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벽난로에 산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3
애너벨 피처 지음, 김선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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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읽는 내내 제임스 부모가 이해되지 않았다.

  나도 누군가의 부모였기때문일까... 아니면 아직 제임스가족과 같은 불행을 당하지않은 행운아여서일까 모르겠다.

 가족의 삶을 뒤바꾸는 어떤 불행이 닥쳤다고 해서 그렇게 내 삶을 내팽겨 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책을 읽는 내내 들어서 불편했다.

알콜중독으로 빠져버리고 남탓을 하며 생활과 가정을 내팽겨쳐버리는 아빠가 그냥 계속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았고 미웠다.

내 감정은 책을 읽으며 계속 제임스만을 따라가고 있음을 나중에 알았다.

가족내에 불행한 일을 겪으면 가족이 해채된다는 것 속된 말로 풍지박산이 된다는 게 어떤건지 절절하게 보여준 가족이었다.

가장 불행이라고 할 수 있는 일.. 아이를 잃었다. 누구의 책임도 아니며 동시에 어떤 이유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누군가를 탓해야하는데 그 대상마저 모호하다. 그럴때 가족들을 그 화살을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에게 돌린다.

아빠는 엄마를 탓했다. 왜 그때 그 곳으로 가자고 했고 왜 아이를 제대로 건사하지 않았으면 내가 그렇게 아이를 불렀는데도  모른척 내버려두었느냐고...

엄마는 스스로의 죄의식과 함께 쏟아지는 비난을 견딜 수 없어서 가족으로부터 도망친다. 어쩌면 내 한몸 건사하기 힘들고 지쳐서 남은 가족이 남은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지모른다.

그리고 아이들은 생각한다. 왜 내가 아니라 그 아이였나 

기억을 하는 아이는 혼자 살았음이 죄스럽다. 왜 내가 아니고 그 아이였나.. 그건 평생을 따라다닐 트라우마가 된다.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꼬마에게는 모든 것이 청천벽력같은 일이다.

누이 하나 죽었다고 해서 가족이 이렇게 변할 수가 있는가

기억조차 희미한 그 누나가 온 집안을 지배한다. 이제는 유골함에 들어가 있는 몇개의 뼈조각으로 남은 누나가 집안의 중심이라는것은 꼬마는 절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

가족이라는 것이 붕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모두가 손을 탁 놓기만 하면 그대로 스르르 무너져버리는 약하디 약한 공동체가 가족이었다.

 

2. 애도의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머리로는 그걸 이해하지만 나와 다른 애도방법을 가진 타인을 보는 것이 불편할 때가 있다.

  얼마전 읽은 <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애서도 애도와 비탄이 언급된다.

  반즈는 세련되게 그 애도와 비탄을 이야기한다. 하늘을 나는 기구의 이야기에 빗대어 세상을 함께 나눈 가족 반려자를 잃은 그 심정을 절절하게 그러나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노라고 고백한다.

남에게 위로하는 것이 힘든 이유이다,

나의 진심이 상대에게 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나의 방식과 상대의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서로 통하는 길을 알지 못한다.

이야기 속의 아버지의 애도는 정말 이해불가였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래서 절절히 제임스가 와 닿았다.

이미 죽은 사람이라고.. 너에게는 책임져야할 두명의 아이가 남지 않았느냐고 그의 멱살을 잡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 아빠가 로즈를 특별히 더 사랑해서였을까

더 영리하고 장난꾸러기이며 눈빛이 빛나던 거 아이를 더 예뻐했던 거였을까

아닐것이다. 로즈가 살아있는 동안은 누군가를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로즈의 빈자리가 더 커진 것이다.

이미 없어진 사람에 대해서는 잘 해준 기억보다 못해준 기억이 더 남아 있을 수 있다.

이제 겨우 열살이 되어 죽어버린 아이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몇조각의 뼈로 남은 아이가 가엾고 안타까운 건 이해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또다시 위로받고 이해받아야 할 아이가 둘이나 남아있질 않은가

그는 소리없이 소리친다.

너희는 살아있음에 감사하라. 더이상 바라지 말라.

그건 남은 아이들에게 정말 잔인한 짓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누군가의 애도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고 동시에 모두에게 이해받는 애도라는 것만  좋은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그를 떠난 가족도 있지만 아빠의 애도는 누구보다 절절했고 진심이었음을 .. 그리고 많이 아팠다는 사실을 책을 읽는 중간중간 발견하지만 그래도 아빠를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싫었다.

 

3. 제임스는 세상에 보이지 않는 아이였다.

  무엇을 입고 있건 어떤 행동을 하건 아빠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제임스가 보는 아빠는 늘 로즈 누나만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아빠이다.

  직장도 집안일도  아무 상관없고 그래서 엄마를 쫓아내버린 아빠였다.

학교에서도 제임스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유일하게 제임스를 알아봐 준 슈나는 모슬렘이었다.

아빠가 악으로 규정한 존재.

누나를 죽인 존재.

어쩌면 집안 침실에서 폭탄을 제거하고 남의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고 남의 나라에 기생하여 살면서도 고마워할 줄 모르는 인간들..

제임스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모슬렘이란 그런 거였다.

절대 말도 해서는 안되고  마주보아서도 안되니 친구란건  절대 사절이다.

그런 슈나가 짝이 되었고 번번히 제임스를 위기에서 구해주고 웃어주고 말을 해준다.

열살인 제임스는 아버지의  말과 현실의 슈냐앞에서 혼란스럽다.

하지만 로즈가 죽고 처음으로 자기를 알아봐 준 사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제임스에게는 넘치게 좋은 사람이었던 셈이다.

 

4 텔렌트 쇼에 나가고 난뒤 제임스는 처음으로 엄마를 만난다.

  늘 기다리고 그리워했던 엄마

  엄마를 기다리며 빨지 않고 계속 입었더 스파이더맨 티셔츠를 드러내 보이지만 엄마는 기억하지 못한다. 말미에 드러난 진실

사실 엄마는 아빠를 못견디고  간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빠의 원망을 핑계삼아 스스로 집에서 도망간 것이었다.

어쩌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술의 나날을 보내는 아빠보다 더 무책임하고 나약한 사람이 엄마였다.

간혹 현실을 마주하면 차라리 용기가 생기고 살아갈 힘이 생길 때도 있다.

이제 더 이상 엄마는 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제임스는 포기와 함께 미련도 버린다.

그리고 고양이의 죽음앞에 처음으로 소리내어 울고 난 후 조금은 아빠를 이해하게 된다.

내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난 후에  남의 처지를 알게 된다.

그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진실이고 가장 아픈 배움이다.

서로를 알게 되면 더 이상 마법같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도 살아갈 힘은 얻게 된다.

제임스와 재스민과 아빠는 이제 함께 앉아 티비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따뜻한 밥상이 아닌 패스트 푸드나 냉동음식에 멍하니 화면만 쳐다보는 삭막한 풍경일 지언정 이제 가족은 모여있다. 그렇게 시작하면 된다.

 

5 9.11이 준  깨달음 중 하나가 테러라는 것이 전쟁터나 위기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란다. 저 멀리 중동지역 분쟁이나 전쟁터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지금 평화로운 미국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고 불안을 주게 된 사건이라고 들었다.

이제 어디도 안전한 곳이 없다는 생각은 누군가 원망하고 미워할 대상을 필요로 하게 되고 그 미움이 그리고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모든 일들의 인과관계를 살펴볼 겨를도 여유도 없이 지금 당장 눈앞에서 내게 피해를 주었다고 믿는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것으로 분풀이 한다.

미국의 사건이 그리고 영국의 사건이 미움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무슬렘이었다.

그들의 피부색 옷차림 종교는 이제 악의 축이 되었고 그들에 대한 공격은 정당성을 얻게 되었다.

제임스의 아빠도 딸을 잃은 슬픔을 이성적으로 따져 볼 겨를도 없이 당장 눈앞에 있는 모슬렘에게 모든 원망을 던지면서 하루하루를 산다. 남을 원망하는 힘으로 살아간다는 건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고양이를 잃었지만 제임스는 어렴풋하게 아빠를 이해하게된다.

아빠도 이렇게 아팠겠구나. 이렇게 슬프고 미안했겠구나...

완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젠 알 수 있다.

저럴 수도 있구나...

 

마지막 숨은 주인공 재스민의 이야기는 참 아름답다.

나는 더 이상 로즈랑 똑같을 수 없다.

아무도 몰랐던 로즈의 비밀을 바램을 이제 혼자 스스로 해낸다.

나는 로즈가 아니다 재스민이다

이제 제스민으로 살것이다..

그 아이는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았어도 혼자 성장했다.

내가 잠시 한 눈을 팔고 잊고 있는 사이에 그렇게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남은 남매에게 축복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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