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벽 트루먼 커포티 선집 5
트루먼 카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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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읽지 않은 채로 꽤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 있었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인콜드블러드>를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단편소설집이었기 때문이다. 장편소설과는 달리 단편소설은 외국 작가들의 것을 읽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시간이 좀 지난 것이라면 더더욱. 이유가 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최근에 읽었던 대부분의 현대 소설가들의 단편집들이 대부분 그랬다. 레이몬드 카버, 존 치버......  

아마도 단편 소설이라는 것이 장편 소설에 비해서 생략과 암시가 많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내가 너무 극적인 것을 바래서인가?

<인콜드블러드>에 대한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막상 이 소설집에서 눈에 띄는 단편은 별로 없다. 이 소설을 읽고나면 머릿 속에 남는 것은 크리스마스와 내성적인 소년이다. 이 두가지 모티브는 몇개의 단편들 속에서 반복되고 있고, 몇개의 단편에 등장했던 내성적인 소년이 곧 작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금방든다. 하지만 표지 속의 멋진 남자와 잘 연결되지는 않는다.  또한 <인콜드블러드>에서 보았던 치밀하고 섬세한 작가의 필력또한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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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고 제주도 - 자유여행자를 위한 map&photo 가이드북 저스트 고 Just go 국내편 1
박동식 지음 / 시공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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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주도 여행을 위해 구입한 책이다. 내가 여행을 위해 구입하는 책의 목적은 두 가지이다. 그중 하나는 가는 도중에 기차나 비행기 안에서 읽기 위해서 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두가지 모두에서 낙제점이다. 한가지 장점이 있다면 시공사에서 나온 책답게 사진이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 책 또한 '비주얼(?)'로만 승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이 좀 더 좋아지려면, 우선 제주도에 관한 큰 지도가 하나 책 속에 들어있어야 한다. 두번째는 긴 글을 모두 줄여야 한다. 짧고 재미없는 글은 용서할 수 있지만 길고 지루한 글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글이 재미있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다른 여행 책-공항에 가면 제주도에 관한 꽤 두툼한 여행책자를 공짜로 나눠준다. 이 책 속의 글이 그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을까?-에도 나와 있는 있는 제주도의 역사, 풍물,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은 모두 없애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제주도에 가면 널린 게 그런 내용이니까.  

마지막으로 뚜벅이들의 동선을 고려하여 맛집과 관광명소를 자세하게 소개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참고로 말한다면, 이번 여행에서 이 책이 제시한 곳에 한번도 가지 않았다. 그래도 삼박사일이 갔다. 왜 그랬을까?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정보가 허술하고 엉성하다는 간접적인 증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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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타이거즈와 김대중
김은식 지음 / 이상미디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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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산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들은 날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자서전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와 함께. 그러니까 그동안, 책을 산 이후로 읽기 바로 직전까지, 이 책은 김대중 대통령의 자서전과 함께 나란히 책꽂이에 꽂혀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은 것은 바로 그 날이었다. 기아가 야신이 이끄는 SK와 한국시리즈 7차전을 하던 날이었고, 두 아이의 엄청난 짜증을 들으면서 겨우겨우 TV 채널을 사수하고 있던 날이었고, 1-5로 뒤질 때 즈음에는 경기를 거의 포기하면서 보고 있던 날이었고, 드디어 기아의 3번타자 나지완이 9회말 스크의 수호신-몸집으로 따지면 수호'산'에 가깝지만- 채병용의 안쪽 높은 직구를  홈런으로 만들었던 그 날, 그래서 집에서 자축하며 캔맥주를 마셨던 날. 그 모든 일들이 있었던 날, 단 하루 만에 즐겁게 맥주를 마시면서 다 읽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김대중 대통령의 부고를 듣고 샀던 책을 기아가 우승한 날 다 읽었다. 근데 이 책의 제목이 <해태타이거즈와 김대중>이다. 그렇고 보니 김대중, 광주, 해태타이거즈가 왠지 관련이 있는 것같다. 알고보면 그 사실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누구나 대충은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80년 광주항쟁을 공수부대로 제압한 전두환정권이 정치적인 치부를 무마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수많은 프로스포츠였고,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프로야구 였던 것이다. 그리고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을 기록했던 팀이면서, 브라보콘 팔아서 연봉을 줘야할 만큼 가난했던 팀이 바로 해태 타이거즈 였다. 근데 이 브라보콘 팀의 성적이 좀 황당하다. 15년만에 9번의 우승이라......  

이 모든 것은  왠만한 야구팬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이게 뭐 새로운가?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은 전혀 새롭지도 신선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 점이 이 책의, 또는 야구의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정치적인 의도로 시작했어도 십 년이 되고 이 십년이 되고, 삼십년이 되면 결국 남는 것은 전두환과 정치권의 의도가 아니라 야구다. 정치는 떠나고 야구만이 남는 것이다. 사람들이 열광하고, 실망하고, 감동했던 것. 그것이 어떻게 시작했건간에 그건 야구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은 신선하지도 새롭지도 않지만 재미있다. 왜냐하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이 전두환 정권의 탄생과 광주항쟁의 의미도, 그들이 야구를 어떻게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했는가에 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단지 한국 '야구'일 뿐이다.    

기아가 우승하는 순간, 잠실구장의 기아 응원석에서는 해태타이거즈의 응원가였던 '목포의 눈물'이 흘러 나왔다. 그런데 왠걸? 아무도 따라 부르는 이가 없어서 중간에 그만 뒀다고 한다.'김대중-광주 민주항쟁-해태타이거즈-목포의 눈물' 로 이어지는 무조건 반사와도 같은 연쇄반응이 이제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2009년의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브라보콘을 파는 해태의 타이거즈가 아니라 오피러스와 K7을 수출하는 기아의 타이거즈이기 때문이다. 이종범의 말처럼 기아타이거즈 선수들도 예전처럼 전라도 출신이 주축이 아니다. 7차전에서 홈런을 터뜨린 안치홍, 나지완 모두 서울 출신의 선수들이고, 기아의 팬들 또한 전라도라는 지역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기아 팬들이 '목포의 눈물'에 꿀먹은 벙어리일 수 밖에! 

안타깝지만 해태 타이거즈는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15년만에 V9를 달성했던 전무후무한 강팀의 전설은 이제 사람들의 뇌리에 아련한 추억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아무리 떠올려 보려 해도 더이상 그들의 모습이 쉽게 떠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마치 '목포의 눈물'이라는 노래가 그런 것처럼. 

하지만 누가 알랴? 언젠가 그분과 그들의 정신이 필요할 때가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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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19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프로야구 개막 카운트다운에 해가 뜨고 지는 2월입니다!
야구 관련 도서를 즐겨 읽으시는 분들을 찾아다니다 들어왔습니다.:)
찌질하고 부조리한 삶은 이제 모두 삼진 아웃! 국내최초의 문인야구단 구인회에서 우익수로 뛰고 있는 박상 작가가 야구장편소설 <말이 되냐>로 야구무한애정선언을 시도합니다.
야구 소설도 읽고, 야구 경기도 보고, 소설가가 시구까지 하는 야빠 대동단결 이벤트에 참여해 보세요.
인터넷 교보와 알라딘, 인터파크, yes24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천FC1995 2010-04-02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알기로는 목포의 눈물을 단장이 불러달라고..
꼭 우승하고 싶다고 해서.. 많은 올드팬들이 끝까지 노래를 불렀다고 하더라고요 ^^

지인을 통해 들은 이야기도.. 그렇고 ^^
가슴 뭉클했다고 하던데 ㅎㅎ;;

해태타이거즈는 없어질 수 없습니다.
없어져서도 안된다고 봅니다.

전신이었지만.. 그 추억까지 버릴 수 는 없습니다..
 
우주피스 공화국
하일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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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오랜만에'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된다. 오랜만에 여행을 가고, 오랜만에 연극을 보고, 오랜만에 감동을 받고, 오랜만에 장정일의 소설을 읽고 등등. 그런데 참, 또 오랜만에 하일지의 소설을 읽었다. 이게 대체 얼마만인가......장편소설 <진술>이후로 처음 읽는 것 같다. 적어도 5-6년 이상은 되었을 것이다.  

<경마장가는길>을 비롯한 하일지의 모든 소설들 속에는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이 있다. 건조하고 깔끔한 문체와 지식인 냄새를 풍기는 주인공의 성격이 늘 변하지 않는 것이라면, 소설이 차용하고 있는 장르와 스타일은 항상 변하는 것에 속한다. <위험한 알리바이>에서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리고 있고, <새>는 환타지 소설의 형식을 차용했으며, <진술>은 모노드라마의 형식을 따라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하일지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한 형식들을 실험하면서도 스타일에 매몰되거나 무리한 결론을 이끌어내지 않고 자신만의 중심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참,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건 '낯선 것들의 익숙함과 익숙한 것들의 낯섬' , 좀 유식하게 말한다면, 데자뷔(deja-vu)와 자매뷔(jamais-vu) 의 혼선이다.  

<경마장 가는길>의 R과 J는 파리에서 가능했던 섹스가 서울에 와서 불가능해진다. R에 따르면, 파리에서 가장 후진 섹스가 서울에서 최고보다도 나았다는 것이다. 파리지앵의 삶을 버리고 돌아온 고국은 R이 보기에는 거짓말과 위선으로 가득하다. R은 이 낯익은 곳의 낯선 광경으로 부터 벗어나고자 하지만 아내와 가족, 부모가 족쇄처럼 그의 발목을  붙잡는다. 소설 속에 언급된 <안나카레니나>처럼 인습의 굴레에 얽매이게 된 것이다. J라는 파리의 연인 역시 서울에서는 더이상 연인이 아니다. 왜냐하면 서울은 파리가 아니니까, J의 말이다.  

소설 <우주피스 공화국> 역시 우주피스공화국이라는 상상의 나라를 찾아가는 '할'이라는 인물의 이야기이다. 할은 검은 새에 쫓겨 다니던 공중전화박스 안의 <새>의 주인공이면서, 서울에서 파리의 삶을 찾는 R이면서, 장님이 되고자 하는 <경마장의 오리나무>의 주인공이면서, 다중인격으로 현실감을 상실한 <진술>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제로 없으며, 그가 과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현재가 되어 있고, 추억속의 인물들은 과거의 모습으로 현재의 자신과 만난다.  

할에게 우주피스 공화국은 낯익은 곳이면서 현존하는 나라이지만 다른 이들에겐 상상속의 또는 한낫 호텔의 이름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도착한 나라 리투아니아에서 이방인이면서 추방자이면서, 국외자이다. 모든 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파리보다 낯선 한국처럼.   

잔뜩 기대를 하고 읽어서 그런지 좀 싱겁다.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어쨌든 반가운 소설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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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를 일등으로 - 野神 김성근
김성근 지음, 박태옥 말꾸밈 / 자음과모음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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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아가 V10을 달성했다. 김성근 감독은 그 전에 여기저기 인터뷰에서 본인의 '재미없는 야구', '승부에집착하는 야구'에 대한 변명으로 SK가 강팀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는 이유를 가끔씩 댔다. 내 생각에 그건 절대로 아니다. 물론 올해는 어찌 어찌 하다보니 기아가 극적인 역전승(나는 기아팬이지만)을 했지만, '종범이도 없고, 동열이도 없는' 과 마찬가지인 '광현이도 없고, 경완이도 없는' 게다가 부상선수들도 많은 SK가 이 정도로 끈질기게 기아를 물고 늘어질 줄은 몰랐다.  

스크선수들과 김성근감독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근데 김성근 감독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WBC 감독을 고사해서 욕먹고, 기아전에 봉중근을 왜 선발 기용안하냐고 김재박 감독에게 뭐라고 했다고 욕먹고, 왜 어깨 아픈 봉중근을 스크 전에 기용했냐고 말했다고 욕먹고, 한국 시리즈에서 기아 팀이 내내 사인을 훔쳤다고 해서 욕먹고...... 안티팬들의 악플(물론 김성근 감독 본인은 전혀 안보겠지만)을 한 몸에 받고 계신 김성근 감독. 근데 왜 박찬호도, 이승엽도 슬럼프때 김성근 감독을 찾아갔을까요?  그리고 왜 갑자기 스크는 모든 팀들의 공포의 대상이 되었을까요?  단지 감독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사실 내 입장에서는 그렇다. 적장으로 보면 얄밉지만 사실 존경스러운 점이 많다. 작년 코나미 컵에서 한국의 대표팀 감독으로서는 그렇게 믿음직할 수 없다. 비록 일본에게는 이기고 대만팀에게는 졌지만. 치밀하고 기본기에 충실한 야구, 수비야구이면서, 뛰는 야구이면서, 벌떼 투수진을 운용하는 야구이면서(출석체크야구라는 이른바 출첵야구라는 비난이 많지만), 매경기 타순을 다시 짤 수 있는 지뢰밭 타선의 야구. 그의 야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를 이해해야 하고 그를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지독한 가난, 조센징, 지옥훈련, 악마, 투수로서의 절망, 약팀들을 전전하던 감독생활, 쪽발이라는 비아냥.

이 모든 것들을 넘어서 한국 프로야구 7개 구단의 공포의 대상인 스크의 감독이 되기까지에 대한 역사가, 한국 야구의 역사와 함께 이 책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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