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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바디
김휘 지음 / 새움 / 2016년 2월
평점 :
이 소설은 깨어난 냉동인간은 어떤 미래를 경험하게 될까,라는 작가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이 궁금증은 나 역시도 가져본 적이 있었다.
냉동인간이 깨어났을 때 만나게 되는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흔히 과학상상화를 그릴 때마다 그려본 최첨단 과학의 도시일까?
과학상상화는 날 수 있는 자동차, 바닷속 도시 등으로 그려지지만, 이 소설에서 미래는 모든 것이 오염된 세상이다. 환경오염은 정상아 출산에
지장을 주어 이형인이 생겨났으며, 세상은 '정상인 인구수 유지'가 필요해졌다. 결국 정상인들은 임신을 통해 이형의 신체를 가진 아이를 낳게 될
것이기에 임신을 하면 안 되었고, 대신 아이를 원한다면 인공자궁플라자에서 공급하는 정상아를 주문 입양해야 했다. 이것이 미래의 모습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나빈은 인공자궁플라자의 인구조절부서에 근무하며 인구정책상 이형인 부부에게 허용되는 자녀의 수가 셋까지였으므로 네 번째
아이를 거둬가는 일을 맡고 있다. 이 일은 범죄의 표적이 되었고 빈은 이형인 패거리에게 폭행을 당한 후 병원에서 깨어났다. 깨어났을 때 빈은
응급실 통로를 오가는 사람들 너머 차갑고 집요한 데가 있는 눈이 자신을 보고 있었음을 발견했지만 그 눈은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이형인 간호사는
집에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고, 빈은 자신이 폭행당한 그날 걸려온 아버지의 음성메시지를 확인했지만 급히 할 말이 있다는 아버지의 숨찬
목소리는 중간에 끊겨 있었다. 퇴원 후 빈은 자신을 아버지의 친구라고 소개한 박영기 기자를 만나게 된다. 빈은 그가 병원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차갑고 집요한 눈길의 그 남자였음을 알게 되는데, 그는 빈이 일곱 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 연락되지 않는 아버지에 관해 집요하게 물으며
테러단체가 아버지를 찾기 전에 먼저 찾아야 한다며 그동안 빈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건네며 아버지를 찾게 되면 알려달라는
당부를 하고 사라졌다.
아버지의 집을 찾아간 빈은 누군자 아버지의 집을 뒤진 것을 발견하게 되고 자동응답기에 남겨진 일과 관련된 메시지를듣고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보았으며,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버지를 최근에 보았을 법한 사람들을 찾아나섰지만 알 수 없었다. 아버지를 찾아다닌 지 5일째 되는 날
빈은 아버지의 과거,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의문, 아버지가 숨어 있을 가능성, 테러단체와의 연루 등에 어두운 생각에 단서 하나라도 건져보겠다는
일념으로 몇 번이나 집을 뒤져보았다. 서재에서 그는 제갈영웅이란 이름을 세상에 알린 『냉동인간』시리즈를 발견하고 그와 아버지의 일련의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거실 탁자 위 우편물 더미에서 파피루스 헌책방 낭독회 안내서를 발견하게 되고 빈은 그렇게 아버지 나무의 흔적을 쫓아가게
된다. 흔적을 쫓아 찾아간 파피루스 헌책방에서 빈은 아버지가 쓴 종이 뭉치를 발견하게 되고 아버지가 건강한 생식세포 생산용으로 사육되는 개체이자
인공자궁플라자가 관리하는 생식세포 생산시스템 퓨어바디, 지구 생태환경 보존을 위해 창립된 환경보호단체였던 가이아수호연대와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당신들이 말하는 정상이니 전형이니 이런 게 대체 뭐냐구요? 어차피 그건 가상의 산물일 뿐 아닌가요? 이형인들이 없다면 정상이니 전형이니
따위가 무의미하겠죠. 당신 역시 이형일 뿐이라구요. 서로가 서로에게 이형인 겁니다. 그런데도 당신네 정상인들은 이형인들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시선
아내로 보려고 하죠. 심지어는 괴물 보듯 말이에요. 괴물을 구경하고 싶나요? 그럼 거울을 보세요." (본문 87p)
그렇게 빈은 아버지의 부재 이후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가면서 지금까지 믿고 있던 것들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게 되고, 어머니의 죽음과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정상인 인구 유지를 위한 퓨어바디 뒤에 감춰진 진실 속에는 인간의 욕망과 허영이 숨겨져 있었다.
"당신이 인태된 거라고 생각해요?
엄밀히 말해서 정상인인 당신은 잉태된 게 아녜요. 배양된거지요. 표현이 좀 그래서 미안하지만. 어쨌든 당신은 태어난 게 아니라 당신을
입양한 부모가 인공자궁플라자에서 선택한 퓨어바디의 생식세포로 만들어졌다는 거예요. 당신은 특허 붙은 생명일 뿐이라고요. 그러면서도 당신은 나
같은 이형인들을 보면서 당신이 정상인이라고 안도하죠. 안 그런가요?" (본문 86p)
<<퓨어바디>>는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그의 흔적을 따라가는 아들 빈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개념으로 나뉜
세상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통해 다름에 대한 인식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비정상인 이형인들을 차별하면서 정상인 자신들은 우쭐해한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자본가들의 탐욕을 부추기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의 SF 영화를 보는 듯한 흥미진진한 이 소설은 굉장한 흡입력을 갖고 있다.
다음 날의 출근도 잊은 채 늦은 시간까지 책을 다 읽고서야 마음 편하게 책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처음 접하게 된 김휘 작가의 이야기는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그의 전작 <해마도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2013)되었으며, KBS 라디오 극장 드라마로
편성(2016)되어 방송되기도 했다고 하니 이 또한 궁금해진다. 이 소설을 통해 김휘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본다.
(이미지출처: '퓨어바디' 표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