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목표는 호러소설들을 읽는 것이었다. 스티븐 킹의 <스탠드>에서 시작해서, <죽음의 무도>를 읽었고, <죽음의 무도>에서 극찬했던 피터 스트라우브의 <고스트 스토리>를 읽었다. 만약 이 책을 올해 후반에 읽었다면 아마도 이 책이 올해의 책이 되었을 것같다. 비단 공포 소설로 국한시키지 않더라도 이 책의 완성도와 긴장감은 최고 수준이다. 오늘하루가 어제와 같고, 그래서 지겹고, 뻔한 내일이 올 것이라고 믿는 (아마도 방학 중인 학생들이 그 대상일 듯 싶다)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읽고 한 동안 지방 파견을 나가게 되었고, KTX를 자주 타게 되면서 고전 소설들, 예를들면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안톤체홉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을 읽으려 시도하였으나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고전을 읽는 것은 항상 힘든 일이다. 왜 그럴까? 지방 파견동안에는 몇번의 특강과 가을에 진행된 14시간짜리 강의 준비를 위한 책들을 읽었던 것 같다. 

 

사랑이 문학의, 아니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삶의 한가운데로 온 것은 언제 부터일까? 그리고 사랑이 차지하고 있는 이 위치는 영원한 것일까? 집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던 2011년 여름 동안에 내가 가장 그리워 했던 것은 '집'이 었던 것 같다. 집과 아내와 아이들과 등등등. 아마도 그래서 이 책이 더 감동적이지 않았나 싶다. 2011년 올해의 책은 앙드레 고르의 <D에게 보낸 편지>이다.

 

이 책 속에서는 삶과 사랑과 글과 글쟁이에 대한 명문들로 가득하다. 언젠가 '집'과 포근한 '삶'이 그리울 때 다시 한 번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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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을 뽑아야 겠다고 생각한 것 이년 전 부터 였다. 우선 2008년에는 (책이 나온 해와 상관없이)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었다. 이 책을 뽑은 이유는 하나는 저자의 의견이 신선하고,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이고, 무엇보다도 아주 쉽고 친절하게 잘 쓰여진 책이었기 때문이다. 경제학이라는 분야가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라는 것도 한몫했고, 장하준이 역사를 통한 증명을 택한 것도 한 몫했다.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카가 얘기한 것처럼, '경제'라는 관점에서 역사를 파악한 하는 것은 흔한 방식이 아니다.  

 

 2009년에 뽑은 올해의 책은 트루만카포티의 <인콜드블러드>였다. 아마도 2009년은 이 책때문에도 그렇지만, 하드보일드 소설의 해로 기억될 것같다. 그해에는 유난히 하드보일드 소설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저자가 택한, 취재 후 재구성이라는 독특한 작업방식 때문에도 인상적이고, 일가족 살해라는 엄청난 재앙의 배후에 놓인 하찮은 살해동기 때문에도 인상적이다. 저자가 이 책의 주제는 이것이다라고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이 책이 전하는 세계관은 책 제목처럼 cold bloody 하다. 덧붙여 내가 읽은 박현주씨가 번역한 책 중에 최고다.    

 

2010년은 거의 소설만 읽은 해인 것 같다. 올해 가장 좋았던 작가라고 하면 스티븐킹을 뽑겠다. <캐리>처럼 황당한 소설 뿐아니라 <쇼생크감옥과 리타헤이우드>, <스탠바이미>처럼 감동적인 이야기를 쓸 수 있다니! 그래서 올해의 책의 강력한 후보는 <스탠바이미>였다. 하지만 무릎 수술 때문에 병원에서 입원해 있던 중에 읽었던 <핑거스미스> 때문에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상상을 뛰어 넘는 반전, 치밀하고 탄탄한 이야기 구성,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놀라운 디테일. <핑거스미스>는 이 모든 것을 갖춘 소설이다. 그래서 결국, 올해의 책은 <핑거스미스>로 정했다.  

 

축하해요. 세라워터스, 물론 내가 알아주는 것 말고는 어떤 상금도 어떤 권위도 없는 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축하의 박수, 짝짝짝! 

내 마음 속의 책장에 한권 더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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