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 뻔한 세상
엘란 마스타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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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에 대해 신선하리만큼 낙관적인 시선을 보여 주는 시간 여행과 평행 세계 이야기가 스릴 있게 전개되는 책" - 앤드 위어,《마션》작가

 

엘란 마스타이의《우리가 살 뻔한 세상》은 전 세계 26개국 판권 계약과 파라마운트사 영화화가 결정된 SF소설입니다. 작가 엘란 마스타이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이 책은 그의 첫 번째 소설이기도 하지요.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SF소설이라고 하니 조금은 식상한 소재가 아닌가 싶었는데 이 소재로 우정과 가족의 의미, 다양한 형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어 참 매력적인 책이라 생각됩니다.

 

이 책의 2016년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유토피아 사회입니다. 1965년 과학자 라이오넬 구트라이더가 발명한 무한 에너지 덕분에 인류는 오로지 즐거움만을 추구하며 살 수 있게 되었지요. 하지만 천재 과학자인 아버지와 달리 주인공 톰 배런은 바보 얼간이 취급을 당합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 회사에 낙하산으로 들어가게 되고 아버지의 총애를 받는 페넬로페 베슐러를 사랑하게 되지요. 그러나 톰 배런은 아버지의 시간 여행 프로젝트를 완전히 망쳐버렸고 페넬로페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게 됩니다. 톰 배런은 홧김에 시간 여행 장치를 타고 1965년으로 무작정 향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구트라이더 엔진 기계 레버를 돌려놓고 미래가 어떻게 바뀌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다시 2016년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렇게 그가 도착한 세상은 끔찍한 디스토피아였는데, 그 세상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16년이었습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역사가 바뀌었으니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내가 역사를 바꿔놓았는데도 나는 태어났고 지금 멀쩡히 존재한다.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시간의 닻'인 것이다. 내가 역사의 흐름을 일그러뜨렸기에 내가 존재할 수 있다. 내가 없어도 되는 역사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여기에 내가 존재하도록 만들어준 사건들은 그대로 일어나 평행 세계에서 내가 있던 시간에 나를 갖다놓은 것이다. (중략) 내가 사람을 죽인 것뿐만 아니라 수비억에 달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나 때문에 수십 억의 사람들이 태어나게 되었다고 해서 기분이 좋지도 않다. 내 감정은 나 때문에 존재조차 못 하게 된 사람들한테만 쏠려 있다. (본문 202,203p)

 

병원에서 깨어난 톰 배런은 건축가 존 배런이 되었고, 세살 어린 여동생과 토론대학의 물리학 교수인 아버지 빅터 배런, 엄마 레베카 크리텐데일 배런은 문학부 종신교수였습니다. 이 세상을 보고 좌절감에 빠진 톰은 실수를 만회하려고 노력하면서 원래의 2016년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지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톰은 성공한 자신의 모습과 따뜻한 가족들과 평생을 아껴 줄 여자까지 만나게 되면서 고민에 빠지게 되지요. 이 세상을 원래의 유토피아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는 책임감과 지금의 멋진 삶 사이에서 톰은 선택해야 합니다.

 

페니와 나. 우리는 세계를 다시 만들 것이다. 한 번에 건물 하나씩 그렇게. 페니는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것들을 좋아했고, 알고 보니 나 역시 그렇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페니와 우리 아이를 빼고, 우리가 가장 행복을 느끼는 것이 뭔지 알아낼 것이다. 그건 바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다. 건물을, 가족을, 삶을 만드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일, 그건 빨리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있다. (본문 486p)

 

우리는 미래에 대해 다양한 그림을 그립니다. 그 그림들의 대부분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있고, 바다 속에는 해저 도시가 존재하며 모든 로봇들이 일을 대신해주는 유토피아, 혹은 재해나 인재로 인해 피폐해진 사회일 것입니다. 첨단기술의 유토피아를 우리는 원하고 있지만 톰은 이전의 사회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합니다. 그곳이 정말 우리가 살아야 하는 세계인걸까요? 우리는 더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 더 나은 미래는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하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있다'라는 문구가 더 와닿는 것은 아닐까요? 조금은 식상한 소재라는 편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었으며 우정과 가족의 의미,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놀라운 책이었어요. 잠시나마 무더위를 떨쳐버릴 수 있는 책이었답니다. 이 여름에 잘 어울리는 책!

 

내가 살던 세상과 이 세상이 본질적으로 다른 면은 우리가 그 이유를 '모든 것이 풍족하다'는 사실에서 찾았다는 데 있다. 아무도 '왜'라는 질문을 할 필요가 없었다. 답은 명확했다. 우리는 행복했다. 우리의 목적은 이 행복을 유지하는 것이며, 거기에 우리가 기여할 방법이 있다면, 그래서 점진적으로 후세를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었다. 이전 세대가 우리를 위해서 그랬듯이 말이다. (중략) 어머니들은 돌아가셨다. 아들들은 아버지가 왜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여자들은 임신했지만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자살하는 사람도 있었다. (본문 118,1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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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간당 까또또 - 좋은 친구 단비어린이 문학
이재희 지음, 문보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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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간당 가또또》는 필리핀어로 '좋은 친구'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다문화 가정, 차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요. 읽다보면 가슴이 절로 따뜻해지는 이야기지요. 이제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으며,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차별과 편견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있습니다. 며칠 전(26일), 중동 남성에게 인종차별 행위를 하고 이를 말리는 주변 사람들까지 위협하는 영상이 공개되었지요. 주변 사람들까지 나서서 말렸지만 가해자는 언어 및 신체 폭력을 이어 나갔다고 해요. 요즘은 주변에서 외국인을 보는 일도, 다문화 가정을 보는 일도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그들을 차별하고 있는가 봅니다. 이에 단비어린이 문학 《마간당 가또또》에서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차별없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이 책의 주인공은 영우와 세븐입니다. 세븐은 코피노(한국인(코리아노)과 필리핀 사람(필리피노)의 혼혈아를 일컫는 말)로 아빠를 그리워하는 아이지요. 영우는 영어 어학연수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필리핀 행을 결정한 엄마를 따라 필리핀에 왔어요. 키가 작고 뚱뚱한 영우는 한국에서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필리핀에서도 들어서 무척 속상해했지요. 이날도 영우는 어김없이 놀림을 받고 도시락 가방도 빼앗겼어요. 그런 영우를 세븐이 도와주었어요. 그 뒤로 영우는 세븐과 친구가 되고 싶었지만 세븐은 곁을 두지 않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우에게 정말 재수 없는 날이 찾아왔습니다. 엄마의 심부름으로 카드를 들고 가다가 소매치기를 당했고, 학교에서는 도둑이라는 누명까지 쓰게 되었어요. 다행이 세븐의 도움으로 도둑의 누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도 두 사람은 친구가 되지요. 영우네 아떼가 나간 뒤로 영우네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세븐 엄마가 영우네 집안일을 도와주면서 세븐 엄마와 영우 엄마도 사사로운 일까지 솔직히 말하며 믿는 사이가 되었어요.

 

 

영우는 "아빠가 한국 사람이어서 그럴 거야"라고 말하려다 말았다. 영우는 그것이 동기가 되었을지는 몰라도 마음이 통한다는것은 국적을 떠난 순수한 우정이라고 믿었다. (본문 55p)

 

2월이 되면서 영우는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두 사람의 우정은 계속 되었어요. 그리고 10월의 끝 무렵 세븐이 한국에 오게 됩니다. 영우 아빠가 그동안 이곳저곳을 수소문해서 간신히 세븐 아빠를 찾았거든요. 그렇게 세븐은 그리운 아빠를 만나게 됩니다.

 

친구를 소재로 한 동화책은 참 많습니다. 나이, 성별, 피부색이 달라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는 많은 책들을 통해 접해왔어요. 하지만 이 동화책은 친구의 기준이 나이도, 성별도, 피부색도, 빈부의 격차도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더불어 다문화에 대한 이야기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코피노의 이야기까지 함께 생각해보게 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문화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어요.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들도 같이 읽어보면 정말 좋을 책입니다.

 

(이미지출처: '마간당 까또또'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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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토피아 - 실리콘밸리에 만연한 성차별과 섹스 파티를 폭로하다
에밀리 창 지음, 김정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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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는 미투와 페미니스트 운동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때로는 부작용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꾸준히 성차별 문화에 맞서 싸우고 있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유교사상이 뿌리깊에 자리잡고 있어 성차별에 대한 부분이 유독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명실상부 인류 역사상 최대 부를 창출하는 곳인 실리콘밸리에서도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세계 소프트웨어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는 누구라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현대판 유토피아이지만 여성에게만은 예외였다. 여성들에게 실리콘밸리는 《브로토피아》다. 브로토피아는 브로 문화와 유토피아의 합성어로 브로 문화란 테크놀로지 산업과 실리콘밸리는 특징짓는 펴현으로 남성 우월주의와 남성 중심 문화를 가리킨다. 즉, 남성들이 직접 만든 규칙으로 완전히 지배하는 세상인 것이다. 이곳 실리콘밸리는 성차별과 성추행이 만연하고 온통에 몸을 담근 채 투자 회의를 하며 섹스 파티에서 인맥을 쌓는다고 한다. 와이즈베리 《브로토피아》에서는 실리콘밸리에 숨겨진 성폭력과 성차별, 섹스 파티를 날카롭게 폭로하고 있다.

 

미국 사회 곳곳에서 오랫동안 속으로 곪고 곪던 것이 마침내 터진 것이다. 명백한 성차별과 성추행은 물론이고 성폭행까지 포함해 여성을 노리갯감으로 삼기 위해 자신의 힘을 남용하는 남성들에 대한 충격적인 증거가 속속 드러났다. 이른바 갑을 관계를 악용하는 권력형 서범죄다. 그리고 여성은 자신의 피해를 알리기 위해 용기를 내어 세상에 나왔다. (본문 30p)

 

이 책은 총 9장으로 나뉜다. CHAPTER 1 너드부터 브로까지:기술은 어떻게 여성들을 배척했을까?, CHAPTER 2 페이팔 마피아와 능력주의 신화, CHAPTER 3 구글:좋은 의도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 CHAPTER 4 티핑포인트:여성 엔지니어들이 목소리를 낸다. CHAPTER 5 슈퍼 영웅과 수퍼 멍청이: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두 얼굴, CHAPTER 6 섹스 앤 더 실리콘밸리:남성은 쾌락을, 여성은 돈을 좇다, CHAPTER 7 복지 혜택이 다가 아니다:기술 산업이 가정을 어떻게 파괴할까?, CHAPTER 8 트롤천국에서 탈출하다:여성들의 인터넷 구출작전, CHAPTER 9 실리콘밸리에 찾아온 두 번째 기회 등으로 나뉘어 저자는 여성은 어떻게 IT라는 경기장 바깥으로 밀려나 구경꾼 신세가 되었으며, 다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방법은 없는지 등 몇몇 중요한 질문을 제기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주고 있다.

 

롤리스에게 법률 조언을 구하는 여성 중 상당수는 결국에는 소송 카드를 접는다. 더욱이 형사소송을 제기하면 승리가 확실시되는데도 소송을 포기하는 피해자들도 있다. 예를 들어 덤불 속에서 남성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위의 피해자는 법적 행동을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수치스러움과 직장에서 겪을 후폭풍에 대한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본문 228p)

 

실리콘밸리의 많은 유명 인사들 사이에는 독특한 공통점이 있다. 이성과의 접촉이 없는 외로운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점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모태솔로였다. 유부남 벤처 투자자는 10대 시절 내내 컴퓨터게임만 했고 스마라 살 대에 첫 데이트를 했을 쩡도로 연애에는 숙맥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그의 모습은 자신도 놀랄 정도다. 믿을 수 어있고 모험심이 강할 뿐 아니라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없이 자신들의 모든 욕구를 추구할 수 있을 만큼 부와 자원이 풍부한 테크-가이들과 어울리는 것이다. 금욕과 성적 열망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후에 이제 그는 환상의 세계 속에 살고 있다. (중략) 즉 청소년기에 성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해 뒤늦게 이런 욕구를 채우고자 부문별하게 성에 탐닉하는 것이다. (본문 347,348p)

 

기술 산업은 세상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동시에 여성들이 수적으로나 영향력 면에서 절대 소수인 세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기업에서 결정권을 갖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의 몫이라는 건 기술 산업의 당당한 고객인 여성의 니즈와 욕구가 충분히 충복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에 저자는 기술 산업이 변하지 않는다면, 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지배함에 따라 그런 문제는 점점 심화될 것이기에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변화를 촉진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이 책에서 불평등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철저히 파헤치고 세상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성차별에 대응해서 많은 이들이 용기를 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들에게 그 용기가 헛된 희망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다.

 

블룸버그 TV의 진행자이자 기자인 에밀리 창이 이 책을 통해 실리콘밸리의 충격적인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유토피아적인 이상향에도 불구하고 어쩌다가 실리콘밸리가 성차별의 온상이 되었는지, 어째서 브로 문화가 수십 년간이나 지속되는 와중에도 기업들이 ‘악마가 되지 말자(Don’t be evil!)’, ‘세상을 연결하자 (Connect the world!)’는 구호를 외치며 도덕적 우월감을 주장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해서 여성들이 침묵을 깨고 당당히 목소리를 내며 반격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생생하게 폭로한다. (책 표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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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메이커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 지음, 임종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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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의 소설 《아이스크림 메이커》는 '슈피겔'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오랫동안 사랑 받은 작품으로 오랜 문학적 숙성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장 원숙한 문학성을 갖춘 소설이라고 평가받는 책이라고 합니다. 책이 출간된 당시 유럽의 다양한 유력 언론들은 이 작품이 얼마나 유머러스하고 감동적이며 이색적인지 앞다투어 보도했을 정도라고 하네요.'시와 아이스크림이 그리는 강렬한 삶의 연금술' '군침 돌게 하는, 아름답고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책'이라 소개하는 《아이스크림 메이커》는   예쁜 책 제목에 달콤함이 느껴지는 삽화까지 눈길을 끄는 책입니다. 처음 접하게 되는 작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그 기대감도 업!이 됩니다.

 

카도레 골짜기의 모든 아이스크림 장수들은 매년 봄이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가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어 장사를 하고, 겨울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오지요. 이들은 대대손손 아이스크림 제조 가업을 잇고 있지요. 이탈리아 최북단 골짜기 마을인 베나스 디 카도레에 이 책의 주인공인 조반니가 태어납니다. 최초의 아이스크림을 만든 사람은 조반니의 할아버지인 주세페 틸라미니로 조반니와 동생 루카 역시 아이스크림 장수가 되는 것을 운명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조반니는 세계 시 축제의 디렉터이자 시가 곧 인생이라 여기는 인물 리처드 하이만을 만나게 되면서 조반니 역시 시를 사랑하게 되지요. 가족 모두 장남인 조반니가 아이스크림 가게를 이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조반니는 가문의 전통과 절연하겠다고 선언하고 문학계를 발을 들이게 되지요. 이후 조반니는 세계 시 축제의 디렉터가 되어 국경을 넘나들며 여행하는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반면 루카는 가업을 이어받아 자신만의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데 열중하게 하지요.

 

조반니와 루카는 어릴 적부터 소피아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조반니는 시를 선택하면서 첫눈에 반한 소피아를 포기해야 했고, 조반니와 달리 소피아만을 바라본 루카는 결국 소피아와 결혼하게 디지요. 루카는 가업을 외면한 형을 배신자로 여기며 거리를 두었지만 몇 년이 지나도 아이가 없던 루카는 가업을 잇기 위해 조반니에게 특별한 제안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반니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지요.

 

 

이렇게 이 책은 시를 사랑하는 조반니의 시선으로 삶, 전통,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이 소설의 소재들은 우리가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가업을 잇지 않는 아들, 그리고 그 가업을 이어받은 또 다른 아들, 그리고 삼각 관계, 아버지임을 내세울 수 없는 비밀. 어쩌면 욕하면서 보게 되는 막장드라마 이야기같아 보이지만 그 중심에 '시'가 있어서인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초반부에 페이지를 넘기기가 다소 힘겨웠던 것과 달리 페이지를 넘길수록 시와 아이스크림의 조화는 흥미진진하게 그려지고 있어요. 이 여름밤에 잘 어울리는 책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의 세계와 시의 세계가 교차허며 흥미진진한 내러티브가 펼쳐지는 가운데 작가의 독창적인 상상력이 돋보인다. 특히 이 소설에는 실재하는 시인들과 그들의 작품이 대거 등장한다.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등장하는 시들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음악이 된다. (책 뒷표지 中)

 

(이미지출처: '아이스크림 메이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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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하모니카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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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에쿠니 가오리는《등 뒤의 기억》《기억 깨물기》《우는 어른》《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저물 듯 저물지 않는》등으로 내게는 꽤나 익숙한 작가이다. 지금까지 느꼈던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굉장히 섬세하고 잔잔하며 담담했으며 때로는 난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자꾸 끌리는 매려적인 작품들이었기에 신작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신작 《개와 하모니카》는 단편 소설집으로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작품이 될 듯하다. 파란색 표지가 참 예쁜 책이다. 표지 속 캐리어 그림들이 여행을 떠올리게 한다. 여행, 개, 하모니카? 어떤 내용일지 사뭇 기대가 되는 책이다.

 

기대감에 책을 펼쳤고 역시 에쿠니 가오리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담담하면서도 쓸쓸하고 난해한 에쿠니 가오리만의 느낌이 책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같이 있지만 혼자 있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가족, 연인이 있고 없음을 떠나 인간은 원래 고독한 존재라고 한다. 이 소설은 이 문구를 이야기로 풀어낸 느낌이다. 제38회 기와바타 야스나리 수상작이자 표제작인 [개와 하모니카]에서 여행에서 돌아오는 아내와 딸을 마중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남편의 쓸쓸한 모습은 고독이라는 단어를 대변한다. 이 단편은 공항이 배경이다. 시끌벅적한 장소이지만 저자는 쓸쓸하게 담담하게 공항에 있는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지만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을 보여주면서 마치 고독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한 계속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약사이자 5년 넘게 애인이었던 여자를 아득하고 그립게 떠올리며, 헤어져준 것에 고마움까지 느끼면서 후미히코는 아내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본문 57p)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5년을 사귄 애인 후루사와 리에와 헤어진 후미히코가 아내와 딸이 있는 집으로 돌아온 후 심경을 그린 [침실], 애인인 이타루를 먹고 싶다는 시나, 그리고 그런 시나를 위해 접이식 주머니칼로 오랜 시간을 들여 자신의 얇은 피부를 벗겨내 먹여주는 이타루, 짧조름한 바다맛이 살짝 나는 피부를 입을 벌려 받아먹고는 자신의 몸의 일부를 이타루로 느끼는 시나,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늦여름 해 질 녘], 결혼한지 5년이 되어가지만 남편의 이름을 외우지 못하는 아내 교코와의 피크닉에 관한 이야기 [피크닉]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정말 놀라우리만치 담담하고 쓸쓸한 이야기다. 서로 다른 소재의 이야기, 조금은 놀랄만한 소재의 이야기에도 작가는 담담하게 그려냈다. 표지삽화가 주는 느낌과는 달리 이야기는 해가 거의 지는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의 느낌을 준다. 쓸쓸함, 담담함, 고독함 등이 이야기 전반에 걸쳐진다. 그런데 이 고독이 처절한 외로움이나 쓸쓸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이 가지고 있는 고독을 보여주고 있기에 편안함도 함께 느껴진다. 확실히 에쿠니 가오리의 이야기는 읽기 쉬운 책이 아니다. 가끔은 난해함에 그 페이지를 다시 읽어봐야 할 때도 있고, 지극히 담담함에 한 페이지 넘어가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그만이 보여주는 매력이 분명이 있다. 그것이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다시 찾게 하는 힘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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