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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지구에서 7만 광년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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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익숙해져서 매장에서 사야 할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사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내 경우엔, 미술문고들이나 여행 안내서 들이 온라인 서점에서 사지 말아야 할 책 중의 하나이다. 좀 더 단순하게는 그림을 많이 봐야 하거나 정보를 꼼꼼하게 살펴야 하는 경우는 직접 책을 보고 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근데 소설이나 희곡 시집은 그럴 일이 거의 없다. 혹 동화책의 경우 그럴 수가 있지만 요즘은 '미리보기'기능이 워낙 좋아져서 가능성이 많이 떨어진다.  

이 책을 처음 펼치자마자 느낀 것은 글자가 너무 크고 자간이 너무 넓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결말이 뻔한 동화책을 읽는 기분이었는데, 그건 내용뿐만이 아니라 이 책의 디자인도 그런 기분에 한 몫 한 것 같다.  단선적인 이야기 전개, 뻔한 결말, 반전없는 진행, 평면적인 인물구성...... 덧붙여 책의 디자인까지! 말썽꾸러기들이 선생님들이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 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그 이후의 전개가 영 맘에 안든다.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라면(꼭 그런 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안이한 것이고, 아이들을 위한 배려라면 너무 지나친 것이다.  

아이들도 뒤죽박죽 한 일들이 얼키고 설키는 것과 뒤통수를 치는 반전을 좋아한다. 아니, 아무 위험도, 갈등도 없는 것보다는 복잡해서 이해가 좀 안되는 것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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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선형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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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하지만 책의 구성이 그리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선 실려있는 단편들이 전체적으로 너무 가볍고 평범하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재미가 덜하다. 표제작인 '골드'역시 평범한 수준의 단편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소설을 창작하는 로봇에 관한 소설이 더 낫다.  

두번째는 책의 제목과 달리 과학소설을 창작하는 방법에 대해서 아시모프가 그리 열성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이를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창작을 가르쳐주기 위해서 아시모프가 썼다기 보다는 작가로서의 단상을 그때 그때 단편적으로 기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그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알려고 했다면 포기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느낀 사실인데 아시모프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작가라기 보다는 철저한 노력형 작가에 가깝다는 것이다. 논픽션에 관한 것은 잘 모르겠고, SF 소설에 관한 그의 능력은 끊임없는 노력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작품속엔 심사숙고와 집요함은 넘치지만 번득이는 재치나 참신함은 좀 부족한 편이다. 그의 장편들이 사실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것도 어찌보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에 그가 너무 에너지를 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러가지 종류의 글들을 한 권에 책에 묶어 놓아서인지 좀 정신없는 책이긴 하지만 SF 소설에 관한 후일담을 읽는 재미가 있다. 그것 이상을 기대한다면, 자신이 놓쳐버린 훌륭한 단편을 읽으려 한다거자, 창작에 관한 비법을 얻으려고 한다면 대개는 실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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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의 법칙 살림지식총서 326
고장원 지음 / 살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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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잘 안 읽지만 한때는 SF소설을 꽤 읽었다. 아시모프, 하인라인, 젤라즈니 부터 듀나까지. SF를 읽는 일이 드문드문 해진 이유는 공상-나는 공상과학소설이라는 말이 좋은데 왜 바꿨지?-을 하는 일이 드물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딱히 읽을 만한 과학소설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마지막으로 읽었던 것은 테드 창의 <당신인생의 이야기> 였던 것 같다. 이 책이 그리 나쁘진 않았으나 편안히 볼 수 있는 책은 결코 아니었고, 그 뒤로 읽은 책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몇개 읽었던 것 같기도 한데......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과학소설에 대한 역사와 개념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제를 다루기에는 이 책의 지면이 너무 적다. 물론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과학소설의 개념을 다루는데 뭐 그리 많은 지면이 필요하겠냐는 얘기를 누군가 할 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해보자. 과학소설의 개념과 역사가 그토록 궁금한 내용인지. 만약 궁금한 거라면 이 정도의 지면으로 그러한 궁금함의 갈증이 해소될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정도의 역사는 다른 단행본 뒷면의 해설에도 나오는 정도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역사나 개념을 알 목적이었다면 굳이 이 책을 읽는 것보다는 해설을 열심히 읽는 것이 낫지 않을까?

역사나 개념 또는 이 책의 제목 처럼 법칙에 대한 것을 넓고 얇게 다루기 보다는 좀 더 가볍고 분명한 아이템을 자세하게 다루었으면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면 '한 시대를 풍미한 SF고전 20선' 같은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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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즈데이 북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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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코니 윌리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개는 말할 것도 없이>를 통해서 였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대책없이 웃기는 소설을 쓴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을 때, 그 순간을 정말이지 얼마나 기다렸던가!, 주저없이 샀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이지만 책을 받음과 동시에 읽기 시작했다, <개는 말할 것도 없이>의 후속편쯤 되는 소설일꺼야라는 터무니없는 기대를 하면서.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으나 점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내가 알고 있는 그 코니 윌리스가 맞는 걸까? 동명이인일수도 있잖아. 근데 같은 작가가 쓴 소설이 왜 이렇게 달라. 그 유머러스하고 수다스럽고 현학적인 아줌마는 어디갔어? (책의 표지와 작가 약력을 다시 한 번 읽는다) 이럴 수가! 그 사람 맞네. <둠즈데이 북>을 읽고 있는 내내 내가 그리고 있던 나의 모습은 실없이 낄낄거리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근데 이게 왠일. 낄낄거리기는 커녕 슬퍼지려고 하잖아.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 소설은 절대로 코미디가 될 수 없다.  

주인공 키브린은 페스트가 유럽을 휩쓸던 시대에 떨어지고 자신이 떨어진 마을에서 자신과 관계를 맺었던 모든 이들이 페스트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사실 이정도는 책소개를 읽으면 다 나오는 내용이다. 페스트가 휩쓸던 시대에 떨어진 주인공이 벌이는 코미디라니! 정말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지만 책장을 덮기 전까지 나는 이 소설이 코미디이기를 원했다. 그래서 이 소설의 끝이 당황스러웠다. 인플루엔자와 페스트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이 소설은 까뮈의 <페스트>에 대한 코니 윌리스 식 버전이다. <페스트>가 치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료를 해야만 하는  오랑 마을의 의사 리우의 이야기라면 <둠즈데이 북>은 페스트로 모두가 죽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을 도와야만하는 키브린의 이야기이다. 

절망할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희망을 갖는 사람들, 아니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더할 나위없이 좋은 책이다. 까뮈의 <페스트>를 감동적으로 읽은 독자라며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코니 윌리스의 유머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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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 Mr. Know 세계문학 33
A.스뜨루가쯔키 외 지음 / 열린책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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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 외국 작가의 책 중 대략 70%정도는 열린책들에서 나온 것들인 것 같다. Mr. Know 세계문학 시리즈가 나온  후 부터는 이런 경향이 훨씬 더 짙어졌다. 왜냐고? 열린 책들의 Mr. Know 세계문학 시리즈가 페이퍼 백 들이어서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거기다 가볍기까지!!! 이 책 역시, 시공디스커버리 시리즈 만큼이나,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요즘 내가 책을 분류하는 기준은 지하철에서 읽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각설하고 일단 책을 읽은 소감부터 얘기하자면, 별 다섯개 짜리 점수제로 환산하여 말하자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의 점수는 별 네개 정도 된다. 외계인과 시간여행, 로봇이 전혀 안 나오는 SF 소설임에도, 터무니없는 추측과 공상으로만 이루어진 소설임에도, 아니 그래서 더욱, 높은 점수를 줬다. 해설을 읽어보면 이 소설이 소비에트 시절 전체주의 사회의 감시와 보이지 않는 힘의 압력을 풍자하고 있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그리고 물론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만 읽으면 이 소설을 사회풍자소설로 읽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의문이 생긴다. 근데 그런 풍자를 하는데 꼭 외계인이라는 설정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을까?

역자의 해설을 인용하면

'세상이 끝날 때까지...'에서도 스뜨루가츠끼 형제는 당시 사회의 모습을 다각도로 풍자한다. 우선, 일군의 학자들이 정체불명의 외계의 힘의 압력을 받는다는 그 착상부터가 정치의 지배를 받는 학문에 대한 풍자이며, (후략)

만약 이 소설의 작가들이 '외계인 음모론'을 풍자를 위해서만  인용한 거라고 믿는다면 소설의 반쪽만 읽은 것이다. '사회풍자', 이 단어가 이 소설의 키워드들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단어는 어딘가 모르게 구태의연하며 뻔한 냄새를 풍긴다. 그럼 다른 키워드는?  '항상성 우주'이다, 아니 이라고 생각한다. 우주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를 방해하는 인자들(여러가지 연구나, 다양한 연구자들도 여기 포함된다)을 조절하려고 든다는 것이다. 이 소설이 SF인 이유는 두번째 키워드 때문이다. 만약 이 두 번째 키워드를 즐기지 못한다면, 또는 인정하지 못한다면 이 책을 굳이 읽을 필요는 없다.

근데 왜 별 다섯개가 아니야 라고 누가 묻는다면,  결말이 좀 미적지근 하다, 사실 그래서 난 더욱 맘에 들지만.

오래간만에 고른 책이 재미있으면 향후 몇달간이 즐겁다. 이 책은 더욱 그럴것같다. 왜냐하면 이 책은 우주에 관한 거대한 농담이니까. 10억년 후를 농담거리로 삼을 수 있는 작가들이라....쩝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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