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메이커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 지음, 임종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의 소설 《아이스크림 메이커》는 '슈피겔'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오랫동안 사랑 받은 작품으로 오랜 문학적 숙성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장 원숙한 문학성을 갖춘 소설이라고 평가받는 책이라고 합니다. 책이 출간된 당시 유럽의 다양한 유력 언론들은 이 작품이 얼마나 유머러스하고 감동적이며 이색적인지 앞다투어 보도했을 정도라고 하네요.'시와 아이스크림이 그리는 강렬한 삶의 연금술' '군침 돌게 하는, 아름답고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책'이라 소개하는 《아이스크림 메이커》는   예쁜 책 제목에 달콤함이 느껴지는 삽화까지 눈길을 끄는 책입니다. 처음 접하게 되는 작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그 기대감도 업!이 됩니다.

 

카도레 골짜기의 모든 아이스크림 장수들은 매년 봄이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가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어 장사를 하고, 겨울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오지요. 이들은 대대손손 아이스크림 제조 가업을 잇고 있지요. 이탈리아 최북단 골짜기 마을인 베나스 디 카도레에 이 책의 주인공인 조반니가 태어납니다. 최초의 아이스크림을 만든 사람은 조반니의 할아버지인 주세페 틸라미니로 조반니와 동생 루카 역시 아이스크림 장수가 되는 것을 운명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조반니는 세계 시 축제의 디렉터이자 시가 곧 인생이라 여기는 인물 리처드 하이만을 만나게 되면서 조반니 역시 시를 사랑하게 되지요. 가족 모두 장남인 조반니가 아이스크림 가게를 이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조반니는 가문의 전통과 절연하겠다고 선언하고 문학계를 발을 들이게 되지요. 이후 조반니는 세계 시 축제의 디렉터가 되어 국경을 넘나들며 여행하는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반면 루카는 가업을 이어받아 자신만의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데 열중하게 하지요.

 

조반니와 루카는 어릴 적부터 소피아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조반니는 시를 선택하면서 첫눈에 반한 소피아를 포기해야 했고, 조반니와 달리 소피아만을 바라본 루카는 결국 소피아와 결혼하게 디지요. 루카는 가업을 외면한 형을 배신자로 여기며 거리를 두었지만 몇 년이 지나도 아이가 없던 루카는 가업을 잇기 위해 조반니에게 특별한 제안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반니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지요.

 

 

이렇게 이 책은 시를 사랑하는 조반니의 시선으로 삶, 전통,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이 소설의 소재들은 우리가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가업을 잇지 않는 아들, 그리고 그 가업을 이어받은 또 다른 아들, 그리고 삼각 관계, 아버지임을 내세울 수 없는 비밀. 어쩌면 욕하면서 보게 되는 막장드라마 이야기같아 보이지만 그 중심에 '시'가 있어서인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초반부에 페이지를 넘기기가 다소 힘겨웠던 것과 달리 페이지를 넘길수록 시와 아이스크림의 조화는 흥미진진하게 그려지고 있어요. 이 여름밤에 잘 어울리는 책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의 세계와 시의 세계가 교차허며 흥미진진한 내러티브가 펼쳐지는 가운데 작가의 독창적인 상상력이 돋보인다. 특히 이 소설에는 실재하는 시인들과 그들의 작품이 대거 등장한다.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등장하는 시들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음악이 된다. (책 뒷표지 中)

 

(이미지출처: '아이스크림 메이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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