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우리 꿀벌 - 지리산 토종벌 이야기 한국의 재발견 3
최은순 지음, 김준영 그림 / 개암나무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날아라! 우리 꿀벌』은 도서출판 개암나무에서 “한국의 재발견 시리즈”로 출간하는 세 번째 책입니다. “한국의 재발견 시리즈”는 우리 전통을 지켜 나가는 이웃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문화를 새롭게 바라보며,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여주기 위해 기획하였다고 하네요. 그 세 번째 이야기인 『날아라! 우리 꿀벌』은 지리산 토종벌 이야기랍니다.

 

광호네 집은 지리산에서 대대로 토종벌 양봉을 하는 집이랍니다. 광호와 아빠는 양봉이 단순한 돈벌이만이 아닌, 자연 생태를 보존하는 일이라는 자부심도 갖고 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벌들에게 무지막지한 전염병이 돌아 벌들이 다 죽고 말았답니다. 그 일로 광호 아빠는 상심하죠. 하지만, 다시 일어나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같은 토종벌 양봉업을 하는 분들과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카페도 개설합니다. 그리고는 건강한 벌들을 찾아 깊은 산속으로 향합니다. 결국 석청을 발견하고 건강한 벌들을 찾게 되죠. 물론, 위기도 없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토종벌을 고집하는 집념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여기에 더하여 광호네 옆집 사과 과수원 연지네 집과의 갈등과 화해도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고요.

 

토종벌에 대한 이 이야기는 우리 문화에 대한 재조명과 자긍심 함양에만 그 목적이 있다고 생각되진 않네요. 무엇보다 토종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가운데서도 언급되는데,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답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할 것이라고 말이죠. 이 말을 우리가 우습게 여긴다면, 정말로 인류의 멸망을 가져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벌이 꽃들의 수분을 돕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는 내용이죠. 그런데, 그런 벌들이 사라진다면, 식물들이 감소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 한일임에 분명하죠(꿀벌이 사라지면 전체 농작물의 71%가 사라진다는 보고도 있답니다). 식물들이 감소하게 되면, 당연히 그 먹이사슬 위에 있는 동물들도, 그리고 우리 인류도 결국엔 생존의 위협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이러한 때, 우리가 이런 좋은 동화를 통해, 꿀벌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작은 노력들을 해나갈 수 있다면 좋겠네요. 전통도 이어나가며, 또한 우리 생태계도 살려내는 아름다운 노력들을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춘기담 사계절 1318 문고 95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춘기담』은 동화작가 이금이 작가의 청소년소설집이다. “청춘”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이기에 붙은 단어일 것인데, 그 뒤에 “기담”이란 용어가 붙었다. 풀어보면, 기이한 이야기쯤 되겠다. 그러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기이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기이한 분위기를 약간은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엄마와 딸의 영혼이 바뀐다던지, 가출하여 갔던 장소에서 만났던 여자아이가 데리고 있던 고양이가 이야기의 끝에서 귀신으로 묘사된다던지, 말레이시아서 만난 여자아이가 알고 보면 1년 전 죽은 아이라던지 하는 내용들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대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작가는 비록 “기담”이란 말에 미치지 못할 내용일 수 있겠다 말하지만, “기담”임엔 분명하다. 전반적으로 그런 괴이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어둡다. 결코 밝지 않다. 이제는 청소년들에게 멀지 않은 단어들이 되어 버린 자살, 가출, 죽음, 학교폭력 등의 주제가 다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작가가 꿈꾸는 것은 그런 암울함을 뚫고 한 줄기 빛이 우리네 청소년들에게 비춰지길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한 줄기 밝은 빛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첫 번째 이야기인 <셔틀보이>가 아닐까 여겨진다. 도망간 엄마, 따로 생활하는 아빠, 그리고 일진조직에 들고 싶어 안달하는 주인공. 그런 주인공이 새롭게 구입한 스마트폰으로 엄마라는 이름으로 문자가 날아온다. 알고 보니 옛 주인은 세상을 떠난 또래 아이. 그리고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해 문자를 보내는 엄마. 게다가 그 문자를 받은 엄마를 모르는 아이. 이렇게 내용은 연결된다. 일진을 꿈꾸는 거친 아이지만, 이 아이는 살가운 내용의 문자로 인해 가슴이 떨리게 된다. 그리고는 결국 세상 떠난 아이를 향해 간절한 마음을 담아 문안문자를 보낸 ‘엄마’에게 생애 첫 답 문자를 보낸다. “엄마, 제 걱정은 마세요. 저는 다 괜찮아요.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개인적으로는 이 이야기가 제일 마지막에 편집되었더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랬다면, 훈훈한 문장으로 끝을 맺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마지막 이야기 역시 훈훈한 결말이긴 하지만, 왠지 기이함이 묻어나기에 더욱 그렇다. 아울러, ‘다 괜찮아요’라는 이 말이야말로 어쩌면 오늘 우리가 전해야 할 말이며, 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작가는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지금 여기에서 우리네 아이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들이야말로 기이한 일이라 말하는데, 그 기이한 상황 가운데서도 “저는 다 괜찮아요.”라는 말이 고백되어지고, 들려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그 관계가 <셔틀보이>에서처럼 자신의 엄마, 아들의 관계가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다.

 

사실, 오늘 이 땅의 청소년들이 기이한 일들 안에서 헐떡일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리에게는 나의 아들딸만이 보이기 때문 아닐까? 내 아들딸만 사랑하고, 남의 아들딸들은 관심 밖의 존재이기에. 아니 어떤 이들에게는 그네들은 내 아들딸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못된 녀석들로 비춰지기도 한다. 만약 내 아들딸이 아닌, 다른 청소년들 역시 내 아들딸로 보여 지고, 청소년들에게도 모든 어른들이 자신들의 부모처럼 여겨질 수 있다면, 이 땅의 기괴한 일들은 상당수 사라지지 않을까? 그런 진정으로 기이한 놀라운 일들이 많이 벌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튼 『청춘기담』을 읽으며, 역시 이금이 작가라는 생각하게 된다. 동화작가답게 군더더기 없는 묘사, 그리고 청소년들을 향한 문제의식까지. 청소년들뿐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와 미요 초승달문고 35
임정자 지음, 박세영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와 미요』는 두 편의 예쁜 동화를 담고 있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강아지 하루>, <세상에서 가장 겁 많은 고양이 미요> 가 그 두 이야기랍니다.

 

첫째 이야기 하루의 이야기는 작은 강아지 하루가 용기를 내는 이야기랍니다(사실, 두 이야기 모두 용기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죠). 작은 강아지이지만, 커다란 개 앞에서 결코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하루의 용기가 대단하네요. 물론, 처음부터 그런 용기를 가졌던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처음엔 겁쟁이였죠.

 

겁쟁이 작은 강아지 하루가 엄마와 가까운 곳 저수지로 가기 위해서 큰 개의 위협을 견뎌내는 용기가 대단하네요. 또한 큰 개와 하루의 대화가 참 신선하답니다. 아주아주 긴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의 내용은 비밀이랍니다. 궁금하면 책을 펼쳐보세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딸아이에게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나네요.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요. 딸아이가 아마도 5살 때였던 것 같아요. 스탬프 투어를 하다가 어느 사찰에서 커다란 개가 우리 아이에게 달려들었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이가 물리지는 않았지만, 아이의 옷에 개 이빨자국의 구멍이 뚫렸죠. 얼마나 아찔하고 화가 나던지(그 곳 스님-사실 이럴 땐 땡중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은 사과조차 안하더라고요.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의 개는 절대 불자들에게는 달려들지 않는다 하더군요. 불자 아니면 다 물어도 되나 봐요).

 

그 일로 아이는 개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렸고요. 아주 작은 강아지만 봐도 기겁을 하며 도망쳤죠. 그렇게 1년여가 지난 어느 날 역시 관광지에서 작은 개가 달아나는 모습에 얼른 딸아이에게 말했죠. “저 개가 네가 무서워 도망친다.” 그랬더니, 아이가 조금 용기를 내더군요. 그리고는 그 뒤로는 아이가 조금씩 개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기 시작했죠. 지금은 여느 여자아이들이 겁을 내는 정도일 뿐이죠. 이런 것도 용기 아닐까요? 어쩌면 하루의 용기가 우리 딸아이와 같은 용기는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두렵지만, 조금씩 그 두려움을 떨쳐내는.

 

두 번째 이야기인 미요의 이야기는 용기와 함께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대한 내용도 생각해 볼 수 있네요. 미요는 고양이랍니다. 고양이는 물을 무서워하죠.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물을 무서워하는 미요가 수영을 배우려는 노력이 참 가상하네요. 과연 미요는 수영을 배우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친구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우린 세상을 살아가며, 이건 내가 당연히 못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없는지. 이건 이러이러해서 해봤자 소용없어 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지. 그리고 우리의 이런 생각들이 내 앞에 펼쳐질 수많은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되네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을 때, 삶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의 여자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책들을 읽으며 ‘아 이렇게도 글을 쓸 수 있구나.’ 생각을 해봤다. 간결한 문체이지만, 오히려 더 힘이 있음이 느껴진다. 간결하면서도 어쩜 그렇게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잘 묘사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우린 미사여구가 덕지덕지 붙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글을 쓰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100페이지의 작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20년 동안 100페이지 남짓의 소설만을 5편 썼다는 엠마뉘엘 베르네임, 그녀의 진면목을 잘 보여주는 소설, 『그의 여자』는 메디치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메디치상은 ‘새롭고 독특한 문체’로 쓰인 작품에 수여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그만큼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작품들은 독특한 문체를 그 특징으로 한다. 결코 꾸미지 않는 문체, 하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해주는 문체, 참 매력적이다.

 

『그의 여자』는 왠지 제목을 “그녀의 남자”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개업의사인 클레르는 스텐드바에서 아침을 먹다 핸드백을 잃어버린다. 이 일로 알게 된 집 앞 공사장 현장의 건축가 토마스와 클레르는 사랑에 빠진다. 아내가 있는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인 토마스는 퇴근 후 클레르의 집을 찾고, 한 시간 15분을 머물다 돌아간다. 시계를 감춰 봐도 토마스는 정확히 한 시간 15분을 머물다 돌아간다. 이는 가정이 있는 남자로서 가정에 돌아가야만 하는 당위성을 표현하고 있는 시간이다.

 

결코 소유할 수 없는 남자, 토마스. 하지만, 클레르는 그 토마스 대신에 그와 함께 했던 사소한 물건들을 소유하기 시작한다. 토마스가 먹고 남긴 각설탕, 그가 사용한 빨대, 토마스의 음성이 담긴 자동응답기 테잎, 그리고 함께 한 시간만큼 계속하여 늘어나는 콘돔봉지들. 이처럼 토마스의 흔적들에 집착하는 클레르에게는 또 하나의 취미(?)가 있는데, 그것은 가정에서 한 남편으로, 아버지로서의 토마스의 모습들을 상상하곤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결코 소유할 수 없는 금지된 사랑을 즐기는 한 여인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엔 반전이 있다. 토마스가 총각이라는. 그리고 클레르는 토마스를 소유하게 됨으로 그동안 집착하던 잡다한 것들을 커내 쓰레기통에 버린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엔 다른 남성이 흘린 성냥갑을 집어넣으며 소설은 끝난다. 마치 또 다른 금지된 사랑을 예고하듯이.

 

클레르는 소유할 수 없는 남성들을 소유하고자 하는 여성일까? 이미 소유한 것에는 흥미를 가질 수 없는. 왠지 작가는 통상적인 남성의 여성편력을 도리어 클레르에게 대입하고 있지 않나 여겨지기도 하다. 현재 소유한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여인 클레르. 작가는 이 모습을 고발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이 모습을 흠모하는 것일까? 모를 일이다. 그저 독자의 입장에서 읽고, 어느 편이든 붙잡으면 그만이다. 소설의 몰입도는 대단히 좋다. 물론, 길지 않는 분량 역시 한 몫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금요일 저녁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일탈을 꿈꾼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일탈을 행하진 않는다. 어쩌면, 본능과 이성(내지는 사회적 관습에 의해 교육되어진 당위성) 사이에서 어느 쪽이 크냐에 따라 결과는 다를 것이다. 본능에 충실한 것이 옳은가 아님 그른지는 누가 판단하는 것일까? 물론, 내 안의 이성은 끊임없이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야말로 거룩이라 외친다. 내 안에 본능에 충실할 용기는 없다. 아니, 어쩜 본능 자체가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 억제되고 소멸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실제적인 일탈의 경험 없이도 일탈을 맛볼 수 있음이 어쩌면 소설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그저 읽은 후 “소설은 소설일 뿐.” 되뇌며 책장을 덮으면 되니 말이다.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소설들이 그렇다. 자연스레 일탈을 행하는 주인공들. 여기 『금요일 저녁』은 이제 내일(토요일)이면 사랑하는 연인의 집에서 함께 살기 위해 이사하게 되는 주인공이 아파트 짐을 모두 싸놓은 상태에서 저녁 약속을 위해 외출하였다가 교통체증 가운데 자신의 차에 태운 한 사내와의 불같은 애정행각, 일탈의 현장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 교통체증 역시 일상의 삶은 아니다. 지하철 파업으로 인한 일탈적인 교통체증이다. 어쩌면, 이러한 일상적이지 않은 삶의 여건이 일탈을 생산해냈는지도 모른다.

 

소설석에서 주인공 로르는 냄새에 집착한다. 어쩌면 작가가 냄새에 집착하는 듯싶다.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작품들을 모두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녀의 또 다른 작품 역시 냄새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무튼 로르는 자신의 차에 우연히 타게 된 남성에게서 나는 냄새에 온 마음을 다 빼앗겨 버린다. 그리고는 그와의 일탈에 기꺼이 자신을 던진다. 단 하룻밤의 사랑에 불과하지만. 로르가 일탈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냄새로 인해 자극되어진 본능의 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제 다음날이면 자유를 박탈당하게 될 것에 대한 항거로서의 일탈이었을까? 새롭게 시작될 애인과의 동거에 대한 불안함의 발로였던 걸까? 알 수 없다.

 

어찌되었든 금요일저녁 하룻밤의 열정적인 일탈을 묘사한 소설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그녀는 다리를 쭉 펴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허벅지 위 빨간 치마의 주름을 매끈하게 폈다.”

 

로르는 어쩌면 다음에도 자신의 하룻밤의 행복, 하룻밤의 꿈같은 시간을 허락해준 남성 프레데릭을 다시 만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로르는 내일의 삶, 일상의 삶을 준비한다. 그래서 일탈의 상징인 빨간 치마의 주름을 매끈하게 편다. 일탈은 일탈일 뿐, 일상의 삶을 향해 나간다. 로르의 일탈은 아마도 일상에 묻히게 될 것이다.

 

우리 안에 있는 일탈의 가능성에 대한 저자의 고발일까? 아니면, 일탈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삶으로의 복귀를 독려하는 것일까? 아무튼 모를 일이다.

 

하지만, 소설은 재미있다. 군더더기 없는 묘사가 몰입도를 높여준다. 때론 19금도 있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