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통찰 - 위대한 석학 21인이 말하는 우주의 기원과 미래, 그리고 남겨진 난제들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4
앨런 구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명현 감수,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주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어도 우주에 대한 관심은 누구나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주는 저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에 따라 그 모양을 달리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흥행한 영화 <마션>은 바로 누군가의 상상력에 의한 우주의 모습일테니 말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였다 하더라도 여전히 우주는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곳이 아닐까 싶다. 여전히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여전히 도전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곳, 바로 우주다. 와이즈베리의 인간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지식 시리즈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그 네 번째 이야기는 바로 우주에 관한 개념들에 초점을 맞춘 <<우주의 통찰>> 이다. 이 책은 동료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격식을 차리지 않은 대화를 통해 과학계의 최신 동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식의 최전선에 닿는 방법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세련되고 정교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한 방에 몰아넣은 다음 스스로에게 묻곤 했던 질문들을 서로 주고받게 하는 것이다. 그 방이 바로 엣지다.”
엣지재단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주소록을 지니고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이를 이용”하는 지식의 전도사이자, 이 시대 최고의 인문과학 도서 편집인으로 평가받는 존 브록만이 1996년 창립한 지식 공유 모임이다. 스티븐 핑커, 대니얼 카너먼, 나심 탈레브, 재레드 다이아몬드 등 세상을 움직이는 학자, 사업가, 예술가, 기술자들이 엣지에 모여 학문적 성과를 나누고 지적 탐색을 펼치고 있다.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는 존 브록만이 그동안 엣지의 지적 성과를 담은 인터뷰, 기고문, 강연문 등의 글들 가운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지식으로 손꼽히는 테마들을 편집해 마음, 문화, 생각, 우주, 생명의 다섯 분야로 집대성한 것이다. (출판사 서평 中)

 

이 책은 급팽창이론의 아버지인 앨런 구스의 2001년 강연을 담은 [우주론의 항금시대]를 시작으로, 1년 뒤 코네티컷의 이스트오버 팜에서 개최된 엣지 모임에서 프린스턴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인 폴 스타인하르트가 강연한 [순환우주론] 그리고 이어 앨런 구스의 [급팽창 우주] 강연을 담고 있다. '영원한 혼돈 급팽창 이론'의 아버지이자 스탠퍼드대학교 이론물리학자인 안드레이 린데의 [풍선을 만드는 풍선을 만드는 풍선]에서는 다중우주와 그로부터 부상하는 인간원리를 강조하고 있으며, 하버드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 리사 랜들의 [브레인이론]과 페리미터 이론물리학연구소장 닐 투록의 [순환우주]에서는 끈이론에 등장하는 2차원 구조물과 순환우주론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존재인 브레인의 이론에 대해 자세히 수록하고 있다. 캘리포니터공과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 션 캐럴은 [우주는 왜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까?]를 통해 "왜 우리의 관찰 가능한 우주는 전혀 때묻지 않은 순수한 규칙성과 질서의 상태에서 출발했을까?"라는 미스터리를 깊이 파고들고 있다.

 

우리가 지금 여기 이 방 안에 있을 때, 혹은 부엌에서 계란으로 스크램블을 만들거나 커피에 우유를 탈 때 시간의 방향성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어떤 중요한 물체와 물리적으로 가까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영향력이 큰 어떤 사건의 여파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건이 바로 빅뱅이다. 빅뱅은 이 세상의 모든 시계를 맞춰놓았다.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진화해왔고, 우리가 태어나고 죽는 이유는 무엇이며, 왜 그와 반대로 죽고 태어나지 않는지, 그리고 어제 일어난 일은 기억하는데 내일 일어날 일은 기억하지 못하는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있다. 이렇게 발현되어 나오는 과거와 미래 사이의 모든 차이점은 모두 동일한 원천에서 비롯된다. 그 원천은 바로 빅뱅의 낮은 엔트로피다. (본문 155p)

 

영국왕립천문학자인 마틴 리스는 [매트릭스 안에서]를 통해 우리가 초지능을 가진 슈퍼컴퓨터가 만들어낸 시뮬레이션 속에 살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였고, 온타리오 워털루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 리 스몰린은 [자연에 대한 생각]을 통해 시간의 본성에 대해, 스텐퍼드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이자 끈이론의 아버지인 레너드 서스킨드는 [풍경]에서 인간원리와 끈이론의 초기 역사에 대해 논하고 있다. 스몰린과 서스킨드는 [인간원리]에서 스몰린의 우주 자연선택이론, 그리고 인간원리의 효용성을 주제로 싸움을 벌였고 마르세유 메디테라니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확실성이 아니다]를 통해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다질 것을 권하고 있다.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존재, 즉 인간이 명확한 의미에서 원자와 항성의 중간에 해당하는 존재라는 점이 흥미롭다. 우리 몸에 들어 있는 원자의 숫자만큼 인체를 모으면 그것이 바로 태양의 질량이 된다. 이것은 대단히 정확한 진술이다. 원자의 질량과 태양의 질량의 기하평균은 55킬로그램이다. 사람의 평균 질량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본문 176p)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확실성이 아니다.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의 지식 수준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사고방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과학은 확실한 것이 아니라 대단히 신뢰할 만한 것이다. 사실 과학은 확실하지 않다. 확실성의 결여가 바로 과학의 토대다. 과학적 개념이 믿을만한 이유는 그것이 확실하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모든 비판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학이 믿을 만한 이유는 모든 사람의 비판에서 공개적으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문 303p)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우주론학자 로렌스 크라우스는 [텅 빈 공간의 에너지는 0이 아니다]에서 암흑에너지의 수수께끼를 얘기했고, 컬럼비아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 폴 스타인하르트, 그리고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아인슈타인 : 엣지 심포지엄]을 통해 만약 아인슈타인이 지금 살아 있었다면 21세기의 이론물리학을 어떻게 바라보았을 것인지에 대해 추측하였다. 과학역사가 피터 갤리슨은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를 통해 동시대 인물이자 20세기 초반 물리학의 두 거인인 아인슈타인과 앙리 푸앵카레의 유사점과 근본적 차이점에 대해 고찰했으며,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의 양자공학자 세스 로이는 [양자 원숭이]를 통해 어떻게 우주가 스스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였다. 코넬대학교의 수학자인 스티븐 스트로가츠는 [반딧불이가 뭐 중요하다고]편을 통해 동기화되어 빛을 내는 반딧불이 무리 속에서 우주적 함축을 발견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우주의 통찰은>>은 이렇게 이론물리학, 천문학, 천체물리학, 응용수학, 양자공학 등 각 분야의 선구자 21인의 주요 연구와 핵심 이론을 아우르는 내용들을 담아내고 있다. 위대한 석학 21인이 전방위적 관점에서 우주의 기원과 미래 그리고 남겨진 난제들까지 파헤치고 있는 이 책은, 동료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격식을 차리지 않은 대화를 통해 과학계의 최신 동향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진정한 제3문화의 정신에 따라 모든 내용이 전문용어도, 방정식도 사용하지 않고 일상용어로 표현되는 것을 큰 장점으로 여기기고 있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광대한 우주 속으로 여행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어쩌면 우주에서 감자가 아닌 사과나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지도…….

 

나는 과학의 목적을 예측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실제 모습이 무엇이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행동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발견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을 검증하는 것이 바로 관찰이다. 하지만 우리 갖고 있는 작고 변변치 않은, 편협하고 오류투성이인 관찰 방식이 우리의 경험을 훨씬 뛰어넘는 이론과 실재에 대한 지식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그 방법을 알고 있다. 이것이 과학이 정말로 놀라운 점이며, 내가 추구하는 과학의 일면이다. (본문 496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