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전조

Augries of Innocence

윌리엄 블레이크 (1757~1827)



인간은 기쁨과 비탄을 위해 태어났으며

우리가 이것을 올바르게 알 때,

우리는 세상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다.

어떤 이는 달콤한 기쁨으로 태어나며

누군가는 끝없는 밤으로 태어난다

우리는 거짓을 믿기 마련

밤에서 태어나 밤에 사라질 눈이니

우리가 눈을 통해 보지 않을 때

영혼의 빛은 광채 속에 잠드는구나

어둠에 드리운 가여운 영혼에게

                                       -<순수의 전조> 중에서..



올가 토카르추크의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2019, 민음사)는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실망이 컸다. 전작인 <방랑자들>이 너무 좋아서 '쟁기'를 들었는데(표지도 한 몫했다!) 이건 뭐 '존 윅'의 하하위 버전을 보는 듯했다.


물론 다량 실망했음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기대가 없었다면 그냥 괜찮은 작품이었다는 느낌은 받았을 거다. 특히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가 전편에 인용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수록되어 있는 삽화도 괜찮았다. 그래서 블레이크의 순수의 전조를 전편 다운 받아 읽어봤다.


그리고 위에 인용된 부분이 강렬하게 다가와서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연작으로 그리게 된 '순수의 전조'. 4작품을 그렸고 더 그릴 예정이다.


<순수의 전조, F6, 캔버스에 아크릴, 2023>



나는 기본적으로 순수가 발현되는 기조를 불안에서 찾았다. 과거의 시대나 작금의 시대나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인간 내면의 상황을 불안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수를 불안감 속에 도사리고 있는, 그리고 각자의 내면에 내재해 있는 유토피아[좋음]에 대한 가능성으로 설정했다.


그 불안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검은색이 인접해 있는 색의 띠로 표현했다. 완전한 직선이 아닌 최대한 직선인 것처럼 보이는 인접한 색의 띠를 중심으로 불안을, 그리고 순수의 이상을 크고 작은 흰 사각형으로 구현해 봤다.


결국 위에서 언급했듯이 '순수의 전조'는 불안 속에서 피어나는 최초의 발현이라, 인접한 색의 띠 위에 올린 흰 사각형들 위에 투명한 파란 사각형을 엊어 그 위에 투영된 최종적 사각형들의 색으로 '순수의 전조'를 이미지화 해 보았다.


가장 위에 올린 상대적으로 투명한 파란색은 불안과 기대가 섞인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보았고, 붓질을 나타내어 순수의 징조가 보여주는 상태에서도 여전히 불안한 상태가 가시지 않음을 드러내고자 했다.



*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책 하나에 내가 그린 그림 하나, 그리고 텍스트(밑줄긋기나 짧은 감상). 앞으로 책과 그림이 있는 글을 올려 야무의 주력페이퍼로 만들 예정이었으나 천성이 게으른 관계로 그냥 작품집을 올리는 카테고리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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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2-16 18: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너무 멋져요

yamoo 2023-02-17 22:08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stella.K 2023-02-16 19: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이 카테고리 기대하겠슴다.
멋진데요?^^

yamoo 2023-02-17 22:09   좋아요 3 | URL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서곡 2023-02-16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오늘 블레이크의 그림을 봤답니다 햄릿요

yamoo 2023-02-17 22:10   좋아요 1 | URL
오~~ 그렇군요! 이런 우연이!!!ㅎㅎ

초원 2023-02-17 16: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씨실과 날실이 엮인 듯한 분위기가 특이합니다. <순수의 전조> 제목도 좋아요. 볼 때마다 달라지는군요. 배우고 싶네요.

yamoo 2023-02-17 22:12   좋아요 2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이게 영국으로 가야하는데 나중에 새 컨셉 그림 때문에 후순위로 밀린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한 작품이에요~~^^

초원 2023-02-17 16: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댓글 쓰고 다시 한참을 봤네요. 주황색 위를 덮은 하양과 파랑의 그림자가 마음에 들어요. 멋진 그림 감사합니다.

yamoo 2023-02-17 22:12   좋아요 3 | URL
좋게 봐주셔서 넘넘 감사드립니다!!

transient-guest 2023-02-18 0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는 기본적으로 순수가 발현되는 기조를 불안에서 찾았다. 과거의 시대나 작금의 시대나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인간 내면의 상황을 불안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수를 불안감 속에 도사리고 있는, 그리고 각자의 내면에 내재해 있는 유토피아[좋음]에 대한 가능성으로 설정했다.˝

격하게 공감합니다. 보통 힘들 때 귀농이나 시골에 가서 slow down하는 삶을 꿈꾸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평화, slow life, 귀농, 동물, 농장, 번잡한 곳을 떠나 살고 싶은 맘이 발현되는 기조는 ‘피로‘ ‘장기간에 걸쳐 쌓인 번아웃‘ 심지어 ‘불안‘까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림은 잘 모르지만 책을 읽고 영감을 얻은 모티브를 표현한다는 행위는 참 멋있는 것 같습니다

yamoo 2023-02-18 10:23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트랜스 님!!

뭐랄까...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탐구하는 것은 매우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그것이 뭐가 됐든요~ 그래서 추상적 작업이 보기 좋고 그 결과물에 대해 보는 이가 납득할 정도면 성공적인 작업이라 자평합니다.

근데 아직 흉내만 내는 초보단계라 갈길이 멉니다..^^;;

얄라알라 2023-02-20 0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웅....이 격조 높은 그림과 격조 높은 댓글 사이에서...
전 갑자기 야무님 이 작품, 순수의 전조, 모시 옷감에 물들일 수 있다면 해서 입고 싶어지는 거 있죠...영국행할 뻔한 귀한 작품을 애정하는 또 다른 애정표현으로 들어주세요.^^ 우아한 황금색과 욕망을 가라앉히라 하는 듯 차분한 청색의 조화가 너무도 끌립니다!!

yamoo 2023-02-20 09:54   좋아요 1 | URL
얄라님,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ㅎㅎ
이 작품으로 굿즈를 만들 예정입니다. 에코백하고 머그컵을 만들 건데, 단가 맞추기가 어렵네요..^^;;

페크pek0501 2023-02-20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너무 어려워서 말 잘못하면 저의 무식이 탄로 날까 봐 입을 다물겠어요.ㅋㅋ
그런데 저런 파랑색은 제가 좋아하는 색인지라 그림이 멋지게 보이네요.
그림 감상을 천천히 더 하고...
야무 님의 주력 페이퍼를 응원합니다!!!^^

yamoo 2023-02-21 09:45   좋아요 0 | URL
음...그림은 그냥 색과 면으로 봐서 좋으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림의 의도는 그리는 사람의 몫이지만 보는 이가 색으로 보면 그나마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은빛 2023-02-21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져요!
책 하나에 그림 하나라니!
그림을 잘 볼 줄 모르지만, 일단 무조건 멋있어요. ^^

순수가 발현되는 기조라.
음, 어려운데 흥미가 생기는 주제네요.

yamoo 2023-02-23 13:3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멋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말할 수 없는 주제를 그림으로 표현했을 때 멋있고, 보기좋으면 장땡이라 생각하기에...격려라 생각하고 열심히 그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