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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달리기 ㅣ 푸른숲 역사 동화 7
김해원 지음, 홍정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5월
평점 :
오월이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이유가 광주가 있기때문이다.
누구나 행복해야하고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도 될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는 마음속에 하나씩 죄책감을 품고 살아가게 된다. 지금 살아서 행복한게 왠지 죄스러운 느낌...
이 책은 그 아름다운 날 죄스러움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명수는 누구보다 빨리 달리고 달리는게 너무 좋은 평범한 아이였다. 달리기를 잘해서 도 대표로 뽑히고 난생처음 아버지가 사주신 새 운동화를 신고 합숙이라는 것도 한다.
여인숙에서의 합숙은 온종일 연습 연습으로 쉴 새가 없지만 그러다고 고통스러운 것만도 아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방 친구들과 만화를 빌리러 담을 넘기도 하고 투닥거리면서 정이 든다.
명수에게 고민이란 다만 정태보다 빨리 달리고 싶다는 것 나도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것이고
마음 한구석에 도사린 죄책감이라고는 양동시장에서 연습할때 아버지를 보고 못 본척 한 것이다.
그때 명수는 몰랐을 것이다.
그때 내가 잘못했지만 언젠가 아버지에게 사과할 날이 올것이고 기쁘게 해주겠다고
어쩌면 체전에서 매달을 따고 국가대표가 되고.. 뭐 그런 희망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직 기회는 많다고
그런데 그 기회는 오지 않았다.
방친구 진규의 잔꾀로 처음으로 광주시내를 구경간 날 아이들은 이상한 광경을 본다.
밥퇴기꽃처럼 하얗게 모여든 사람들 그리고 시민들을 향해 곤봉을 날리고 폭력을 쓰는 군인들 피흘리는 사람들 그리고 총소리
난생 처음 본 광경에 아이들을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지만 아마도 김일성의 인민군일거라고 우리 군인이 절대 저럴 리 없다고 자꾸 자꾸 믿으려 한다 도데체 우리 용감한 군인들은 어디에 있는가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현실이 된다.
명수아버지가 광주로 들어오다 돌아가셨다.
이제 명수는 아버지께 사과할 기회를 영영 잃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를 나주의 가족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알려야 한다.
길이 막혀 광주에서 나갈 수도 광주로 들어올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마지막 작전을 짠다.
명수를 나주로 보내기.
명수는 아버지에게 끝내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해 죄스러웠다
그때 모른 척 한 것도 미안하고 내가 살아남은 것도 미안하다.
다른 아이들도 어른들도 마찬가지일것이다.
정태형은 혼자 집에 돌아온것이 너무나 미안하고 죄스러울 것이고
여관방에서 발만 동동 굴려야 하는 코치도 아무 것도 못하는 상황이 미안하고 죄스러울 것이다.
나주에서 가장의 죽음조차 알지 못했던 가족들의 죄책감음 말할 수 없을 거다.
도데체 무슨 정신으로 아이들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발포했을까 싶었던 그때 그자리의 군인도 죄스러웠다.
그런데..
이렇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사람은 너무나 많은데... 그 책임은 누가 지고 있는가?
살아서 미안하고 무탈해서 미안하다는 이런 모순이 어디 있을까
이야기는 광주의 그날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그날은 명수에게 아주 충격적인 며칠이었지만 그 며칠이 그 아이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이젠 달리는 것이 그저 즐거울 수만은 없고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꿈은 이미 버린지 오래다. 아버지의 유품마저 잃어버렸다.
누군가가 무엇인가가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고 꿈을 깨 버렸지만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다
그저 당한사람들이 저희들끼리 미안하고 죄스러울 뿐이고 몰랐던 사람들조차 어찌 할 바를 몰라 누구와도 눈을 맞출 수 없다.
나와 무관하다 여겼던 일들이 내 인생을 송두리채 바꾸는 일
그런일이 그때 그 아름다운 5월에 저기 멀지 않은 광주에서 일어났었다고
그래서 많이 아프고 상처받았다고...책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데체 왜 그런 일이 생긴거야?"
아이의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
그때 그런 일이 있었고 그리고 모든 것이 아무일도 없다는 듯 마무리 되어버릴 동안 나도 아무것도 몰랐다고.. 나중에 10년이 훨씬 지나 알았다고 말하기 미안하다
이런 책이 있어 참 고맙다.
큰 사건이 .. 어떤 역사가 그저 한줄 한페이지의 문장으로 이해가 힘들 수가 있다.
머리는 끄덕여지지만 가슴으로 전혀 닿는 것이 없을때
그때 5월 광주에 명수라는 아이가 있었단다. 그 아이는 전국체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이렇게 들려줄 이야기가. 그때의 아픔을 겪었을 누군가 생생한 사람을 보여줄 수 있어서..
그래서 이야기가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