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남자가 사는 법 - 대한민국 남자들의 7가지 행복 리스타트
이경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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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제였던가? 중년 남성들의 우울증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 때 가족을 위해 젊음을 바쳐 열심히 일하였으나 그 시간만큼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가족들에게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나이가 들면서 점차 회사에서는 퇴출위기니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에서도 소외됨으로써 중년 남성들의 우울증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보니 남편 역시 중년의 나이가 되었고 이런 소외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애교쟁애 막내 아들 녀석이 아빠 뒤만 졸졸 쫓아다니는 탓에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는지도. 이 기사를 보면서 이렇다할 취미도, 좋아하는 것도 그닥 없는 남편이 걱정되어 이런저런 취미를 권해보았지만 남편의 반응은 냉담했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한 권의 책이 바로 <<옆집남자가 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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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 같던 젊음은 잔주름과 흰머리만 남긴 채 사라졌고, 세상을 녹일 듯 뜨거웠던 열정은 어느 순간 식어 재 한 줌 남기지 않고 날아갔다.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라 믿었던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는 하나둘 끊어져 이젠 속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도 몇 남지 않았다.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세상은 그것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중략) 그렇게 가정으로 돌아와서 발견한 것 역시 시간의 간극이었다. (본문 6, 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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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바깥에서 악착같이 사는 동안 자신과 가정 사이에 커다란 시간의 구멍이 뚫리고 그 구멍으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빠져나간 것을 경험한 중년의 비애를 간직한 저자가 담아낸 책이다. 저자는 고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토지>에서 용이와 월선의 마지막 장면을 읽으며 자신의 생의 마지막에 아무 여한이 없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생활 속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통해 행복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고 한다. 그 작은 행동들은 바로 생명을 키우고, 쇼핑하고, 아내 대신 집안일을 해보고, 운동하고, 추억하고, 여행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것으로 총 7장을 통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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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하는 것에서 영 기쁨을 느끼지 못하던 작가가 해외 직구족이 되면서 아이들에게 어깨에 힘 잔뜩 주게 되고 아내를 위해 밥솥을 주문해주고 좋아하는 아내를 보면서 쇼핑의 맛을 느끼며 새로운 기쁨을 얻게 되었다. 전혀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예고도 없이 짠 하고 등장한 고양이는 녀석의 몸짓 하나에 온 시선을 집중하게 했고, 녀석을 한 번이라도 더 안아보기 위해 서로 다른 일에 몰두할 시간에 모두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하며 웃고 떠들게 했는데 가장인 자신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한낱 '미물'이라 불리는 고양이가 쉽게 해내는 것을 본다. 집에서 가장인 자신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되었지만 저자는 고양이로 인해 새롭고 놀랍고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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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으려면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절대 닫아서는 안 된다. 활짝 열어놓고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시해야 한다. 밖에서는 숱한 일들이 일어난다. 무쌍하게 변화한다. 새로운 것도 수시로 생겨난다. 옛것은 먼지처럼 흩어져 사라진다. 그런 사실을 깨닫고 이해해야 내 생각, 내 논리만 옳다는 독선적인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잇다. 결론은 이것이다.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순간, 늙는다. (본문 2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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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가장들은 집안 일을 잘 도와주고, 때로는 전업 주부로서의 삶을 살기도 하면서 집안 일이 여자의 전유물이 아님을 몸소 실천하고 있지만 현재 중년의 아버지들은 집안 일을 하면 큰일(?)이 나는 줄 알고 있다. 집안일을 그까짓 것이라 생각했던 저자는 주말부부가 되면서 '그까짓 것'이 '엄청난 노동'임을 깨닫게 되고 새로운 발견을 경험하기도 했으며, 운동하고 추억하고 여행하면서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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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 흔한 자기계발서처럼 꼭 해야한다고 강조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경험과 자신이 느낀 것을 있는 그대로 수록해 놓았을 뿐이다. 무엇보다 그가 건넨 7가지 실천 방식이 그리 어려운 것도 없다. 젊음은 사라지고 나이가 든 자신을 발견할 때 생기는 허무함, 가족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음에도 가족에게 소외되고,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 중년 남성들의 우울, 허무, 소외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남편에게 건네기보다 내가 먼저 읽어본 것은 참 다행인듯 싶다. 여자들은 이해할 수 없을 남편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고령화가 되어가면서 노후의 생활은 더욱 길어지고 있다. 지금부터 자신의 행복, 즐거움을 찾아야 나 자신을 위한, 그리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듯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중년이 된 남편과 나에게 작은 발견으로 행복을 찾는 법을 알려준 멋진 선물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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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권재희 글.그림 / 노란상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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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예쁜 그림책을 한 권 만나보게 되었네요. <노란상상 그림책> 시리즈 34번째 이야기 <<책벌레>>가 바로 그것입니다. 책 속에는 정말 많은 정보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지혜, 삶의 가치 등 다양한 이야기와 많은 상상의 세계가 담겨져 있지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그 말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리가 없죠. 이럴 때는 엄마의 백 번의 말보다 예쁜 그림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게 더 좋을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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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의 주인공 책벌레는 도서관에 삽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813.7-15-120'이 책벌레의 집이죠. 이곳에는 주인공 외에도 친구들이 같이 살고 있어요. 그들은 멋진 날개를 가지고 있답니다. 때문에 날개가 없는 주인공은 친구들과 함께 놀 수가 없지요. 그래서 주인공은 친구들이 훨훨 날아다닐 때 혼자 앉아 책을 읽는답니다. 책벌레가 외로워 보인다구요? 천만에요. 책벌레는 전혀 외롭지 않았어요.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노는 게 정말 좋았거든요. 책벌레는 책을 읽는 동안은 훨훨 날 수 있었고, 어둠을 물리치는 모험을 하고, 가 보지 못한 곳을 여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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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그런데 문제가 생겼네요. 파리가 거미줄에 걸려 바둥대고 있었거든요. 책벌레는 얼마 전에 읽었던 책 속의 영웅들을 생각하고는 용기를 내서 파리를 구했답니다. 책벌레는 창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꿀벌을 위해 책에서 읽었던 것처럼 지렛대의 원리로 꿀벌이 밖으로 나가도록 도와주고, 날개가 너무 초라해 보여서 울적해하는 나방을 위해 손전등으로 나방에 화려한 날개를 만들어주었고, 지는 해를 바라보는 하루살이에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답니다. 그러자 친구들은 책벌레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어요. 물론 책벌레는 책에서 봤던 멋진 이야기로 대답해 주었지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졌어요. 그러다보니 책벌레에게 날개가 생겼답니다. 그러자 친구들이 책벌레의 특별한 날개가 부러웠는지 책을 읽기 시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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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는 작은 책벌레를 통해 책 읽는 즐거움과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답니다. 책에서 읽은 지식과 지혜로 친구들을 도와주는 책벌레를 보면서 아이들은 책을 읽었을 때 어떤 즐거움이 있으며, 책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에요. 짧지만 정말 예쁜데다 크고 풍성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한 단계 성장한 책벌레처럼 우리 아이들도 책과 함께 예쁘게 성장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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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책벌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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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단비어린이 그림책 4
카트린 괴퍼르트 글, 마리온 괴델트 그림, 박성원 옮김 / 단비어린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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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두 녀석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싫어' 입니다. 물론 '숙제해라''양치해라''자라''책 읽어라''공부해라' 등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잔소리만 늘어놓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싫어''아니'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어쩌면 이 책의 주인공 파울이 봉투에 담긴 '싫어'를 모두 꺼내 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으나, 대부분은 아이에게 자기 주장이 생겨나는 성장의 과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렇게 자기 주장이 생겨나면서 부정적인 단어를 자주 사용할 경우 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대부분은 다그치고 윽박지르면서 고치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그보다 단비어린이 <단비어린이 그림책>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 <<싫어!>>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본다면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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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오후, 파울은 놀이터 의자 뒤편에서 봉투 하나를 주웠어요. 그 봉투 속에넌 "싫어"들이 담겨 있었고, 파울은 "싫어"들을 전부 밖으로 꺼내 주기로 마음 먹지요. 엄마가 파울에게 집에 가자고 부르자, 파울은 "싫어!"라고 큰 소리로 대답하네요. 그러자 빨간색과 은색 "싫어!"가 봉투 밖으로 툭 튀어나옵니다. 엄마는 세 번 더 파울을 불렀고, 그때마다 봉투 속에 들어 있던 아주 커다랗고 시끄러운 "싫어"를 밖으로 꺼냈지요. 그건 무척 신 나는 일이었습니다. 엄마에게 끌려 집으로 들어온 파울은 '신발 벗어, 잠바 걸어 놔, 목욕탕에서 손 좀 씻어'라는 엄마의 말에 모두 "싫어!"라고 대답합니다. 엄마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엄마는 평소보다 조금 거칠게 신발을 벗기고, 잠바를 걸어 놓고, 파울을 목욕탕으로 데려가서 손을 씻겼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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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소시지와 감자 샐러드입니다. 배가 많이 고팠던 파울은 접시에 있던 음식을 몽땅 먹어 치웠어요. 엄마가 "파울, 소시지 하나 더 줄까?"라고 묻자, 소시지가 더 먹고 싶었던 파울의 마음과 달리 봉투에서 "싫어!"가 툭 튀어나왔지요. "그럼 과일 줄까?""파울, 어디 아파? 아프면 엄마한테 꼭 말해야 돼, 알았지?"라는 걱정스러운 엄마의 말에도 "싫어!"가 재빨리 튀어나와 버렸습니다. 파울은 기분이 나빠졌어요. 그러나 목욕을 할 때도 파울의 "싫어!"라는 대답은 계속 되었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인상을 쓰며 마음대로 하라고 하십니다. 잠자리에 누워 뽀뽀를 해달라는 엄마의 말에도 파울은 싫다고 대답했지요. 그날 밤 파울은 잠이 오지 않았어요. 엄마에게 잘 자라는 뽀뽀를 하지 않았을 뿐인데, 이불이 아주 차갑게 느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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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에도 파울의 "싫어!"는 계속되었습니다. 유치원을 가는 길에도, 유치원에서도 말이죠. 그러는 동안 봉투 속 "싫어!"가 모두 사라졌고 파울은 드디어 "좋아요!"라고 대답하게 되었습니다. 이 그림책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싫어!"라고 대답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한다는 해결책을 주지는 않지만 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거에요. "싫어!"라는 대답이 얼마나 기분 나쁜 단어라는 것을 말이죠. 주위 사람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싫어!"라는 단어는 마음이 슬퍼지는 단어라는 것을 파울을 보면서 알게 될 것입니다. 부모는 파울의 엄마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될 거 같아요. 아이는 자라면서 자기 주장이 생기고 "싫어!""아니!" 등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게 되는 시기가 오게 됩니다. 파울의 엄마는 파울이 그 시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 같았어요. 다그치지도 않고 아이에게 화를 내지도 않습니다(물론 화는 났지만..).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바라봐 준 것이지요.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아이에게 부정적인 부모의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가 부정적인 단어를 오히려 더 강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싫어!>>는 이렇게 아이에게 "싫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안되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가르쳐주고 있답니다. "싫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아이에게 파울 친구를 소개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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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싫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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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사노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100만 번 산 고양이>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그림책 중 하나입니다. 백 만 번을 살아보고서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 고양이의 이야기는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겨 주었지요. 읽어본 지 꽤 오래된 그림책이었는데 저자 사노 요코의 첫 에세이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를 읽으면서 다시 떠올려 보게 되었네요. 저자는 <사는 게 뭐라고>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가라 하는데 사실 제게는 낯선 작가였어요. 그러다 작가의 이력을 보고서야 그제야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저자라는 걸 새삼 다시 알게 되었답니다. 내게 깊은 여운을 남겨준 그림책의 저자가 쓴 에세이는 저자와 친숙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 그림책을 쓴 작가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 삶이 너무도 궁금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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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내 인생의 테마 같은 건 모른다.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우주 어느 부분을 핀셋으로 집어도, 거기에 내가 느끼는 조금의 진실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본문 1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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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집은 사뇨 요코가 40대에 쓴 첫 에세이집으로 어린시절부터 유학 시절, 그리고 40대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기억의 편린들을 모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녀의 글 속에서 가난으로 평탄하지 않았던 삶이지만 당당했던 그녀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어요. 그녀의 당당함은 여명 선고를 받은 순간 우울증이 싹 가실 정도로 즐거웠다고 했다는 일화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죽음 앞에 두려움 없이 당당했던 것은 그녀가 스스로의 삶을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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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이 좁아진다'는 표현을 처음 들었다. 내가 아는 '세상'이 아닌 '세상'의 모습이 생생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게 '세상'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막연하게 나를 둘러싼 것으로 조금은 진부하고, 조금은 나를 방해하는 것이어서 걷어차버리고 싶은 존재였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세상이란 한 사람 한 사람 살아 있는 인간의 연결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본문 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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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가난했던 유학 시절, 계모가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혼났던 어린 시절의 추억, 그리고 일찍 세상을 떠난 오빠, 유학 중 만나게 된 한국 사람들과의 인연, 도쿄 우시고메에 사는 이모 집에서 하숙하던 때의 일화 등이 섬세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냈습니다. 그 중 오빠와 함께한 고양이 실험에 대한 에피소드를 보면서 그녀가 유독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고양이 이야기를 담아낸 이유를 어렴풋이 알 듯 싶었습니다. 이들 이야기 속에는 그녀의 여리면서도 강인한 면이 많이 부각되고 있어요. 2010년 72세에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사뇨 요코의 삶은 아무래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야기에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던 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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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오빠를 배신하는 것 같았다. (중략) 오빠가 어린아이일 때 죽은 사실은 내게 고정된 환상을 심어 주었다. (중략) 그림 그리는 일이 사실은 오빠 같은 사람에게만 허락된 일이라는 환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중략) 나는 그런 착각이나 자신감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보통 사람으로서 그림을 계속 그렸고, 사람들 대부분 보통 사람이란 걸 알았다. 그리고 보통 사람도 저마다 소중한 자신임을 깨달았다. 보통 사람이 보통인 자신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 (본문 157,158,1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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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를 읽을 때 작가는 어떻게 이런 그림책을 그릴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짧지만 강렬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이었기에 큰 매력을 느꼈던 거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아하는 그림책의 작가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죽음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었던 사노 요코는 에세이를 통해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갈 이유를 생각해보게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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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상력 풍부하게 살고 싶다. 불손하지만, 많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상상력은 난처한 일을 산더미처럼 안고, 남들이 별로 부러워하지 않는 생활을 평범하게 쌓아가며 얻을 수밖에 업다고 생각한다.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현실에 계속 직면해야 상상력이 생겨나는 거라고 나는 고집스럽게 믿고 있다. (본문 161,1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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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언덕 단비청소년 문학 2
창신강 지음, 최지희 옮김 / 단비청소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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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수탉 분투기><탁구왕 룽산><나는 개입니까>로 잘 알고 있는 창신강 작가의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예쁜 책 제목과 표지로 눈길을 끄는 <단비청소년문학> 시리즈 2번째 이야기 <<하늘 언덕>>이지요. 산뜻해보이는 책이지만 내용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상처받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요. 그렇다고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 속에서 희망을 찾아낼 수 있으며 서로 위로받고 치유받을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이지요. 우리나라 어린이,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꼴찌라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되는만큼 우리 아이들에게 크고작은 마음의 병이 존재하고 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교 폭력, 왕따, 가정 폭력 등으로 자살까지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의 병은 얼마나 곪아 있었던 걸까요? 친구로부터, 가족으로부터, 폭력으로부터 얻게 된 마음의 병을 어떻게하면 치유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해법이 <<하늘 언덕>>에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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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존재하는 하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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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언덕은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곳이다.

그곳은 꿈꾸는 아이들을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미래를 보여 준다.

하늘 언덕은 상처받은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다.

그곳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표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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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배경은 '차오포'라고 불리는 마을입니다. 어느 날 어떤 남자아이가 들것에 실려 차에서 내렸어요. 어른 네 명이 들것을 들어야 할 정도로 남자아이는 엄청나게 뚱뚱했지요. 그런데 들것에 누워 있던 남자아이가 갑자기 눈을 떠 들것에서 내려와 주위를 살폈지요. 들것을 들고 온 사람들은 주저앉아 아이가 혼자 걷는 것을 믿을 수 없어 했어요. 차오포 마을은 그렇게 걷기 싫어하던 아이가 걷게 되는 신기한 마을입니다. 이 남자 아이는 루창창으로 나이는 열두 살이지만 몸무게는 74.5킬로그램에 달해요. 체육 시간만 되면 놀림을 받던 루창창에게는 체육 공포증이 생겼고 그 마음의 병으로 이 마을에 오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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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포 마을의 아동 심리 치료 센터에는 루창창 외에도 마음이 병을 가진 아이들이 있습니다. 하루에 세 번쌕 돈을 세야하는 진상상, 부모의 이혼으로 달마다 집을 옮겨 다니면서 부모의 눈치를 보게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생각이 들게 되자 더 이상 누구의 말도 믿지 못하게 된 쑤이신, 자기 자신을 심하게 학대하는 남자아이 신신, 덩치가 크고 건장한 아빠로 부터 늘 혼나고 두들겨 맞으면서 아빠와 닮은 뚱뚱한 거위나 강아지를 괴롭히는 리취안취안, 매일 거짓말을 하는 런전, 어릴 때부터 발레에 재능이 있어 부모로부터 큰 기대를 받았지만 그 부담감으로 인해 수많은 꿈을 죄다 버린 허위샹 등은 이렇게 마음의 병을 갖게 되면서 이 마을에 오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차오포 마을에는 아이들의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 위한 의학적 치료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들은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치유되어가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 누구의 강요도, 미움도, 폭력도 없었던 평범한 하루를 보내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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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언덕>>은 마음의 병을 가진 아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이야기이지만 그보다는 어른들에게 먼저 권하고 싶네요.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 어른들에 의해 마음의 병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질책과 기대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믿고 기다려주는 것, 스스로 생각하고 깨우칠 시간을 주는 것이 더 절실한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하지만 어른들은 기는 아이에게 걷기를, 걷는 아이들에게 뛰기를 바라며 채찍질합니다. 때로는 그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의 병을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아이들이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었던 차오포 마을은 결코 특별한 곳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이 꿈을 꾸고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곳이 차오포 마을인 것이지요. 그곳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 지금 서 있는 곳, 바로 그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부모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잔잔하면서 따뜻한 이야기는 아이들에게도, 부모인 저에게도 위로가 되어주네요. 책을 읽은 뒤에도 그 여운이 오랫동안 기억되는 책 <<하늘 언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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