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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자는 누구인가 - 유배탐정 김만중과 열 개의 사건
임종욱 지음 / 어문학사 / 2016년 12월
평점 :
2012년 장편소설 『남해는 잠들지 않는다』로 제3회 김만중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임종욱 작가의 추리소설 『죽는 자는 누구인가』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유배탐정 김만중과 열 개의 사건」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다. <사씨 남정기>와 <구운몽>의 저자인 서포 김만중이 소설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김만중은 남해에 유배를 가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는 명탐정으로 등장한다. 주로 ‘안락의자탐정’의 유형을 보인다. 남해 포교인 박태수가 해결하기 힘든 사건에 대해 물어오면, 박태수로부터 사건들에 대해 이런저런 내용들을 듣고, 마치 사건을 눈앞에서 본 것처럼 추리해나간다. 그래서 김만중의 활약은 새로운 안락의자탐정의 출현으로 느껴진다.
물론, 모든 사건을 안락의자탐정 유형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아니고, 나중엔 사건 현장을 직접 살피고 사건을 추리해나가기도 한다. 밀실살인사건의 전말을 밝혀내기도 하고, 심지어 귀신의 원한을 풀어주기도 하며, 자서전을 읽으며 그 행간에 감춰진 진실을 보며 저자의 감춰진 추악한 범행을 밝혀내기도 한다.
이처럼 탐정 김만중은 마치 앉아서 천리 밖을 보는 것과 같은 명탐정으로 등장한다. 미스터리 사건의 감춰진 수수께끼를 추리를 통해 밝혀내는 명탐정 김만중. 그러니 소설은 ‘본격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다. 본격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읽고 후회하지 않을 그런 추리소설이다.
김만중이란 캐릭터를 곁에서 돕는 등장인물들이 있다. 먼저, 김만중의 호위무사인 호우. 그는 선비인 김만중의 부족한 육체적인 부분, 무술 부분을 채워주는 캐릭터다. 또한 호우와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부터 김만중 가정에서 자란 하녀 아미가 있다. 아미는 음식솜씨가 뛰어날뿐더러, 의술에 일가견이 있다. 탐정 곁에 의술의 대가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는가. 여기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은 포교 박태수란 자다. 뭔가 비밀스러운 과거가 있는 인물이며, 부패한 관리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사건 해결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인물이다. 사건에 대한 열정으로 김만중을 의지하며, 따르는 인물이다. 여기에 김만중의 제자인 나정언 역시 사건 해결에 음으로 양으로 도움이 되는 인물이다. 나정언은 얌전한 선비이지만, 남해 유지인 아버지의 배경이 때때로 김만중의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다.
이렇게 여러 돕는 이들과 함께 열 개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김만중의 매력에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금세 빠져들게 될 책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전혀 지루할 새 없이 신나는 추리의 세계 속에 빠져들게 된다. 아울러 소설 말미에는 서포 김만중에 대한 작가의 소논문도 함께 실려 있어, 김만중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탐정 김만중이란 캐릭터가 대단히 매력적이어서, 계속하여 또 다른 사건들로 만나게 된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서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