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이 온다
이승재 지음 / 디자인21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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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알게 된 청년 지인이 하나 있다. 대학 졸업하고 3년째 집에서 놀고 있다. 취업 하려고 하지도 않고 알바로 하루하루 생활하고 있다. 왜 취업하려 하지 않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기업에서 뽑지도 않고 알바로 충분히 벌어 별로 취업 생각이 없다는 거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해외 취업은 생각해 보고 있는데 정보가 부족하단다.

 

2천 명 3천 명 뽑던 대기업 공채의 시절도 다 옛날이 됐다. 요즘은 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을 수시로 모집한다고 한다. 그러니 생초보 신입은 기회가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군다나 인문계 출신이면 취업을 포기할 수도 있겠다 싶다.

 

그 청년 친구에게 당시 해 줄 적당한 조업은 없었는데, 최근 우연히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친구 생각이 나서 리뷰로 남겨 놓는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이 매우 높다고 하는데, 해외로 눈을 돌리면 그나마 조금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나 해서.

 

내가 거의 읽지 않는 분야가 자게서와 취업 분야인데, 어찌 어찌 해서 읽게 된 책이 <몽골이 온다>(2025, 디자인21)이다. 몇 년 전 몽골 여행을 갔다 온 적이 있기에 최근에 몽골에 대한 안내서가 나왔다길래 구입했다. 첨엔 여행 안내서인 줄 알았는데, 취업 안내서였다. 어쨌거나 몽골에 대한 책은 시중에 거의 없는 와중에 얄팍한 책이라 읽어보기로 했다.

 

나름 따끈한 신간이다. 분량이 많지 않아 하루면 다 읽을 수 있고, 중복된 내용이 많아 필요한 목적(취업)이 있는 분이라면 금방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산업인력공단 해외 취업 분야에서 나름 이력을 쌓아온 전문가다. 일종의 공적 헤드헌터 비슷한 부류라는 느낌.

 

저자는 두바이에서 성공적인 해외 취업 경력을 바탕으로 몽골에서도 많은 몽골 기업인들을 만나 몽골인들의 우리나라 취업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몽골 취업을 도왔나 보다. 그래서 몽골 파견 시기에 관련 분야의 석사 논문을 썼고, 본 책의 출간으로 이어졌단다.

 

이 책의 목적은 우리나라 청년들이 몽골에 더 많이 취업하기 위해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혹자는 그럴 것이다. 선진국에 취업해야지 몽골같은 중진국에 누가 취업을 하려고 할까. 연봉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고 생활 환경도 열악한 곳에서 무슨 취업 안내냐고 의문이 들 법도 하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몽골 여행을 갔다가 온 후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우리나라 서울 양천구와 비교해서 절대 낙후된 지역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지방 소도시보다 훨씬 발달해 있다. 몽골이 중진국이지만 생활 수준은 그렇게 낙후되어 있지 않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의외로 한국 청년들이 몽골에 취업할 수 있는 곳이 꽤 있다. 하지만 정보의 부재로 몽골이라는 나라는 우리 청년들의 해외 취업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되어 있다. “몽골 취업 시 장애 요인으로 A씨는 몽골 채용에 대한 정보 부재가 제일 어려운 점(p125)”이라고 꼽았다.

 

그래서 저자는 몽골 채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몽골에 대한 취업이 지금 보다는 훨씬 용이하겠다는 판단하에 이 책을 집필했다. 지금까지 몽골에 대한 취업 정보 안내서는 전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 몽골은 중진국 또는 후진국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몽골 경제가 회복하고, 한국 기업이 진출이 활성화되는 지금, 몽골로의 한국 청년 진출 전략을 모색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p110)” 저자의 말이다. 몽골은 현재 코로나 이후 매년 6% 정도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기에 몽골에 대한 취업정보가 제공된다면 몽골 취업 기회는 넓어질 수 있다는 목표하에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몽골의 타왕복도라는 그룹이 있다. 몽골 최대 기업 중 하나라고 한다. “대표와 면담 이후 월드잡 플러스에 마케팅 책임자, MD, 건설 기술자 등 다양한 직종의 일자리를 올렸다. 급여는 마케팅 책임자의 경우 연봉 1억원 이상, MD 6천만 원 이상 이었고 직종에 따라 비즈니스 왕복 항공권 및 숙소도 제공되었다.” (p139)

 

이 정도 취업자리면 꽤나 괜찮은 조건인 듯하다. 어쨌거나 본 책은 우리나라 청년들이 몽골이라는 나라에도 양질의 일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최초의 취업 안내 책자이다. 분량도 적고(175쪽 밖에 안된다!)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 하루면 다 읽을 수 있다. 문송해서 죄송하다는 인문계 출신이면 한 번쯤 들여다볼 만한 책이다. ()

 

 

하나 건너 알게 된 그 청년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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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07-28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5년 전에 몽골에 다녀온 후로, 언젠가 또 다녀올 기회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젠 거의 포기 상태예요.
여행이 아닌 취업이라면? 이란 생각이 아주 잠시 들었지만,
이 나이 많은 아저씨를 누가 채용할까 하는 마음에 그저 웃고 갑니다. ㅎㅎㅎㅎ

yamoo 2025-07-28 22:39   좋아요 0 | URL
음....몽골 여행 기회는 있을지도 몰라요. 아직은 포기하시기 아릅니다요..ㅎㅎ
앞으로 어떻게될 지 인생은 모르은 거니까요.^^

취업에서 나이가 제일 걸림돌이긴합니다. 근데 기술이 있으면 나아는 어느 정도 상쇄되는듯해요.
어쨌든 해외취업도 나이는 좀 거시기 합니다만 체념하지는 말자구요..우리!ㅎㅎ

카스피 2025-07-28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일본에서 취업하신 분이 만일 당신의 경쟁력이 한국에서 7이상 이라면 한국에서 취업하고 출세하는 것이 좋겠지만 3~4정도라면 일본에서 취업하면서 생활하는 것도 무방하다고 하더군요.월급이 한국 대기업보다 못하지만 일본인의 은근한 인종차별을 견딜수 있는 멘탈이라면 소비수준이 생각보다 낮아서 그냥저냥 먹고 살만하다고 합니다.단 이 경우 한국에 다시 돌아오는 것보다 일본에 그냥 쭈욱 사는 것을 추천한다고 하네요.
실제 몽골에서 취업을 했을 경우 나중에 사업 아이템을 미리 알아 볼수 있으니 한국에서의 취업에 연연하며서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과감히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인것 같습니다.

yamoo 2025-07-29 13:51   좋아요 0 | URL
요즘들어선 일본의 월급이 한국보다 적어 일본에 취업하는 한국사람들이 꽤 있는 듯합니다. 근데 실수령액을 보면 170만원 정도 되더군요. 물론 대기업은 아니지만 꽤 유명한 중소강 기업인데도 월급이 생각보다 많이 적더군요. 그럴 바에야 몽골이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몽골에서는 차별같은게 없다는데 말이죠.
저도 과감성이 있으면 몽골 취업도 괜찮다고 봅니다. 일본보다 좋은 조건의 일자리가 있는데 정보 부족으로 가지 못하는게 좀 안타깝다랄까요..^^;;
 
자유론 고전의 세계 리커버
존 스튜어트 밀 지음, 김만권 옮김 / 책세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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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다. 홍신문화사 판본으로. 너무 오래돼서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윤석열 정권 내내 유시민이 토론이나 유튜브에서 한 발언들로부터 얼추 기억을 되살리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자유론>을 꼭 한 번 더 정독해 보고 싶었다. 집에서 계속 굴러다니던 책세상 문고본(2006년판) 때문이기도 했다. 헌책방에서 1천 원에 팔기에 오래전에 구입한 건데, 스프링 제본을 했기에 책 취급을 안 했더랬다. (근데 갖고 다니면서 읽기는 편하다!)

 

눈에 밟히는 책이라 들고 읽기 시작했다. 유시민이 자기 인생에서 지대하게 영향을 끼쳤던 책 중 한 권이라고 해서 확인도 해볼 겸. 그런데 잘 읽히지 않는 거다. 출퇴근 이동 중에만 읽어서 그런 거 같아, 도서관 가서도 읽어 봤지만 매한가지. 결론은 번역 때문이었다.

 

<자유론>(책세상, 2006) 번역은 진짜 가독성을 현저히 떨어뜨렸다. 역자는 서병훈. 이 사람은 번역기 돌린 문장을 양산하지는 않지만 알아먹기 힘들게 문장을 구성하는 습관이 있는 듯하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문장.사람의 행동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의 평판을 떨어뜨리고 좌절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보다 더 나쁜 것을 동원하는 것이다.” (p155)

 

전형적인 비문(非文)인데 이걸 처음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3~4번 같은 챕터를 반복해서 읽으면 왜 가독성이 떨어지는지 파악되는 문장. 한길사의 <의미의 논리>보다는 훨씬 낫지만 그래도 평균적인 독자가 읽기에는 매우 어려운 판본이 됐다. 더 이상 서병훈 역자의 책이 나오지 않아 다행이다.

 

어쨌건 처음 읽을 때는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기 매우 힘들었는데, 4번 정독하니 책이 말하는 바가 명확했다. 밀의 주장은 매우 단순하다. 하지만 처음 주장이 계속 표현을 달리하며 외연을 확장한다. 주장에 대한 다양한 예시와 논거를 읽는 것도 <자유론>을 재미있게 읽는 한 방편일 듯.

 

머리말에 밀이 이 책을 쓴 이유가 적시되어 있다.

이 책은 시민의 자유 또는 사회적 자유를 중심 주제로 삼고 있다. 다시 말해 나는 이 책에서 사회가 개인을 상대로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성질과 그 한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p17)

 

밀이 살던 19세기까지 이 문제는 그다지 논의되지 않았나 보다. 이를 둘러싼 토론도 거의 없었다는 밀의 전언대로, 이 논의는 당시 영국에서 최초로 제기된 이었다. 물론 17세기에 존 밀턴이 사상의 자유에 대해서 언급을 했지만(밀은 밀턴의 사상을 수용한다.) 이를 사회적 차원에서 다루면서 그 한계를 고찰한 학자는 밀이 처음이었다. (물론 영국에서)

 

밀이 <자유론>에서 설파하는 핵심은(책을 쓴 이유) 책의 4장에 소개되어 있다. 4장의 타이틀이 사회가 개인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 밀은 개인의 자유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가 주장하는 개별성은 항상 사회가 전제되어 있다. 이를 놓치면 이 책을 잘못 이해하게 된다.

 

밀은 기본적으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대전제를 깔고 논의를 시작한다. 책에서 밀은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라고 반복적으로 말한다. 더욱이 무너져 내릴 다리(다리 후반부부터)를 건너려고 하는 어떤 사람에게 그 사람의 통행의 자유(개별성)보다는 생명이 훨씬 중요하기에 개별성은 충분히 제한되어야 한다고. 이 주장은 맹자의 성선설에 닿아 있다.

 

그만큼 밀도 사람의 본성을 선하게 봤다. 그래서 개인의 생명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개별성은 사회 안에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사회성의 가치가 커지면 개별성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밀이 3장에서 개별성이 왜 중요한지 역설하게 된 지점이다.

 

4장의 핵심 주장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초반부에 제시되어 있다.

법으로 부여받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직접 침해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타인에게 해를 주거나 그들의 이익과 상관있는 문제에 대해 사려 깊은 고려를 하지 않는 경우, 사회가 직접 법을 동원하지는 않더라도 여론의 힘을 빌려 그런 행동에 대해 정당하게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p142)

 

한 마디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직접 침해하지 않으면 개인의 자유(개별성)는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거. 그런데 이는 머리말에서 이미 밀이 제시한 주장이고, 2장에서도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장을 나누고 여러 논거를 제시하고 있지만 핵심 주장은 매우 일관된다.

 

인간 사회에서 누구든(개인이든 집단이든) 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 권력이 사용되는 것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유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명사회에서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권력의 행사도 정당화될 수 없다.”(p30)

 

이 주장은 4장의 핵심 주장으로 인용한 문장과 대동소이하다. 그리고 이는 2장에서 주장하고 있는 핵심 내용과도 상통한다. 42쪽에 언급 되어있는 내용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고 밀이 여느 공리주의자하고도 다른 차별적 지점을 담보한 주장이다.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이것은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p42)

 

2장의 모든 내용은 이 주장의 논거이자 예시이다. 존 밀턴의 사상의 자유를 발전시켜 밀의 자유론을 정립한 기념비적인 주장이다. 그 이유는 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주장을 곡해할 여지가 많은지 밀은 이를 방어할 논거와 예시를 풍부하게 들고 있는데 그게 2장의 내용이다.

 

물론 2장은 4장의 전제이다. 생각과 토론의 자유가 없으면 개별성은 담보하지 못한다. 2장 역시 3장 개별성을 위한 전제다. 전제로부터 결론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을 관통하는 주장은 2장의 저 위대한 주장이고, 이는 장을 달리하면서 변주된다.

 

나는 어느 사회든지 다른 사회를 강제로 문명화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악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스스로 도움을 청하지 않는 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살면서 그들과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자기들 눈에 불미스러운 일이라는 이유로, 당사자들에게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 제도를 폐기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p170)

 

밀은 계속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개별성과 그 한계를 강조하고 있다. 이 한계 중 특히 인간의 자유와 발전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해악들이 발생하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단다. 그런데 정부의 이런 개입 활동은 집단적이고 권력 집중을 발생하게 하여 폐해가 발생하게 된다.

 

밀은 이 폐해를 최대한 적게 하면서 인간의 자유를 저해하는 해악들을 어떤 방법으로 없애야 효율적인지 검토한다. 이게 5장의 내용이자 이 책의 목적이다. 밀은 그가 참여했던 정치적 경험을 토대로 정부의 역할을 제시한다. 이 또한 정치인들이 다루기 가장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고 진단한다.

 

나는 안전한 실천 원리 실현 가능한 이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모든 제도를 검증하는 기준이 다음과 같은 명제 속에 정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효율성을 지키면서 최대한 권력을 분산하라, 그러나 정보는 가능한 중앙으로 집중시킨 뒤 그곳에서 분산시켜라.” (p207)

 

요컨대 밀은 개인의 개별성을 강조하면서도 사회성도 아울러 강조하고 있다. 사회성이 강화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밀은 정부가 개별성과 사회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 요체란 제도는 분산시키고(지방자치) 정보는 중앙집중화하는 것. 당시 시대상을 고려할 때 이는 아주 혁신적인 정책인 듯하다.

 

물론 장점만 있는 책은 아니다. 밀 자체가 초엘리트 교육을 받은 학자 집에서 자란 사람이라 엘리트주의적 인식이 지배적이다. ‘미성년자나 미개사회는 자유를 누릴 권리가 없다.’ 라거나 사회적 약자는 결혼을 하면 안된다.’는 주장을 서슴없이 하는 걸 보면 그렇다는 결론. 아울러 공리주의자(효율을 중시한다)라서 공리주의의 근본적 한계점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도 덧붙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론>은 지금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레거시 미디어와 가자짜 뉴스가 판치는 작금의 시대에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특히 언론 개혁이 심대하게 요청되는 시기에 밀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생각은 경청할 만하다 하겠다. ()

 


내가 읽은 판본은 2006년에 발간한 책세상 문고 고전의 세계 시리즈다. 이 시리즈가 절판되고 새로운 시리즈로 옷을 갈아입었고, 일부 역자가 바뀌어서 새롭게 나오고 있다. 책세상본으로 지금 구매할 수 있는 책은 김만권 역이다. 어쩔 수 없이 이 책으로 리뷰를 올리지만 읽은 책은 구판이기에 여기 덧붙여 놓는다. 김만권 번역도 가독성이 떨어지기는 매한가지라 개인적으로는 현대지성판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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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5-07-25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려고 합니다만 이런 류의 책은 읽으면 머리는 이해하고 눈은 책을 따라가지만 마음에서 깊은 분석에 따른 심도있는 공부는 어렵더라구요. 민음사판 ‘문학이란 무엇인가‘가 세계문학전집 아홉번째라서 붙잡고 있는데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는 이유입니다

yamoo 2025-07-25 14:40   좋아요 1 | URL
음...민음사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사르트르 저작이기에 읽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 <자유론>은 현대지성사에서 나온 걸로 읽으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공감하면서 읽어나갈 수 있는 내용이 아주 많습니다. 예시도 풍부합니다. 철학서라기 보다는 사회사상쪽이라 그리 어렵지 않아요. 유시민 작가가 최고라고 치는 책이니 읽독해보셔도 될 듯합니다!^^

카스피 2025-07-25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유론 고전이란 솔직히 읽어볼 염두를 못냈는데 야무님 글을 읽어보니 한번 쯤 읽어봐야 될 명작이란 생각이 듭니다^^

yamoo 2025-07-25 14:41   좋아요 0 | URL
자유론이 고전이긴 하지요. 사상사 쪽 고전 치고는 읽기 수월합니다. 군주론보단 약간 정치한 면이 없지 않지만 현대지성사 본으로 읽으면 읽는데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 사료됩니다!
 


8.10. ~ 16. 

이 기간이 올 해 내 개인전 전시 일정이다.

새롭게 구상하여 세상에 선 보이는 내 조형 언어 발표장.

진짜 우리나라에는 한 해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시회가 쏟아진다. 


아트페어나 미술관 전시회도 상당하지만 개인전 회수까지 합치면 진짜 어마어마하다. 미술품 시장 수요는 선진국 대비 진짜 미미한데, 전시 회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나도 거기 일조하는 거 같아 좀 거시기한 느낌이 강하다. 정말 전시 공해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내 전시도 별반 다를 게 없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 맞다. 


그치만 작가라면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준비할 것도 많고 돈도 소소하게 많이 드는데, 이걸 매해 몇 번씩 하는 작가들은 도대체 뭔가, 하는 생각이 들곤한다. 이런 짓을 해야하는 게 작가의 숙명이라면 정말 끔찍하다.


작품 발표는 해야하고 시간과 돈이 투여되고 노가다가 동반되지만 남는 게 도록 하나뿐이라는 사실이 정말 아이러니 하다. 당분간은 개인전을 하고 싶지 않다. 정말 힘들고 돈이 정말 많이 든다. 초대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러니, 대관이라면 상상도 하기 싫다.


어쨌거나 위 날짜에 내 전시회는 개최된다. 전시 전체로 놓고 본다면 소모성 전시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 개인적 차원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라서 여기 올려 놓는다. 관심 있는 분들은(누가 관심이 있을까마는) 와 보셔도 좋을 듯하다. 주위에 갤러리들과 전시는 넘치니 헛걸음은 아닐 수 있겠다.



최근에 개인전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유일하게 읽었던 책이 <자유론>이다. 번역 때문에 읽으면서 매우 빡쳤는데, 그래도 의미 있는 독서였고,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나는 예전 책세상 문고본(서병훈 역)으로 읽었는데 새롭게 나온 책세상본도 가독성이 떨어지긴 매한가지. 가독성이 가장 좋은 건 현대지성에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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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7-21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진심으로 전시 축하드려요^^

yamoo 2025-07-21 13:0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카스피님^^

그레이스 2025-07-21 1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포스터 이미지 야무님 작품인가요?
넘 멋있어요~
축하드려요~♡

yamoo 2025-07-21 13:02   좋아요 2 | URL
네...제 대표작으로 해서 플래카드에 넣었어요. 개인적으로 대표작 따로 마련해 둔 게 있는데, 갤러리 대표가 저 두 작품으로 가자고 해서뤼...^^
멋있다고 해 주시니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파이팅 해야 겠으요~~

hnine 2025-07-21 1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멋지십니다! 부럽습니다!

yamoo 2025-07-22 09:4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엣지나인님!
저도 타인에게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페넬로페 2025-07-21 1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인전, 축하드립니다.

yamoo 2025-07-21 19:52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페널로페님!!

잉크냄새 2025-07-21 2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yamoo 2025-07-22 09:4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자목련 2025-07-22 0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인전, 축하드려요^^
멋지고 대단해요!

yamoo 2025-07-22 09: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자목련님!

페크pek0501 2025-07-22 1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심을 담아 개인전 축하합니다!!! 화가다운 행보를 계속하시는 것, 좋아 보입니다.
자유론은 유시민 작가가 꽤 예찬했던 것 같아요. 저는 읽다 말았는데 완독할 책 리스트에 들어 있죠.
저도 책세상문고로 가지고 있는데 -이 책도 254쪽이죠.- 현대지성으로 사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다시 한 번 개인전을 축하축하!!!

yamoo 2025-07-22 14:18   좋아요 0 | URL
페크님, 감사합니다!

유시민 작가가 근래 말하는 모든 게 다 자유론에 들어있더라구요. 그 자신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확인차 읽었던 건데, 정말 유시민은 이 책에 근거해서 사이비 뉴스와 레거시 뉴스를 비판했던 거..
저도 오래전에 읽어서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정독했더랬습니다. 책세상 문고본보다는 현대지성본이 훨씬 가독성이 좋아보입니다!

cyrus 2025-07-25 0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광복절에 서울에 가게 되면 그림 보러 가겠습니다. ^^

yamoo 2025-07-25 09:1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사이러스님^^

근데 사이러스님은 매해 광복절마다 서울 오시는 듯...착각이면 착각일 수 있지만서두..^^;;

transient-guest 2025-07-25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전까지!! 점점 더 전업작가의 길로 가시는군요.ㅎㅎ

yamoo 2025-07-25 14:41   좋아요 1 | URL
하다보니 그렇게 되는 듯합니다~~ㅎㅎ
 
우주 순양함 무적호 민음사 스타니스와프 렘 소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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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주 오랜만에 멋진 SF소설 한 편을 읽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SF 소설 중 최고는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와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이었는데, 여기에 스타니스와프 렘의 <우주 순양함 무적호>(민음사, 2022)를 동일선상에 올려놓을 수 있겠다. 장르 소설에서 보기 드물게 인간 존재론에 대한 심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어서다.

 

이 작품이 출간된 때는 1964년도다. 60년대에 이러한 구상을 하고 이러한 외계 생명체를 설정할 수 있다는 자체가 경이롭다. 빈말이 아니라 진짜 2025년 동시대의 작가가 발표했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세련된 이야기다. 특히 행성 레기스3의 자연환경과 일체화가 된 외계 생명체는 기상천외했다. 에일리언과 같은 우주 괴물이나 UFO를 타고 오는 외계인도 아닌 자연 그 자체와 비슷한 무생물 기계가 진화한 결과물이라니.

 

소설 초반 순양함 무적호가 레기스3 행성에 온 이유가 적시되어 있다. 이곳 행성에 와서 연락이 두절된 콘도르호의 비밀을 밝히고자 온 것. 순양함 무적호는 아주 많은 전문가와 엔지니어들이 탑승한 거대 우주선(신기술의 집합체)이다. 이 우주선이 레기스3 행성을 탐사하면서 한 두 명씩 사라지거나 죽는 전반부 이야기는 어떤 행성에서 우주 괴물이 나오는 영화(에일리언)와 비슷하다.

 

우주선에 탑승했던 승무원이 하나씩 괴물에 당하여 없어지는 이야기와 흡사하다는 거. 그래서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어 나갈 수 있다. 탐사를 나가면 여지없이 승무원들과 엔지니어들이 실종되거나 백치가 되어서 구조된다. 왜 그렇게 되는지 모르다가 점차 콘도르호를 부숴뜨리고 승무원들을 죽이게끔 하는 실체가 드러난다.

 

헌데 그 끔찍한 사고의 원흉이 에일리언과 같은 지적 생명체가 아니라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구름 모양의 알갱이들이다. 더 정확히는 구름과 암석에 기생하는 아주 작은 기계들. 소설에서는 처음에 파리를 언급할 정도로 작고 검은 둥근 기계로 묘사된다. 비정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기계 소립자. 1차원적이지만 이들은 파괴되지 않고 영원히 움직이는 자연의 일부이다.

 

이 소설의 백미는 저자 렘이 설정한 이 외계 '무생물체'에 있다. 렘은 레기스3 행성의 지배자를 생물이 아니라 무생물(구름 기계)로 설정했다. 레기스3 행성은 바다도 있고 바다에 많은 생명체가 살며 산소도 지구보다 많다. (물론 메탄이 다량 섞여 있긴 하지만) 소설에서는 바다 생명체가 육지로 올라와 번성하지 못하는 이유가 구름 기계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괴상한 외계 무생물체를 무적호 승무원들은 어떻게 하면 없애버릴까를 궁리한다. 검은 구름에 휩싸이면 사람들의 지적인 부분이 완전히 사라져 백치가 되기 때문. 왜 그런지 모르지만 백치가 될 뿐 사람들은 죽지 않는다. 그래서 무적호 엔지니어들과 전문가들은 이를 어떻게 퇴치할지 모색한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이 소설의 주인공 로한은 이 구름 기계를 생명체가 아닌 자연으로 생각한다. 없애버릴 적이 아니라 그 자체로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저자 렘은 로한을 대신해서 자연과 인간의 대비를 통해 우주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의미를 진지하게 되묻고 있다. 자연재해로 인해 수만 명의 사람들이 죽게 되면 이를 어떻게 없애버릴지 궁리하는 게 얼마나 비논리적이고 우스운 생각인지 이야기로 되묻기 때문.

 

죽은 사람에게서 레이저 총을 가져온 자신이 돌연 우습게 느껴졌다. 더욱이 무생물체만 생존할 수 있는 완전한 죽음의 계곡에서 스스로가 불필요한 존재로 여겨졌다. 여태껏 그것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의 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기이한 의식을 치렀다. 그는 방금 일어난 일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공포가 아닌 경이로 받아들이면서 얼떨떨해했다. 과학자들 중 누구도 자신과 공감하지 못하리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제 로한은 실종자들의 비극을 알리기 위해서, 더불어 이 행성을 지금 상태 그대로 놓아두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기 위해서 함선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모든 것이 모든 장소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야. 그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p316)

 

자연이 지배하는 행성에서 인간의 문명은 보잘것없고 의미가 없는 것이다. 작가 렘은 로한을 대신해서 만물 영장설(은하계 중심설)’을 비판하고 있다. 무생물체만 생존할 수 있는 우주에서 인간 존재는 극히 미미하고 우스운 존재들인데 그들이 자신들만의 생각으로 자연을 정복하고 우주를 정복하려고 노력한다. 렘은 모든 장소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로한을 통해 재차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과 비슷하거나 이해가능한 것만을 추구하라는뜻이 아니라, 인간의 몫이 아닌 일, 즉 인간과 관계없는 사안에 간섭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우주의 빈 공간은 차지해도무방하지만, 수백만 년 동안 이미 생존의 균형을 이루어 실재하는 대상을 공격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방사력과 물질력을 제외하고 누구한테도,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는 이 행성의 활발하고 적극적인 존재는, 동물이나 사람이라고 불리는 단백질 복합체와 비교해서 월등하지도, 그렇다고 열등하지도 않다.” (p253)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자연(우주) 앞에서는 한갓 우스운 사물일 뿐이다. 자연을 착취하고 정복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면 결국 파멸할 수밖에 없음(‘콘도르호처럼)을 소설은 이야기로 잘 보여준다. 그렇게 구성이 치밀한 작품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이야기 구조 속에 인간 존재론에 대한 철학적 주제를 다시금 환기해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일독할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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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06-18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yamoo 2025-06-20 09:51   좋아요 0 | URL
저도 뽈님 추천으로 보게 된 작품입니다. 재미와 작품성을 모두 잡은 명작이라 칭할만합니다. 다만 구성이 치밀하지 않은 게 좀 흠입니다..^^
 

"그림은 취미로 그리나요?"

 

처음 나가는 모임이나 기존 모임의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눌 때 나는 꼭 내 본업을 말하지 않고 작가라고 소개한다. , 예전부터 숱하게 듣던 물음, “혹시 예술하세요?”라는 물음에 대해 미리 대비해서 그냥 작가라고 소개한다.

 

그러면 8할 정도의 사람들은 전업 작가시냐고 묻는다. 그래서 본업은 따로 있는 직장인이라고 하면, 뒤따라오는 물음, “그러면 그림은 취미로 그리세요?”

 

(아비투스, 캔버스에 콜라주, 10F, 2025)


요새 내 소개를 작가라고 하면 숱하게 묻는 물음이다. 뭔가 내 직업을 소개했을 때 이렇게 구체적으로 관심을 표명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전에 뭘 한다고 하면 그러냐고 후속질문 따위는 없었는데 말이다.

 

, 다 이해한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정말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취미 미술학원 다니면서 눈으로 봤으니까. 정말 많았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그리고 다 잘 그렸다. 미술대학을 나온 사람들처럼 잘 그렸으니까. 개중에는 정말 미대 나온 전력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면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전업 작가(프로 작가)와의 차이는 무엇일까?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중에는 화력이 10년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쌔고 쌨다. 그렇다고 해서 취미미술 화력 10년이 넘은 사람들을 보고 전문 작가라고 하지 않는다. 그 취미 경력자도 자신을 아마추어라고 인식하고 있으니까.

 

아마추어 작가와 프로작가의 차이. 이건 정말 내가 아마추어 작가에 머물기 싫어서 많이도 생각해 봤던 주제다. 하지원이나 구혜선의 그림을 보고 그렇게도 논란이 많았던 것이 이 주제와 닿아있어서다.

 

내 그림이 하지원이나 구혜선의 작품 취급(평론가들 공히 레퍼런스만 있다는 거)을 받는 것이 싫었다. 그럴려면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가 있어야 한다. 그게 프로와 아마추어 작가를 구별하는 시금석이고,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는 부류다.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논문 쓰기가 비슷하다. 레퍼런스(참조)를 넘어서는 자신만의 색깔이 그림에 드러나야 하는 게 일차적인 조건. 그리고 다음이 주제와 대상을 선택해서 형상을 그리는 능력. 이게 되면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갖게 된다.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갖고 작품을 발표하는 게 소위 전업 작가(또는 프로 작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그림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잘 그린 그림들은 넘쳐나지만 좋은 그림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잘 그린 그림과 좋은 그림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이 차이를 시대성두고 있다. 즉 그림이 당대의 시대성을 담을 수 있느냐다. 그림을 무척 잘 그리는 작가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그림을 그린다. 추상화든 구상화든 자신의 감정을 캔버스에 담는 작가들이 무척 많다.

 

형상은 다 좋다. 스킬도 좋고 정말 잘 그리는 작가들이 넘쳐난다. (인사동이나 강남의 그 많은 갤러리에 가보라!) 그런데 뚜렷한 주제 구현 없이 자기 감정을 주로 드러내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 많다. 시대성 보다는 자신의 감정이 주를 이룬다. 물론 자신의 감정을 화폭에 담는 능력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시대성 보다는 자기 감정을 캔버스에 소모하는 것은 자기 얘기를 주야장천 하는 소설 작품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감정을 시대성에 어떻게 승화시키느냐가 중요한데, 이를 해내는 작가들이 드물다. 그래서 좋은 그림을 찾기가 어려운 것

 

주제를 구현하는 방식도 그렇다. 형상만 멋진 작가들이 넘쳐난다. 이걸 왜 그렸냐고 물으면 순간의 내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하는 작가들이 무척 많다. 프로 작가는 자신의 조형 언어로 주제를 구현하는 예술가다.

 

철학자가 자신의 철학적 주제를 글로 표현하듯이, 화가는 자신의 주제를 조형 언어로 표현하는 거다.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은 나같은 사람조차 이해하는데, 우리나라 미술대학을 나온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작품활동을 하지 않는다. 대개 자심의 감정이 최우선이다.

 

나는 자신의 감정만을 표현하는 작가들을 프로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형상과 기법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할지라도 그렇다. 자신의 생각을 주제에 맞게 형상을 창조하고 시대성을 담으려고 노력하는 작가야말로 진정한 프로 작가라고 생각한다.

 

이건 미술대학을 나왔냐, 전업으로 그림을 그리느냐 하고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건 예술 활동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일지라도 이런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그는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프로 작가다. 이건 전업(專業)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


하지원이나 구혜선의 그림을 나는 폄하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자신의 조형언어로 주제를 구현하여 시대성을 담는 창작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의 설명으로부터 충분히 인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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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5-06-12 0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국 전업이라면 단순히 잘 하는 걸 떠나서 자기만의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노래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기 노래를 하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은 그런 취지로 이해했어요. 이렇게 계속 그리다 보면 전업으로 넘어가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yamoo님의 화풍, 그리고 담고 싶은 걸 담고, 그걸 타인이 보고 느낄 수 있는 그런 단계라면요..ㅎ

yamoo 2025-06-12 18:28   좋아요 1 | URL
적절한 비유입니다! 자기 노래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우리나라에서 전업 작가의 연봉이 천만원이 안됩니다. 그림이 팔리지 않아요. 아무리 좋은 그림이라도 30년 화력의 출중한 화가라도 그림은 팔리지 않아요. 우리나라에서 그림을 구입하는 층을 생각하면 답이 나옵니다. 전업작가에 들어서는 순간 버터지 못해요. 팔리는 그림은 있지만 영속성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직업이 있으면서 작업을 하는 게 최선이에요. 전업으로 하지 않아도 작품활동은 할 수 있으니까요..^^

transient-guest 2025-06-13 00:24   좋아요 1 | URL
밥벌이는 다른 일로 하셔도 이렇게 artist로 계속 가시면서 고민하시고 고찰하여 그림으로 표현하고...활동하신다면 이미 전업작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ㅎㅎ 어떤 경우 취미와 직업 = 돈이 되고 안되고 혹은 밥벌이를 하느냐로 구분하기도 하는 것 같지만 그게 늘 맞는 방식은 아니라고 봅니다. ㅎㅎ

감은빛 2025-06-18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무 작가님. 멋집니다.

제가 장발에 수염을 기르고 있어서 어디 가면 다들 예술 하시냐고 묻습니다.
들을 때마다 예술이란 것을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도 그림으로 먹고 살기는 어렵군요.
글 쓰는 작가도 마찬가지죠. 글만 써서 먹고 사는 작가는 정말 소수입니다.
저도 언젠가는 작가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다닐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yamoo 2025-06-20 09:49   좋아요 0 | URL
오~~ 감은빛 님 장발이시군요! 그 나이대에 장발이면 다 예술하는 사람일 줄 알겁니다..ㅎㅎ 저도 머리가 길어 자를 시점이 되면 다들 예술하냐고 여전히 그럽니다..ㅎㅎ

네, 각종 상이란 상은 모조리 휩쓴 화가라도 그림이 반짝 팔릴 수는 있지만 그런 그림 자체는 비싸기에 거의 사는 사람이 없어요. 우리나라 컬렉터 하는 사람들이 2천명도 안됩니다. 재력가들이라도 그림이 좋아 1점에 몇 천만원 짜리 그림을 사는 사람이 없기에 엄청난 그림을 그리는 작가도 빛을 못보죠.

글은 그래도 향유하는 사람들이 많고 접근성이 그림보단 쉬워서 일단 발굴된 작가 책이 나오면 마케팅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책 판매는 됩니다. 미술판 보다는 훨씬 나아요..ㅎㅎ

창작하고 발표하면 그것이 뭣이 됐든 작가라고 할 수 있어요..^^

페크pek0501 2025-06-20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에서 중요한 건 시대성, 이군요. 글도 마찬가지일 듯합니다. 요즘 작가들의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시대성을 보기 위함이죠. 또 한 가지 중요한 게 있다면 인간의 본질, 이라고 봅니다. 판타지 소설에서도 인간의 본질을 담아내는 것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죠.^^

yamoo 2025-06-20 14:22   좋아요 0 | URL
음....인간의 가치 아닐까욤? 그니까...저같이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본질이란 없다고 보기에 인간의 가치가 적절할 듯싶은데...
본질주의자 입장에서는 페크님처럼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림 역시 본질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저같은 경우 모더니즘과 결코 타협할 수 없더군요. 모더니즘에 선험적인 거부감이 들었던 이유가 있었던 거..^^;;

하나의책장 2025-06-21 0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님, 예술가셨군요☺️
사실 배경이 예쁘다는 소리만 많이 들었지 백드롭 페인팅에 대해서 질문받아본 건 처음이었거든요.
제가 색 입히는 것을 좋아해 처음에는 드로잉북을 활용하다 백드롭 페인팅을 취미로 삼게 되었어요.
미술(예술) 부분은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었는데, 어느 분야든 고충은 있겠지만 그림의 경우 체감되는 깊이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yamoo 2025-06-23 06:53   좋아요 0 | URL
음...책을 전문적으로 사진찍기 위한 배경을 마련해 두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책 사진 배경을 위해 백드롭 페인팅을...생각도 못해봤습니다!! 정말 깜놀입니다~^^

그림에 대한 체감되는 깊이감이라...그림을 그리기 전에 봤던 거와 그린 후에 봤던 거는 좀 다른 거 같아요. 좀 더 가까이 가서 어떤 기법으로, 어떤 구성으로 그렸는지에 좀더 방점이 찍힙니다..ㅎㅎ

백드롭 페인팅은 정말 좋은 취미인듯합니다~백드롭해서 배경 인테리어 하는 분들은 꽤 봤지만 그걸 책 사진 배경 찍기 위해 활용하는 분은 처음 봐서 너무 신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