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경영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심현식 옮김 / 민음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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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정말 열심히 읽은 책이다
"Flow" 에서 보여준 몰입감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너무 유용한 책이었다
이 사람이 주장하는 내용은 막연한 직관에 의존한 것도 아니고 몇몇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한 것도 아니다
긍정심리학이라는 학문을 연구하는 심리학자이고 경험추출법이라는 측정 방식을 통해 통계를 낸 후 가설을 검증한 논리적인 추론 방식을 거쳤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
재밌는 건 평범한 자기계발서와 결론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자기 일 열심히 하고 보다 높은 가치를 추구하고 남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소명 의식을 가지라는 건 모든 자기계발서의 똑같은 레파토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이 책에 애정을 갖는 이유는, 당연한 진리를 보다 높은 차원에서 분석하고 구체화 시켜 주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소설의 주제는 인간 사이의 관계, 즉 넓게 보면 사랑이겠지만 톨스토이가 얘기하는 사랑과 삼류 잡지에 연재되는 사랑이 비교할 수 없는 수준차를 보이는 것과도 비슷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톨스토이에 비견될 만큼 명저라는 얘기는 아니다)

 

책을 통해 심리적 치유를 시도하는 비블리오 테라피라는 치료법이 있다
이것과 관련된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나는 칙센트미하이가 쓴 몰입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정말 내면의 치유라고 할 만한 과정을 거쳤다
열심히 메모하고 내 경우를 대입해 보고 반성하고 후회하고 또 스스로를 위로했고 무엇보다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됐다
물론 그 과정들이 지속적이지는 못했기 때문에 내 인생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책을 읽는 순간, 그 잠깐이라도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진지하게 내 인생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저자에게 감사한다

 

직장에서도 월드 시리즈 결승전을 구경하는 것 같은 흥분과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
이것이 저자가 던지는 도발적인 질문이다
물론 정답은 가능하다, 이다
쉬운 과정은 아니지만 말이다
목표가 분명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실력에 맞는 적절한 난이도의 과제가 주어진다면 누구나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몰입이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되면 그 사람은 조직에서 중요한 위치에 오르고 높은 의식 수준을 갖게 된다
이것을 그는 심리적 자본이라고 표현했다
나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인데, 자본의 정의가 단순히 투자할 수 있는 여력, 가지고 있는 돈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더 큰 이득을 기대하며 즉각적인 소비를 하지 않고 보유하여 두는 자원들" 을 지칭한다고 한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TV를 보는 것은 쾌락, 즉 심리적 소비의 행위다
그러므로 TV를 보고 남는 심리적 자원은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운동을 한다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자원 봉사 등의 보다 높은 수준의 활동을 한다면 이것은 심리적 자본을 구축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더 높은 의식 수준에 기여하게 된다
복합성을 향상시키는 이런 행위들은 심리적 자본으로 남기 때문에 몰입의 순간을 제공하고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행위들은 주의력을 요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필요하다
TV가 바보상자인 이유도 바로 이런 심리적 에너지를 전혀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성장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까닭인지도 모른다

 

가장 도움이 됐던 말은, 인간의 주의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관심을 분산시키기 어렵다는 얘기였다
그 말은, 어떤 일에 열중하고 있으면 근심과 괴로움과 고통을 잊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내가 겪고 있는 심적 고통들을 이기는 방법은 내 주의력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다
재밌는 건, 좋아하는 일에 주의력이 집중되기 마련이지만 반대로 주의를 집중하다 보면 저절로 그 일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에 주의력을 쏟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물론 직업과 관련된 주의력일 것이다
그러므로 직장을 선택할 때 돈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고,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펼칠 수 있는지, 조직이 나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 주는지를 따지라고 한다
개인이 성장할 수 없는 조직이라면 보수가 많다 할지라도 거부하라고 한다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인지 어떤지를 감별해 내는 것도 큰 능력일 것이다
판단 기준이라는 것이 기껏해야 연봉 밖에 모르는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먼저 통찰력을 길러야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경영자에 대한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리더쉽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비록 나는 근로자, 조직원에 지나지 않지만 언젠가는 내가 고용주가 될 수도 있고 (이런 날이 안 왔으면 좋겠지만) 동료들 사이에서도 리더쉽이란, 가능한 덕목이기 때문에 열심히 경청을 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리더쉽은 구성원들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상적이긴 하지만 저자는 기업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가치도 공동체의 발전에 이바지 하겠다는 보다 높은 가치관이라고 했다
적어도 내가 운영하는 이 회사의 조직원들의 발전에 이바지 하겠다는 신념 정도는 가져야 성장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직원의 복지 향상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자율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어야 생산력이 올라간다고 한다
기업을 둘러싼 현실적인 문제들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분히 이상적인 논의이긴 하지만, 그리고 여기서 거론되는 기업주들이 과연 자신들이 말하는 그 고귀한 가치들을 실제로 수행하고 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근본적으로는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 보다는 내가 속한 공동체, 나 자신의 이익 보다는 보편적인 선을 추구할 때 개인은 물론 기업 역시 더 높은 단계의 성장을 이룩한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저자는 그것이 사실임을 여러 사례를 통해 논증한다)

 

강준만의 책에서도 본 것이지만, 저자 역시 현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기 못한 사람이 얻는 소득의 차이가 지나칠 정도로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서 노동자들의 임금은 대부분 동결되는 데 비해 CEO들의 연봉은 억 소리가 날 정도로 계속 인상되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이나 일부 연예인들의 어마어마한 수입도 이런 사례가 될 것이다
그들이 실제로 기여하는 바보다 지나치게 많은 수입을 얻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이런 식으로 계속 커진다면 자본주의 체제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어떤 체제든 문제점은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냐에 따라 존폐가 결정될 것이니 제발 높으신 분들이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다
(오죽했으면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났겠는가...)

 

직장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가?
일단은 그럴 수 있다고 희망을 주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고 격려하니 실망할 것도 아니다
정말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 사람은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눈에 보이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그것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는 방법을 개발하고, 자기 수준에 맞는 과제를 찾는다면 직장에서도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념이 있어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는 사람은 난관이 닥쳐도 주의력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
과연 내 신념은 무엇인지, 책에 나온 표현을 인용하자면 내가 세상에 태어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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