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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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에 나타난 인간관의 재검토 :

인간의 본성은 과연 악한가

 

 

 

들어가며

 

 

2000년 무렵, 나는 당시 일본 아니메에 빠져있었다. <신세기 에반겔리온>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저주받은 걸작’이라고 회자되는 작품을 추천받았다. 추천작은 <무한의 리바이어스>. 26부작을 단 이틀에 다 해치워버렸다. 그리고 애니 리뷰 사이트에 ‘15소년 표류기의 우주버전’이라는 타이틀로 리뷰를 썼다. 얼마 안가 누군가의 댓글이 달렸는데, 이랬다.

 

 

“<15소년 표류기> 보다는 <파리대왕>에 가깝고, 타니구치 고로우 감독이 아마도 <파리대왕>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기획한 거 같다.”

 

 

그 즉시 <파리대왕>을 구해 읽어 보았다. 당시에는 청목사 본으로 읽었는데, 정말 <무한의 리바이어스>와 상당히 흡사해서 놀랐더랬다. 주로 애니와 소설의 인물 분석에 초점을 맞춰 본 기억이 있다. 애니가 소설과 다른 점이라면 소녀들이 약간 등장한다는 정도.

 

 

지난 주 월요일. 간만에 독서모임 카페를 방문했는데, 7월 2일 주제도서가 <파리대왕>(민음사, 2007)이었다. 이미 읽은 작품이었기에, 갈까 말까 망설였다. 세세한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읽을 겸 민음사 본을 펴들었다.

 

 

그때가 저녁 7시 무렵쯤이었는데, 다음날 잠들기 전까지 모두 읽을 수 있었다. 번역이 안 좋아 투덜거리면서도, 몰입할 수밖에 없는 마력이 있었다. 세계문학을 이리도 재미있게 읽은 건, 페데리코 안다시의 <해부학자>이후 첨이었고, 민음사 시리즈로도 첨이었다.

 

 

그리고는 소담출판사 본과 문예출판사 본을 모두 구입하여 다시 비교해 보면서 읽었다. 역시 소문대로 문예본의 번역이 가장 좋았고, 소담본이 그냥 읽을 만한 수준. 민음사 본이 완전 최악이었다. <파리대왕>에 대한 번역 불만은 다음 기회에 페이퍼를 통해 들여다 볼 생각이다.

 

 

어쨌거나 도합 3번을 읽으니, 다른 분들의 생각이 궁금하여 알라딘 리뷰를 싹 훑어보았다. 논문도 몇 편 읽어 보았다. 헌데 그 내용이 대부분 비슷비슷했다. ‘이성 vs 본능’, ‘소라, 안경, 짐승 등에 대한 상징성’, ‘랠프와 잭의 갈등’ 등의 주제가 ‘인간의 야만적 본성’으로 수렴되고 있었다. 내가 리뷰를 쓴다고 해서 앞서 논의된 글들과 다를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리뷰쓰기를 포기했다. 헌데 토론에 참석하려고 보니,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이 와중에 리뷰의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 그 단초는 작가 골딩이 제시해 주었다. ‘악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골딩은 “악은 환경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있다”고 봤다. 이 리뷰는 이에 대한 반론이다.

 

 

 

작품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핵전쟁이 발발한 시기에 한 무리의 아이를 태운 비행기가 바다 한 가운데의 무인도에 불시착한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만 4세에서 12세 사이의 소년들로, 랠프라는 아이가 대장이 되어 무리를 이끌지만, 잭이라는 아이는 이에 반발하여 랠프의 무리를 이탈한다. 이후 다수의 아이들을 자기편으로 모은 잭은 자기와는 생각이 다른 랠프의 무리를 하나씩 굴복시키고, 급기야 혼자만 남은 랠프를 죽이기 위해 섬의 숲을 태운다. 랠프가 잭의 무리에 의해 거의 죽게 되기 직전, 거대한 연기를 본 해군에 의해 아이들 모두가 구조된다. (더 자세한 줄거리는 ‘파리대왕’으로 검색만하면 쉽게 찾을 수 있기에,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시길!)

 

 

 

 

괴물(짐승)과 파리대왕의 실체

 

 

이 작품에서 괴물(짐승)은 끊임없이 회자된다. 급기야 죽은 낙하산 병사를 괴물의 실체로 오인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잭은 랠프의 무리로부터 떨어져나가게 된다. 랠프보다 더 어린 꼬마들은 유령 꿈을 꾸고, 괴물이 바다에서 올라온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린다. 침묵하는 자연의 괴괴함에 이 괴물에 대한 소문은 아이들의 불안 심리를 가중시킨다.

 

 

이때마다 사이먼은 '괴물은 우리(사람) 자체가 아닐까' 라는 내적 독백에 가까운 말을 우물거린다. 그러다가 사이먼은 잭 일행이 멧돼지를 잡아 그 머리를 베어 꼬챙이에 꼽아 놓은 곳에 이른다. 돼지머리에 달라붙은 수많은 파리떼가 곧 파리대왕이었다. 파리대왕은 이를 응시하고 있는 사이먼에게 말을 건다.

 

 

"나 같은 짐승을 너희들이 사냥을 해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참 가소로운 일이야!"하고 그 돼지머리는 말하였다. 그러자 순간 숲과 흐릿하게 식별할 수 있는 장소들이 웃음소리를 흉내 내듯 하면서 메아리쳤다. "넌 그것을 알고 있었지? 내가 너희들의 일부분이란 것을. 아주 가깝고 가까운 일부분이란 말이야. 왜 모든 것이 틀려먹었는가, 왜 모든 것이 지금처럼 돼버렸는가 하면 모두 내 탓인거야." 웃음소리가 다시 떨리며 메아리쳤다. (p214)

 

 

이처럼 작가는 파리대왕을 대신에 이 소설의 주제의식을 전달한다. '나 같은 짐승'이란 인간 본성에 내재하고 있는 악이자 광기이다. 알려진 것처럼 이 소설의 모티프는 1858년에 발표된 밸런타인의 소설 <산호섬>이다. 이는 본문 p49에도 등장한다. <산호섬>은 밸런타인 당대의 낙천적인 시대상을 대변하여,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소설이다. 인간은 섬의 원주민들까지도 교화할 수 있는 선천적인 능력이 있다는 것으로 그려진다. 한마디로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라는 거다.

 

 

헌데 <파리대왕>은 <산호섬>과 거기에 나타나 있는 낙천적 인간관을 완전히 뒤집는다. 이 완벽한 원초적 상태에서 사회에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보여주는 파괴적 행위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악하다는 성악설을 뒷받침한다. 골딩에 따르면 <파리대왕>의 주제를 "인간 본성의 결함에서 사회의 결함의 근원을 찾아내려는 것이 이 작품의 주제다."라고 했는데, 파리대왕을 대신해 사이먼에게 속삭이고 있는 위의 인용구가 이를 집약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하겠다.

 

 

 

 

과연 인간은 악한 존재인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통적으로 이 작품은 인간 본성에 대한 주제로 많이 읽혀 왔다. 랠프는 이성을 기반으로 한 인간 본성의 선한 쪽, 잭은 본능을 기반으로 한 인간의 악한 본성 쪽으로 정리하여, 야만적인 본능이 선한 본성을 누른다는 도식으로 많이 논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몇 편의 논문 제목만 검색해도 이를 알 수 있을 정도.

 

골딩 자신도 위에서 살펴봤다시피 이 작품을 '인간 본성의 결함에서 사회 결함의 근원을 찾나내려는' 의도에서 작품을 구상했다. 골딩은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 2차 세계대전을 겪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골딩은 인간 개개인이 악하다고 본 듯하다. 그래서 밸런타인의 <산호섬>을 패러디하여(<산호섬>의 주인공도 랠프와 잭이다) 그와 완벽히 대척점에 있는 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을 매우 감명 깊게 읽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의 주제가 '성악설에 기반한 작품'이라는 거(악은 인간의 내면에 있다)에 반론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인간 본성에 대한 논쟁은 성선설과 성악설로 양분된다. 전자는 맹자로, 후자는 순자로 대변된다. 문제는 이 도식이 칼로 무베듯 양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건 가능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아기는 선악을 알지 못한다. 이 아기는 자라면서 선해질 수도 있고 악해질 수도 있다. 결정된 것은 없고, 환경에 따른 이 아이의 반응으로 선한 인간이 될 수도 있고 악한 인간이 될 수도 있다. 이도 반반씩 섞여 있는 존재로 성장하게 되지, 완벽히 악한 인간이란 없고, 완벽히 선한 인간도 없다.

 

 

대다수의 논문과 리뷰들의 작품 분석에 따르면, 랠프는 이성에 기반한 선한 쪽으로, 잭은 본능에 기반한 악한 쪽으로 양분한다.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무인도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폭력과 광기에 휩싸여 악한 인간으로 타락한다. 선한 본성은 약해지거나 악에 종속된다. 그리하여 인간의 본성은 악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과연 이런 단순한 이분법적 도식으로 이 소설의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나는 랠프가 이성을 대변한다고 보지도 않고, 잭이 본능을 대변한다고 파악되지도 않는다. 랠프와 잭 모두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이성과 본능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인물로 파악된다. 단지 랠프가 규칙과 질서를 우선시한 반면 잭은 직관을 우선시했다는 차이밖에 없다. 악한 것은 없다. 극한 상황적 두려움에 대한 인간의 대응 방식의 차이이지, 악이나 선이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그대로 발현된다는 논리는 상황 자체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귀결이다.

 

 

물론 이 섬에서는 두 차례의 살인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멧돼지 사냥이 인간 사냥으로 확대된 모습처럼 보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광기와 본능을 구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광기는 본능이 아니다(물론 이에 대한 논증도 필요하지만). 본능을 넘어선 도착에 가깝다. 그러면 광기는 악인가? 악은 도대체 무엇인가? 여기에 이르면, 처음의 단순한 도식이었던 ‘잭은 악, 랠프는 선’을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나오며

 

 

<파리대왕>을 다시 읽으면서, 한 가지 새로운 변화(전에는 랠프가 무척 불쌍하다고 생각)는 내가 잭에게 무척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잭은 매우 직관적 사고를 하는 타입이다. 거기에 권력욕도 있다. 자신의 주도로 멧돼지를 사냥하여 그 고기를 모두에게 제공하고 싶다는 열망을 간직하고 있다. 위기의 상황에서는 잭의 리더십이 절차를 중시하는 랠프의 리더십보다 훨씬 더 강력할 수 있다. 무인도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는 언제 어떤 위험이 닥칠지 알 수 없어, 순간순간 위기에 맞게 임기응변을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에너지가 너무 강하여 살상과 광기에 휩싸이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상황에 대응하는 잭의 방식은 동물적 감각을 중시하는 현대 기업인들과 매우 비슷한 면이 많다. 작금의 시대는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이기에, 직관에 기반한 삶의 방식이 무척 요구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광기로 흐르지만 않는다면, 랠프의 방식보다 훨씬 더 나은 방식일 수 있다. 무엇보다 잭은 현재를 즐기는 재미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까지 하니까! (잭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은 광기어린 행위에 가려져서 그렇지 무척 긍정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잭이 광기에 휩쓸려 돼지를 죽이고 랠프까지 죽이려고 한 것은 외부의 두려운 환경을 극복하려고 했기 때문이지 본래부터 갖고 있는 악한 본성 때문인 것은 아니다. (인간은 상황의 산물이지 본성적 존재가 결코 아님을 상개해 보라!) 그런고로 이 소설의 인물 잭은 재평가 되어야만 하고, 인간의 악한 본성이 인간 내면에서 발현한다는 식의 성악설적 입장 역시 재고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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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7-07-06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인 것 같습니다. 획일적인 사고는 위험한듯 보이네요.

yamoo 2017-07-07 22:26   좋아요 0 | URL
네, 생각할 거리를 아주 많이 던져주는 작품인 것은 분명합니다. 정치학 서적으로도 읽을 수 있고, 모험 소설로도 읽을 수 있으며, 인간 본성에 관한 철학적 우화로도 읽을 수 있으니까요. 다각도로 볼 수 있는 열린 작품 같아 좋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6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리대왕 진짜 기똥차게 재미있었습니다. 엄두 두 척 !

yamoo 2017-07-07 22:29   좋아요 0 | URL
진짜 기똥차게 재밌더라구요. 생각할 거리두 많고...많이 알려진 문학 작품 치고는 번역된 판이 별로 없어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서울대 동서고전 200권에 빠져 있는지라, 각종 고전을 소개하는 해제집에 상당수 책이 파리대왕을 언급조차 안하더라구요. 고전해제집 10에 8은 파리대왕이 없었습니다~ 개츠비, 호밀밭 등은 무자게 맘이 소개되고 번역판들이 넘치는데 말이죠...좀 요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6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오늘 읽은 글 가운데 반팔 와이셔츠 패션은 똥이다, 복식 문화에 반팔 와이셔츠가 없으며, 최악의 패션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패션 칼럼리스트 글을 읽었는데 재미있더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원래 양복을 입으려면 한여름에도 긴팔 와이셔츠를 입는다고 하네요. 그게 비즈니스 예의라고 말이죠..

yamoo 2017-07-07 22:42   좋아요 0 | URL
음....그니깐 유럽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그런 경향이 강한 듯합니다. 남성 패션이 발달한 유럽은 대체로 해양성 기후거나 지중해성 기후가 강해 우리나라처럼 덥고 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네들은 긴팔 셔츠를 여름에 접어서 입죠. 그런게 관행으로 굳어서 반팔 셔츠는 에티켓에 어긋나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헌데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죠. 우리나라 더위는 동남아의 여름만큼 덥고 습합니다.35도를 넘는데, 습도가 높으면 긴팔 셔츠를 입는 게 완전 곤욕이죠. 거기에 재킷을 걸친다? 더위에 약산 사람들은 거이 미쳐버릴 거에요. 더위에 강한 사람도 땀으로 범벅이가 될테고...그러니 우리나라에서 반팔셔츠를 입지 않고 여름을 나긴 매우 힘들겁니다. 패션은 그 나라의 문화적 환경을 도외시할 수 없습니다. 상황에 맞게 입어야죠. 이런 직장인들의 애환을 덜고자 오래 전에 엑스팀에서 ‘패션정글‘이라는 가이드 프로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한 여름에 반팔 셔츠, 입을 수 있습니다! 단, 타이는 매지 않는 게 좋아요. 타이를 매고 입으려면 반드시 안감이 없는 얇은 여름용 재킷을 입는 게 좋습니다. 소위 남방이라고 부르는 얇은 소재로 나온 재킷이 있는데, 그런 걸 입으면 되죠.
말씀하신 그 패션 칼럼리스트가 말하는 최악의 패션이라는 건 타이를 맨 상태에서 반팔 셔츠만 입고 돌아다닌 케이스인거 같습니다. 타이를 매지 않으면야 그리 꼴풀견은 아니고, 봐줄 만한 정도입니다.

아, 근데....와이셔츠라는 단어 대신 그냥 셔츠 또는 드레스 셔츠를 애용해 주세요. 패션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와이셔츠라는 단어에 경기를 일으키는 듯합니다..ㅎㅎ

oren 2017-07-06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을 읽고 제가 독후감을 쓴 날이 1984.9.21.(금)이었네요. 지금 다시 그걸 읽어 봐도 도대체 무슨 소린지 분명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데, 어쨌든 장황하게 소설 내용을 잔뜩 분석해 놓은 걸 보면(무려 11쪽!) 꽤나 감명깊게 읽은 책이었음은 분명한 듯합니다. 제 독후감의 마지막 구절이 자못 거창해서 조금 우습기도 하구요. 언제 기회가 되면 yamoo 님의 독후감을 염두에 두고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봐야겠습니다.
* * *
…… 언젠가는 닥쳐올 우주 시대가 벌써 1954년에 한 예리한 작가에 의해 파헤쳐져 있다. 인간의 예지는 놀랄 만하다. 한 위대한 작품을 대할 때 보통의 사람들은 작가가 의도하고 추구하는 목적을 포착하지 못하고 그냥 주마간산격으로 보고 만다. 그러나 예지의 스펙트럼을 통해 보면 무수한 언어의 이합집산들의 자태가 얼마나 조화롭고 질서정연하고 창조적인 현란한 파노라마인지 알게 될 것이다.(섬 전체가 타버리는 걸 ‘지구의 몰락‘으로, 사이먼의 죽음을 ‘예수의 죽음‘으로, 해군장교의 등장을 ‘우주인의 출현‘으로 보고 이런 글을 썼던 듯해요...)

yamoo 2017-07-07 22:47   좋아요 1 | URL
우와! 오렌 님은 아주 젊은 시절부터 세계문학을 탐독하셨었군요! 책을 아주 좋아하셨고 많이 읽으신 듯합니다. 좋은 책으로만요~ㅎ

그 시절 파리대왕을 읽고 쓰신 내용....엄청나네요! 젊은 시절 책을 읽고 그런 정도로 생각을 펼칠 수 있다는 거....아무나 하지 못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감수성과 독서이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절대 저런 생각은 나올 수가 없는 것이지요. 오렌 님의 과겅 얘기가 참으로 놀랍고 흥미롭네요. 지금 다시 이 작품을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하실지 무척 궁금합니다.다시 읽을시면 굉장한 독후감이 나올 듯합니다!

transient-guest 2017-07-07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전까지 이 작품은 15소년 표류기의 어른 버전정도로 생각했어요. 근데 SF가이드 총서를 보고서 SF소설로 분류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읽은지 너무 오래됐기 때문에 다시 봐야할 것 같네요. 근데 갖고 있는건 민음사 본...-_-:

yamoo 2017-07-07 22:50   좋아요 1 | URL
충분히 sf소설로도 분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저도 15소년표류기 정도로 생각했다가 오지게 뒤통수 맞았습니다.ㅎㅎ 특히 결말 부분이 후두부를 강타했습니다. 여러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게 이 책의 장점인 듯해요. 사람마다 주안점을 두는 곳이 달라 토론을 하면 매우 재밌습니다. 다시 읽으시면 다른 많은 것을 덤으로 얻으실 수 있을 거랴 사료됩니다!ㅎ

stella.K 2017-07-07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왓, 좋은 리븁니다.
청소년 시절 도전했다 포기했는데, 보려면 문예출판사 걸로 봐야겠군요.
전 지금까지 영화만 두 번 봤는데 영화도 좋더라구요.
마지막 엔딩 장면이 되게 인상 깊었는데...
랠픈가? 막 쫓기다 숲을 벗어났는데 어떤 어떤 아저씨가 그러잖아요,
너희들 여기서 뭐하냐고. 그때 이야기의 마법에서 깨어나기도 하죠.

저도 잭과 랠프를 보면서 인간의 야만성과 문화성 또는
권력욕과 이타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골딩이 뛰어난 건, 그걸 성인으로 상정하지 않고 아이들에게서 보여줬다는 거죠.
놀이라는 형태로. 사실 아이는 무조건 착할 거란 생각을 하잖아요. 크면서 악해지고.이걸 여지없이 깨줬다는 것에서 충격적이기까지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런 훌륭한 이야기도 출판을 못해 애를 먹었다고 하더군요.

인간은 본성이 아닌 상황의 산물이라!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군요.^^

yamoo 2017-07-07 22:55   좋아요 1 | URL
저는 책을 보고나서, 무인도의 정경이 너무 궁금해서 영화를 찾아봤습니다. 근데 저는 영화가 책보다 무지 재미없더라구요. 설정 자체가 많이 다르고 플롯이 뚝뚝 끊이는 느낌이라 겨우겨우 봤네요.

인간은 상황의 산물이라 생각해서 그래요. 인간이 처한 상황을 제거하고 인간의 본성을 논한다는 건 어불성설인거 같아요. 외부 상황과 단절된 인간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혹시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문예본으로 꼭 읽독해보시길 강추드립니다. 하루 이틀이면 충분히 다 읽지 않을까 합니다. 무지 재밌거든요~ㅎ

cyrus 2017-07-07 1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한의 리바이어스>, 한 번 봐야겠군요. 책도 그렇고 만화 역시 오래된 것일수록 좋아요. ^^

yamoo 2017-07-07 22:57   좋아요 1 | URL
꼭 한 번 보시길 강추드립니다. 네, 이번 여름에 이 작품을 떼는 것으로...^^;;

수다맨 2017-07-10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음사본 번역은 다시 들여다보아도 한숨만 나오더군요. 윌리엄 골딩의 문체가 설혹 의고체擬古體에 가까울지라도 한국인의 눈높이에 어느 정도는 맞게끔 번역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파리대왕˝보다는 훨씬 낫기는 하지만 유종호의 또 다른 번역본인 ˝제인 에어˝도 한자투나 예스러운 말이 많아서 보기가 좀 그렇더군요.

yamoo 2017-07-10 20:04   좋아요 2 | URL
처음에 책을 펼처서 읽어 가는데, 정말 환상적인 줄거리가 아니면 읽기 힙들었을 거예요. 앞부분 읽을 때 그냥 책을 집어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그 <제인에어> 번역본도 악명이 높더라구요~
이제 유종호가 번역한 작품들은 기피해야 겠습니다~ㅎ

한국인의 눈높이에 맞게끔 번역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드분 거 같습니다. 명작들이 한국어 번역본으로 태어나면 망작이 되는 듯합니다.

성석 2017-07-22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만 번역이 이상하다고 느낀 건 아니군요ㅎㅎ
바위를 굴려 떨어뜨려서 돼지를 죽인건 로저니까..만약 그러한 일이 없었더라면 혹은 로저라는 인물이 없었더라면, 잭이 랠프를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을까 싶네요..실지로 돼지가 죽기 전에, 잭과 랠프가 창으로 싸울 때는 칼싸움을 하는 것처럼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정말 무서운건 로저가 아닐까 싶네요

yamoo 2017-09-16 14:47   좋아요 2 | URL
네, 아마 민음사판을 읽으시는 모든 분드이 직간접적으로 느기는 불만이 아닐가 합니다만^^

로저...그쵸 뇌가 없는 행동대장...가장 무서운 존재라 아니랄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