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동문선 문예신서 142
미셸 푸코 지음, 박정자 옮김 / 동문선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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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푸코의 관심사인 권력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푸코가 말하는 권력은 단순한 정치적인 권력만이 아니다. 따라서 책 속에서 얘기되고 있는 권력 또한 정치적 권력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이 책에 실린 푸코의 주장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생체 권력에 대해서 언급한 마지막 강의이다.

푸코에 따르면, 전제군주 시대의 권력은 '죽음'에 대한 권리였다고 한다. 신민의 삶과 죽음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군주의 권리가 양쪽에 대해서 대칭적인 것이 아니라 비대칭적이라는 것이다. 전제군주가 행사하는 권력은 죽게 만들고 살게 내버려두는 것이다. 하지만 18세기를 지나 19세기가 되면서 권력의 관심은 삶이다. 죽게 내버려 두고(lasser mourir) 살게 만드는(faire vivre) 권력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러한 권력의 질적인 변화는 '인구'에 대한 관심으로 부터 발생하였다. 푸코는 정확히 말하면 권력이 장악하고 있는 것은, 또는 장악하고자 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사망률'이라고 하였다. 이는 역사적으로 인구의 증감에 영향을 주었던 가장 강력한 요소가 18세기에는 풍토병이었고 19세기에는 전염병이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페스트가 중세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던 것을 생각해보라!

풍토병과 전염병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은 권력의 일이었고 이는 공중보건으로 이어진다. 근대의학의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는 파리임상학파의 탄생을 다룬 그의 저서 <임상의학의 탄생> 속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은 권력-의학지식 복합체가 어떤 식으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이 강의에서 푸코는 '생체권력'이라는 개념으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이것이 어떻게 나치의 유대인 청소와 같은 극단적인 전쟁 인종주의들과 연결되는 지를 설명하고 있다. 푸코는 생체권력을 인종주의와 연결시켰다는 측면에서 사회주의 국가들 역시 나치즘과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당연히 (소련같은) 사회주의 국가 안에서는 인종주의-민족적인 인종주의라기보다는 진화론적이고 생물학적인 인종주의-가 정신병자, 범죄자, 정적들에 대해 완벽하게 행사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가를 위해서였다 (300-1쪽)

여전히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있지만 <광기의 역사>와 <임상의학의 탄생>을 읽으면서 들었던 몇가지 의문들이 조금은 해결되었다. 푸코의 지적들이 놀라운 것은 지나치게 지엽적인 곳에서 시작해서 이를 거대한 흐름으로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을 번역했던 박정자씨가 어느 책에 후기에 썼듯 논리의 비약인 부분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푸코의 책들이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은 자신의 한계에 갇혀 있지않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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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 살림지식총서 25
양운덕 지음 / 살림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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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푸코의 책들을 읽고 있는 중이다. 너댓권 정도 읽었는데 여전히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은 푸코가 자주 사용하는 개념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역자 해설등을 참고해서 대충 알고는 있지만 여전히 머리속에서는 잘 정리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매번 새로운 책을 읽을 때마다 혼란스러울 수 밖에!

도서관에서 <비정상인들>을 졸면서 읽다가 바람도 쐴겸 점심도 먹을 겸 나왔다가 학교 서점 앞에서 세일을 한다길래 대뜸 샀다. 살림지식총서 책들의 최대 장점은 무지하게 얇다는 것이다. 얇은 것은 가벼운 것이고 가벼운 것은 내용이 없는 것이고 내용이 없는 것은 읽으나마나? 라는 나쁜 연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도 하지만, 물론 그런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사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푸코가 사용하는 권력, 근대적 주체, 신체, 규율, 성 에 대한 개념에 대해서 간략하고 밀도있게 설명하고 푸코 이전에 사용되던 개념과 비교해준다. 푸코의 입문서로는 아주 훌륭하다. 이런걸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책이라고 해야 하나. 여전히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푸코의 주장에 대해서 뭔가 좀 알게 된 듯한 착각 또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제발 깨달음이기를! 

이 정도면 100쪽이 채 안되는 손바닥만한 판형의 책을 읽고 독자가 얻어가는 푸코에 대한 정보치고는 과분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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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과 심리학
미셸 푸코 지음, 박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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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읽는 푸코의 저서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책들을 분류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픽션과 논픽션으로 분류할 수도 있고, 소설, 시, 에세이 등등으로 분류할 수 도 있고, 논설문, 감상문, 설명문 등등으로 분류할 수도 있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근데 푸코의 경우는, 사실 이런 종류의 저자들이 꽤있다, 좀 특별하다. 왜냐하면 읽은 것 같지만 실제로 끝까지 읽은 적이 없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부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푸코라는 인물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많이 들어봐서 잘 알것 같지만, 의외로 푸코라는 인물과 그의 사상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다.  나만 그런가?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푸코가 의학 일반과 정신의학에 대해서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책보다 먼저 읽었던 '임상의학의 탄생'은 해부학, 생리학의 발달로 부터 탄생한 '임상의학'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시체에서 배웠던 과학을 어떻게 인체에 적용시키게 되었는가라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해서 의학이, 아니 어떻게 권력이 임상의학을 인간을 지배하는 도구로 이용하였는가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푸코는 '정신병과 심리학'의 첫 페이지에서 자신이 이 책에서 다루게 될 주제를 소개하고 있다. 푸코가 지적한 것은 두가지 인데, 첫번째는 정신질환이라는 것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조건에 관한 것이고 두번째는 정신병리학과 조직병리학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조직병리학을 포함한 해부학과 생리학이 의학이라는 학문에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심리학, 또는 정신병리학은 정신의학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푸코는 정신병리학의 근거가 미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인격'에 관한 문제나 인간이 놓여 있는 '현실'에 관한 문제가 쉽게 정의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의학이 밝히려는 '광기'는 정신병리학으로는 밝혀 질 수 없는 것이라는 것과 광인이 역사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취급되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으로 광인에 대한 사회의 음모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음모가 뭐냐는 것은 책을 좀 더 꼼꼼히 읽어봐야 할 듯 싶다. 부분적으로 서너번 반복해서 읽었지만 푸코의 생각이 여전히 쉽게 정리가 되지는 않는다.  

'광기의 역사'를 읽으면 좀 더 정리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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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의학의 탄생 - 의학적 시선의 고고학 이매진 컨텍스트 11
미셸 푸코 지음, 홍성민 옮김 / 이매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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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의학과 문학을 연결시켜 글을 써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때문이다. 어떤 이름을 붙어야 적당할지 금방 떠오르지는 않지만 의료인문학(?) 분야에서 유명한 책을 몇 권  꼽으라면 아마도  푸코의 '임상의학의 탄생'과 수잔 손택이 쓴 '은유로서의 질병'정도의 책들이 그 속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미덕은의미가 너무나 분명한 제목에 있다. 제목만 보면 딱 의학사 책이 아닌가! 푸코가 쓴 의학사라니! 철학서적 답지 않게 제목이 풍기는 너무나 분명한 의미와는 달리 책의 내용은 굉장히 어려운 편이다. 물론 단순한 의학사 책이 아니다. 호킹의 '시간의 역사'가 가장 읽히지 않은 베스트셀러라는 오명아닌 오명을 갖고 있는 것 처럼 이 책 역시 의사들에게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제목만 알지 내용은 잘 모르는, 또는 책은 끝까지 읽었으나 저자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지를 알 수 없는 책들 말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처음 든 생각은, 아마도 모든 이들이 비슷하겠지만, 일반적인 의학사에 관한 내용일 것이라는 가벼운 예상이었다. 이 때 언뜻 드는 의문은 의학사에 관한  책은 무지하게 많은데 굳이 이 책이 유명한 이유는 뭘까라는 것이었다, 이 책이 유명한 것은 많은 종류의 의학중에서도 '임상의학'의 역사를 다뤘기 때문에 특별한가 보다라는 섣부른 짐작과 함께. 프네우마의 존재를 믿었던 갈레노스부터 베살리우스가 인체해부학 도감을 낸 1543년 직전까지 존재했던 의학은 형이상학적인 개념만이 존재하는 의학이었다. 갈레노스의 전통은 베살리우스가 실제 사람 시체를 해부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갈레노스의 것이 '형이상학적 의학'이라면 베살리우수는 '실증의학'이라고나 할까. 결론적으로 보면 베살리우스가 시작한 의학의 르네상스는 윌리엄 하비라는 생리학자에 의해서 완성된다. 이것이 17세기까지 서양의학분야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람의 몸안을 들여다보고 확인을 하였으나 17세기인들, 물론 18세기 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 들이 본 것은 죽은 자들의 것이었다. 죽어 있는 것에서 발견한 것을 곧바로 산자에게 적용시킬 수는 없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베살리우스나 하비 역시 그들의 혁명적인 성취에도 불구하고 치료는 전통적인, 황당하고 비과학적이고 주술적인 치료들을 여전히 많이 이용했다는 것이다. 푸코가 다루고 있는 의학은 18세기 부터이다. 물론 그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프랑스 의학이지만 세계 의학사의 흐름과 그닥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죽음으로부터 관찰한 것을 생명의 활동에 적용시키는 것, 생명의 활동에 적용시키는 것은 곧 질병을 이해하는 것과 맥락이 닿아 있는 것이다. 푸코는 '임상의학의 탄생'에서 프랑스 임상의학이 어떤 식으로 발생했는 지를 추적하고 있다. 그가 추적하고 있는 것은 의학과 권력의 관계이기도 하고 의학내부에서 변화하는 철학적 시선, 이걸 에피스테메라고 해야하나?, 이기도 하다. '분류하기' 의학에서 출발한 의학은 전염병의 시대와 혁명의 시대를 거쳐서 국가 권력과 연결되고 의료는 더이상 순순한 시혜가 아닌 관리와 통제의 기능을 갖게 된다. 의과대학과 왕립의학협회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었다.

이 정도까지가 내가 이해한 이 책의 의미이다. 딴 얘기지만. 한국에 도입된 서양의학의 경우도 프랑스 의학과 비슷한 과정을 밟았으리라. 비록 이백년 정도의 시간차가 있겠지만. 전염병을 통제하고 위생관념이 도입되는 것이 근대화이며 세계화였던 20세기 초의 조선을 생각하면 이 둘의 유사성을 주장하는 것이 그리 억지는 아닐 것이다.

덧붙이는 말: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지만 역자의 후기가 책을 이해하는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만약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또는 이 책을 처음 읽는 독자라면 역자의 후기(해설에 가까운)를 읽고 나서 본문을 읽는 것이 훨씬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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