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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튈지 모르는 중학생의 멘토 부모 되기 - 사춘기 자녀의 4대 변화 관리법 ㅣ 소리치지 않고 때리지 않고 아이를 변화시키는 비결 2
고봉익.이정아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날, 중학교 2학년 딸아이가 "엄마, 북한이 왜 우리 나라에 못 쳐들어오는지 알아?" 하며 말을 건넸다. 다소 심각하게 그들의 경제력과 대외적인 반응에 대해서 답변했지만, 딸아이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우리나라 중학교 2학년들 때문이야~!!"
재미있는 답변에 웃고 말았지만, 생각해보니 영 틀린 말도 아니다. 그만큼 사춘기 우리 아이들은 어디로 튈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된 딸과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초등5학년부터 사춘기에 들어섰지만 그때는 그나마 괜찮았다. 싫어도 부모 말을 들어주는 척이라도 했으며, 그나마 내가 컨트롤 할 수 있었다. 성적도 우수했던 녀석이라 왠만한 일에는 눈감아 주는 아량도 있었던 거 같다. 그런데 중학교 1학년 2학기가 시작되면서 도대체 컨트롤이 안된다. 엄마의 말에 따박따박 말대꾸하는 것은 기본이고, 부모의 조언은 소귀의 경읽기인 녀석이 친구의 말에는 무조건 예스다. 공부는 하기 싫다, 하고 싶은 것도 없다, 는 녀석의 태도를 보면 답답하고 한심한 마음에 버럭 소리부터 지르게 된다. 가끔은 당근으로 아이를 다독여보지만, 아이는 여전히 시한폭탄이다. 외계인 같은 딸아이와의 대화는 나중에는 삼천포로 빠지게 되고, 결국 서로 얼굴을 붉히며 막을 내린다. 휴~ 엄마 되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시한폭탄을 껴안고 있는 외계인 딸아이에 대한 고민으로 걱정스러운 나는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을 알게 되었다. 바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중학생의 멘토 부모 되기>>다. 외계인 같은 사춘기 자녀와 소통하는 법이라는 글귀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요즘 중학생들은 외계인같다, 라는 내 마음을 알고 있는 듯해서 괜시리 위안이 되었다. 이 책은 사춘기 자녀의 4대 변화에 따라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데, 책에 수록된 다양한 고민들은 큰 공감을 주고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사춘기의 4대 변화는,
PART 1 생활 변화 관리
PART 2 관계 변화 관리
PART 3 성적 변화 관리
PART 4 미래 변화 관리
로 나뉘어 있으며, 총 17개의 고민이 수록되어 있다.
17개의 고민 중에 상당 부분이 내 아이와 닮아 있었는데, 한 편으로는 나와 아이 사이에 많은 문제가 있음에 대한 걱정과 우려로 두려움이 커지기도 했지만, 나에게 미덥지 않았던 아이의 모습이 사춘기 아이들에게 쉽게 볼 수 있는 성장통(?)이라는 생각에 안도감도 느껴졌다. 부모의 고민을 통해서 사춘기가 되면서 변화되는 특성을 설명하고, 그에 따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어,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친구 말은 들어도 부모 말은 안 듣는 아이, 아이라인까지 그리고 다니는 외모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쓰는 중학생 딸, 걸 그룹에 빠져 거짓말까지 하는 연예인에 미친 아들, 욕이 빠지면 대화가 안되는 요즘 아이들, 재잘거리던 아이가 딴사람이 되어 말이 없어지고, 잘못을 지적하면 화를 내는 아이, 공부하는 데 유혹거리가 많아 영 집중하는 못하는 아이, 눈을 씻고 봐도 내세울 게 없어 미래가 걱정되는 아이 등 사춘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가질법한 고민들이 수록되어있다.
저자는 부모들의 사춘기를 떠올려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라 권한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사춘기에는 부모 말보다는 친구 말을 더 믿고, 연예인을 좋아했으며 공부는 뒷전이었다. 그렇다면 그런 사춘기를 겪어 누구보다 그 과정을 잘 알고 있어야 할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떤가?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었던가? 하찮아보이는 일들에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신경쓰는 모습이 마뜩잖아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버럭하지 않았던가. 나는 늘 아이와 수직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가르치고 고치려고만 했었다는 것에 미안함, 후회스러움이 밀려들었다.
사춘기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깊이 공유할 수 있는 사람과 자신의 의견을 존중하고 편하게 들어주는 수평적인 관계를 필요로 합니다. 지시하고 강요하고 나무라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상대 말입니다. (본문 25p)
자녀가 부모를 어떤 사람으로 인식하느냐에 따라 행도잉 달라집니다. 사실 멘토 부모가 된다는 건 아이와의 관계를 수평으로 전화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멘토 부모는 잔소리나 명령으로 아이를 윽박지르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조언과 행동으로 이끕니다. (본문 111p)
기말고사를 코앞에 둔 딸아이는 가요가 흘러나오는 mp3를 들으며 몸을 흔든다. 인피니트를 좋아하는 딸아이는 불안해하는 엄마와 달리 태평하기만 하다. 어쩌다 공부 얘기를 하면 알아서 한다며 되려 큰소리다. 이 책을 읽은 뒤 나는 조금 달라졌다. 눈에 거슬리는 아이의 행동에 순간적으로 반응하던 나는 숨을 한 번 내쉴 수 있게 되었고, 잘하고 있는 일에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내 아이를 위해서 했던 나의 말과 행동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성인이 되서어서 여전히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원인이 바로 청소년기에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녀의 청소년기를 함께 보내는 부모에게 있습니다. 자녀가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부모의 역할을 전환해야 할 시기가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즉, 지금까지 '양육자'의 입장으로 자녀를 대했다면 이제부터는 '멘토'의 입장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라는 뜻입니다. (본문 197p)
자녀교육서를 여러 권 접해보았는데, 이 책만큼이나 큰 공감과 이해를 돕는 책은 없었던 거 같다. 솔루션에서 제공했던 '너-메시지'가 아닌 '나-메시지'로 말문을 여는 대화법은 서로에게 가진 감정을 털어내고 이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줄 거 같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솔루션들을 통해서 분명 양육으로 인해 힘들었던 마음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