만들어낸 시뮬레이션 속에 살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였고, 온타리오 워털루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 리 스몰린은 [자연에 대한 생각]을 통해 시간의 본성에 대해, 스텐퍼드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이자 끈이론의 아버지인 레너드 서스킨드는 [풍경]에서 인간원리와 끈이론의 초기 역사에 대해 논하고 있다. 스몰린과 서스킨드는 [인간원리]에서 스몰린의 우주 자연선택이론, 그리고 인간원리의 효용성을 주제로 싸움을 벌였고 마르세유 메디테라니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확실성이 아니다]를 통해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다질 것을 권하고 있다.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존재, 즉 인간이 명확한 의미에서 원자와 항성의 중간에 해당하는 존재라는 점이 흥미롭다. 우리 몸에 들어 있는 원자의 숫자만큼 인체를 모으면 그것이 바로 태양의 질량이 된다. 이것은 대단히 정확한 진술이다. 원자의 질량과 태양의 질량의 기하평균은 55킬로그램이다. 사람의 평균 질량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본문 176p)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확실성이 아니다.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의 지식 수준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사고방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과학은 확실한 것이 아니라 대단히 신뢰할 만한 것이다. 사실 과학은 확실하지 않다. 확실성의 결여가 바로 과학의 토대다. 과학적 개념이 믿을만한 이유는 그것이 확실하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모든 비판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학이 믿을 만한 이유는 모든 사람의 비판에서 공개적으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문 303p)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우주론학자 로렌스 크라우스는 [텅 빈 공간의 에너지는 0이 아니다]에서 암흑에너지의 수수께끼를 얘기했고, 컬럼비아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 폴 스타인하르트, 그리고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아인슈타인 : 엣지 심포지엄]을 통해 만약 아인슈타인이 지금 살아 있었다면 21세기의 이론물리학을 어떻게 바라보았을 것인지에 대해 추측하였다. 과학역사가 피터 갤리슨은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를 통해 동시대 인물이자 20세기 초반 물리학의 두 거인인 아인슈타인과 앙리 푸앵카레의 유사점과 근본적 차이점에 대해 고찰했으며,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의 양자공학자 세스 로이는 [양자 원숭이]를 통해 어떻게 우주가 스스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였다. 코넬대학교의 수학자인 스티븐 스트로가츠는 [반딧불이가 뭐 중요하다고]편을 통해 동기화되어 빛을 내는 반딧불이 무리 속에서 우주적 함축을 발견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우주의 통찰은>>은 이렇게 이론물리학, 천문학, 천체물리학, 응용수학, 양자공학 등 각 분야의 선구자 21인의 주요 연구와 핵심 이론을 아우르는 내용들을 담아내고 있다. 위대한 석학 21인이 전방위적 관점에서 우주의 기원과 미래 그리고 남겨진 난제들까지 파헤치고 있는 이 책은, 동료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격식을 차리지 않은 대화를 통해 과학계의 최신 동향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진정한 제3문화의 정신에 따라 모든 내용이 전문용어도, 방정식도 사용하지 않고 일상용어로 표현되는 것을 큰 장점으로 여기기고 있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광대한 우주 속으로 여행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어쩌면 우주에서 감자가 아닌 사과나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지도…….

 

나는 과학의 목적을 예측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실제 모습이 무엇이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행동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발견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을 검증하는 것이 바로 관찰이다. 하지만 우리 갖고 있는 작고 변변치 않은, 편협하고 오류투성이인 관찰 방식이 우리의 경험을 훨씬 뛰어넘는 이론과 실재에 대한 지식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그 방법을 알고 있다. 이것이 과학이 정말로 놀라운 점이며, 내가 추구하는 과학의 일면이다. (본문 4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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