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와 미요 초승달문고 35
임정자 지음, 박세영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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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와 미요』는 두 편의 예쁜 동화를 담고 있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강아지 하루>, <세상에서 가장 겁 많은 고양이 미요> 가 그 두 이야기랍니다.

 

첫째 이야기 하루의 이야기는 작은 강아지 하루가 용기를 내는 이야기랍니다(사실, 두 이야기 모두 용기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죠). 작은 강아지이지만, 커다란 개 앞에서 결코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하루의 용기가 대단하네요. 물론, 처음부터 그런 용기를 가졌던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처음엔 겁쟁이였죠.

 

겁쟁이 작은 강아지 하루가 엄마와 가까운 곳 저수지로 가기 위해서 큰 개의 위협을 견뎌내는 용기가 대단하네요. 또한 큰 개와 하루의 대화가 참 신선하답니다. 아주아주 긴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의 내용은 비밀이랍니다. 궁금하면 책을 펼쳐보세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딸아이에게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나네요.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요. 딸아이가 아마도 5살 때였던 것 같아요. 스탬프 투어를 하다가 어느 사찰에서 커다란 개가 우리 아이에게 달려들었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이가 물리지는 않았지만, 아이의 옷에 개 이빨자국의 구멍이 뚫렸죠. 얼마나 아찔하고 화가 나던지(그 곳 스님-사실 이럴 땐 땡중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은 사과조차 안하더라고요.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의 개는 절대 불자들에게는 달려들지 않는다 하더군요. 불자 아니면 다 물어도 되나 봐요).

 

그 일로 아이는 개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렸고요. 아주 작은 강아지만 봐도 기겁을 하며 도망쳤죠. 그렇게 1년여가 지난 어느 날 역시 관광지에서 작은 개가 달아나는 모습에 얼른 딸아이에게 말했죠. “저 개가 네가 무서워 도망친다.” 그랬더니, 아이가 조금 용기를 내더군요. 그리고는 그 뒤로는 아이가 조금씩 개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기 시작했죠. 지금은 여느 여자아이들이 겁을 내는 정도일 뿐이죠. 이런 것도 용기 아닐까요? 어쩌면 하루의 용기가 우리 딸아이와 같은 용기는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두렵지만, 조금씩 그 두려움을 떨쳐내는.

 

두 번째 이야기인 미요의 이야기는 용기와 함께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대한 내용도 생각해 볼 수 있네요. 미요는 고양이랍니다. 고양이는 물을 무서워하죠.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물을 무서워하는 미요가 수영을 배우려는 노력이 참 가상하네요. 과연 미요는 수영을 배우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친구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우린 세상을 살아가며, 이건 내가 당연히 못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없는지. 이건 이러이러해서 해봤자 소용없어 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지. 그리고 우리의 이런 생각들이 내 앞에 펼쳐질 수많은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되네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을 때, 삶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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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여자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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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책들을 읽으며 ‘아 이렇게도 글을 쓸 수 있구나.’ 생각을 해봤다. 간결한 문체이지만, 오히려 더 힘이 있음이 느껴진다. 간결하면서도 어쩜 그렇게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잘 묘사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우린 미사여구가 덕지덕지 붙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글을 쓰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100페이지의 작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20년 동안 100페이지 남짓의 소설만을 5편 썼다는 엠마뉘엘 베르네임, 그녀의 진면목을 잘 보여주는 소설, 『그의 여자』는 메디치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메디치상은 ‘새롭고 독특한 문체’로 쓰인 작품에 수여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그만큼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작품들은 독특한 문체를 그 특징으로 한다. 결코 꾸미지 않는 문체, 하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해주는 문체, 참 매력적이다.

 

『그의 여자』는 왠지 제목을 “그녀의 남자”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개업의사인 클레르는 스텐드바에서 아침을 먹다 핸드백을 잃어버린다. 이 일로 알게 된 집 앞 공사장 현장의 건축가 토마스와 클레르는 사랑에 빠진다. 아내가 있는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인 토마스는 퇴근 후 클레르의 집을 찾고, 한 시간 15분을 머물다 돌아간다. 시계를 감춰 봐도 토마스는 정확히 한 시간 15분을 머물다 돌아간다. 이는 가정이 있는 남자로서 가정에 돌아가야만 하는 당위성을 표현하고 있는 시간이다.

 

결코 소유할 수 없는 남자, 토마스. 하지만, 클레르는 그 토마스 대신에 그와 함께 했던 사소한 물건들을 소유하기 시작한다. 토마스가 먹고 남긴 각설탕, 그가 사용한 빨대, 토마스의 음성이 담긴 자동응답기 테잎, 그리고 함께 한 시간만큼 계속하여 늘어나는 콘돔봉지들. 이처럼 토마스의 흔적들에 집착하는 클레르에게는 또 하나의 취미(?)가 있는데, 그것은 가정에서 한 남편으로, 아버지로서의 토마스의 모습들을 상상하곤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결코 소유할 수 없는 금지된 사랑을 즐기는 한 여인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엔 반전이 있다. 토마스가 총각이라는. 그리고 클레르는 토마스를 소유하게 됨으로 그동안 집착하던 잡다한 것들을 커내 쓰레기통에 버린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엔 다른 남성이 흘린 성냥갑을 집어넣으며 소설은 끝난다. 마치 또 다른 금지된 사랑을 예고하듯이.

 

클레르는 소유할 수 없는 남성들을 소유하고자 하는 여성일까? 이미 소유한 것에는 흥미를 가질 수 없는. 왠지 작가는 통상적인 남성의 여성편력을 도리어 클레르에게 대입하고 있지 않나 여겨지기도 하다. 현재 소유한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여인 클레르. 작가는 이 모습을 고발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이 모습을 흠모하는 것일까? 모를 일이다. 그저 독자의 입장에서 읽고, 어느 편이든 붙잡으면 그만이다. 소설의 몰입도는 대단히 좋다. 물론, 길지 않는 분량 역시 한 몫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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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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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일탈을 꿈꾼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일탈을 행하진 않는다. 어쩌면, 본능과 이성(내지는 사회적 관습에 의해 교육되어진 당위성) 사이에서 어느 쪽이 크냐에 따라 결과는 다를 것이다. 본능에 충실한 것이 옳은가 아님 그른지는 누가 판단하는 것일까? 물론, 내 안의 이성은 끊임없이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야말로 거룩이라 외친다. 내 안에 본능에 충실할 용기는 없다. 아니, 어쩜 본능 자체가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 억제되고 소멸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실제적인 일탈의 경험 없이도 일탈을 맛볼 수 있음이 어쩌면 소설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그저 읽은 후 “소설은 소설일 뿐.” 되뇌며 책장을 덮으면 되니 말이다.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소설들이 그렇다. 자연스레 일탈을 행하는 주인공들. 여기 『금요일 저녁』은 이제 내일(토요일)이면 사랑하는 연인의 집에서 함께 살기 위해 이사하게 되는 주인공이 아파트 짐을 모두 싸놓은 상태에서 저녁 약속을 위해 외출하였다가 교통체증 가운데 자신의 차에 태운 한 사내와의 불같은 애정행각, 일탈의 현장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 교통체증 역시 일상의 삶은 아니다. 지하철 파업으로 인한 일탈적인 교통체증이다. 어쩌면, 이러한 일상적이지 않은 삶의 여건이 일탈을 생산해냈는지도 모른다.

 

소설석에서 주인공 로르는 냄새에 집착한다. 어쩌면 작가가 냄새에 집착하는 듯싶다.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작품들을 모두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녀의 또 다른 작품 역시 냄새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무튼 로르는 자신의 차에 우연히 타게 된 남성에게서 나는 냄새에 온 마음을 다 빼앗겨 버린다. 그리고는 그와의 일탈에 기꺼이 자신을 던진다. 단 하룻밤의 사랑에 불과하지만. 로르가 일탈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냄새로 인해 자극되어진 본능의 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제 다음날이면 자유를 박탈당하게 될 것에 대한 항거로서의 일탈이었을까? 새롭게 시작될 애인과의 동거에 대한 불안함의 발로였던 걸까? 알 수 없다.

 

어찌되었든 금요일저녁 하룻밤의 열정적인 일탈을 묘사한 소설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그녀는 다리를 쭉 펴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허벅지 위 빨간 치마의 주름을 매끈하게 폈다.”

 

로르는 어쩌면 다음에도 자신의 하룻밤의 행복, 하룻밤의 꿈같은 시간을 허락해준 남성 프레데릭을 다시 만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로르는 내일의 삶, 일상의 삶을 준비한다. 그래서 일탈의 상징인 빨간 치마의 주름을 매끈하게 편다. 일탈은 일탈일 뿐, 일상의 삶을 향해 나간다. 로르의 일탈은 아마도 일상에 묻히게 될 것이다.

 

우리 안에 있는 일탈의 가능성에 대한 저자의 고발일까? 아니면, 일탈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삶으로의 복귀를 독려하는 것일까? 아무튼 모를 일이다.

 

하지만, 소설은 재미있다. 군더더기 없는 묘사가 몰입도를 높여준다. 때론 19금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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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방석 -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따듯한 세 편의 가족 이야기
김병규 지음, 김호랑 그림 / 거북이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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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방석』은 가족의 사랑을 생각하게 되는 예쁜 동화 3편의 모음이랍니다. 물론, 이 3편은 별개의 것이면서도 서로 연계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거짓말 엄마와 오르는 척 딸>은 엄마가 학교 급식 담당 아줌마로 취직을 하면서, 그런 엄마가 부끄러워 모른 척 하는 딸 달분, 그리고 이런 딸의 마음을 알고 모른 척 해주는 엄마의 모습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물론, 당당하게 엄마임을 밝히는 장면은 참 멋지고 가슴이 따뜻하게 하고요.

 

두 번째, <속상한 아빠와 크는 아들>에서는 달분의 오빠 달풍의 이야기랍니다. 달풍은 서점에서 책을 보다 무엇에 홀린 듯 책을 훔치고 맙니다. 그 모습을 서점 사장 아저씨에게 들키게 되고, 이로 인해 아빠에게 연락이 갑니다. 물건을 훔친 아들의 모습에 고민하는 아빠, 그리고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했음에 반성하고 후회하는 아들의 모습. 이처럼 청소년기의 아들을 둔 가정에서 한 번쯤 겪음직한 이야기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갈등을 딛고 사랑으로 다시 어우러지며 성장하게 되는 아름다운 모습도 발견하게 되고요.

 

세 번째, <진짜, 진짜 우리 할머니>는 달풍, 달분 가정과 할머니의 이야기랍니다. 할머니가 엄마 아빠에게 만들어 준 꽃방석 두 개. 그리고 그 안에 감춰진 것들. 할머니와 아빠는 친 모자간이 아니었네요. 그럼에도 서로를 진심으로 엄마와 아들로 여기며 살았던 아름다운 이야기랍니다.

 

『꽃방석』은 그 제목만큼이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랍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작가는 동화는 가족을 위한 문학이라고 말하네요. 우리 아이들이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깊이 알고, 아름다운 가족을 만들어가는 소중함이 있으면 좋겠네요.

 

가족이야말로 가장 작은 공동체이면서 또한 가장 하나 되어야 할 공동체죠. 가족이야말로 나의 가장 든든한 후견인이기도 하고요. 그런 가정공동체가 깨지게 된다는 것은 사실 내 확실한 편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이처럼 가족의 사랑,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동화들을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보고 자람으로 그네들이 만들어갈 가족공동체가 더욱 든든하게 세워져간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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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까?
정지태 글, 김소라 그림 / 더드림주니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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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 보미는 봄이 오자,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 아름다운 꽃들이 피는 모습에 밤마다 누가 이렇게 예쁜 요술을 부리는지 알고 싶답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러 다닌답니다. 수탉에게도, 멍멍이에게도, 송아지에게도, 거북이 할아버지에게도, 곰 아주머니에게도, 까마귀에게도, 고래아저씨에게도 물어본답니다. 과연 보미는 누가 이렇게 예쁜 봄을 오게 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누굴까?』는 아름다운 자연 뒤에 누가 계신지를 알게 하는 동화랍니다. 내 마음 속에 살고 계신 분이라는 데 누구일까요? 여러분은 그분이 누구인지 알고 계시죠?

 

또 이 동화의 두드러진 점은 만나는 친구들에게서 그 이름이나 또는 울음소리를 재미난 내용으로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랍니다.

 

수탉이 “꼬끼오!”하는 건, 너무 졸린 수탉이 자면서 “꼭 깨워!”라는 말이라고 하고요. 화가 난 멍멍이가 ‘멍멍’ 짖자, 보미의 귀가 ‘멍멍’해졌고요. 송아지는 엄마를 ‘음매음매’ 부른답니다. 마치 ‘엄마엄마’하듯이 말이예요. 곰 아주머니는 생각을 ‘곰곰’ 하고요. 거북이 할아버지는 보미와의 대화가 거북하네요. 까마귀는 잘 까먹고요. 보미는 고래 아저씨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요.

 

참 재미난 접근이죠? 아이들에게는 이런 언어유희가 즐거운 공부가 될 수 있겠죠. 뿐 아니라, 왠지 신앙공부까지 염두에 둔 것 같네요.

 

[더드림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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