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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 뛰어! - 42.195Km, 형은 반드시 돌아온다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2
슈리람 아이어 지음, 최현빈 옮김 / 다른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가족은 가장 가까운 관계이기에 더욱 소중한 존재이고 서로에 대해 가장 잘 알기도 하지만, 가까운 탓에 소홀하기도 하고,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하기도 한다. 어린시절에는 늘 함께였던 형제는 자라면서 친구를 알게 되고, 주어진 삶을 살아가다보면 더욱 소원해지게 된다. 부모는 형제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도록 가족간의 문화를 만들어가지만, 부모의 차별이나 잘못된 언행은 형제간에 서로에게 등을 돌리게 되는 경우도 생겨난다.
<<뛰어, 뛰어!>>는 형제의 특별한 사랑을 담은 책이다. 책을 읽기시작하면 도저히 책을 내려놓을 수 없는 몰입과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은 인도를 배경으로 동생 사우라브가 일인칭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 독자는 사우라브의 눈으로 형, 부모, 친구의 모습을 대신 보게 된다.
형 라지와 동생 사우라브는 형제지만, 서로 너무도 다르다. 형 라지는 태어날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사우라브는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하는 게 없다.
중대장이었던 아버지 아크샤이 세티에게 라지는 자신의 자존심에 타격을 입힌 아들이었는데, 라지를 '쓸모없는 자식'으로 취급했다. 독선적인 아버지의 뜻을 거스른 적이 없는 엄마는 라지를 사랑했지만, 보호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 권위적인 아버지는 라지의 청각장애를 인정하지 못한 탓에 특수학교에 보내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는데, 일례로 라지와 대화하기 위해 사우라브와 엄마는 수화를 배웠지만, 아버지는 수화를 배우는 것에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탓에 사우라브는 형이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을 뿐 더러, 우는 모습조차 본 적이 없었다.
미국으로 이민 간 프라카시 삼촌 덕에 사우라브네 가족도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고, 실라 고모, 자나키 할머니, 사촌 에크타가 있어 쉽게 정착할 수 있었다.
사우라브는 미국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지만, 형 라지는 '귀머거리''벙어리' 라 놀림과 공격을 받곤 했는데, 사우라브는 놀림을 받는 형을 보고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자책감을 느끼지만 곧 잊어버렸던 사우라브는 우연히 형의 일기장을 보게 되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형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아버지는 끊임없이 내가 얼마나 쓸모없는지 내 모든 것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이야기한다. 아마도 나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는 그냥 혼자 있으려 한다. 내 생각, 내 의견, 내 감정들은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뭐하러 표현을 한단 말인가. (본문 58p)
그러나 곧 테니스와 샬리니에게 마음을 빼앗긴 사우라브가 형에 대한 걱정을 잊고 지내는 동안 라지는 우울증에 걸려 자실을 시도하게 되고, 자신 밖에 모르던 사우라브는 자신의 꿈보다는 형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직장을 잃은 아버지는 테니스로 순식간에 스타가 된 사우라브가 꿈을 포기한 것에 대한 분노 때문에 라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았으며, 결국 사우라브는 형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여자친구 샬리니와 함께 집을 나서게 된다.
사우라브는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딸을 따고 싶다는 꿈만이 형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형의 꿈이 바로 자신의 꿈임을 깨닫는다.
오늘은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이었다. 등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데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다...........몸 구석구석 모든 부분이 딱 들어맞으며 에너지가 흘러넘쳤다. 팔다리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춰 움직였다. 온몸이 제 기능을 하고 있었다. 난 살아 있었다. 계속, 계속, 계속, 그렇게 달리고 싶었다.............(본문 101p)
막막했던 이들에게 아버지와의 불화로 연락두절이었던 실라 고모가 큰 힘이 되어주었다. 물론 좌절이 있었고, 희망을 물거품이 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으며, 자신의 꿈을 포기한 것에 대한 사우라브의 후회로 인한 갈등도 있었지만, 형 라지의 꿈을 위해 라지, 사우라브, 샬리니는 달리고 또 달렸다.
"이것만 기억해, 형은 이길 수 있어. 모든 건 형이 얼마나 이기고 싶어 하는가에 달려 있어." (본문 332p)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형제 라지와 사우라브가 올림픽 마라톤의 금메달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진다. 독선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로 인해 철저히 외로움으로 고립되었던 라지가 동생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고, 결국 아버지의 마음까지 풀어내게 된 형제간의 사랑이 너무도 따뜻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늘 다투는 남매를 바라본다. 서로 투닥이지만 누나는 동생을, 동생을 누나를 나름대로의 표현방식으로 사랑하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낀다. 가족이기에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상대방의 마음을 잘 안다고 착각할 뿐이다. 가깝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소원해질 수 있는 가족이기에 나만을 생각하기보다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독선적인 아버지를 통해 나는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준 적이 없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하나의 꿈을 향해 함께 달려가는 형제를 통해 가족 전부를 들여다 보게 된 <<뛰어, 뛰어!>>는 대단한 흡입력을 가진 작품이다. 진한 여운을 남긴 이 작품은 며칠이 지난 지금에도 그 감동이 여전히 마음 속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