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런던의 여행자 - 마법의 그림자
V. E. 슈와브 지음, 구세희 옮김 / 제우미디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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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들이 대체로 그렇듯, 판타지소설 역시 평가절하 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물론, 그런 평가가 이유 없지 않은 작품들도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결코 평가절하 되선 안 되는 판타지소설들 역시 많다. 금번 출간된 레드 런던의 여행자-마법의 그림자역시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소설 속엔 네 개의 런던이 등장한다. 그레이 런던, 레드 런던, 화이트 런던, 블랙 런던, 이렇게 네 개의 런던이다. 이들은 같은 차원의 공간에 있는 런던이 아닌, 다른 차원에 있는 런던이다. 다른 세상이라고 해야 할까? 같은 공간이지만 차원이 다른 세상이다. 그리고 이들 세상은 각기 왕래할 수 없다. 오직 피의 마법사, 안타리만이 이 세상을 왕래할 수 있다. 이제는 단 두 명 남아있는 안타리들만이 왕래할 수 있는 다른 차원의 런던들.

 

네 곳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레이 런던은 마법이 없는 세계다. 이미 마법을 완전히 상실한 세상. 레드 런던은 마법이 충만하게 존재하는 세상이다. 가장 건강한 마법이 존재하는 곳이다. 화이트런던은 점점 피폐해져가는 공간이다. 마법이 가득하지만, 그 마법이 세상을 더욱 피폐케 하고 죽어가는 공간. 오직 폭력만이 가득한 세상이라고 볼 수 있다. 블랙 런던은 본디 마법이 충만한 곳이었지만, 마법에 사람이 잡아먹힘으로 폐쇄된 이미 모든 것이 죽어버린 죽음의 공간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설명을 하자면, 각 세상이 마법을 대하는 자세다. 그레이 런던은 마법이 없으니 제외하고. 블랙 런던은 마법의 존재(마법의 인격)을 온전히 허용함으로 마법이 모든 것을 집어 삼켜버린 세상이다. 인성까지 모두. 그래서 결국 파멸시켜야만 했던 세상. 이에 반해 화이트 런던은 반대다. 마법은 인간이 정복해야만 하는 대상이다. 인간이 마법을 지배하고 노예로 삼아 통제해야하는 대상이다. 그러자, 이런 통제에 마법이 저항하고 그럼으로 점차 힘을 잃어가게 되는 세상. 마지막 레드 런던은 마법을 신격화시키지도, 반대로 천한 것으로 생각지도 않는다. 마법은 사용하기 위한 것이지 남용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사용하되 경외심을 가지고 존중해야 하는 대상으로서의 마법. 그러니 레드 런던이 가장 이상적인 세상이다. 블랙 런던이 마법을 남용한 세상이라면, 화이트 런던은 마법은 온전히 사용의 대상일 뿐이고, 래드 런던은 마법과 인간이 상호 존중하며 동반자의 모습을 보인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런 기본적 이해를 가지고 책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 책 역시 전반부에서는 이런 개념 설명이 제법 많이 나온다. 그래서 전개가 조금은 지루하다 느껴지기도 한다. 아울러 개념 이해가 되지 않아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책은 금세 활기를 찾고 재미 가득하여 소설에 몰입하게 된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게 몰입도가 높은 책이다.

 

주인공 켈(둘 밖에 존재하지 않는 안타리-공간여행자-로 레드 런던에 속한 피의 마법사.)과 마법을 상실한 땅 그레이 런던의 라일라(도둑이자 해적을 꿈꾸는 여성)가 함께 헤쳐 나가는 모험 속으로 빠져보자. 분명 그 모험은 신나는 여행이 될 게다.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판타지의 모험 말이다. 이 둘의 모험은 켈이 검은 돌을 우연히 손에 넣고 다른 런던으로 가져감으로 시작된다. 그 위험하고 다소 끔찍한 모험의 시작이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독자는 마법 그 자체인 검은 돌을 찾게 될까? 아님, 검은 돌을 두려워하며 피하게 될까? 이는 독자의 마음, 그 욕망에 달려 있다. 마법을 존중하고 친구라 생각하는 자는 오히려 검은 돌을 피하게 되겠지만, 마법의 주인이 되려는 자, 세상을 지배하려는 자는 어쩜 찾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심하라. 혹 마법의 주인이 아닌 마법의 노예가 될지도 모르니까.

 

판타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읽고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작품성도 뛰어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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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자는 누구인가 - 유배탐정 김만중과 열 개의 사건
임종욱 지음 / 어문학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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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장편소설 남해는 잠들지 않는다로 제3회 김만중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임종욱 작가의 추리소설 죽는 자는 누구인가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유배탐정 김만중과 열 개의 사건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다. <사씨 남정기><구운몽>의 저자인 서포 김만중이 소설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김만중은 남해에 유배를 가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는 명탐정으로 등장한다. 주로 안락의자탐정의 유형을 보인다. 남해 포교인 박태수가 해결하기 힘든 사건에 대해 물어오면, 박태수로부터 사건들에 대해 이런저런 내용들을 듣고, 마치 사건을 눈앞에서 본 것처럼 추리해나간다. 그래서 김만중의 활약은 새로운 안락의자탐정의 출현으로 느껴진다.

 

물론, 모든 사건을 안락의자탐정 유형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아니고, 나중엔 사건 현장을 직접 살피고 사건을 추리해나가기도 한다. 밀실살인사건의 전말을 밝혀내기도 하고, 심지어 귀신의 원한을 풀어주기도 하며, 자서전을 읽으며 그 행간에 감춰진 진실을 보며 저자의 감춰진 추악한 범행을 밝혀내기도 한다.

 

이처럼 탐정 김만중은 마치 앉아서 천리 밖을 보는 것과 같은 명탐정으로 등장한다. 미스터리 사건의 감춰진 수수께끼를 추리를 통해 밝혀내는 명탐정 김만중. 그러니 소설은 본격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다. 본격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읽고 후회하지 않을 그런 추리소설이다.

 

김만중이란 캐릭터를 곁에서 돕는 등장인물들이 있다. 먼저, 김만중의 호위무사인 호우. 그는 선비인 김만중의 부족한 육체적인 부분, 무술 부분을 채워주는 캐릭터다. 또한 호우와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부터 김만중 가정에서 자란 하녀 아미가 있다. 아미는 음식솜씨가 뛰어날뿐더러, 의술에 일가견이 있다. 탐정 곁에 의술의 대가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는가. 여기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은 포교 박태수란 자다. 뭔가 비밀스러운 과거가 있는 인물이며, 부패한 관리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사건 해결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인물이다. 사건에 대한 열정으로 김만중을 의지하며, 따르는 인물이다. 여기에 김만중의 제자인 나정언 역시 사건 해결에 음으로 양으로 도움이 되는 인물이다. 나정언은 얌전한 선비이지만, 남해 유지인 아버지의 배경이 때때로 김만중의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다.

 

이렇게 여러 돕는 이들과 함께 열 개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김만중의 매력에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금세 빠져들게 될 책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전혀 지루할 새 없이 신나는 추리의 세계 속에 빠져들게 된다. 아울러 소설 말미에는 서포 김만중에 대한 작가의 소논문도 함께 실려 있어, 김만중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탐정 김만중이란 캐릭터가 대단히 매력적이어서, 계속하여 또 다른 사건들로 만나게 된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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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다이어리 1
정수현.김영은 지음 / 곁(beside)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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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작가, 김영은 작가의 공동작 한양 다이어리가 종이책으로 나왔다. 조선판 퓨전 사극 로맨스 소설. 시대는 흥선대원군의 권세가 막강하던 고종 시대. 대원군은 아들을 빌미로 막강한 권세를 휘두르고, 여기에 고종은 비록 왕이지만 여전히 꼼짝 못하는 시대다. 대원군과 함께 고종을 왕으로 세웠던 조비 세력은 토사구팽 정도는 아니더라도 개밥의 도토리 신세 정도여서 다시 권력을 잡으려 현안이 되어 있는 상태다. 여기에 또 다른 세력들이 있으니, 김씨 일가와 철종의 감춰진 후사를 세워 다시 왕권을 찾아야 한다는 미지의 세력들까지 존재한다.

 

이러한 정치적 구도 아래에서 두 명의 꽃미남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이태원과 을지로가 그들. 이태원은 고종이고, 을지로는 조비 세력의 핵심 인물인 병조판서의 아들(하지만 서자다.). 둘은 서로를 너무나도 위하는 절친인데, 이 둘이 한 여인에게 마음을 준다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물론, 이는 오해에서 시작된다. 을지로는 자신이 마음을 두고 있는 여인이 있다고 이태원에게 고백하고, 을지로가 잠시 한 여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이 장면을 이태원이 목격하고, 을지로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인이라 착각한다. 그 뒤에 이태원은 을지로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인 청담을 만나게 되고, 청담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이 계속된다.

 

이렇게 작은 오해에서 시작된 한 여인을 사이에 둔 조선 최고 꽃도령들의 사랑, 그 로맨스가 때론 재미나고, 때론 달달하게 전개된다. 이 두 멋진 남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 여인 청담은 누구일까? 그녀는 천애고아로 최고 유흥가인 구락부 원의 행수 혜화의 보살핌을 받는 여인이다. 청담은 신세계백화점의 주인. 웬 신세계백화점이냐고? 이곳은 여성들에게는 마치 신세계를 열어주는 곳과 같기에 신세계백화점이다. 청담은 향초와 화장품을 직접 만드는데, 이것들이 명품 중에 명품이다. 뭇 여성들이 갖고 싶어 안달이 나게 만들 그런 명품들. 이런 사업을 하는 여인이 청담이다. 비록 선머슴 같은 소녀이지만, 감춰진 미모가 대단하여 이태원과 을지로 두 꽃미남의 마음을 완전 휘어잡는다.

 

과연 청담은 누구를 선택하게 될까? 게다가 청담에게 감춰진 신분의 비밀이 있는데, 그건 무엇일까? 아버지 대원군의 그늘에서 벗어나 친정을 하길 원하는 고종(이태원)은 과연 친정에 성공할 수 있을까?

 

퓨전 사극 로맨스 소설답게 소설 속에는 재미난 풍경들이 참 많이 등장한다. 특히, 구락부 원의 모습은 오늘날 클럽의 풍경도 보이고, 타고 온 말을 발렛파킹하기도 하고, 사이키 조명이 등장하기도 한다. 물론, 모두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닌, 예스러운 모습으로 변형된 풍경이지만, 이런 풍경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무엇보다 로설답게 주인공들의 로맨스가 달달하니 재미지다. 특히 1권에서는 청담과 이태원(고종)간의 로맨스가 달달하고 애달프다. 여기에 바람둥이 을지로가 청담을 만나며 순정파가 되는 것도 재미나고.

 

또 하나의 재미는 권력을 둘러싼 음모다. 권력을 잡기 위해 철종의 후사들을 죽이고 권력을 잡은 대원군과 조비 일당. 여기에 살아남은 철종의 후사, 그 감춰진 자를 추격하고 죽이려는 세력들. 이런 죽음의 세력에게서 도망치는 긴박감. 그리고 복수. 아무래도 이런 재미가 있어 소설이 더욱 흥미진진하고 긴장감이 넘치지 않나 싶다. 이제 2권을 주문해서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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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섹시해지는 추리 퀴즈 2단계 섹시한 두뇌계발 시리즈 3
팀 데도풀로스 지음, 박미영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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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섹시해지는 추리퀴즈 2단계란 제목의 책. 이 책은 도합 20개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각자 작은 스토리를 간직한 사건들이 제시되어지고, 이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들(메리 밀러, 올리버 제임스, 파나키 경감) 세 사람이 각각의 이야기 속에 한 사람씩 등장한다. 이들 주인공이 용의자 또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듣는 가운데, 사건을 해결한다.

 

물론, 각 사건은 독자가 해결해야 한다. 독자 역시 사건의 배경, 사건이 벌어진 상태, 그리고 용의자들의 진술을 들으며, 어떤 용의자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또는 어떤 용의자의 진술에 빈틈이 있는지, 목격자의 진술을 통해 알 수 있는 단서는 무엇인지 등을 살피고 이런 단서들을 통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렇게 독자 스스로 사건을 해결 할 수 있음이 무엇보다 큰 이 책만의 매력이다. 물론, 어떤 사건들은 범인이 누구인지까지는 밝힐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라도, 모두가 자살로 판단하는 사건이 왜 자살이 아닌 타살일 수밖에 없는지를 알게 해준다는 식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이야기 속에서 집어내야 한다.

 

그렇기에 짧은 이야기를 집중해서 살펴야 한다. 단지 심증으로 범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진술 속에 담겨진 힌트를 통해 범인을 지목해 낼 때의 기분은 마치 내가 진짜 탐정이 되어 범인을 잡는 것과 같은 기쁨을 느끼게도 해준다.

 

이 책은 뇌가 섹시해지는 추리퀴즈2단계다. 그러니, 1단계 책이 있다는 말이다. 이 책보다는 조금 난이도가 낮은 책이 말이다. 바꿔 말하면, 이 책은 1단계 책의 심화편이라고 볼 수 있다.

 

비록 부피가 두꺼운 책은 아니다. 고작 200페이지 조금 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안에 실려진 20편의 사건들을 함께 따라가고 나면 왠지 추리소설 여러 권을 읽은 것과 같은 배부름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편하게 이야기를 읽는데서 그치지 않고, 범인이 누구인지 생각하고, 혹시 진술 속에 트릭은 없는지, 사건 현장 속에서 단서를 찾을 수는 없는지 등을 주의 깊게 살피며 읽기에 몰입도도 높을뿐더러 정신력의 소모도 제법 큰 편이다. 그래서 마치 여러 권의 추리 소설을 섭렵한 것과 같은 성취감이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모든 용의자를 의심해보라. 분명 그 안에 범인이 있을 테니 말이다. , 범인이 누구인지는 각 사건 이야기에 이어 실려 있다. 하지만, 이 페이지들은 거꾸로 인쇄되어 있어 일부러 책을 뒤집지 않는 한 읽을 수 없다. 그러니, 책을 거꾸로 돌려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 하기 보다는 앞 페이지부터 다시 훑어보면 좋겠다. 그럼, 대체로 범인이 누구일지 알게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사건의 힌트 부분은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때론 이 힌트가 사건을 오리무중으로 빠뜨리는 트릭이기도 하니 말이다. 이야기를 촘촘히 살펴보며 빈틈을 찾는 것이 더 낫겠다. 아무튼 이 책 매력적인 책이다. 제목처럼 뇌가 섹시해질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뇌가 조금은 예리해 지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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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12-21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 있나요? 얼핏봐서 꽤 흥미로운데요!^^

중동이 2016-12-21 11:28   좋아요 1 | URL
서사가 있는 추리퀴즈입니다. 퀴즈라고 하기에도,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죠. 이 둘을 합쳐놓은 형태인데요. 아무래도 서사는 약합니다. 서사를 생각하면 재미없고요. 그래도 이야기를 통해 추리하는 능력을 키운다고 생각하면 재미있어요. 추리의 능력을 키우길 원하는 분들에게는 유용하리라 여겨져요.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장소] 2016-12-21 12:36   좋아요 0 | URL
추리 상식 ㅡ 같은 걸까요? 셜록이 왓슨에 추정한 얘길 들려주듯 ㅡ 그런거요! ㅎㅎ

중동이 2016-12-21 22:15   좋아요 1 | URL
음... 셜록이 왓슨에게 들려주는 것과는 조금 다른데요. 거꾸로보는 정답 페이지까지 한다면 비슷하다고 말할 수도 있어요.^^ 실제 셜록이 왓슨에게 설명해주는 것처럼 설명되기도 하니까요.
주로 이런 식이에요. 사건이 벌어지고, 주인공이 그 사건현장을 방문하여 용의자들의 진술을 들어요. 한 사람 한 사람. 이러쿵 저러쿵 사건에 대해, 또는 자신들의 알리바이에 대해 이런 저런 설명을 하죠.
그리고 나면, 주인공이 말하죠. ˝범인을 알았어˝ 이런 식으로요.
뭘 알았다는 건지??? ㅎㅎㅎ
이걸 독자가 앞의 내용에서 찾아내는 거죠. 설명이 잘 됐는지 모르겠어요.~^^

[그장소] 2016-12-22 10:51   좋아요 1 | URL
아..알것 같아요! ^^ 설명 잘하시는걸요?
 
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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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기욤 뮈소의 책을 읽었다. 기욤 뮈소의 책이 오랜 만에 나왔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오랜 만에 기욤 뮈소의 책을 읽었다는 의미다(기욤 뮈소야 여전히 해마다 한 권씩은 꾸준히 책을 내고 있다.). 한때 기욤 뮈소의 매력에 빠져 제법 여러 권을 읽었었는데, 요 근래 몇 년 간은 기욤 뮈소의 책을 어째 읽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오랜만에 만난 기욤, 역시 그의 책은 재미나다. 한번 책을 펼치면 마지막까지 읽어야 빠져 나올 수 있다. 이렇게 재미난 난 기욤의 책을 왜 그동안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오랜만에 만난 기욤 작품과의 해후가 뜨겁다.

 

책 소개를 보니 이번 신작은 본격 스릴러란다. 사실, 기욤의 책들은 대부분이 스릴러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러니, 어쩌면 이번 작품은 다른 요소들을 뺀 스릴러의 향만을 내고 있다는 의미겠다. 내가 읽었던 작품들의 경우에도 시간을 오가며 만들어가는 판타지 스릴러, 로맨스 향내가 짙은 스릴러 등 순수 스릴러보다는 다른 요소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었던 기억이다. 그러니, 이번 작품 브루클린의 소녀는 다른 요소들을 쏙 뺀 스릴러 느낌만이 강한 소설이란 의미겠다. 그럼, 브루클린의 소녀를 잠시 들여다 보자.

 

소설가 라파엘은 언제나 직업 그대로 상상의 세계에서 살아가던 사람이다. 그런 라파엘이 상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에 닻을 내리게 된 것은 그에게 가장 소중한 두 사람 때문이다. 실패한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아들 테오. 그리고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는 안나(25살 소아과 전공의, 역시 기욤의 책엔 의사가 등장한다.)라는 여인이 그들이다. 두 사랑하는 이들로 인해 더 이상 상상의 세계를 항해하기보다는 현실의 세계에 닻을 내린 소설가 라파엘. 하지만, 라파엘을 찾아온 현실의 세계는 너무나도 잔혹하다.

 

사랑하는 여인 안나가 사라졌다. 결혼을 앞두고 떠났던 여행에서 라파엘은 안나에게 서로 비밀이 없어야 함을 강요하고, 이에 안나는 라파엘에게 한 장의 사진을 보여준다. 라파엘은 자신이 본 끔찍한 사진 한 장에 이성을 잃고 차를 몰고 안나 곁을 떠난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되돌아와 보니, 안나는 사라졌다. 화가 나 프랑스로 되돌아간 것. 그런데, 프랑스 안나의 집에 안나는 없다. 되돌아왔던 흔적은 있지만, 어디론가 사라진 안나.

 

이에 뭔가 불안한 느낌에 안나를 찾아 나서는 소설가. 그리고 소설가를 돕는 오랜 친구 퇴직한 강력계 형사 마르크. 이렇게 둘은 안나를 찾아 나서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들을 만나게 된다. 벌써 오래 전 한 사건과 안나가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 것. 한 사이코패스의 연쇄소녀납치 사건이 그것이다. 이 사건을 추적해가며 둘은 안나의 진짜 신분은 사이코패스가 납치한 소녀 가운데 하나인 클레어 칼라일임을 발견하게 된다. 모두 비참한 화재 사건으로 죽었던 그 사건에서 유일하게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던 피해자.

 

뿐만 아니다. 둘을 이 사건을 파헤치며 또 하나의 연쇄 살인 사건을 만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납치 피해자였던 클레어의 엄마와 엄마를 취재하던 기자의 살인 사건(물론 둘 다 사고사로 결론 났지만, 둘은 살인사건임을 밝혀낸다.). 이런 과거의 두 가지 커다란 사건, 그리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납치사건 이면에는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걸까?

 

소설을 읽는 내내 역시 기욤이다 란 생각을 떨쳐낼 수 없다. 소설의 몰입도가 최고다.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과정도 짜임새가 있을뿐더러, 사건들을 통해 작가는 사회적인 부조리, 사회적 문제들 역시 함께 고발하고 있다.

 

방송윤리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방송매체들의 행태를 작가는 고발한다. ‘시민의 알 권리를 빌미로 피해자와 그 가족의 눈물, 아픔은 고려하지 않는 취재 행태가 과연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걸까?

 

마치 신나는 일이라도 벌어진 듯 캔디스의 집 앞에 몰려들어 취재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정치인, 언론사 가자, 시민단체 회원이라면 나름 지적인 사람들일 텐데 정작 피해자의 입장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들이 피해자의 한숨을 외면하면서까지 내세우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피해자의 이웃 사람 혹은 친구의 증언을 받아낼 경우 전체 맥락과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입맛에 맞게 편집해 사실을 왜곡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가뜩이나 침울해 있는 피재자의 집 앞에 마치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기고만장해 있는 모습을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236)

 

이런 방송매체들이 정작 권력의 비리 앞에서는 시민의 알 권리를 외면하고 침묵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안타깝다.

 

또한 소설은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들의 냉혹함도 고발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건의 미궁, 그 한 축은 이러한 권력을 쫓아가는 이들의 냉혹한 범죄, 권력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더러운 욕망이 그 원인이다. 이처럼 권력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더러운 욕망의 피해자가 오늘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

 

아울러 소설은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고 잡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피해자 가족의 멈춰버린 시간, 산산조각 난 삶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도록 한다.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공감능력이다. 우리에게 이런 공감능력이 되살아나길 원한다.

 

작가는 이런 다양한 것들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에 소설 브루클린의 소녀는 단순한 스릴러소설, 재미난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욤의 소설이 어쩐지 한 단계 성숙한 느낌을 갖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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