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남자가 사는 법 - 대한민국 남자들의 7가지 행복 리스타트
이경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언제였던가? 중년 남성들의 우울증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 때 가족을 위해 젊음을 바쳐 열심히 일하였으나 그 시간만큼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가족들에게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나이가 들면서 점차 회사에서는 퇴출위기니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에서도 소외됨으로써 중년 남성들의 우울증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보니 남편 역시 중년의 나이가 되었고 이런 소외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애교쟁애 막내 아들 녀석이 아빠 뒤만 졸졸 쫓아다니는 탓에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는지도. 이 기사를 보면서 이렇다할 취미도, 좋아하는 것도 그닥 없는 남편이 걱정되어 이런저런 취미를 권해보았지만 남편의 반응은 냉담했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한 권의 책이 바로 <<옆집남자가 사는 법>>이다.

=

영원할 것 같던 젊음은 잔주름과 흰머리만 남긴 채 사라졌고, 세상을 녹일 듯 뜨거웠던 열정은 어느 순간 식어 재 한 줌 남기지 않고 날아갔다.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라 믿었던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는 하나둘 끊어져 이젠 속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도 몇 남지 않았다.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세상은 그것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중략) 그렇게 가정으로 돌아와서 발견한 것 역시 시간의 간극이었다. (본문 6, 9p)

=

이 책은 바깥에서 악착같이 사는 동안 자신과 가정 사이에 커다란 시간의 구멍이 뚫리고 그 구멍으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빠져나간 것을 경험한 중년의 비애를 간직한 저자가 담아낸 책이다. 저자는 고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토지>에서 용이와 월선의 마지막 장면을 읽으며 자신의 생의 마지막에 아무 여한이 없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생활 속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통해 행복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고 한다. 그 작은 행동들은 바로 생명을 키우고, 쇼핑하고, 아내 대신 집안일을 해보고, 운동하고, 추억하고, 여행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것으로 총 7장을 통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

쇼핑하는 것에서 영 기쁨을 느끼지 못하던 작가가 해외 직구족이 되면서 아이들에게 어깨에 힘 잔뜩 주게 되고 아내를 위해 밥솥을 주문해주고 좋아하는 아내를 보면서 쇼핑의 맛을 느끼며 새로운 기쁨을 얻게 되었다. 전혀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예고도 없이 짠 하고 등장한 고양이는 녀석의 몸짓 하나에 온 시선을 집중하게 했고, 녀석을 한 번이라도 더 안아보기 위해 서로 다른 일에 몰두할 시간에 모두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하며 웃고 떠들게 했는데 가장인 자신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한낱 '미물'이라 불리는 고양이가 쉽게 해내는 것을 본다. 집에서 가장인 자신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되었지만 저자는 고양이로 인해 새롭고 놀랍고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

늙지 않으려면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절대 닫아서는 안 된다. 활짝 열어놓고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시해야 한다. 밖에서는 숱한 일들이 일어난다. 무쌍하게 변화한다. 새로운 것도 수시로 생겨난다. 옛것은 먼지처럼 흩어져 사라진다. 그런 사실을 깨닫고 이해해야 내 생각, 내 논리만 옳다는 독선적인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잇다. 결론은 이것이다.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순간, 늙는다. (본문 245p)

=

요즘 젊은 가장들은 집안 일을 잘 도와주고, 때로는 전업 주부로서의 삶을 살기도 하면서 집안 일이 여자의 전유물이 아님을 몸소 실천하고 있지만 현재 중년의 아버지들은 집안 일을 하면 큰일(?)이 나는 줄 알고 있다. 집안일을 그까짓 것이라 생각했던 저자는 주말부부가 되면서 '그까짓 것'이 '엄청난 노동'임을 깨닫게 되고 새로운 발견을 경험하기도 했으며, 운동하고 추억하고 여행하면서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

이 책은 그 흔한 자기계발서처럼 꼭 해야한다고 강조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경험과 자신이 느낀 것을 있는 그대로 수록해 놓았을 뿐이다. 무엇보다 그가 건넨 7가지 실천 방식이 그리 어려운 것도 없다. 젊음은 사라지고 나이가 든 자신을 발견할 때 생기는 허무함, 가족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음에도 가족에게 소외되고,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 중년 남성들의 우울, 허무, 소외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남편에게 건네기보다 내가 먼저 읽어본 것은 참 다행인듯 싶다. 여자들은 이해할 수 없을 남편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고령화가 되어가면서 노후의 생활은 더욱 길어지고 있다. 지금부터 자신의 행복, 즐거움을 찾아야 나 자신을 위한, 그리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듯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중년이 된 남편과 나에게 작은 발견으로 행복을 찾는 법을 알려준 멋진 선물 같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