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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 작가 김영하가 쓴 책에 대해서 '참 말이 많다'라고 평했던 것이 문득 기억이 났다. 누군가의 평가처람 김영하는 참 말이 많은 작가이면서 동시에 참 글도 많은 작가이다. 그의 장편소설들과 소설집들, 영화평과 여행기까지 모두를 읽는 내게 든 생각은 한 사람이 이렇게 모든 장르의 글들을 다 잘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부러워라!
사실 재능과 아이디어가 많은 작가들은 많지만 그들이 모두 좋은 소설가가 되지는 않는다. 김영하에 대해서 가장 놀랐던 것은 <검은꽃>이라는 장편을 읽고 나서였는데, 그것은 김영하가 단지 재능있는 작가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하지만 이 단편집을 읽은 후의 감동또한 그에 못지 않다. <호출>과 <엘리베이터에 낀......> 보다 소재는 훨씬 더 다양해졌고, 전개 방식은 훨씬 더 매끄러워졌다. 이 단편집의 제목처럼 21세기 한국문학을 책임질 '오빠'가 돌아 온 것이 진짜 확실하다. 이소설이 나온 지 6년이 되었으니 이런 멘트가 좀 무색하긴 하다.
이 단편집에 실린 소설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작품을 꼽는 다면, <크리스마스 캐롤>과<이사>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크리스마스라는 날이 주는 가정적이고 성스러운 이미지들이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흘러나오는 캐롤에 의해서 주인공들의 추악한 과거들로 대체되고, 캐롤은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노래가 아닌 주인공들의 과거를 들추어내는 일종의 저주의 주문이 된다.
<이사>의 주인공은 이삿짐을 나르러 온 인부들과 계속 갈등하고 급기야 인부 중의 한명인 노란조끼가 낀 시뻘건 목장갑에서 주인공은 피묻은 장갑의 환영을 본다. 태어나서 스무 번 정도의 이사를 했는데 이사가 이렇게 무서운 일일 줄이야! 이정도 되면 이사도 목숨걸고 해야 한다.
스티븐 킹이 <샤이닝>에서 보여준 것처럼 가장 무서운 것이 가장 가까운 사람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도 어떨 때는 공포가 된다. 어쩌면 이사하다가 살인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소설을 읽다가 또는 실제로 이사를 하다가. 이사를 해본 사람들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래도 무섭다고 울면 안된다 왜냐하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시기 때문이다. 울면 안된다. 산타할아버지는 선물을 안주신다. 울면 안된다 산타할아버지는 선물을 안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