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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
박태균 지음 / 책과함께 / 2005년 6월
평점 :
전쟁, 문학, 질병을 엮어서 글을 쓸 때 도움이 될까 해서 사게 된 책이다. 개인적으로 한국 문학사에서 관심이 있는 시기는 1960년대이다. 아마도 대학생때 선배들이 권해준 책들이, 그러니까 새내기때 읽기 시작했던 책들이, 대부분 이 시기의 작가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승옥, 최인훈, 이청준, 서정인, 등등등.
굳이 문학이 아니더라도 한국전쟁, 그러니까 6.25사변,은 한국사회 모든 부분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8 15 광복 이후 한반도에서 있었던 사건 중에서 한국전쟁보다도 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있을까? 하지만 의외로 한국전쟁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굉장히 편협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니 내가, 알고 있는 한국전쟁의 관한 모든 지식은 국정교과서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 한문장으로 이루어진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남침인가? 북침인가? 남침유도인가? 저자는 이 질문들에 대해 답하기 위해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의도를 분석하고, 남한과 북한이 놓여있는 컨텍스트를 파악한다. 아니면 이런 질문도 있을 수 있다. 왜 1949년이나 1951년이 아닌 왜 1950년인가? 왜 5월이나 7월이 아닌 6월인가?
저자의 생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실제로 내가 한국전쟁에 대해서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실들이 극히 지엽적이고 파편화된 것 조각들에 불과하고, 심지어 그 조각들 조차도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것이 이 책이 갖고 있는 최대의 장점이다. 믿음의 근거들을 다시 검토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
하지만 몇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후반부의 전쟁으로 인한 비극들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인용된 박완서의 소설은 부적절했다. 왜냐하면 소설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장르이기 때문이다. 다듬어지고 짜여진 픽션보다는 좀 거칠더라도 논픽션이 자료로서는 더 나았을 것 같다. 두번째는 이 책이 전체적으로 주려는 메시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저자가 의도했던 것이 세계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전쟁으로서의 한국전쟁이라는 '담론'이었던 것에 반해 이 책을 읽은 독자가 느낀 것은 뭔가 확실한 증거들이 부족한 한국전쟁이라는 '풍문'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나면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을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