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52
오스카 와일드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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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도 비슷한 내용의 독후감을 쓴 적이 있는데, 다시 그 생각을 하게 된다. 19세기는 다윈의 진화론으로 대표되는 시대이고 그리고 그것이 대표하고 있는 것은 이성의 힘이다. 아마도 당대의 사람들은 '이성'으로 '신성'조차도 알 수 있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다윈의 진화론은 '이성'이 '신성'에 도전한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조물주가 세계와 세계에 속한 모든 것들을 창조하고 자신의 분신인 아담에게 그 모든 것들의 이름을 짓도록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기원이 되는 종이 있다는 사실. 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이 시기에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만한 공포 소설들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브램스토커의 <드라큘라>, 메리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덧붙여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읽은 러브크래프트의 공포소설 까지!

 

이성과 공포라...... 언뜻 잘 연결이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원래 극과 극은 통하는 법. 우리의 공포는 사실 우리의 앎으로부터 출발한다. 좀 이상한 논리로 풀자면, 모든 두려움은 무지함에서 나오는 것 같지만, 실은 그 '무지함'을 견디지 못하는 이성 때문이다. 결국 알고자 할 수록 두려움은 더 커지는 법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이런 맥락에 있다. 영원한 젊음과 영원한 아름다움을 원하는 것은 죄다. 수많은 공포소설 속의 악이 불멸을 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영원한 젊음과 자신의 아름다운 초상에 관한  오스카와일드의 괴담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늙음은 필연이고 젊음은 찰나이다? 아니면 삶은 유한하지만 아름다움은 영원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성형 붐과 늙지 않는 여배우들을 떠올리는 것은 너무 경박한 걸까? 만약 오스카 와일드가 이 시대에 살아다면 성형수술로 파멸해가는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모든 사실들 보다도 더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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