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덫
장하준 지음 / 부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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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신간 <그들의 말하지 않는...>이 나왔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으면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좀 냉정하게 얘기하면, 책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같은 예가 반복되고, 비슷비슷한 논조의 글들이 많다. 한권의 책을 만들기에는 내용물이 부실하다. 이런 부실한 책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이 책에 실린 글들이 대부분 여러 신문에 실렸던 글들을 취합해서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에 고종석의 책도 그렇고, 최근에 읽은 조용헌의 책도 그렇고, 신문에 읽을 글들을 취합해서 만든 글들은 비슷한 이야기들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신문에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은 한 권의 책을 만들때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일년내내 꾸준히 실리는 글이라면 좀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꾸준히 실리는 신문 연재소설을 단행본으로 다시 엮을 때에도 손을 봐야 한다. 이유와 사정이야 이해가 가지만 책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독자로서는 좀 아쉬운 점이다.  

좀 실망스러운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이 책속에서 주장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나쁜사마리안인들>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진다. 장하준이 이 책속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것을 정리해보면, 첫번째는 순수한 시장의 논리를 믿기 보다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작은 국가를 주장하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두번째는 '세계화'나 '자유무역' 예찬이 실은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의 속임수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10달러의 표지모델인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이다. 그는 보호무역론자이다. 자유무역 옹호국인 미국도 1830년 부터 2차세계대전까지 1세기 동안은 강력한 보호무역을 시행했다. 세번째는 '주주 자본주의'가 실제로는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주처럼 믿을 수 없는 존재는 없다. 단기이익이 없으면 썰물빠지듯 사라지는 것이 바로 주주, 특히 소액주주들이다. 만약'주주'의 눈치를 보면서 단기이익에 집착하는 기업이라면, 그들에게 장기적인 투자와 고용을 기대할 수는 없다. 네번째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제조업의 비율이 줄어든다는 것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우리 세대에게는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라는 사실만큼이나  절대적인 진리였다. 후진국 개도국 선진국으로 갈수록 일차산업, 이차산업, 삼차, 사차산업에 주력한다는 사실은 사회라는 과목을 배운지 삼십년 가까이 된 나같은 사람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관광업이나 금융업과 같은 서비스업으로 선진국이 된 줄 알고있는 스위스가 사실은 세계 최고의 공업국이라는 사실이다.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이 정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단지 책의 완성도가 아쉬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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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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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선배들로 부터 이런 말을 듣지 않고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 있을까. 아니, 꼭 학교가 아니더라도 이런 말은 너무나 자주 들었던 말들 중에 하나다. 할아버지나 아버지나 삼촌이나 심지어 서너살 차이밖에 안나는 형한테 조차도. 여기다가 하나 더 덧붙이자면 이런 말을 들으면서, 또는 이런 말을 고깝게 느끼면서 "나는 나중에 저런 말하는 '꼰대'가 되지 말하야지"라고 생각했으면서도 막상 사십이라는 나이가 가까워 지면서 생각해 보니 나 역시도 한 십년쯤 되는 후배들을 볼 때 드물지 않게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나이가 더 들면 좀 더 자주하겠지?

이 책은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일종의 '증명'이다. 지금의 이십대가 지금의 사십대가 겪었던 취업난보다 훨씬 더한 것을 겪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이십대의 '죽는소리'가 결코 '괜한' 앓는 시늉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면서 동시에 '우리때는 안 그랬는데......'라는 핀잔에 대한 나름대로의 긴, 경제학적인 변명이다.  아니, '변명'이라기 보다는 '증명'에 훨씬 더 가깝고 그보다는 '호소'에 더더욱 가깝다.

이 책은 이십대들의 미래에 대한 경제학적인 관점의 묵시록이자,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묵시록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책이 좀 끔찍해졌지만 사실 꼭 그렇지는 않다.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 이러저러한 것이 원인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물론 그것이 쉽게 고쳐질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어쨌든 알고 있으면 알고 있는 바를 천천히 행하면 된다. 그러면 절망의 묵시록이 희망적인 미래에 대한 예언서가 될 지 누가 알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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