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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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만에 나오는 장편소설인지 모르겠다. 아마 5년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 작가의 새로운 소설을 기다리던 맘이 좀 과했던지 집사람과 나는 서로가 주문할 걸 모르고 같이 주문해 버리고 말았다. 결국 하나는 반송!

 

<빛의 제국>, <퀴즈쇼>에서 얼핏 보여줬던 소외받는 십대의 이야기들이 이 소설의 전면에 등장해 있다. 작가의 맘 속에 들어가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또 내가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그부분에 대해서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지만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퀴즈쇼>를 읽은 이들이 지적한 이른바 '88만원 세대'에 대한 묘사가 수박 겉핥기식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한 작가의 답인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과감한 주제가 작가로서 가장 중요한 일이겠지만, 팟캐스트<김영하의 책읽는 시간> 에서 작가가 한 말이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완성도와 가독성을 우선 순위에 둘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첫번째는 잘 짜여진 픽션이라기 보다는 좀 얼기설기 짜여진 논픽션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사실 여부는 모르겠지만, 이 소설을 이루고 있는 이야기의 기반이 소설의 후반에 나오는 것처럼 실제 인물들의 삶이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 실제의 삶은 허구의 삶보다 허술하고 느슨한 법이다. 허구를 이루는 발단, 전개, 곳곳의 복선, 절정, 대단원의 구성이 실제의 삶에서는 훨씬 엉성하게 짜여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제목에 등장한 '목소리'라는 단어가 이 작품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이 단어는 서로의 말과 맘을 나눠가지고 있는 두 인물, 동규와 제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말이면서 이 두 인물이 속해 있는 또래 집단의 의사소통을 의미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나 더 덧붙인다면, 나에게는 최근에 듣기 시작한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를 통해서 듣고 있는 작가의 '목소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나야말로 밤마다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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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전집 1 러브크래프트 전집 1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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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계획했던 호러소설 읽기는 어느정도 목표달성을 하였다. <드라큘라>, <지킬박사와 하이드> 등을 읽었고 미흡하지만 독후감도 썼다. 작년에 목표했던 책 중에 못 읽었던 것이 메리셸리의 <프랑켄슈타인>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이었다. 프랑켄 슈타인이 공포소설 또는 19세기에 유행했던 이중적인 자아나 왜곡된 자아상에 관련되어서 읽어보려 했던 것이었으나 아직 읽지 못했다.

 

러브크래프트를 읽기로 한 것은 단연코 킹 때문이다. 스티븐 킹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서 였다. 전집에 실린 단편들에 대한 총편은 역시 킹의 칭찬이 괜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뭘 얘기하려고 하는 지를 알 수 없는 단편들이 몇 편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긴장을 만들어 내는 작가의 역량이 뛰어나다. 개인적으로는 <인스머스의 저주>가 모든 면에서, 긴장감, 완결성, 가장 좋았다.

 

다른 작가들은 어쩐지 모르겠지만 러브크래프트는 소리 때문에 생기는 공포를 그려내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한편 달리 생각해보면, 공포라는 것은 킹의 말처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싶어하는 강박, 또는 금기에 대한 강박 때문에 생기는 것이니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들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문밖에 괴물이 있고, 어떠한 유혹이 있더라도 문을 열어서는 안되는 규칙이 있다. 밖에서는 모든 소리들이 주인공을 유혹한다. 이런 경우 밖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되는 순간,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은 끝나는 것이다. 우리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더 무서워하고, 더 무서워하기 때문에 더 보고싶어 진다.

 

그래서일까? 공포는 어떤 스타일의 이야기보다도 말로 쉽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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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필로소피 - 손으로 생각하기
매튜 크로포드 지음, 정희은 옮김 / 이음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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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것인가? 라는 물음을 요즘처럼 자주 자신에게 물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이 문제를 고민하리라 생각이 든다. 만약 직장이 없는 사람이라면 어떤 직장을 구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할 것이고, 직장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일과 자신의 삶에 대해서 고민할 것 같다.

 

내가 하는 일? 새로운 직장으로 옮긴지 사년 째이고 한 직장에 이렇게 오래 있기는 처음이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내가 살고 싶은 삶과 하고 싶은 일이 다르다는 것. 이런 와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왜 하필 이 책을 골랐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글을 쓰고 책을 쓰는 일 말고 뭔가를 만들거나 연주하는 일을 하려는 계획이 어렴풋하게 머릿 속에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저자가 하려는 얘기는 크게 두가지 정도로 보인다. 그중 첫번째는 오토바이 정비에 관련된 세부적인 부분이다. 철학자였던 자신이 오토바이 정비사가 된 이유와 자신의 일의 가치의미, 덧붙여 진자 수리과정을 꼼곰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손으로 일하는 즐거움에 관한 것이다. 교육이 기술의 중요성과 기술 수업을 무시하고 이론과 형식에만 치우침으로써 일, 손으로 하는, 의 즐거움을 빼앗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나누고 육체 노동을 정신노동 보다 열등한 것으로 은연중에 교육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학자에서 오토바이 정비공이 된 저자의 개인사는 이러한 주장을 아주 잘 뒷받침 해준다. 그리고 정신 집중을 동반하지 않은 육쳬노동이란 것이 있을 수 없고, 정신집중을 하지 않고도 가능한 정신노동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쩌면 세상의 많은 사무직들의 정신노동이 그럴 수도 있다.

 

책의 초반부에 비해서 중반과 후반부의 오토바이 수리에 관한 묘사가 길어지면서 다소 집중력을 잃었지만 손으로 일하는 삶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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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52
오스카 와일드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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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도 비슷한 내용의 독후감을 쓴 적이 있는데, 다시 그 생각을 하게 된다. 19세기는 다윈의 진화론으로 대표되는 시대이고 그리고 그것이 대표하고 있는 것은 이성의 힘이다. 아마도 당대의 사람들은 '이성'으로 '신성'조차도 알 수 있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다윈의 진화론은 '이성'이 '신성'에 도전한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조물주가 세계와 세계에 속한 모든 것들을 창조하고 자신의 분신인 아담에게 그 모든 것들의 이름을 짓도록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기원이 되는 종이 있다는 사실. 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이 시기에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만한 공포 소설들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브램스토커의 <드라큘라>, 메리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덧붙여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읽은 러브크래프트의 공포소설 까지!

 

이성과 공포라...... 언뜻 잘 연결이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원래 극과 극은 통하는 법. 우리의 공포는 사실 우리의 앎으로부터 출발한다. 좀 이상한 논리로 풀자면, 모든 두려움은 무지함에서 나오는 것 같지만, 실은 그 '무지함'을 견디지 못하는 이성 때문이다. 결국 알고자 할 수록 두려움은 더 커지는 법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이런 맥락에 있다. 영원한 젊음과 영원한 아름다움을 원하는 것은 죄다. 수많은 공포소설 속의 악이 불멸을 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영원한 젊음과 자신의 아름다운 초상에 관한  오스카와일드의 괴담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늙음은 필연이고 젊음은 찰나이다? 아니면 삶은 유한하지만 아름다움은 영원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성형 붐과 늙지 않는 여배우들을 떠올리는 것은 너무 경박한 걸까? 만약 오스카 와일드가 이 시대에 살아다면 성형수술로 파멸해가는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모든 사실들 보다도 더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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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제중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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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읽은 추리소설이다. 더군다나 최근에 읽은 추리소설들은 주로 하드보일드 계열이어서 순수하게 추리를 하는 추리소설을 읽은 진짜 진짜 오랜만 인 것 같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책장을 펼 때 부터 덮을 때까지 전혀 긴장이 되지 않았다. 범인이 궁금하지 않으니 끝이 궁금하지 않고 끝이 궁금하지 않으니 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자꾸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주인공들도 슬슬 짜증이 났다.

 

후루룩 책장을 넘기고 나니 여전히 진행은 그대로이다. 워낙에 이런 류의 소설들의 묘미는, 포와로나 미스 마플이 모든 용의자를 한자리에 모으는 순간 긴장감이 최고조여야 하는데, 하긴 몇년전 만해도 그런걸 느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어서 범인을 말해주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끝까지 읽었다.

 

아니,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이렇게 지루하고 힘든 일일줄이야. 물론 앨러리 퀸의 초기작인 탓에 구성이 느슨하고 중복된 추리가 많은 것도 원인이긴 하지만 비단 이 소설이 특별히 더 재미없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이제는 추리소설을 더이상 읽지 말아야 할 나이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추리소설이여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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