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의 꿈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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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 시절엔 꿈을 꾸고 나면 현실과 혼돈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행복한 꿈이 현실로 연결지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였을까?
가끔 작은 아이를 위해 그림책을 펼쳤을때, 삽화만으로도 매료되어 글이 필요없어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책들을 종종 발견한다.
말그대로 그림만으로 우리에게 즐거움과 환상을 느끼게 해주는 책...그것이야 말로 우리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그림책이 가지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펜으로 그린듯한 삽화는 화려한 색상이 없지만, 선 터치 하나하나만으로도 삽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현실적으로 묘사된 그림은 선과 명암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함을 강조하고 있다.


먹구름이 몰려와 벤은 마가렛과의 야구를 포기하고 집에서 지리 책을 펼쳤다. 책을 읽다가 빗방울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잠이 든 벤은 폭풍우 속에 잠겨진 유적들을 보게 된다.
11장의 책 페이지가 넘어가는 동안 한줄의 글도 없다.
페이지마다 펜(?)을 이용하여 사실적으로 그려진 유적지가 가득 담겨져 있다.

 

  

꿈에서 깨었을 때, 야구를 하자며 소리치는 마가렛이 와있다. 지리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는 마가렛도 벤과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꿈 속에서 벤이 여행한 유적지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한다. 4~7세 어린이에게 세계 유적지를 소개하기에 정말 딱!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단어로 장황하게 소개하는 그림책보다, 더욱 인상 깊게 남겨질 삽화는 유적지에 대한 강한 느낌을 전달해 줄 것이다.

책을 읽다가 행복한 단꿈에 벤처럼, 책 속에서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저자는 독서가 주는 즐거움과 행복함을 알려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런지...

(사진출처: ’벤의 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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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마음을 말하다 - 10대들이 직접 쓰고 번역한 리얼 심리 보고서
잭 캔필드 외 지음, WE GROUP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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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는 사춘기.
그 시기를 지나와 뒤돌아 생각해보면 수많은 고민과 생각 그리고 일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친구와 우정에 관한 것들이 아니였나 싶다.
더군다나, 이 시기에는 가족보다는 친구에게 더 관심을 갖고 사랑했으며, 부모님의 말씀보다는 친구의 말에 더 귀 기울이지 않았나싶다.
아무래도 사춘기때는,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고 같은 생각으로 공감해주는 사람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전 뉴스를 통해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두명의 여고생이 함께 자살하였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친구’’우정’이 이 삶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절감했으며, <관계형성>이라는 부분이 아직 제대로 정립되지 않는 사춘기의 아이들이 소위 ’왕따’로 불리우는 잘못된 관계형성을 통해서 타인에게 불행을 가져다주고 있는 사회의 한 단면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10대들이 직접 쓰고 번역한 리얼 심리 보고서>라는 부제목으로 출간된 <사춘기 마음을 말하다>미국의 틴에이저들이 저자 잭 캔필드에게 써보낸 사연을 한국의 10대 번역 모임인 WE GROUP의 8명의 아이들이 직접 번역한 책으로, 10대들의 리얼 심리 보고서이다.
이 책은 10대의 사춘기들이 가장 고민스러워하고, 가장 많은 감정을 할애하는 <친구><우정>의 문제를 주제별로 나누어 그들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사춘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나에게 힘을 주는 것’’아주 특별한 인연들’’우정과 우정 사이’’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마음이 아플 때’’곤경에 빠지는 순간’ 으로 나누어 친구와 우정을 통해서 느끼는 감정들을 8가지 주제로 담았다.

시를 통해서, 혹은 자신이 겪은 일을 일기 형식으로 담은 글들은 10대들이 겪었던 일들을 직접 담아놓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공감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른 도움도 많이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이 든다.
친구와 관계를 유지하고 형성함에 있어서 도움이 될만한 저자들의 멘토링과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심리 테스트 등은 친구에 관해 고민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풀어놓아 준 [울타리 뛰어넘기], 친한 친구에게 가졌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고 크게 상심했던 경험을 담은 [아!앤디], 멘토이면서 동시에 절친한 친구역할을 해주었던 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용기를 주는 사람], 절친했던 친구에게 사랑 고백을 받고 친구관계를 더이상 유지할 수 없었던 사연을 담은 [마음도 변한다], 남자친구 때문에 친구에게 소원했지만, 친구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옆에 있어준다는 이야기를 담은 [잇지와 내가 만든 역사] 등 이 책속에는 친구와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이랬던 적이...있었는데...’라는 공감을 할 만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난감한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좋은 친구역할을 할 수 있을지, 어떤 말을 해줘야 좋을지...등 고민을 해본적이 있다. 이 책은 그런 고민들 속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준다.
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친구와 다투거나, 짝사랑에 마음이 아플때 등 내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좋은 친구같은 책이다.

친구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형성하는 것은 나아가 사회생활에서의 인간 관계 형성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은 그 친구의 마음을 믿어주고, 용기를 주고, 경청해주고,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좋은 친구로서, 리더로서 혹은 사회생활에도 필요한 요소이다.
그 마음을 배울 수 있는 책,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책 <사춘기 마음을 말하다>는 사춘기의 여린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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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파이어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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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본 작가의 책을 집어 들었다. 꽤 유명한 저자인 듯 싶은데, 일본 소설을 많이 접하지 않았던 나에게는 이 저자는 낯설기만 하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처음 접해본다. 읽으면서 책속에 푹 빠져서 흥미롭게 읽어내려간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흥미로운 주제 속에 담겨진 ’선’과 ’악’ 그리고 ’죄’와 ’벌’ 에 이야기가 밑바닥에 깔려져있어 더 이끌렸던 듯 싶다.

요즘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화가 많이 난다.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듯한 사람들의 기사, 한 사람을 불행으로 이끌어 놓는 파렴치한 인간들(?)에 대한 기사를 보면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더욱이 죄가 무엇인지 제대로 구별하지도 못하는 듯한 어린 아이들에 대한 기사를 읽노라면, 더욱 무서운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 사회는 ’죄’’악’이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는 아이들은, 그들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에 이끌려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크로스파이어>에는 이러한 무서운 세상이 담겨져 있다. 무섭지만 흥미로운 주제, 그래서 자꾸 끌리게 되는 주제인 거 같다.
미성년자들의 죄는 늘 죄보다는 가볍게 (?) 벌을 받는 경우를 본다. 그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그들의 죄가 아무리 무겁다해도 말이다.
허나, 피해자에게는 미성년자가 아니라 ’죄인’인 뿐이며, 피해자에게는 이미 큰 상처와 아픔을 남겼다.
그들의 상처는 누가 치유해줄 것인가 말이다.
’아오키 준코’는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스스로 나서게 되었다.
’염력 방화 능력’을 가진 준코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에게 자신의 능력을 조절하는 능력을 배워왔고, 스스로 힘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으나, 몇년 전 여고생의 연쇄살인 사건이 미성년자이고 물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범인들의 판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준코는 스스로 그들을 ’처형’ 하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사건 속에서 준코는 법을 대신한 새로운 집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준코를 뒤쫓는 형사들의 포위망이 점점 좁혀지고 있으며, 아무도 모르게 진행되고 있었던 준코의 집행을 지켜보고 있는 ’가디언’들은 준코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방화에 대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형사 치카코는 마키하라 형사의 어린 시절 기억을 전해듣게 되고 그들은 ’염력 방화 능력’에 대해 서서히 접근하게 된다.
형사 마키하라는 어린 시절, 동생이 불타서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미안합니다.태워버려서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라는 말을 했던 여자 아이를 떠올린다.
반면, 준코는 어린시절 불태웠던 아이, 옆에서 울고 있던 소년의 꿈을 꾸게 된다. 

준코는 법이 처리하지 못하는 일을, 스스로 처리하고 있다는 자기 합리화를 통해서 살인을 하고 있다.
죄인 뿐만 아니라, 죄인을 죽이기 위해 다른 사람들 조차도...
동생이 죽은 건 슬프지만, 준코가 살인지가 되는 건 싫다던 다다 가즈키와의 헤어짐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의무라 여기는 준코의 모습은 이미 죄인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범인을 처형하는 것은 그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하는 준코는 과연 ’선’의 편인가?
그들이 범인이기에 앞서, 사람을 죽이는 준코는 그럼 ’악’의 편이라고 할 수 있는건가?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해지지 않는다.
죽어마땅하다고 생각되는 그들이 준코의 능력 앞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준코에게 ’정의’의 편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어떤 합리화 속에서도 ’살인’이 정당화 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책 속에는 또다른 염력을 가진 ’가오리’라는 이름의 소녀가 등장한다. 자신의 화를 염력으로 표출하는 아이.
어쩌면 그 아이는 준코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범인에 대한 분노, 범인을 잡아내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염력으로 표출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염화 능력이 스스로 조절되어 가지 못하고 있는 증거는 아닐지 싶다.
몇년 전 끝내 찾아내지 못했던 마지막 범인 한명을 죽이고 도망가는 준코의 마지막 모습은 스스로도 정당화 되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는 아닐런지...


읽는내내 흥미로웠다. 준코의 편에 서고 싶었다.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는 (그들이 미성년자라고 해도...) 죄인을 법 대신 처형했던 준코 편에 서고 싶었으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듯한 준코의 모습과 ’죄인’과 ’죄인 곁에 있던 인물’ 들조차 처형하는 준코의 모습은 그녀를 점점 죄인으로 몰아가게 한다.

준코와 형사의 행보가 펼쳐질 것이 예상되는 2편이 기대된다. 저자는 과연 준코를 ’선’ 혹은 ’악’ 어느 쪽으로 결말을 지어내었을까?
준코를 바짝 뒤쫓는 치카코는 과연 준코에게 어떤 결말을 지어줄 것인가?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의 한 사람인 나는 준코에게 어떤 결말을 줄 것인가? 

2편 준코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사진출처 :'크로스파이어1'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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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엄마! 마음이 자라는 나무 21
유모토 카즈미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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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 본다. 책 제목에 눈물이 떨어져 번져있다. 
’엄마’라는 단어만으로도 눈물이 나는 나이가 되어버린 나에게 눈물이 번진 제목은 눈물을 흘릴 준비라도 하듯이, 책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책만 보면 쉽게 울어버린 나, 오늘도 그렇게 잔잔한 감동이 물결치는 책 속으로 헤엄쳐본다.

청소년 소설치고는 그닥 두껍지 않은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옹골차게 들어가있다. 한 소녀의 성장과 이웃과의 소통을 통해서 세상 밖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담겨져 있는 책이다.
아직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 가름하지 못하는 나이에, 아빠의 죽음은 삶의 방향을 크게 틀어놓는다.
아빠의 죽음으로 엄마는 세상과 단절되었고,  그것은 6살 치아키에게도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했다.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엄마, 그리고 무작정 떠난 지하철 여행으로 알게 된 ’코포 포플러’
커다란 포플러 나무가 인상적인 집으로 이사를 하고, 엄마는 직장을 다니면서 세상과의 소통을 다시 시작했지만, 치아키에게 세상은 여전히 무서운 곳이다.

아빠의 죽음을 만화 속의 한 장면처럼, 뚜껑이 열린 맨홀에 주인공이 빠져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여기는 치아키에게 세상은 온통 어둡고 무서운 맨홀이 너무도 많았다.
직장을 다니던 엄마도 갑자기 자신을 떼어놓고 맨홀 뚜껑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고 무서웠던 치아키는 맨홀에 빠지지 않기 위해 늘 마음을 놓지 못했다.
낯선 학교 생활에선 친구를 한 명도 사귀지 못했고, 맨홀이 잔뜩 깔린 세상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잔뜩 긴장해야했다.
선생님이 내준 숙제는 반드시 했고, 준비물로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몇번이고 확인하고,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표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전 과목 교과서를 다 들고 다녔으며, 학교 가는 길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자물쇠를 확인해야했다.

그렇게 힘겹게 혼자 맨홀과의 사투를 벌이던 중 병이 나게 되었고, 직장을 다니는 엄마를 대신해, 주인 할머니가 치아키를 돌보아 주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치아키의 세상과의 첫 소통의 시작이였다.

’할머니’의 존재는 아주 커다랗고 튼튼한 울타리 같다. 엄마보다 튼튼하여 절대 허물어질 거 같지 않고, 엄마보다 더 포근하여 언제든지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존재.
아빠의 죽음으로 세상과 문을 닫게 된 치아키를 위해서 할머니는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아빠의 품에 다시 한번 안기고 싶어하고, 아빠를 그리워하는 치아키를 위해서 하늘에 계신 아빠에게 편지를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치아키는 아빠에게 편지를 쓰면서, 어둡고 무서웠던 세상속 무수히 많은 맨홀을 하나둘씩 지워나갈 수 있었고, 포플러장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치아키가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는 그렇게 할머니의 서랍속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었다. 할머니의 죽음이 조금씩 가까워 오듯이..

하지만, 치아키는 여전히 엄마가 맨홀 뚜껑만 같다. 세상을 떠난 아빠 이야기를 꺼내면 완고하게 거부의 태도를 보이는 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을 바쳐도 좋을만큼 눈물나게 하는 엄마...치아키는 자라면서 엄마에 대한 복잡한 감정 때문에 힘겨워한다.

엄마의 재혼과 함께 포플러장에서 이사를 한 뒤, 할머니도 포플러 나무도 잊고 살았던 치아키는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포플러 장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엄마의 편지 한장.
아빠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는, 다른 편지들과 함께 할머니의 관 속에 담겨질 예정이였고, 치아키는 그 편지를 통해서 엄마 혼자 간직해온 아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
아빠의 죽음을 외면하는 엄마에 대한 복잡한 심경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던 치아키에게 아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치아키를 더욱 절망하게 할 것이라는 걸 알기에, 엄마는 그렇게 아빠에 대한 마음을 굳게 닫고 있었다는 것을 치아키는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치아카 대신 그 고통을 엄마가 감내하고 있었음을....

나는 편지를 봉투 안으로 밀어 넣고, 여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엄마의 필체를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중얼거렸다.
"고마워, 엄마."
(출처: 본문 179페이지)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자식에게 고통을 지게하는 것보다, 어미인 내가 그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것이 어미가 가지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리라..
치아키가 가지는 아빠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지켜주고 싶었던 엄마는 딸이 주는 미움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그것이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여겼을 것이다.

슬데없는 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을 알고 모르고 별 차이가 없다고, (중략) 모든 것을 밝히고, 내 마음속도 모두 드러내고, 원망스런 말도 다 쏟아 내고, 자살만큼은 해선 안 된다는 것을 그 애의 뇔에 단단히 새겨 놓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할 수 없습니다. 그 애에게는 너무도 무거운 짐이 될 터이고, 아무리 강한 말로 다짐을 주어도 그 애가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는 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끝가지 비밀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것뿐입니다. 아마도 그 애는 그런 나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반항하기도 할 것입니다. 정말 불안합니다.


(출처: 본문 168~169페이지, 엄마가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중)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일만큼의 충분한 시간을 준 엄마, 아빠를 닮은 딸이 불안한 엄마와의 소통이 이제 시작되었다. 치아키는 이제 세상과의 소통이 아닌 엄마와의 소통을 할 때가 된 듯 싶다.
마지막까지 소통하는 법을 알려준 할머니는 치아키에게 첫 소통자였고, 소통의 연결고리였던 셈이다.

아빠의 부재로 세상과 문을 닫은 치아키가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담은 성장소설이라 짐작했지만, 마지막 엄마의 편지는 큰 반전을 주었다. 감동과 사랑과 소통이 무엇인지 알게해 준 한장의 편지.
조금은 일찍 그 편지가 치아키에게 전해졌다면 치아키는 이별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이겨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아빠와 닮은 딸을 걱정했던 엄마의 마음처럼 나도 그렇게 치아키를 걱정해본다.
지금의 슬픔을 이겨내고 있는 치아키가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엄마는 편지를 건넸다.
그리고 그것이 치아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여기면서....

짧은 글이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세상, 죽음, 소통, 엄마, 사랑 등 수만가지의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책 <고마워, 엄마>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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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수탉 분투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16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션위엔위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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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마당을 나온 암탉>을 떠올려본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잎새라는 암탉을 통해 모성애를 자극했던 내용이였고, <열혈 수탉 분투기>는 "토종닭"이 "나"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닭이라는 종족세계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사회 속의 "나’를 찾아보는 시간을 갖을 수 있는 내용이다.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려고하는 "하얀 깃털"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약자를 도와주면서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애썼던 "토종닭".

최고의 자리인 수탉으로서 자신의 울타리를 지키려고 목숨을 다하면서, "나"를 격려하고 주위를 돌아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했던 "아빠 수탉" 과 삶의 최저환경을 보장해주길 바라는 무언의 시위를 벌였던 "가짜 양키" 이모닭.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안주하면서 삶과 죽음을 기다리던 암탉들과 암평아리들...그저 맛있는 먹이를 주인이 주는대로 먹어 살이 찌고나면 식탁으로 올라가게 되는 신세가 되어도 먹이가 맛있기에 먹는다는 수탉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반성해야 하는 부분은 아닌가 되돌아본다.

이들 닭들은 모두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 보인다.

한 마리의 수탉만이 살아남는 닭의 세계에서 어떻게 든 살아남고 싶어 안간힘을 썼던 "하얀 깃털"은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을 가졌기 때문에 끝내 죽음을 맞이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토종닭"이라는 자존심을 갖고, 주위 닭들의 아픔을 돌아보는 마음을 가진 ’나’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수탉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알이 부화되고 다음 세대의 병아리들이 태어나면서 ’나’는 또다시 동족들의 삶과 죽음을 주인이라는 손에 맡기고 싶지 않았고, 늙어 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종족들을 이끌고 그곳을 빠져나온다.

잘못된 관습과 습관이 계속 반복되는 악순환 속에서도 개선하려는 의지보다는 서로 눈치보기 급급한 우리네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풀숲 깊은 곳, 그 곳에서 내 영혼은 어린 토종닭 한 마리가 길게 우는 소리를 오래오래 새겨들었다. 내 영혼은 그 소리르 따라, 멀리 떠나가는 내 가족들을 쫓아갔다. 나는 안다, 내 영혼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251p

좋은 먹이를 먹으면 갇혀지내기는 택하기보다는 배불리 먹지 못하여도 자유속에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하기를 원하는 ’나’의 모습과 ’토종닭’이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나’의 모습속에서 지금의 내 모습을 돌아본다.

지금의 나는, 그저 지금의 생활에 안주하면서 더이상의 발전도 노력도 하지 않으려는 그냥 지금의 삶이 편해져버린 수탉의 모습은 아닐까 싶다. 좀더 잘 해보고자 애쓰던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은 사라져버린 듯 하다. 이것저것 하고 싶고, 배우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묻어버렸던 일들을 다시금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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