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인공존재!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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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의 다음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심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아마도 대부분은 전에 읽었던 소설이 재미있었으니 이번에는 어떨까?라는 기대감때문일 것 같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다르다. <타워>는 재미있는 설정과 날렵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뭔가 빠져있고, 2% 정도 모자란 듯이 보이는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작가의 다음 소설이 기다려졌다.  

왜냐하면 너무 독특한, 누군가의 말처럼 다른 행성에서 쓰여진 것 같은 신선함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괴로워하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 거기서 거기인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미래와 상상 속의 공간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모자른 2%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끄는, 혹은 기다리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다.그런데 문제는 그의 소설들이 기대했던 것 만큼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 실린 신형철 씨의 평론은 내가 또는 작가 배명훈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 알면서도 표현할 수 없었던 작가의 장단점을 꼼꼼하게 짚어낸다. 2% 부족한 소설집에 실린 102%훌륭한 평론이랄까? 

신선한 설정, 매끄러운 사건 전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것은 주인공들의 감정의 변화와 이유, 동기들이 석연치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타워>를 읽고 나서도 그렇고, 이번 소설을 읽고 나서도 항상 드는 생각은 

"재미있는 것 같은데......"이다.   

하지만 이 모든것에도 불구하고, <안녕, 인공존재>가 <타워>보다 조금 더 좋았고, 앞으로 좀 더 좋은 소설들이 그에게서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설명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묘사력-마치 소설 <세상이 끝날때까지 10억년>이라는 소설이 유쾌하게 보여준 것과도 같은-이 뛰어난 <누군가를 만났어>와 웃어야 할 지 슬퍼해야 할지 난감한 출생의 비밀을 통해서 작가의 유머를 보여준 <엄마의 설명력>은 이러한 기대가 절대로 헛된 희망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다음 소설이 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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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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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작가 김영하가 쓴 책에 대해서 '참 말이 많다'라고 평했던 것이 문득 기억이 났다. 누군가의 평가처람 김영하는 참 말이 많은 작가이면서 동시에 참 글도 많은 작가이다. 그의 장편소설들과 소설집들, 영화평과 여행기까지 모두를 읽는 내게 든 생각은 한 사람이 이렇게 모든 장르의 글들을 다 잘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부러워라!

사실 재능과 아이디어가 많은 작가들은 많지만 그들이 모두 좋은 소설가가 되지는 않는다. 김영하에 대해서 가장 놀랐던 것은 <검은꽃>이라는 장편을 읽고 나서였는데, 그것은 김영하가 단지 재능있는 작가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하지만 이 단편집을 읽은 후의 감동또한 그에 못지 않다. <호출>과 <엘리베이터에 낀......> 보다 소재는 훨씬 더 다양해졌고, 전개 방식은 훨씬 더 매끄러워졌다. 이 단편집의 제목처럼 21세기 한국문학을 책임질 '오빠'가 돌아 온 것이 진짜 확실하다. 이소설이 나온 지 6년이 되었으니 이런 멘트가 좀 무색하긴 하다.  

이 단편집에 실린 소설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작품을 꼽는 다면, <크리스마스 캐롤>과<이사>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크리스마스라는 날이 주는 가정적이고 성스러운 이미지들이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흘러나오는 캐롤에 의해서 주인공들의 추악한 과거들로 대체되고, 캐롤은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노래가 아닌 주인공들의 과거를 들추어내는 일종의 저주의 주문이 된다.  

<이사>의 주인공은 이삿짐을 나르러 온 인부들과 계속 갈등하고 급기야 인부 중의 한명인 노란조끼가 낀 시뻘건 목장갑에서 주인공은 피묻은 장갑의 환영을 본다. 태어나서 스무 번 정도의 이사를 했는데 이사가 이렇게 무서운 일일 줄이야! 이정도 되면 이사도 목숨걸고 해야 한다.  

스티븐 킹이 <샤이닝>에서 보여준 것처럼 가장 무서운 것이 가장 가까운 사람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도 어떨 때는 공포가 된다. 어쩌면 이사하다가 살인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소설을 읽다가 또는 실제로 이사를 하다가. 이사를 해본 사람들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래도 무섭다고 울면 안된다 왜냐하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시기 때문이다. 울면 안된다. 산타할아버지는 선물을 안주신다. 울면 안된다 산타할아버지는 선물을 안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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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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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초반은 뻔한 설정들로 가득하다. 정신병원이 있는 섬. 도시에 있는 정신병원도 아니고 바닷가 경치 좋은 곳에 있는 요양원도 아니고 섬에 있는 정신병원이라면, 그 다음 내용은 안봐도 비디오다.  

음모를 꾸미는 의사들과 학대받는 환자들, 그리고 희생자! 만약 수사관들이 주인공이라면 더더욱 뻔하다. 수사관들은 병원의 음모를 폭로하려고 하지만 위험에 빠진다. 그 다음엔......  

이 소설의 초반부는 소설을 읽기전에 예상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중반이후에는 잦은 우연과 엉뚱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약간 짜증이 나기도 한다. 짜증은 조금 있다가 지루함으로 바뀌고 결말에 이를  무렵이면 꼭 끝을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의 진짜 시작은 바로 거기서 부터이다. 초반의 뻔한 설정들과 중반의 개연성 부족들도 알고 보면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수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이제껏 진행되어 왔던 모든 일들이 뒤집어 지기 시작한다. 이 소설의 묘미는 바로 이 지점이다. 수사가 끝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하지만 반전이 강한 소설들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끝을 위해서 초반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래서 소설의 진행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한번 읽기는 재미있지만 두번 읽기는 어려운 소설이다. 그게 반전이 강한 소설들의 한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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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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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살인자가 되고, 살인자는 사진작가가 되고, 사진작가는 살인자임이 드러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우선 변호사의 취미를 사진찍기로 만들고, 돈 또는 여자 문제로 살인을 저지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위대한 소설가, 아니 꼭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이 정도 쯤은 쉽게 생각 해 낼 수 있다.  

근데 스릴러 소설이잖아. 그러면 뭔가 '스릴'이 있어야 하는데...... 소설가가 아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설정은 이런 것이다. 변호사는 원래 끔찍한 살인자여서 끔찍한 방법을 동원하여 살인을 마구 저지르고, 끔찍한 살인자답게 취미로 자기가 살인하는 장면을 찍는다? 좀 개연성이 떨어지지만 이런 구성도 괜찮을 것 같고...... 아니면, 사진작가가 꿈이었던 변호사는 절대적인 '미'를 위해 진짜 죽음을 찍기로 하고, 일종의 스너프 필름, 이를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이것도 꽤 무섭네.   

하지만 설마, 사진작가가 꿈이었던 주인공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엄청난 도움에 못이겨(?)  변호사, 근데 이게 더 되기 어려운 것 아냐?, 가 되고, 우연히 부인의 부정을 목격해 살인자가 된다는 식의 설정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는. 너무 뻔하잖아!

근데 불행하게도 이 소설이 바로 그렇다.  

덧붙여 우연히 찍은 화재 사진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되어 위기에 빠진다는 전개는 너무 엉성하다 못해 황당하기 까지 하다. 상상력은 빈곤하고, 전개는 구태의연하며, 결말은 너무 구태의연해서 오히려 당황스럽기 까지 하다. 스릴러 소설이라기 보다는 '행복한 가정' 또는 '소중한 나'를 주제로 한 지루한 설교 같다.  

스릴 넘치는 설교가 가능할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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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스티븐 킹 걸작선 1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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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소설은 두가지 방식으로 읽게 된다. 이것은 마치 <미저리>가 스릴러 소설과 글쓰기에 대한 알레고리라는 두가지 방식으로 읽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모두가 알다시피, 덧붙여 표지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듯이 (괴기스러운 영자 Carrie) 스릴러 소설로읽는 것이다. 왕따 소녀인 캐리는 초경을 하는 날 강력해진 염력으로 마을 전체를 지옥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 소설은 지옥에서 살아남은 소녀의 회고와 당시의 기사들, 그리고 '그날'의 참사를 만들어낸 인물과 사건들을 교차시키면서 진행된다.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데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찍었을 지가 진짜 궁금하다. 물바다, 불바다가 되어 버린 무도회장. 캐리가 지나갈 때마다 주유소들은 모두 폭발해버리고, 한 마을은 생지옥이 된다. 피를 뒤집어 쓴 파티복 차림의 소녀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마지막 대결을 벌이고 서서히 죽어간다, 피를 흘리면서 서서히. 영화가 만들어 진 것이 꽤 오래전이라서 소설이 보여주는, 또는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의 장면을 만들었을 지가 궁금해진다. 리메이크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잠깐 해보고......   

이 소설을 읽는 두번째 방식은 성장에 대한 알레고리로서이다. 왕따, 초경이라는 생리적 변화, 엄마의 편집증, 킹카와 퀸카에 대한 동경. 이 모든 것들은 청소년기, 이 소설만큼 질풍노도의 시기를 문자그대로 보여주는 소설이 있을까?, 를 거치는 대부분의 이들이 겪거나 보게 되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근데 과장이 좀 심한 것 아니야?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르는 일이다. 만약 우리에게 캐리와 같은 초능력이 있었다면, 우리도 그때 폭발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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