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E.H.카아 지음, 박성수 옮김 / 민지사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OO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은 입문서에 적당한 것 같다. 또한 고전이 되기 좋은 제목이다. 이런 제목의 책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이다. 물론 원제는 한국판 제목과는 다르다. 하지만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한국사람들에게 '고전, 입문서'라는 의미를 전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제목이 바로 'OO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이라는 사실이다.  

레너드 코페트의 책과 달리 <역사란 무엇인가>의 원제는 'What is history'이다. 제목만봐서는 굉장히 방대한 분량의 책일 것 같은데 의외로 얇다. 책의 제목과 명성을 오래전 부터 들어왔고, 역사라는 분야에 관심이 있었음에도 지금껏 고전이자 입문서인 이 책을 안 읽었던 것은 이 질문 자체가 별로 신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라는 단어가 과연 야구나 축구보다, 민주주의나 자본주의보다, 과학이나 철학보다 신선하지 않을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야구나 축구보다는 흥미있지 않고, 민주주의나 자본주의 보다는 직접적이지 않고, 과학이나 철학보다는 심오할 것 같지는 않은 단어이다. 물론 내 생각에! 

하지만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면 오래된 책임에도 저자의 의견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고,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대화라는 것.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이 과연 우리가 알고자 하는 역사를 대표할 수 있는 사실일까를 늘 의심해야 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역사가의 관점이 중요하고 역사철학이 있어야 하며, 단순히 과거의 사실들을 기록하는 것 만으로는 '역사'라고 할 수 없다는 것. 역사 속의 발전이 존재하는가, 역사 속에 선과 악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가. 늘 궁금했지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에 대해서 저자는 정답이 아닌 역사가의 성찰을 보여준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역사는 특히나 더 쉽게 내린 답일수록 진실로 부터 멀어지기 쉬운 법이며, 오랜 고민 끝에 내린 답일수록 진실에 가깝다. 아마도 이것이 저자의 성찰이 보여주는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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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1-08-2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