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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모든 것 - [초특가판]
조셉 L. 맨키비츠 감독, 베티 데이비스 외 출연 / 씨네코리아 / 2003년 9월
평점 :
MBC 드라마 제목으로 차용된 영화라 궁금해서 보게 됐다
생각보다 재밌고 잘 된 영화였다
마고 역의 배우 훌륭했다
늙어가는 것을 두려워 하는 여배우의 불안한 심리 상태가 잘 나타났다
옛날 드라마와 비교해 보면,
마고-능력있고 착한, 친구들을 많이 가진 채림
그런데 채림과 마고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채림은 전형적인 착한 여자로 매우 비현실적이고, 어떻게 보면 좀 바보같기도 한데 마고는 nervous하고 매우 입체적인 캐릭터다
샘이 왜 그녀를 사랑하는지 알 것 같다
샘의 말대로 그녀는 지적이고 감성이 풍부한 매력적인 배우다
비록 늙고 편집증적인 구석이 있어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자기 중심적 인물이긴 하지만...
난 마고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자기는 늙어가고, 젊은 애들은 치고 올라오고, 더구나 자신을 여신처럼 떠받들었던 일종의 하녀 같은 애가 자신의 대역을 하더니 어느새 자신보다 더 훌륭하게 배역을 연기해 내니,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만약 그녀가 이브를 누를 만한 확실한 실력이 있었다면 그렇게 초조하고 불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녀 역시 자기보다 이브가 더 낫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전체적인 실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해서가 아니라, 현재 자기가 맡은 역할은 24세의 어린 이브가 해야 하는 그런 젊은 배역인데 이미 자신은 40대가 되버렸다
젊음에 대한 질투, 늙어감에 대한 불안감, 더구나 여덟 살이나 어린 샘까지 뺏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마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이 모든 사실을 겉으로는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들에게 감출 수 밖에 없고, 결국 엉뚱한 쪽으로 화를 내니까, 점점 그녀는 이상한 여자가 되간다
이브-김소연
비교적 비슷하긴 한데 이브가 처음에는 완벽한 착한녀였다가 나중에는 악녀로 변신한데 비해, 김소연은 처음부터 악녀였다
채림보다는 낫지만 이브 정도는 못 된다
각본의 문제인가?
하여간 이브는 대단하다
천성적으로 나쁜 여자라고 해야 하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안 느낀다고 해야 할까?
그렇지만 성공하고자 하는 열망, 연극에 대한 열정 등은 높이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영화에서는 마고를 배신하고 심지어 이용한 걸로 나오지만, 따지고 보면 신인의 성장은 언제나 기존의 스타를 무너뜨릴 때만 가능한 것이다
왜 항상 마고만 최고의 스타 자리에 있어야 하는가?
진정한 팬이란 스타를 철저하게 모방하고 연구해서 그를 능가하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이브는 마고를 너무나 열렬하게 숭배한 나머지 그녀의 모든 연극을 전부 관람하고 그녀의 행동을 따라 하고 그녀의 모든 것을 모방한다
결국 그녀보다 더 훌륭한 배우가 됐다
이브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다시 그녀의 워너비가 나타나 그녀를 모방하는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었다
이런 캐릭터야 말로 진짜 훌륭한 팬이 아닐까?
가수 공연장 쫓아가서 플랑카드 흔드는 빠순이에서 벗어나 가수의 음악 스타일을 연구하고 노래를 흉내내다가 드디어 그 가수보다 더 훌륭하게 노래를 부르고, 나중에는 더 훌륭한 가수가 되는 것!
갑자기 이승철 팬클럽 회장이었던 신해철이 생각난다
샘-장동건
샘은 굉장히 멋진 남자로 나온다
신경질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며 나이도 여덟살이나 많은 이 피곤한 여배우를 샘은 진심으로 사랑한다
이브가 그를 유혹할 때도 냉정하게 뿌리친다
모두가 마고를 비난할 때조차 샘은 그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준다
결국 마고는 샘과 결혼한다
드라마에서 장동건은 끝까지 채림을 사랑하는 능력있는 이사로 나오지만, 영화 속의 샘과는 차원이 다르다
드라마에서는 단순히 백마 탄 왕자님이었다면, 영화에서 샘은 사랑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진짜 로맨티스트다
각본의 수준 때문인가?
왜 드라마는 허접 쓰레기 밖에 안 되는 걸까?
듀윌-김소연 전 남편
영화 속의 듀윌은 이브를 데뷔시키는 기자로 나온다
이브의 이중성을 꿰뚫고 있다
결국 로이드와의 결혼을 막고 자기 여자로 만든다
그는 아무도 자기를 가지고 놀 수 없다며 이브의 위선을 까발린다
드라마의 김소연 전 남편 역은 뭐, 악녀의 이중성을 폭로하는 카타르시스 따위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매우 평면적인 역할이었다
로이드-한재석
드라마에서 그나마 좀 나은 역시 한재석 역할이었다
악녀를 사랑하는 순진남의 비애랄까?
로이드의 아내 캐런은 이브를 사랑하고 그녀를 마고에게 소개시켜 줬으며 심지어 일부러 마고를 끌어내서 이브가 그 대역을 하게끔 도와 주지만, 결국 남편을 뺏기고 만다
매우 아름답고 착한 여자다
이브가 로이드를 유혹하는 과정은 잘 안 나왔다
영화 속에서는 좀 평면적인 역할이다
듀윌이 이브의 음모를 막고 자기 여자로 만들기 때문에 이브와 로이드의 결혼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결국 착한 캐런과 계속 같이 산다
제일 매력적인 역할은 역시 마고였다
성격파 배우 같다
이브의 그 열정은 부럽다
표독스럽고 위선적이긴 하지만, 자기 일에 대한 그 정도 열정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매력적으로 비칠 것 같다
드라마 속의 김소연은 처음에는 일로 승부 보려고 하다가 나중에는 백마 탄 왕자님 장동건 뺏기로 돌아서서 엄청 짜증났는데 이브와 로이드의 애정 관계는 중요하지 않게 그려져 좋았다
오히려 연극에 대한 이브의 무서울 정도의 열정과 집착이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인신공격만 안 한다면, 음모만 안 꾸민다면 일에 대한 열정은 언제나 아름다운 거 아닐까?
이브 같은 여배우가 있다면 스타로써 숭배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