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하모니카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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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에쿠니 가오리는《등 뒤의 기억》《기억 깨물기》《우는 어른》《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저물 듯 저물지 않는》등으로 내게는 꽤나 익숙한 작가이다. 지금까지 느꼈던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굉장히 섬세하고 잔잔하며 담담했으며 때로는 난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자꾸 끌리는 매려적인 작품들이었기에 신작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신작 《개와 하모니카》는 단편 소설집으로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작품이 될 듯하다. 파란색 표지가 참 예쁜 책이다. 표지 속 캐리어 그림들이 여행을 떠올리게 한다. 여행, 개, 하모니카? 어떤 내용일지 사뭇 기대가 되는 책이다.

 

기대감에 책을 펼쳤고 역시 에쿠니 가오리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담담하면서도 쓸쓸하고 난해한 에쿠니 가오리만의 느낌이 책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같이 있지만 혼자 있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가족, 연인이 있고 없음을 떠나 인간은 원래 고독한 존재라고 한다. 이 소설은 이 문구를 이야기로 풀어낸 느낌이다. 제38회 기와바타 야스나리 수상작이자 표제작인 [개와 하모니카]에서 여행에서 돌아오는 아내와 딸을 마중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남편의 쓸쓸한 모습은 고독이라는 단어를 대변한다. 이 단편은 공항이 배경이다. 시끌벅적한 장소이지만 저자는 쓸쓸하게 담담하게 공항에 있는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지만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을 보여주면서 마치 고독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한 계속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약사이자 5년 넘게 애인이었던 여자를 아득하고 그립게 떠올리며, 헤어져준 것에 고마움까지 느끼면서 후미히코는 아내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본문 57p)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5년을 사귄 애인 후루사와 리에와 헤어진 후미히코가 아내와 딸이 있는 집으로 돌아온 후 심경을 그린 [침실], 애인인 이타루를 먹고 싶다는 시나, 그리고 그런 시나를 위해 접이식 주머니칼로 오랜 시간을 들여 자신의 얇은 피부를 벗겨내 먹여주는 이타루, 짧조름한 바다맛이 살짝 나는 피부를 입을 벌려 받아먹고는 자신의 몸의 일부를 이타루로 느끼는 시나,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늦여름 해 질 녘], 결혼한지 5년이 되어가지만 남편의 이름을 외우지 못하는 아내 교코와의 피크닉에 관한 이야기 [피크닉]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정말 놀라우리만치 담담하고 쓸쓸한 이야기다. 서로 다른 소재의 이야기, 조금은 놀랄만한 소재의 이야기에도 작가는 담담하게 그려냈다. 표지삽화가 주는 느낌과는 달리 이야기는 해가 거의 지는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의 느낌을 준다. 쓸쓸함, 담담함, 고독함 등이 이야기 전반에 걸쳐진다. 그런데 이 고독이 처절한 외로움이나 쓸쓸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이 가지고 있는 고독을 보여주고 있기에 편안함도 함께 느껴진다. 확실히 에쿠니 가오리의 이야기는 읽기 쉬운 책이 아니다. 가끔은 난해함에 그 페이지를 다시 읽어봐야 할 때도 있고, 지극히 담담함에 한 페이지 넘어가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그만이 보여주는 매력이 분명이 있다. 그것이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다시 찾게 하는 힘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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