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연습 -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가르침 반야심경
나토리 호겐 지음, 전경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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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쟁은 점점 심해지고 사회는 더욱더 척박해지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가족간에도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우리는 이런 저런 이유로 상처를 받으며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늘 나쁜 기억에 묶여서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다양한 자기계발서가 꾸준히 출간되면서 독자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을 것일 게다. 《신경 쓰지 않는 연습》에서는 불안 ․ 분노 ․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가르침을,《모으지 않는 연습》에서는 마음 ․ 관계 ․ 물건에서 가벼워지는 가르침을,《포기하는 연습》에서는 마음을 내려놓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공부 법을 전했던 저자 나토리 호겐은 이번엔 《흔들리지 않는 연습》을 통해 매일매일 평정심을 유지하며 행복을 느끼게 하는 23가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세상일이 뜻처럼 되지 않다 보니 찌그러지는 날이 자꾸만 늘어나는데 불교에서는 '생각하는 힘'을 중요시 생각하고 있으며 이 지혜를 끌어내는 주문이 바로 《반야심경》이다.

 

불교의 가르침이 '이렇게 되고 싶다'는 우리의 바람이나 집착을 '공空'이라는 입장에서 불식시키고 풍성처럼 유연한 마음으로 사는 지혜라고 한다면 《반야심경》은 그 지혜를 끌어내는 주문(진언進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문 5p)

 

저자는 이 책 '1부 찌그러진 마음을 펴주는 《반야심경》의 말'에서 《반야심경》을 16장으로 나누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2부 평정심을 되찾기 위한 23가지 솔루션'에서는 4장으로 나누어 우리가 겪는 구체적인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찌그러진 마음을 원래대로 돌아오게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엔 '3부 쉬운 말로 읽는 《반야심경》'을 담아냈다.

 

《반야심경》은 우리가 고집하는 것의 정체를 지혜로써 밝혀내고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경지로 우리를 이끕니다. (본문 13p)

 

생각하는 힘으로 행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도록 이끄는 《흔들리지 않는 연습》은 삶을 평온하고도 풍요롭게 만드는 마음이 이미 우리에게 깃들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참지 않아도 되고, 나이 드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과거의 일에 사로잡히지 않아도 되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다독인다. 지금을 열심히 사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용기를 준다. 쓸모없다고 우울해하지 않아도 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내 안에 있음을 알아가면 된다고 역설한다.

 

비판받았다고 우울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판은 귀중한 조언입니다.

어떤 불행을 마시더라도 숨을 내쉴 때는 감사하면 됩니다.

무엇이든 혼자 하려고 하지 말고 "도와줘" 하고 요청합시다. (본문 33p)

 

모든 사물에 정해진 가치는 없습니다. 하나의 사물에서 무수한 가치를 찾아내는 마음을 여러분은 이미 갖고 있습니다. 단, 그것에 사로잡혀서는 안 될 것입니다. (본문 45p)

 

불행한 일도 겪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비 내리는 구름 위에는 태양이 있다"는 말을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합시다. 태양을 맞이하러 가자고 용기를 내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쨋거니 비가 오면 비가 온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 이 비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릴지, 우산을 쓸지, 비를 맞을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문 61p)

 

상대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기 힘이 들거나, 중요한 순간에 긴장해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에게 미움받는 기분이 들어 괴롭거나 다른 사람과 자꾸 비교하게 되고, 타인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반복되는 바쁜 일상 때문에 행복하지 않고 자식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하거나  부모님의 지나친 간섭에 숨이 막히는 등 우리는 가끔 이런 찌그러진 마음으로 불편할때가 있는데 2부에서 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에 평온이 찾아옴을 느낄 수 있는데 하루아침에 내 마음가짐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마음이 찌끄러질 때마다 읽다보면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을 듯 싶다. 마음이 찌그러졌을 때 천천히 일어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기에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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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4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송무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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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BBC 선정 ‘지난 천 년간 최고의 작가 10’ 1위, 가디언 선정 ‘역대 세계 최고의 소설 100’, 뉴스위크 선정 ‘역대 최고의 명저 100’, 미국대학위원회 SAT 추천도서, 서울대 학생을 위한 권장도서 100으로 선정되는 것은 물론 1601년쯤 런던의 글로브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무수히 연극,영화,뮤지컬로 공연되는 작품이다. 햄릿이 수백 년 동안 사랑을 받아온 것은 그 줄거리와 인물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기 때문인데 특히 탁월한 은유와 비유로 인생을 깊이 있게 통찰하는 셰익스피어의 절묘한 표현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고전을 꾸준히 읽어오긴 했지만, 《햄릿》은 실로 오랜만에 읽는 듯 하다.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라는 대사가 너무도 유명한 《햄릿》은 아버지를 독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 삼촌에게 복수하기 위해 고뇌하고 갈등하다가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 희곡작품으로 권력과 계략, 명예와 복수, 사랑과 배신으로 얽힌 욕망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이 세밀하게 전개(책 뒷표지 中)된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책을 또 읽을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현직 국어 선생님의 꼼꼼하고 풍성한 해설이 있는 푸른숲주니어 《징검다리 클래식》으로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어 《햄릿》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햄릿》의 원제목은 '덴마크 왕자 햄릿의 비극'으로 모두 5막으로 이루어진 장막극이다. 1막에서는 햄릿 왕이 서거한 뒤 햄릿 왕자가 슬픔에 빠져 있다가 죽은 왕의 유령을 만나게 되는데 유령은 삼촌 클로디어스가 자신을 독살했음을 알리고 복수를 당부하는 내용이다. 2막에서는 램릿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일부러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면서 자신이 본 것이 진짜 아버지의 유령인지 삼촌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말이 사실인지 알아내기 위한 계획을 꾸민다. 3막에서 햄릿은 클로디어스가 아버지가 독살했음을 확신하게 된다. 하지만 왕인 줄 알았던 올필리아의 아버지 폴로니어스를 찔러 죽이게 된다. 4막에서 클로디어스는 햄릿을 죽이라는 명을 내리지만 무사하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에 분노한 오필리아의 오빠 레어티즈가 반란을 일으키자 오필리아는 충격으로 미쳐 물에 빠져 죽게 된다. 이에 클로디어스는 레어티즈의 분노를 이용해 햄릿을 죽일 계책을 세운다. 이에 5막에서는 파국을 맞이한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빼앗은 살인자에 대한 복수라는 큰 줄기에서 햄릿과 오필리아의 슬픈 사랑이 전개된다.

 

극의 전개는 독자를 빨아들이는 듯한 대사와 행동 속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차근차근 전개된다. 실마리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조금씩 풀려 나가고, 칡과 등나무가 얽히듯 등장인물의 갈등과 대립으로 사건이 꼬이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숨겨진 진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다가, 뭉쳐있던 실타래가 풀리듯이 갈등이 해소되면서 일단락을 맺는다. (본문 211p)

 

《햄릿》은 햄릿의 긴 독백에서 내적 갈등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우리는 고뇌를 겪으며 성장하고 변화하는 햄릿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 의도적인 가해자 클로디어스, 의도치 않은 가해자 왕비, 악행에 동조하는 플로니어스, 로젠크란츠, 길드스컨, 악행에 이용당하다 희생되는 레어티즈, 비극에 휘말린 희생양 오필리아가 한 축을 담당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 고뇌했던 햄릿을 완성시킨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가운데 가장 인기 있으면서도 제일 난해한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햄릿》이지만 현직 국어 선생님의 꼼꼼하고 풍성한 해설과 현재적 시점에서 보여주는 의미 그리고 풍성한 정보 팁과 시각 자료가 있어 재미있게 유익하게 읽을 수 있었으며 이 책을 통해 《햄릿》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억하고 싶은 공감이 가는 대사들이 참 많은 책이다. 밑줄 긋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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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맨
슈테판 보너.안네 바이스 지음, 함미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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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은 여리면서도 진짜 사나이를 부르짖는 찌질남의 대명사 《베타맨》이 소담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소설인 척 소설이 아닌 하이퍼 리얼리즘의 끝판왕'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두 저자인 슈테판 보너와 안네 바이스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썼다고 하네요. 주인공 스테판은 미워할 수 없는 베타맨이고, 안네는 남자 복 없는 알파걸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 연애가 스토리일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이 소설은 두 주인공의 각기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두 사람은 우리 각자 안에 가지고 있는 베타맨과 알파걸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공감이 많이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기에 더욱 매력적인 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안네는 5년 동안 연인으로 지낸 올리버와 헤어집니다. 순하고 착한 사람이지만 무려 14년 동안 대학을 다닌 올리를 등에 짊어지고 에베레스트 산을 힘겹게 오르는 셰르파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오래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꿈의 직장에서 출판사 원고 담당 편집자로 일하게 되었지만 올리가 없으니 끔찍하게 외롭긴 하네요. 그러던 중 '출판인의 밤'에서 본 적이 있는 슈테판과 함께 일을 하게 됩니다. 그때 양복입은 슈테판의 모습을 기억하는 안네는 여자로서 그의 옆자리에 있는 건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에게 마야라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그 사람의 여자 친구에게서 이 사람을 빼앗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지요. 하지만 곧 그의 여자 친구는 안심하고 그를 쭉 데리고 있어도 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렇게 그들이 함께 일하게 된 지 3년이 흐르게 되지요.

 

슈테판은 절친인 마르코가 아빠가 된다는 소식을 들은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자신 또한 아빠가 된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마야가 임신을 하게 된 것이죠. 외할머니와 외증조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남자는 혼자(외할아버지가 계셨지만 실제적으로는 여인네들 사이에서)였던 가정에서 자란 슈테판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가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관해서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는 언젠가 자녀가 생긴다면 아이를 위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며 내 가족을 돌보겠노라고 다짐해놨지요. 다만 걱정이 되는 건, 이것을 감행하려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남자인 진짜 남자'가 필요한데 슈테만은 그런 남자가 못 된다는 것이었어요. 설상가상 진짜 남자인 마야의 전 남친 토르스텐이 주위를 맴돌고 있으니 슈테판의 고민은 더욱 커져만 가지요. 한편 올리버와 헤어지고 산드라와 쉐어하우스를 하며 싱글 생활을 즐기는 안네는 꿈에 그리는 남자를 만나기를 바라지요. 그런 안네를 두고 슈테판은 말합니다. "자기는 어떤 남자에게도 틈을 보이지 않지." (본문 55p) 

 

"슈테판, 나 지금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이 아이를 함께 키울 생각이라면, 앞으로 어릿광대가 아니라 진짜 남자처럼 행동하기를 바라."

"잘 알았어."나는 말한다.

말은 그랬지만, 실은 아무것도 모르겠다. 진짜 남자는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거지? 술에 취해 멍한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생각은, 그렇다면, 이제 전력을 다해서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것뿐이다. (본문 37p)

 

슈테판은 진짜 남자가 무엇인지 알기 위한 방법으로 생부를 찾아가기로 하고, 혼자 늙어 죽는 건 아닐까를 고민하는 안네에게는 산드라가 나간 쉐어하우스에 새로운 남자가 나타나게 되지요. 이렇게 이 소설은 진짜 남자가 되기를 바라는 베타맨 슈테판의 여정과 왕자님을 찾으려는 알파걸 안네의 이야기입니다. 전반적으로 코믹한 내용이지만 우리 맘 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놓은 이면을 담아고 있어 조금은 씁쓸하면서도 많은 공감을 갖게하는 이야기지요. 반면 진짜 남자, 진짜 여자라는 개념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거 같아요. 진짜 남자는 무엇이고, 진짜 여자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이처럼 '성 역할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고 거침없는 문체'로 풀어내고 있기에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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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 라임 청소년 문학 32
자나 프라일론 지음, 홍은혜 옮김 / 라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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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내가 '로힝야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탓일 게다. 어떤 내용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아 책 뒷표지를 살펴보니 "나는 오늘도 꼭 살아남아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로힝야족은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 민족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이라 불린다. 강요당하고, 토지를 빼앗기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권을 얻지 못해서 불법 이민자로 차별받고 쫓겨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신세가 되어버린 로힝야족. 그렇게 난민 수용소에서 지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가 수피를 통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뉴스를 통해 난민들의 실상이 전 세계적으로 고스란히 전해졌지만 난민 문제에 대해 전 지구적인 문제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족한 면이 있다. 이 책은 호주의 난민 수용소에서 나고 자란 열 살 소년 수피를 통해 우리에게 난민들의 실상을 이해하고 난민 문제가 전 지구적인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는데 도움을 준다.

 

로힝야족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집이 불타고 키우던 동물들이 죽어 가던 이야기, 아이들이 더 이상 학교에 갈 수 없게 된 이야기,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빼앗긴 이야기,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게 된 이야기, 군인들에게 강제로 붙잡혀 가서 도로를 만들거나 땅을 파는 일을 하고도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한 이야기, 경찰이나 군인을 피해 달아나야 했던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거나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 아빠가 자신이 쓴 시 때문에 체포당한 뒤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못한 이야기, 군인들이 엄마랑 누나를 찾아내서 미얀마로 돌아오면 죽이겟다고 협박한 뒤 보트에 태워 이곳까지 쫓아낸 이야기, 우리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본문 43,44p)

 

수용소에 도착하기 전에 타고 온 보트번호를 이름 대신 사용하는 수용소에서 나고 자란 수피는 이곳에서 태어난 첫 번째 아기라서 DAR-1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철조망 안에서 내일이면 엄마가 나아지기를 기대하고 아빠가 돌아오기를 희망하며 지내는 수피에게 다른 천막에 사는 엘리 형은 큰 힘이 되어준다. 엄마는 음식을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지 말라고 권유한다. 설사 음식에서 파리나 벌레 같은 게 나오더라도 단백질을 먹을 수 있으니까 운이 좋은 거라고 했기 때문에.

 

반면 철조망 밖에 사는 지미는 엄마가 돌아가신지 사년 째 되는 날이지만 여전히 몸속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덩어리를 지닌 채 엄마가 어렸을 때 참새 목걸이에 얽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기억하며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으로 살아간다. 오빠의 도움없이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지미는 오늘 학교에 갔다가 친구들이 수용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걸 듣게 된다. 좋은 옷에 책과 컴퓨터는 물론 장난감도 엄청 많고, 의사도 있어서 몸이 아플 때 굳이 병원을 찾아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더욱이 번쩍번쩍 빛나는 새 자전거를 실은 트럭이 수용소 안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며 부러워했다. 집에 도착해서 내내 수용소 생각을 하던 지미는 텀험하는 방법을 알려준 오빠 덕분에 철조망이 허술한 쪽을 찾아 수용소 안으로 들어간다.

 

지미와 수피의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고, 글을 읽지 못하는 지미를 대신해 수피는 지미 엄마의 공책에 쓰여진 이야기를 읽어주었고, 지미는 바깥세상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를 찍어 수피에게 보여주곤 했다. 그러던 중 엘리 형이 남자 어른들만 모여 지내는 알파 천막으로 보내지게 되는데 위생적인 환경과 부당하고 폭압적인 대우에 분노한 어른들이 단식 투쟁에 돌입하면서 엘리 형과 수피의 누나도 동참하게 되고 수피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은 액자식 구성을 가진다. 지미 엄마의 공책에 쓰여진 내용을 수피가 지미를 대신해 읽어주는 장면은 또 다른 이야기를 선사한다. 처참한 난민 문제를 그려낸 작품이지만 수피의 상상력이 있어 무겁고 어둡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쓰는 수피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세계 모든 나라가 로힝야족에 대한 '인간 청소'를 비롯해서,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힝야 사람들이 작은 배를 타고 위태롭게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 있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작은 배에 올라타기를 강요당하고 있으며, 그것을 거부하면 죽임을 당합니다. 어쩔 수 없이 배에 올라 바다로 떠밀려 나간 뒤에 목숨을 잃게 되지요.

전 세계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먹을 것도, 마실 물도, 배가 움직일 연료도 없이 며칠을 바다 한가운데에서 보낸 그들을 구한 사람은 놀랍게도 어부들이었습니다. 힘 있는 사람들은 모른 척했지만, 어부들은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같이 마음 아파했습니다. (작가의 말 中)

 

이 책을 읽으면서 로힝야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무척 부끄럽게 느껴졌다. 난민의 실상을 뉴스로 접혔을 때 안타까운 마음은 있었으나 나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민 문제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가져온 듯 하다.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읽기 편하게 쓰여진 책이다.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청소년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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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It Up! - Music Craft Studio, 남무성·장기호의 만화로 보는 대중음악만들기
남무성.장기호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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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록이 탄생하고 성장기를 거쳐 2000년대에 이르는, 록 역사의 대장정을 그리고 있는 《PAINT IT ROCK 1·2·3》은 해박한 음악적 지식을 위트 넘치는 만화로 그려내며 마니아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작가 남무성의 록 역사 만화 3부작으로 방대한  록의 역사와 장르의 흥망성쇠를 일목요연하게 짚어내면서도 작가 특유의 거침없는 풍자와 비속어가 뒤썩여 역사서가 주는 편견을 말끔히 씻어내는 남무성 작가의 대표 시리즈다. '록은 시끄러워서 싫어'라고 했던 내가 이 시리즈를 통해 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탓인지 저자와 책 제목만으로도 흥미로운《POT IT UP!》에 눈길이 갔다.

 

이론서와 카툰이 합쳐진 새로운 시도의 Pop It Up!.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대중음악의 모든 것을 정리해 준다. 김종진 (봄여름가을겨울, 서울재즈아카데미 부원장) (책 뒷표지中)

 

'만화로 보는 대중음악 만들기'라는 부제를 단《POT IT UP!》은 대중음악에 대한 핵심적인 지식과 실제 노래 만드는 법을 다루고 있으며, 팝 음악사를 장식한 히트곡의 비밀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작곡의 팁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독보적인 음악 만화 작가이자 재즈평론가인 남무성과 한국 대중음악계 산증인으로 뮤지션이자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오래 강의해온 교수 장기호가 심혈을 기울인 합작품이기에 더욱 기대를 모은다.

 

 

《POT IT UP!》은 음악 상식을 넓히고자 하는 독자에게 또는 장차 뮤지션을 꿈꾸는 이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막연하던 음악의 속내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감성과 이성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다. 조금 집중해서 보면 짜릿한 재미가 있다. _남무성

이 책은 그동안 기본적인 음악 교육좌 받지 못했던 많은 대중을 위한 음악 입문서이다. 즉, 음악을 이루는 기초를 이해하고 한발 더 나아가 제대로 감상하는 단계까지 안내하는 내용이다. 우리 음악 문화의 수준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내용을 다루면서 흥미롭게 풀어내려고 최선을 다했다. _장기호

 

 

이 책은 PART 01 대중음악 너는 누구냐, PART 02 히트곡의 조건, PART 03 대중음악의 3가지 형식, PART 04 실용음악 따라잡기, PART 05 흥미로운 스케일 이야기, PART 06 표절, PART 07 반드시 알아야 할 실용음악 용어들로 나누어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가상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주인공 강화성은 한 권의 책을 건네받아 읽어나가는데 책 속의 또 다른 책이라는 액자 구조의 구성을 가진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이야기에 말미에 스스로 노래를 만들게 되는데 이 노래는 장기호 밴드가 2004년도에 녹음한 실존 곡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동안 기본적인 음악 교육조차 받지 못했던 많은 대중을 위한 음악 입문서로 저자는 음악을 이루는 기초를 이해하고 한발 더 나아가 제대로 감상하는 단계까지 안내하고자 하고 있다.

 

 

《POT IT UP!》은 뮤지션을 꿈꾸는 이들 뿐만 아니라 음악 상식을 넓히고자 하는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자곡가이자 프로듀서인 김형석은 이 책 한 권이면 팝음악의 흐름과 작곡 기법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고 단언할 만큼 음악 이론을 배울 수 있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책이 아닐까 싶다. 만화책으로 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만큼 들리는 법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음악을 좀더 섬세하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이미지출처: 'POT IT UP!'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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