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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 - 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친절한 미술이야기
안휘경.제시카 체라시 지음, 조경실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7년 7월
평점 :
현대미술. 이 분야는 정말 난해하다. 현대철학보다 더 난해하다. 그 이유는 예술품과 그 이론이 전혀 납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미술은 '그들만의 세계'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현대미술을 절대 즐길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수수께끼 같은 작품을 이해하고 작가가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 의도를 알아야 하기 때문. 형상이 없어진 현대미술은 뭘 그렸는지 알 수 없기에 더욱 작가의 의도가 중요하다.
그렇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작가의 의도를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형상과 작가의 생각을 전혀 매치할 수가 없게 된다. 물감을 정신없이 뿌려놓고 '캘리포이나 드림'이라니, 이건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안내서가 필요하다. 현대미술이 왜 그렇게 어렵고 저들만의 세계가 된 이유가 있을 터인데, 그걸 알려주는 입문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왜 그러한 미술이 나왔고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엇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걸 안다고 해서 현대미술의 전 범위를 잘 즐길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최소한 '빌어먹을 현대미술'이라는 욕은 하지 않게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정도이다. 감상의 시작점이랄까.
안휘경&제시카 체라시의 공저 <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행성B, 2017)은 현대미술 입문서 중 가장 친절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현대미술을 보고 '이게 도대체 뭐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면 좋을 그런 책이다.
"순수미술이란 정교하게 갈고 닦은 선과 형태를 다루는 솜씨와 기술, 대가의 기교가 합쳐져 이루어지며 우리가 감탄하고 존경해야 할 대상이라는 생각이 지금도 지배적이다. 현대미술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몹시 언짢아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장인의 솜씨가 빠져 있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중략) 사실 '이계 예술이야?' 하고 묻기 보다는 '뭔가가 예술로 변신하는 순간은 언제부터지?'라고 묻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훨씬 흥미로워 진다."(43쪽)
책을 읽고 나면 현대미술의 범위가 어디까지이고 왜 이러한 작품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게 된다. A부터 Z까지 나열된 물음에 대한 대답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현대미술이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감을 잡게 된다.
피에로 만초니의 <예술가의 똥>(46-47쪽)이나 티노 세갈의 <이것은 너무나 현대적이다>(32쪽), 또는 모나 하툼의 <이물질>(130쪽)에 대해서 '그래 만초니 정도는 봐 줄 수 있는데, 세갈의 작품은 아닌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면 아주 큰 소득이 아닐까.
본문 226페이지 정도의 책을 통해 현대미술의 범위를 생각해 보고 현대미술의 역할을 상기해 볼 수 있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더군다나 현대미술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작가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그런지 알 수 있다니, 가성비가 갑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현대미술을 처음 접하고 '어렵다', '당혹스럽다', '잘 모르겠다'고 반응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장 친절한 안내서다. 작가들이 던지는 화두에 대한 답을 따라가다 보면 비로소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현대미술이 어렵다고 느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다만 현대미술의 대표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모더니즘 회화는 거의 다루고 있지 않아 좀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이만하면 충분히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