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적 작품 네 편이 실려 있다.
<어셔가의 붕괴>, <붉은 죽음의 가면극>, <검은 고양이>, <도둑맞은 편지>
앞 두 작품은 처음 읽은 것 같고, 뒤에 두 작품은 예전에 읽은 바 있다.
앞의 세 작품은 모두 죽음에 관해, 그리고 죽음을 향한 인간의 공포에 관해 그리고 있으며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비루한 태도가 인상적이다.
가장 무모한 사람의 심장에도 감정 없이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심금이 있다. 삶과 죽음을 똑같이 조롱거리로 여길 만큼 타락한 인간에게도 농담거리로 삼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 - 52쪽
'붉은 죽음'이라는 별명이 붙은 무서운 질병이 세상을 휩쓰는 가운데, 이를 피해 은둔하면서 흥청망청 즐기는 천여 명의 귀족들. 어느 날 이들의 파티에 참가한 '붉은 죽음의 가면'을 쓴 존재는 모두의 분노를 사는데...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붉은 죽음의 가면극>과 "피할 수 없는 단죄"를 이야기하는 <검은 고양이>가 겹쳐 보인다. 포는 운명론자였나. 데스티네이션 같은 도망가봐야 소용없어~ 하는 느낌이.
<검은 고양이>는 굉장히 무섭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내가 기억하고 있는 건 포의 <검은 고양이>를 따 온 공포만화 였던 것 같다. 거기서는 고양이가 자꾸 되살아나는 것을 강조하면서 사람이 느끼는 공포감을 극대화 시켰던 걸로 기억하는데.. 실제 포의 <검은 고양이>에서 고양이는 불쌍할 뿐이고, 미친 주인공이 무섭다. 이렇게 미친놈을 어쩌려고 곁에서 지키고 있는지, 그 아내에게 얼른 도망가라고 하고 싶었다.. 결국 아내도.. ㅜㅜ
<도둑맞은 편지>는 세 작품과 결이 다른 추리소설이다. 통념을 뒤집는 한방을 보여주는 영리한 작품. 지금 와서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소설 속 탐정의 시초"라고 평가된다고 하니, 당시에는 상당히 획기적인 소설이었을 것 같다.
명석한 탐정 뒤팽의 추리 과정을 친구 '나'가 서술한다는 점에서 셜록홈즈가 떠오른다. 매우 잘난척 한다는 점에서도..
「지도를 이용한 수수께끼 놀이가 있는데,」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한쪽이 상대에게 어떤 낱말을 제시하고, 지도에서 그 낱말을 찾으라고 요구하지. 도시나 강, 나라나 제국의 이름 등, 요컨대 잡다하고 복잡한 지도 표면에 적혀 있는 낱말이라면 무엇이든 좋아. 이 놀이를 처음 하는 사람은 대개 깨알같이 작게 쓰인 지명을 제시하여 상대를 골탕 먹이려고 하지만, 숙련된 사람은 대문자로 지도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이어져 있는 지명을 고른다네. 이런 지명은 지나치게 큰 글자로 쓰인 거리의 간판이나 플래카드처럼 너무 명백해서 주의를 끌지 못해. 여기서 눈에 너무 잘 띄는 것을 오히려 보지 못하는 물리적인 간과는 정신적인 몰이해와 거의 비슷해. 인간의 지성은 너무 중뿔나고 금방 알 수 있을 만큼 명백한 고려 사항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 버리지. (...)」 - 104쪽
그래서 찾아보니, 영향이 있었던 모양이다.
주홍색 연구에서 홈즈는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의 도입부를 얘기하면서 친구 생각 하나 읽는데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렸다면서 뒤팽을 분석적 재능은 있지만 열등하다고 평가하지만, 정작 코난 도일 본인은 뒤팽을 '최고의 탐정이며 그 누구도 견줄 수 없다'고 평했다. - 나무위키, '오귀스트 뒤팽'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