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와 헤리엇은 그 시대에서도 정숙하고 건전한 연인이었다.

방탕하고 자유로운 연애시대에 자신들의 신념을 고수하고 결혼을 하고  이상적이고 안정된 가정을 가지기를 소망했다.

커다랗고 방이 많은 집에서 방마다 가득한 아이들을 갖고 집에는 햇살이 가득하고 웃음이 끊어지지 않고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에는 집안 가득 사람이 넘쳐서 행복한 기운이 끊어지지 않은 집

두 사람은 그런 가정을 꿈꾸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하나 둘 셋 넷을 낳았다.

그 동안 아무탈 없이 그들이 꿈꾸는대로 살아갔다.

큰 집과 많은 가족을 부양하기엔 아직 젊은 부부들은 부자인 데이비드의 아버지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혼자 사는 헤리엇의 어머니에게 양육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사실 완전하고 행복한 가정에 대한 꿈을 꾸었지만 그걸 독립적인 힘으로 부양할 능력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첫번째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중요치 않게 생각했고 그 자랑스러운 가정을 집을 가졌다는 것을 누리기에 바빴다.

그러나 다섯째 아이가 생겼다.

그 아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헤리엇을 힘들게 했고 무언가 이질적인 물체가 자신과 접속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임신 내내 이물감과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리고 열달을 채우지 않고 다섯번째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전에도 앞으로도 볼 수 없을 만큼 끔찍하고 이질적인 괴물이었다.

그런데 사실 다섯번째 벤이 무엇이 어떻게 이상하고 두려운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힘이 쎄고 작지만 단단하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어딘가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벤

화목한 가족은 벤 하나의 등장으로 공포스러워지고 어색해지고 두려워진다.

다른 아이들은 벤을 슬슬 피하게 되고  친척들은 핑계를 대고 이들의 집을 방문하지 않는다.

아이때문에 가정이 위태로워지자 데이비드는 아이를 요양원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요양원이지만 살아 이별이고 절대 다시 볼 수 없음을 모두는 안다.

벤이 떠나고 가정에는 평화가 찾아왔고 가족은 다시 옛생활로 돌아간다.

하지만 헤리엇은 자꾸 벤이 떠오르고 그 아이를 그렇게 둔다는 것이 걸린다.

결국 빗길을 달려 벤을 만나러간 헤리엇은 벤을 데리고 돌아온다.

그대로 둔다는 건 아이의 죽음을 방치하는 것이고 내 손을 더럽히지않아도 아이를 없앨 수 있는 기회라는 걸 알면서도 아이를 데리고 온다.

헤리엇이 엄마라서 아이를 데리고 왔을까? 두려움도 이길 수 있는 모성때문에?

하지만 헤리엇에게는 벤뿐 아니라 나머지 네명의 아이가 또 있다.

벤을 데리고 가자면 벤은 죽지 않겠지만 다른 아이들은 공포감에 다시 싸이게 되고 가족은 행복히지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나머지의 행복을 생각하게되면 벤이 죽어야한다.

그 사이에서 헤리엇은 다른 생각없이 벤을 선택한다.

그리고 예상대로 가정은 망가진다.

다시 친척들의 방문은 끊어지고 아이들은 자라면서 집을 떠나버리고 남편은 일에 파묻힌다.

헤리엇과 벤만이 집에 남았다. 아니 막내 폴이 아직있긴하다.

폴은 벤으로 인해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그래서 조금 불안하고 예민한 아이다.

행복하고 보여지는 가정을 원한 헤리엇에게 벤은 무엇이었을까

그 아이를 데리고 가면 헤리엇이 꿈꾸던 완벽한 가정은 무너진다. 그럼에도 헤리엇은 벤을 데리고 가지만.... 어쩌면 보여지는 것에 매달리는 헤리엇으로서는 벤으르 데려가는 것도 하나의 보여지는 무언가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헤리엇의 불안대로 가족은 해체되고 서서히 무너진다.

여전히 헤리엇은 벤이 사랑스럽지도 않고 미안하지도 않고 그저 길들이고 다루어야 할 존재일 뿐이다.

겁을 주고 협박을 하면서 관리하고 관찰하고 통제해야할 대상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 벤은 언제나 불길한 예감을 뿌리고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지만 무언가를 하는 것은 없다. 간혹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끝날때 까지 누군가를 정말 해한 적은 없다. 그저 이질적이어서 두려울 뿐이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존재가 나타났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울 수 있다는 걸 책은 충분히 보여준다. 뭐라고 묘사하는 건 아닌데도 분위기상 꼭 벤이 지금 무언가를 저지를거 같은 예감을 가지게 한다. 내가 벤을 모른다는 것 도무지 내 상식과 내가 사는 세상의 질서와는 전혀 다른 벤이라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헤리엇도 데이비드도  다른 가족도 그렇다.

데이비드는 그리고 다른 형제는 그냥 벤을 무시하고 외면하고 만다.

사람들이 그렇다. 두려움을 마주하면 일단 가능한한 고개를 돌리고 무시한다. 그래서 넘어갈 수 있다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피할 수 있을 때까지는 피하자.는 생각

그러나 헤리엇은 벤을 안을 수도 없고 외면할 수도 없다.

통제하고 위협하면서도 돌보고 누군가가 벤에 대해 자기와 같은 감정을 가지길.. 누군가 자기를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의사도 교사도 벤이 보통 아이와는 다르지만 비정상은 아니라고 한다. 그건 헤리엇에게 전혀 도움이 되는 말이 아니다.

벤은 이상하고 기묘한것이 맞고 그 벤을 포기하지 않은 헤리엇을 동정하고 위로해야하는데

가족들과 친척은 헤리엇을 마녀처럼 대하고  타인들은 헤리엇을 모성이 없는 어미로 대할 뿐이다.

낯선 존재를 이해한다는 건 정말 쉬운 것이 아닌데.. 헤리엇은 혼자 궁지로 몰리고 위로받지 못한다. 낯선 존재.. 그것이 내 뱃속에서 나온 아이라도 두렵고 낯선 누군가는 꺼려진다.

그 사이 벤은 자란다. 존을 만나고 데릭을 만나며 자신을 바꾸지 않고 본능에 충실하면서 어떤 무리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나중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헤리엇은 끊임없이 불안하게 벤을 관찰하지만 벤에게 동화되거나 이해하거나 교감할 수는 없었다. 그게 헤리엇의 비극이다.

남편이나 다른 자녀가 헤리엇에게 거리를 두는 것만큼 헤리엇도 벤에게 거리감을 둔다.

피할 수없지만 마주할 수도 없는 딜레마속에 헤리엇은 빠져있다.

이미 헤리엇과 데이비드가 꿈꾸던  가정은 사라졌다.

그런대도 헤리엇이 잡고 있던 건 무엇이었을까

 

 

예전에 열심히 본 드라마가 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외딴 곳에 위치한 명문 고등학교가 있다. 겨울방학이 되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  기숙사에 남은 아이들과 갑자기 내린 눈사태로 조난을 당해 이 학교로 피해온 정신과 의사와의 이야기다.

외딴곳 어디와도 연락이 되지않는 학교에서 아이들 사이의 갈등도 있고 외부에서 온 의사도 수상한 조금은 으시시한 드라마였는데 그 드라마에서 끊임없이 제기하는 문제가 그럿이다.

악인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그 드라마에서는 악인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라 기억되는데...

지금 책을 다 읽고 드는 생각은 악은  누군가의 편견이나 무지로 인해 탄생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거다. 벤은 태아부터 헤리엇이나 다른 가족들에게 이질적이었고 태어나서 보여지는 모습에서는 경악이었고 그래서 악이라고 규정되었다. 왜냐하면 벤은 데이비드와 헤리엇의 다른 네아이와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그들 가족이  그 커다란 집에 모이는 다른 누구와도 다른 존재라는 것이 유일한 이유이다.

악으로 태어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첫대면에서 벤을 무어라 규정지어버리는 그 가족들에 의해 벤의 정체성이 결정되어지는 것이다.

벤은 헤리엇이나 데이비드가 꿈꾼 가족에는 어울리지 않은 존재였으므로 그리고 그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한 존재이므로 악이고 괴물이 되는 것이다.

방이 많은 따뜻한 집안 넓은 식탁에서의 가족끼리의 소통 웃음과 행복 북적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발소리들을 깨어버리는 존재로 벤을 규정하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하게 될때 괴물은 자란다.

괴물은 태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알 수 없는 힘이나 원리에 의해 악이나 괴물은 태어나기도 하겠지만

그 악을 키우고 발전시키는 것은 결국은 사람들 사이의 편견과 편가르기가 아닐까

그 명문고의 머리좋은 아이들도 스스로의 울타리에서는 벗어나질 못했다. 내 생각이 너무나 명확하고 틀린 곳이 없다보니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것이 불편하고 서툴러서 서로를 의심하고 무시하며 악을 키웠던 것다. 그리고 그들만큼 똑똑한 정신과 의사의 교묘한 술수에도 쉽게 넘어갔기도 하고..

행복이나 이상적인 가정에 집착했던 헤리엇이 만든 것이 결국 벤이 아니었을까

벤이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막연한 공포의 대상으로만 여겨질지 정말 무언가 확실한 악행을 저지를지도..

그저 모르는 우리는 무엇이 일어나기도 전에 겁을 집어먹고 나와 다른 존재를 타자와 하고 울타리 밖으로 밀어낼 뿐이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알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것에서 관심이 나오고 관심을 가지면 애정이 생긴다 그리고 이해되면서 그는 나와 다른 것이 아니고 나와 함께가 되는 것이다.

다른 여럿이 모여 우리가 되는 것처럼 나와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고 관심갖는 것에서 우리가 시작된다.

하지만 나와 다르다는 것만 보고 그대로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언제나 두려운 타인이 있을 뿐이다.

(헤리엇은 바라보지만 그냥 보는 것뿐이다.벤을... 왜 다르지? 저 다른 것이 어떻게 될까.. 그 생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다른 가족은 그냥  고민조차 없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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