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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런던의 여행자 - 마법의 그림자
V. E. 슈와브 지음, 구세희 옮김 / 제우미디어 / 2016년 12월
평점 :
장르소설들이 대체로 그렇듯, 판타지소설 역시 평가절하 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물론, 그런 평가가 이유 없지 않은 작품들도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결코 평가절하 되선 안 되는 판타지소설들 역시 많다. 금번 출간된 『레드 런던의 여행자-마법의 그림자』 역시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소설 속엔 네 개의 런던이 등장한다. 그레이 런던, 레드 런던, 화이트 런던, 블랙 런던, 이렇게 네 개의 런던이다. 이들은 같은 차원의 공간에 있는 런던이 아닌, 다른 차원에 있는 런던이다. 다른 세상이라고 해야 할까? 같은 공간이지만 차원이 다른 세상이다. 그리고 이들 세상은 각기 왕래할 수 없다. 오직 피의 마법사, 안타리만이 이 세상을 왕래할 수 있다. 이제는 단 두 명 남아있는 안타리들만이 왕래할 수 있는 다른 차원의 런던들.
네 곳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레이 런던은 마법이 없는 세계다. 이미 마법을 완전히 상실한 세상. 레드 런던은 마법이 충만하게 존재하는 세상이다. 가장 건강한 마법이 존재하는 곳이다. 화이트런던은 점점 피폐해져가는 공간이다. 마법이 가득하지만, 그 마법이 세상을 더욱 피폐케 하고 죽어가는 공간. 오직 폭력만이 가득한 세상이라고 볼 수 있다. 블랙 런던은 본디 마법이 충만한 곳이었지만, 마법에 사람이 잡아먹힘으로 폐쇄된 이미 모든 것이 죽어버린 죽음의 공간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설명을 하자면, 각 세상이 마법을 대하는 자세다. 그레이 런던은 마법이 없으니 제외하고. 블랙 런던은 마법의 존재(마법의 인격)을 온전히 허용함으로 마법이 모든 것을 집어 삼켜버린 세상이다. 인성까지 모두. 그래서 결국 파멸시켜야만 했던 세상. 이에 반해 화이트 런던은 반대다. 마법은 인간이 정복해야만 하는 대상이다. 인간이 마법을 지배하고 노예로 삼아 통제해야하는 대상이다. 그러자, 이런 통제에 마법이 저항하고 그럼으로 점차 힘을 잃어가게 되는 세상. 마지막 레드 런던은 마법을 신격화시키지도, 반대로 천한 것으로 생각지도 않는다. 마법은 사용하기 위한 것이지 남용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사용하되 경외심을 가지고 존중해야 하는 대상으로서의 마법. 그러니 레드 런던이 가장 이상적인 세상이다. 블랙 런던이 마법을 남용한 세상이라면, 화이트 런던은 마법은 온전히 사용의 대상일 뿐이고, 래드 런던은 마법과 인간이 상호 존중하며 동반자의 모습을 보인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런 기본적 이해를 가지고 책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 책 역시 전반부에서는 이런 개념 설명이 제법 많이 나온다. 그래서 전개가 조금은 지루하다 느껴지기도 한다. 아울러 개념 이해가 되지 않아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책은 금세 활기를 찾고 재미 가득하여 소설에 몰입하게 된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게 몰입도가 높은 책이다.
주인공 켈(둘 밖에 존재하지 않는 안타리-공간여행자-로 레드 런던에 속한 피의 마법사.)과 마법을 상실한 땅 그레이 런던의 라일라(도둑이자 해적을 꿈꾸는 여성)가 함께 헤쳐 나가는 모험 속으로 빠져보자. 분명 그 모험은 신나는 여행이 될 게다.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판타지의 모험 말이다. 이 둘의 모험은 켈이 검은 돌을 우연히 손에 넣고 다른 런던으로 가져감으로 시작된다. 그 위험하고 다소 끔찍한 모험의 시작이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독자는 마법 그 자체인 검은 돌을 찾게 될까? 아님, 검은 돌을 두려워하며 피하게 될까? 이는 독자의 마음, 그 욕망에 달려 있다. 마법을 존중하고 친구라 생각하는 자는 오히려 검은 돌을 피하게 되겠지만, 마법의 주인이 되려는 자, 세상을 지배하려는 자는 어쩜 찾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심하라. 혹 마법의 주인이 아닌 마법의 노예가 될지도 모르니까.
판타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읽고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작품성도 뛰어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