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크의 영웅들을 만나다 제우수의 역사 탐험기 1
임명현.김이철.놀자북 기획팀 지음, 김이철 그림 / 놀자북(돋을새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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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으로 알라딘 서평단에 응모해 받은 책이다
사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여기저기서 주어 들은 것만 있을 뿐, 거기에 관한 책은 읽어 본 기억이 없다
그 유명한 이윤기씨 책도 안 봤으니 할 말이 없다
플루타르크 영웅전은 더더욱 이름만 들어 봤을 뿐, 대체 플루타르크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몰랐다
그냥 막연히 그리스 사람이 아닐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로마 시대 사람으로 그리스 태생이었다고 한다
그는 독특하게도 그리스 영웅과 로마의 영웅을 비교해 가며 전기를 썼다
원 제목도 Biboi Paralleloi로 우리말로는 대비열전이라고 해석한다
이 책에는 널리 알려진 네 명의 정치가들을 소개한다
아테네를 세운 테세우스, 스파르타의 법을 만든 (그 특이한 공동식사제나 전 국민의 병영생활 같은) 리쿠르고스, 아테네의 개혁가 솔론, 페르시아 전투를 승리로 이끈 페리클레스 등이 나온다

세계사 시간에나 잠깐 들어 봤던 이름들인데 책을 통해 만나니 무척 새롭고 흥미롭다
특히 테세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온 가공의 인물로 알고 있었는데 아테네의 시조로 나온다
헤라클레스의 열 두 가지 과업을 본따 비슷한 모험을 겪은 후 아테네를 세우는 것으로 나온다
여기에 그 유명한 크레타 섬의 미궁도 나오고 서양화에 자주 등장하는 악녀 메데이아도 나온다
메데이아는 황금 양털을 구하러 온 이아손의 아내가 되지만, 나중에 그가 그녀를 버리고 다른 여자를 택하려고 하자 이아손과 여자는 물론, 자기가 낳은 아들까지 죽여 버리는 무시무시한 여자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 마녀가 테세우스의 아버지인 아이게우스의 후처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또 테세우스의 첫 아내인 아드리아네는 아버지를 배신하고 미궁에 들어간 테세우스에게 털실을 줘서 빠져 나오게 만든 인물인데, 테세우스가 섬에 버리고 떠나자 그 곳에 있던 디오니소스와 재혼한다
이런 식으로 여러 인물이 얽히고 설킨 게 그리스 신화의 재미다
동화 속에서 읽었던 사람 죽이는 침대 이야기도 바로 테세우스의 모험 중 하나인 것을 이 책에서 알게 됐다
또 단순히 그리스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만 알았던 페리클레스가 의외로 독재정을 폈다는 것도 새롭게 안 사실이다
확실히 고대 그리스는 독특한 나라다
대부분이 강력한 군주 정치를 폈던 것에 비해 그 옛날 어디에도 없는 민주정이라는 새로운 정치 제도를 들고 나온 그리스 사람들의 정치 철학이 놀랍다
그래서 여전히 그리스 사람들은 현대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모양이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막연하게 쉽게 쓰여진 것은 아니고 고대 그리스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군데군데 삽화가 끼여 있어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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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동맹과 함께 살기 - 고종석 시평집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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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종석, 사랑해 마지 않던 작가
어찌나 문체가 아름다운지 그의 수필을 읽으면서 에세이스트란 바로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었다
그 사람이 쓴 책을 모조리 구해 읽으면서 한국어 문장이 주는 아름다움에 혼자 심취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책은 50% 정도만 만족했다
역시 정치 이야기는 가치관의 문제, 혹은 개인적인 판단이 들어가기 때문에 편하게 읽을 수가 없다
그가 제기하는 정치적 의견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 부분이 꽤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이 이 정도로까지 정치적 색체가 짙었는지 의문스럽다
신문에 발표된 글을 모은 것들이라 그런지 정말 매우 정치적이고,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상당하다
뭐랄까, 그 사람 의견이 틀렸다기 보다는, 생각하는 관점이 나와 많이 다르네,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던 부분이 이 곳 저 곳 많았다
일일이 다 거론할 수는 없고 또 정치적인 면은 너무나 내 관심 밖이기 때문에, 더 정확히는 도대체 정치에 관해 토론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회의적이기 때문에 별로 쓸 말이 없다

그 부분을 빼고는 대체적으로 괜찮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영화 챕터는 역시 고종석이다 할 만큼 문체도 좋고 그가 집어내는 생각의 꼭지들이 참 마음에 든다
역시 난 사회학적인 측면이 정서에 맞는 것 같다
판단이 애매모호한 정치적인 그런 부분 말고,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 같은 현실 분석이 더 편하고 재밌다
오래된 정치적 시평을 모은 거라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이 좀 많다
신문에서 읽어야 제 맛이 나는데 너무 묵혀버렸다
정운영씨에 대한 부분도 내 느낌과 일치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내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훌륭한 분을 삐딱하게 보나 싶었는데 고종석 역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아마 그런 성향 때문에 이 사람은 완전히 민노당을 지지하지 못하고 타고난 우익이라는 수사를 쓰는 모양이다
또 그런 이유로 이른바 진보 네티즌이라는 과격한 집단으로부터 공격도 받는 것 같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일관성의 결여라고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어쩌랴, 인간이 원래 본심을 죄다 드러내지 못하고 또 스스로도 잘 모르는 복합적인 존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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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경영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심현식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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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정말 열심히 읽은 책이다
"Flow" 에서 보여준 몰입감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너무 유용한 책이었다
이 사람이 주장하는 내용은 막연한 직관에 의존한 것도 아니고 몇몇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한 것도 아니다
긍정심리학이라는 학문을 연구하는 심리학자이고 경험추출법이라는 측정 방식을 통해 통계를 낸 후 가설을 검증한 논리적인 추론 방식을 거쳤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
재밌는 건 평범한 자기계발서와 결론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자기 일 열심히 하고 보다 높은 가치를 추구하고 남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소명 의식을 가지라는 건 모든 자기계발서의 똑같은 레파토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이 책에 애정을 갖는 이유는, 당연한 진리를 보다 높은 차원에서 분석하고 구체화 시켜 주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소설의 주제는 인간 사이의 관계, 즉 넓게 보면 사랑이겠지만 톨스토이가 얘기하는 사랑과 삼류 잡지에 연재되는 사랑이 비교할 수 없는 수준차를 보이는 것과도 비슷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톨스토이에 비견될 만큼 명저라는 얘기는 아니다)

 

책을 통해 심리적 치유를 시도하는 비블리오 테라피라는 치료법이 있다
이것과 관련된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나는 칙센트미하이가 쓴 몰입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정말 내면의 치유라고 할 만한 과정을 거쳤다
열심히 메모하고 내 경우를 대입해 보고 반성하고 후회하고 또 스스로를 위로했고 무엇보다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됐다
물론 그 과정들이 지속적이지는 못했기 때문에 내 인생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책을 읽는 순간, 그 잠깐이라도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진지하게 내 인생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저자에게 감사한다

 

직장에서도 월드 시리즈 결승전을 구경하는 것 같은 흥분과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
이것이 저자가 던지는 도발적인 질문이다
물론 정답은 가능하다, 이다
쉬운 과정은 아니지만 말이다
목표가 분명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실력에 맞는 적절한 난이도의 과제가 주어진다면 누구나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몰입이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되면 그 사람은 조직에서 중요한 위치에 오르고 높은 의식 수준을 갖게 된다
이것을 그는 심리적 자본이라고 표현했다
나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인데, 자본의 정의가 단순히 투자할 수 있는 여력, 가지고 있는 돈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더 큰 이득을 기대하며 즉각적인 소비를 하지 않고 보유하여 두는 자원들" 을 지칭한다고 한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TV를 보는 것은 쾌락, 즉 심리적 소비의 행위다
그러므로 TV를 보고 남는 심리적 자원은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운동을 한다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자원 봉사 등의 보다 높은 수준의 활동을 한다면 이것은 심리적 자본을 구축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더 높은 의식 수준에 기여하게 된다
복합성을 향상시키는 이런 행위들은 심리적 자본으로 남기 때문에 몰입의 순간을 제공하고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행위들은 주의력을 요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필요하다
TV가 바보상자인 이유도 바로 이런 심리적 에너지를 전혀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성장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까닭인지도 모른다

 

가장 도움이 됐던 말은, 인간의 주의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관심을 분산시키기 어렵다는 얘기였다
그 말은, 어떤 일에 열중하고 있으면 근심과 괴로움과 고통을 잊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내가 겪고 있는 심적 고통들을 이기는 방법은 내 주의력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다
재밌는 건, 좋아하는 일에 주의력이 집중되기 마련이지만 반대로 주의를 집중하다 보면 저절로 그 일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에 주의력을 쏟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물론 직업과 관련된 주의력일 것이다
그러므로 직장을 선택할 때 돈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고,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펼칠 수 있는지, 조직이 나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 주는지를 따지라고 한다
개인이 성장할 수 없는 조직이라면 보수가 많다 할지라도 거부하라고 한다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인지 어떤지를 감별해 내는 것도 큰 능력일 것이다
판단 기준이라는 것이 기껏해야 연봉 밖에 모르는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먼저 통찰력을 길러야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경영자에 대한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리더쉽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비록 나는 근로자, 조직원에 지나지 않지만 언젠가는 내가 고용주가 될 수도 있고 (이런 날이 안 왔으면 좋겠지만) 동료들 사이에서도 리더쉽이란, 가능한 덕목이기 때문에 열심히 경청을 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리더쉽은 구성원들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상적이긴 하지만 저자는 기업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가치도 공동체의 발전에 이바지 하겠다는 보다 높은 가치관이라고 했다
적어도 내가 운영하는 이 회사의 조직원들의 발전에 이바지 하겠다는 신념 정도는 가져야 성장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직원의 복지 향상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자율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어야 생산력이 올라간다고 한다
기업을 둘러싼 현실적인 문제들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분히 이상적인 논의이긴 하지만, 그리고 여기서 거론되는 기업주들이 과연 자신들이 말하는 그 고귀한 가치들을 실제로 수행하고 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근본적으로는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 보다는 내가 속한 공동체, 나 자신의 이익 보다는 보편적인 선을 추구할 때 개인은 물론 기업 역시 더 높은 단계의 성장을 이룩한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저자는 그것이 사실임을 여러 사례를 통해 논증한다)

 

강준만의 책에서도 본 것이지만, 저자 역시 현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기 못한 사람이 얻는 소득의 차이가 지나칠 정도로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서 노동자들의 임금은 대부분 동결되는 데 비해 CEO들의 연봉은 억 소리가 날 정도로 계속 인상되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이나 일부 연예인들의 어마어마한 수입도 이런 사례가 될 것이다
그들이 실제로 기여하는 바보다 지나치게 많은 수입을 얻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이런 식으로 계속 커진다면 자본주의 체제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어떤 체제든 문제점은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냐에 따라 존폐가 결정될 것이니 제발 높으신 분들이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다
(오죽했으면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났겠는가...)

 

직장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가?
일단은 그럴 수 있다고 희망을 주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고 격려하니 실망할 것도 아니다
정말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 사람은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눈에 보이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그것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는 방법을 개발하고, 자기 수준에 맞는 과제를 찾는다면 직장에서도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념이 있어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는 사람은 난관이 닥쳐도 주의력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
과연 내 신념은 무엇인지, 책에 나온 표현을 인용하자면 내가 세상에 태어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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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문화 읽기
황성근 지음 / 북코리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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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관한 생활사 이야기는 많이 접해 봤지만 상대적으로 독일 이야기는 드문 편이라 관심을 갖고 읽게 됐다
전체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편견이 매우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아마도 전형적인 한국의 중년 남성인 것 같다
유교적인 가치관을 신봉하고 민족주의적인 경향이 다분하다
어차피 자신의 관점과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기 마련이다
이 사람의 의견이 틀렸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았다
기본적으로 가치관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1. "여자들이 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거부감이 드는 부분이었다
담배를 피우든 말든 그건 전적으로 개인이 판단할 문제다
아직도 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여자에게 시비붙는 현상이 일반적인 우리나라가 정상인가?
여자는 애를 낳을 사람이므로 몸에 해로운 담배를 안 피워야 한다는 논리도 너무 웃긴다
그럼 불임인 여자는 담배를 피워도 되나?
더 넓게 보자면 담배는 폐암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니,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아예 금지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2. "독일 여자들은 게으르기 때문에 화장을 하지 않는다"
넌센스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유별난 화장술과 옷에 대한 열정은 유명하다
그럼 한국인은 특별히 다른 민족에 비해 부지런하기 때문에 자기를 가꾸는데 열심인가?
사람마다 생각하는 건 다르겠지만 난 오히려 화장을 하지 않아도 당당하게 거리를 나갈 수 있는 독일 분위기가 훨씬 마음에 든다
여자가 화장도 안 하고 돌아다닌다는 비난을 듣는 대한민국 보다는, 화장을 하든 말든 개인의 자유로 치부하는 독일 사회가 훨씬 자유롭지 않는가?
그리고 독일 학생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살기 때문에 옷이나 화장품에 투자할 여력이 없을 것이다
결혼하기 전까지, 아니 결혼할 때조차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해 화려하게 치장하고 다니는 한국인들이 과연 독일인 보다 부지런해서 화장을 열심히 하는 것인지 매우 의심스럽다

3. "독일인은 부모 자식간의 사랑이 약하고 계약관계다"
가족 관계야 말로 타인의 눈으로 정확히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과연 독일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희생정신도 없고 계약 관계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가?
독일 사람이 책을 읽으면 매우 분노할 것 같다
같은 식으로 보자면,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지나치게 자식들에게 얽매여 자기 인생은 없고 오직 자식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산다고 비판할 수 있다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오히려 난, 자식들에게 함몰되지 않고 자기 인생을 찾는 독일 부모들이 훨씬 현명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노인 소외 문제는 가부장제의 유지만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현대 산업사회를 거치는 모든 나라에서 어쩔 수 없이 직면하는 문제다
복지 정책의 확대로 해결할 문제지, 장유유서 정신을 고취시키고 결혼 후 장남이 부모를 모시는 가부장제를 유지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만약 도덕 정신의 해이 따위로 호도된다면 그야말로 사회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피상적인 관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4. "성의식이 지나치게 노출되서 마치 동물적인 본능을 드러내는 것 같다"
그럼 한국인처럼 음성적으로 숨어서 밝히는 게 동물적이지 않고 지적인 태도인가?
술집에 가서 섹스하는 정도는 외도로 치지도 않는 한국 문화가, 드러내 놓는 독일 문화에 비해 더 우수한가?
천만에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는 독일 문화를 우수하게 생각하는 것이 한국인의 열등감의 발로라고 하는데, 반대로 독일을 깍아 내리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열등감의 표현일 뿐이다
어떤 문화든지 나름대로의 특수성이 있고 그 사회의 독특함과 역사적 전통으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저자는 우리가 독일을 선진국이라고 막연히 추앙하는 것에 반대하다 보니, 역으로 무조건 깍아 내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 독일 사회를 분석하는 깊이가 너무 없다
피상적인 관찰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5. "독일 학생들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사실 한국처럼 교육열이 높은 곳에서는 독일처럼 학비가 무료인 나라가 부럽기 마련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 팔아 대학 보냈다는 말이 흔히 들렸고, 지금도 등록금 인상 거부 투쟁으로 학기초면 캠퍼스가 시끄럽다
그런데 독일이나 프랑스 등은 심지어 외국인들에게도 대학 등록금을 받지 않는다고 하니 우리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그러나 반대로 대학에 가지 않는 사람들은, 대학 교육을 받아 상류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부당한 세금을 낸다는 비판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회 복지 제도 운영의 문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우리 입장에서 보면 누구나 원하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은 매우 발달된 제도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노인들이 아무 때나 대학에 갈 수 있다며 세금 낭비라고 표현하는 건 지나치게 편파적이다
차라리 복지 제도의 효율성 문제를 거론했으면 좋았으련만 감정적인 비난에 그친 점이 아쉽다
또 덧붙이자면, 독일인이 지적 과시욕이 강하다면서 속물적이라고 비난했는데 알고자 하는 욕구가 왜 비난의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다
걸핏하면 책을 찾아 보려고 하고 심지어 아무 때나 대학에 간다는 게 왜 비난의 근거가 되는지...

6. "쇼핑몰이 9시면 문을 닫고 일요일에는 열지도 않아서 매우 불편하다"
물론 이용객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반대로 종업원 입장에서는 즉 근로자들에게는 당연히 정해진 노동시간만 일하면 되는 거니까 좋은 노동 환경이지 않을까?
한국 사회를 관찰한 프랑스 기자가, 한국의 상점은 밤 12시에도 열려 있다면서 대체 그 노동자들은 언제 쉬는지 모르겠다고, 이런데도 한국이 가족 중심사회인지 의아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가족은 언제든지 내 옆에 있는 존재고, 돈 버는 게 최고라는 인식 때문에, 또 지나치게 각박한 경쟁 체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밤까지 불을 켜 놓고 손님을 맞는 한국의 점원들이 더 가엾은 처지가 아닐까?
이용객들은 불편하겠지만 그들보다 더 못한 처지이기 마련인 노동자들의 근로 시간을 준수해 주는 독일 사회가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또 공무원들이 점심 시간에는 일을 보지 않는다고 비판하는데 공무원들 역시 밥은 먹어야 할 거 아닌가?
독일 서민들이 한국보다 잘 사는 것 같다고 했는데 서민들이 이런 권리를 보장받기 때문에, 또 그만큼 인건비가 높기 때문에 육체노동 일을 하더라도 먹고 살만 하다는 걸 왜 모른체 하는지 모르겠다

7. "독일의 음식 문화는 한국보다 수준이 낮다"
한 나라의 음식 문화를 우열의 높낮이로 따질 수 있는 문제인가?
물론 프랑스나 중국처럼 특히 음식으로 유명한 나라들이 있다
그렇지만 과연 얼마나 그 나라 음식을 먹어 봤길래 심지어 야만적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포크와 나이프는 야만적인 것이고, 숟가락과 젓가락은 발전된 형태인가?
문득 영어에는 붉다는 표현이 red 밖에 없지만 한국어에는 수많은 표현이 존재한다면서 영어보다 한국어가 훨씬 발달된 언어라는 기사가 생각난다
나 역시 어, 정말 영어 표현은 단순하구나 생각했는데, 과연 그 글을 쓴 사람이 영어 표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면서 붉다는 의미의 수많은 영어 단어를 나열한 반론 글을 본 후, 영어에 대한 무지가 어설픈 한국어 찬양론자를 낳았다는 걸 깨달았다
제대로 모르면서 남의 문화나 언어를 함부로 깍아 내려서는 안 된다
칭찬은 좋은 말이니까 쉽게 얘기해도 되지만, 비판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
더구나 남의 문화를 깍아 내려 자신의 문화를 높힐 때는 매우 주의해야 하는 거 아닐까?

전체적으로 전여옥이 쓴 "일본은 없다" 를 본 기분이었다
"독일문화읽기" 가 아니라 "독일은 없다" 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저자는 아마도 학창 시절 가졌던 막연한 독일 문화에 대한 동경이 억울했던지, 혹은 외국에 살고 온 걸 대단한 위세라고 자랑한 게 아니꼬왔는지 독일 문화의 저급함을 매우 강조한 것 같다
한 나라의 문화는 좋다 나쁘다 한 마디로 정의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무조건적인 동경이 위험하다면 반대로 우리가 훨씬 낫다는 어설픈 우월주의도 경계해야 마땅하다
독일 사회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이 너무 약해 인상 비평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근거를 대기 보다는 자신이 가진 가치관에 빗대어 좋다, 나쁘다 단정을 지은 내용이 많아 공감을 얻기가 어려웠다
박노자가 쓴 노르웨이 이야기와 같은 수준있는 문화 비평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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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0-30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도 별 셋이군요. 읽으면서 별 하나? 했는데.. ^^

marine 2006-10-30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수준이 떨어진다는 건 아니고, 제 생각과 다르다는 얘기예요^^

비로그인 2006-10-30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상한 논리가 많은 책인 듯 싶어요. 블루마린님의 리뷰를 먼저 읽은 것이 다행입니다.

여울 2006-10-30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 7. 옥시덴탈리즘이군요. 좀 심하신 듯. 5-6. 오히려 공유하거나 느낄 점들이 많은 것 같군요. 읽으시느라 힘드셨겠네요. ㅎㅎ

marine 2006-10-3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de님, 여울마당님, 상황을 보는 관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책을 읽고 동의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리뷰 쓰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피뢰침 2007-03-12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카로운 리뷰, 잘 보았습니다. 독일 문화에 대해 다룬 책 자체가 많지 않은데 뭘 봐야할지....
 
만족 - 뇌과학이 밝혀낸 욕망의 심리학
그레고리 번스 지음, 권준수 옮김 / 북섬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상당히 마음에 드는 책
별 네 개쯤 줘도 될 것 같다
중간에 아이슬란드 여행기만 뺀다면 각 장이 모두 의미있고 유익한 서술이었다

 

새로움의 근원은 무엇인가?
뜻밖에도 저자는 도파민을 언급한다
도파민이라면 파킨슨 병과 정신분열증에서 언급되는 바로 그 물질이 아닌가?
그런데 도파민이 바로 의욕이라는 기분의 실체라고?
이러니 책에서 배우는 것과 현실에서 직접 마주칠 때의 느낌은 꽤나 다를 수 밖에 없다
지겹게 외웠던 도파민의 대사 경로가 책에서는 너무나 다른 느낌으로 아주 흥미롭게 다가온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이런 즐거움을 찾는 게 아닐까?
도파민이 분비되는 선조체는 일종의 터널과 같다고 한다
피질에서 모든 정보를 받은 다음 이 터널을 통과할 때 도파민이 분비된다
다시 이 물질은 시상하부로 전달되어 행동을 일으키는 동기가 된다
그러니까 엔돌핀 같은 물질이 일종의 마약처럼 쾌락을 일으킨다면 도파민은 새로운 일을 만났을 때 하고 싶은 동기, 즉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물질이다
저자는 진정한 행복이 바로 하고자 하는 의욕에 있다고 본다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행복, 즉 몰입이라는 특성은 만족보다 더 아래 개념으로 본다
쾌락이 즉각적인 반응, 즉 식욕이나 성욕을 채웠을 때의 일시적인 즐거움이라면, 행복은 기분이 좋은 상태를 의미한다
몰입도 그런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다
쾌락보다는 길지만 어쨌든 매순간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만족은 이보다 고차원적인 특성으로, 새로운 것을 만났을 때 그것을 풀어나가겠다는 의욕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상태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인간은 같은 일을 반복하면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 할지라도 쉽게 질리고 만다
그러므로 새로움은 만족을 유지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감정이다
이를테면 비싼 스시도 매일 먹으면 날마다 먹는 토스트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진정으로 즐기고 싶다면 질리지 않게 간격을 두고 먹어야 한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다
권태기가 오는 것은 저자에 따르면 너무 당연한 얘기다
서로에 대해 친숙해지고 관계가 반복되면서 점차 뇌는 질리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상대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차마 말하지 못했던 성적 욕망을 털어 놓는 것도 권태기를 극복하는 좋은 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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