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굽는 빵집 책가방 속 그림책
김희선 지음 / 계수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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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굽는 빵집』은 재미있고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와 따뜻한 주제가 만난 그림책이다. 왜 이책을 이제야 만났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할만큼 너무나 사랑스러운 책이다.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이곳에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꿈 이야기를 유리병에 담아, 그 꿈을 재료로 ‘꿈빵’을 구워 주는 신기한 빵집 아저씨가 있다. 빵집은 늘 웃음과 향긋한 빵 냄새로 가득하고, 아이들은 자신이 꾼 행복한 꿈 이야기를 아저씨에게 들려준다. 아저씨는 이야기를 들으며 병속에 행복한 꿈을 담아서 꿈빵으로 만들어 준다.
어른이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는 거 자체가 아이들에게 큰 위안이고 항상 기다리는 바람일 거다.

하지만 평화로운 마을에 불청객이 나타난다. 바로 ‘꿈도둑’니다. 꿈도둑은 아이들이 꾼 행복한 꿈을 훔쳐 먹고, 대신 무서운 꿈을 심어 놓는다. 아이들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아침에는 두려움과 불안만을 이야기합니다. 이를 알게 된 빵집 아저씨는 아이들의 무서운 꿈을 모아 병에 봉인하고, 꿈도둑을 잡아야겠다고 결심한다.

아저씨는 지혜롭게 준비한 손톱이 긴 ‘괴물곰빵’과 그물로 꿈도둑을 붙잡는니다. 하지만 결말은 꿈도둑을 혼내고 가두고 끝이 아니다. 꿈도둑이 꿈을 훔친 이유가 외로움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는 친구가 없어 행복한 꿈을 꿀 수 없었고, 그 허기를 채우려 남의 꿈을 빼앗았던 것이다. 이 고백을 들은 아저씨는 그를 혼내기보다, 아이들과 함께 꿈빵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꿈을 굽는 빵집 아저씨는 문제를 폭력이나 처벌로 해결하지 않고, 상대의 사정을 이해하고 해결해 주려 한다. 더불어 함께가 되기 위해 공동체 안으로 초대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의 가치를 어린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전한다. 또한 병에 담긴 무서운 꿈이라는 설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거나 알수 없는 감정을 시각화하고 객관화하게 된다. 아이들이 자신의 두려움을 인식하고 다루는 방법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질감으로 표현된 그림은 빵집의 온기와 바닷가 마을의 평화를 잘 표현하였다. 특히 무서운 꿈이 담긴 병의 어둡고 차가운 색감과, 꿈빵의 따뜻한 빛깔을 대비시켜 감정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독자에게 표현하였다. 캐릭터의 표정과 동작 역시 세심하게 묘사되어, 등장 인물의 감정선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언젠가 빵을 만들어 보면서 넣는 재료가 조금만 달라져도 다른 빵이 되는 것을 보면서 빵은 참 솔직하구나 생각했는데 빵과 감정 그리고 꿈이 잘 조화된 이야기이다.
매우 다양하고 재미있는 생각이 무궁무진 이어질 것 같다.

『꿈을 굽는 빵집』은 5세 이상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즐길 수 있으며, 감정 교육, 갈등 해결, 공동체 활동과 연계하기에 좋은 작품입니다. 수업에서라면, 아이들이 ‘나만의 꿈빵’을 디자인하고, 무서운 꿈을 병에 담아보는 활동을 통해 책의 메시지를 더 깊이 체험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이해·공감·나눔이라는 핵심 가치를 전하는 그림책으로,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을 따뜻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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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1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빵집 아저씨 인상이 넘 푸근해 보이시네요^^
 
누구지?
이범재 글.그림 / 계수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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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지?
#이범재
#계수나무
#공존
#이웃
#고마움의도미노
#플로깅


"누구지?"는 눈 내린 숲속 마을에서 시작된다.
토끼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하얗게 쌓인 눈길을 부지런히 쓸며 친구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림 속에 토끼가 쓴 눈길이 나온다. 아 이렇게 많이 쓸었구나!
예전에 언덕길에 살았던 때가 떠올랐다.
눈이 온 날 새벽같이 나가서 평지까지 눈을 다 쓸었다.
힘이 들기도 했지만 누군가 미끄럽지 않은 길을 걸었다 생각하니 조금이라도 더 쓸고 싶었다. 그 덕은 누구보다 가족들이 입었다.
엄마 누가 저 아래까지 눈을 다 쓸어서 학교에 미끄러지지 않고 갔어.
엄마가 쓸었지. 지나가는 사람들 넘어지지 말고, 우리 강아지 넘어지지 말라고.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는데 표정엔 기쁜 빛이 있었다. 누군가를 위한 작은 배려는 삶의 소소한 기쁨이 된다.
토끼가 눈을 다 쓸고 집에 돌아와 보니 문이 고장 나 있다. 당황한 토끼 앞에 곰이 나타나 문을 고쳐주고, 토끼는 “고마워”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곰은 말한다. “나보다 까치에게 고마워해야지. 까치가 네 문이 고장 났다고 알려줬거든.” 토끼는 까치에게 가고, 까치는 여우, 여우는 노루, 노루는 멧돼지에게 감사의 이유를 돌린다. 그리고 멧돼지는 마침내 말한다. “그런데 말이야, 그 모든 시작은… 눈길을 깨끗이 치운 그 친구 덕분이야.”
토끼는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와,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고마워!”라고 말한다. 이 장면은 이 책의 핵심이다.
누군가를 돕고 나면 꼭 보상을 받아야 할까? 누군가의 선한 행동은 돌고 돌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자신에게 따뜻함으로 돌아온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반복적 구조로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체득시킨다. 배려가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이 이야기에 누가 반하지 않을까?
착한 마음이 만든 착한 하루, 그 하루가 또 다른 누군가를 도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순환의 이야기. 아이는 이 책을 통해 고마움이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이어지고, 결국 어떻게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지를 감각적으로 체득할 것이다. 이야기의 반복 구조는 리듬감을 주고, 각 동물들의 행동은 위계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그림 역시 따뜻하고 섬세하다. 모두가 섬세하고 모두가 평등하고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인다. 빨간 머리를 빗질하는 멋쟁이 노루에게 머리가 그게 뭐니?하고 말하는 이는 없다.
눈 덮인 숲은 차갑기보다 포근하고, 동물들의 집은 아기자기하며 동물들 하나하나의 표정이 살아 있다. 특히 눈길 위의 발자국은 마치 고마움의 발자취처럼 이야기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이어준다.
오른쪽 페이지 길 위에 마치 사건의 전말을 추적하듯 보여주는 이야기. 사건은 바로 이 고마움의 시작은 어디였는가이다. 점점 늘어나는 인과 관계의 고마운 순환 고리. 마을, 이웃, 공동체. 그리고 나로 이어지는 공존의 방식이 여기 있다.
책 속 숨은 좋은 일들도 있다. 노루의 나무 옷 입히기. 여우의 플로깅. 이런 장면이 정말 아름답다.
무엇보다 이 책의 압권은 마지막이다.
‘자기 자신에게 고마워하기’. 남을 도운 자신을 잊지 않고, 그 마음을 기억하고, 인정하는 것.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꼭 필요한 메시지다. “지금 네가 따뜻한 건, 네가 누군가에게 따뜻했기 때문이야.”
나 역시 누군가의 고마움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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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물고기 책가방 속 그림책
김지연 그림, 박해진 글 / 계수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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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계곡이나 강가에 가면 물고기 잡기 놀이를 하고 한 마리 잡으면 아이와 기뻐하며 병에 담아 집에 오게 된다. 물론 여기 두자, 집에 가면 금세 죽을 지도 몰라, 라는 말을 하나 어렵게 잡은 물고기를 놓아 주는 것은 아이에게 쉽지 않다. 

이런 경험은 어린 시절 한 번 쯤 다 있을 것이다.  그림책 『나의 물고기』는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빠와 신나게 놀며 물고기를 잡은 아이는 기쁨에 차 있다. 




집으로 데려오는 차 안에서도 집으로 데려와 기쁨에 차 있던 아이는 비닐에 담은 물고기를 소중하게 가져온다. 물고기를 기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한다. 



어항을 준비하고, 자갈을 깔고, 수초도 넣고, 세심하게 강물도 넣는다. 나의 물고기를 위한 멋진 집을 준비한 거다. 물고기가 좋아하는 먹이도 주지만 물고기 얼굴은 화가 잔뜩 난 얼굴이다. 

시간이 흐르며 그 물고기가 점점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물고기는 어항 안에서 위아래로만 움직일 뿐, 먹지도 않고 기운이 없어 보인다.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물고기를 행복하게 해주려 했지만, 물고기의 표정에는 어딘가 슬픔과 답답함이 스며 있다.



이야기는 단순한 관찰을 넘어서 감정의 전이에 이른다. 아이는 잠든 사이 꿈을 꾸는데, 자신이 거대한 물방울에 갇혀 수많은 물고기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장면이 이어진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는 물고기들 속에서 혼자 있는 경험은 아이에게 진짜 물고기의 감정을 이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제야 아이는 깨닫는다. 자신이 아무리 잘 꾸며준 집이라 해도, 그것은 물고기에게 감옥일 수 있음을. 그리고 그 물고기는 외롭고 슬펐다는 것을.


이 책의 뛰어난 점은 바로 그 감정의 흐름을 '강요하지 않고' 독자가 따라가게 한다는 데 있다. 작가는 교훈을 말로 설교하지 않는다. 대신 한 아이의 작은 마음의 움직임을 천천히 따라가며, 독자 또한 그 아이와 함께 깨닫게 만든다. 무엇이 물고기를 진정으로 위한 일인지, 진짜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이별이 단지 슬픈 일이 아니라 더 큰 배려의 표현이 될 수 있다는 사실까지.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감성적이다. 섬세한 연필과 색연필의 선. 중요한 부분만 컬러로 하고 다른 부분은 흑백 모노톤으로 강조하는 것을 알려준다. 물고기와 아이 얼굴은 단순하고 마치 어린아이 그림 같지만 표정이 잘 살아있다.  



이 그림책은 결국 ‘존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가져오는 작은 생명들, 그 존재의 자유와 감정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저자는 말한다. “왜 사람들은 나무는 베어도 되고, 동물은 가둬도 된다고 생각할까?” 이 질문은 단지 환경적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물음이다.


『나의 물고기』는 짧고 간결한 이야기 속에, 생명에 대한 존중, 이별의 의미, 진짜 사랑의 태도를 고요하고도 확실하게 담아낸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물고기를 이해하게 되고, 어른들은 그 안에서 ‘놓아주는 사랑’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누구나 한 번 쯤 소중한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그것을 자유롭게 놓아줄 수 있을 때 완성된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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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7-25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과 함께 물고기 잡으로 가는 부모님들이 계시는데 의외로 산의 실개천이나 하천에서 물고기 잡기가 매우 힘듭니다.
제일 쉽고 좋은 방법은 2리터 생수병(다먹은 것)을 반으로 잘라서 입구쪽 뚜껑을 벗기고 거꾸로 나머지 반에 꼿아서 물속에 두고 있으면 어느샌가 작은 물고기들이 생수병 안으로 들어와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일종의 통발 같은 것인데 산에 가서 실개천에서 저렇게 잡아 주변 아이들에게 주니 아이들은 기뻐하고 부모님들은 고마워 하더군요^^

하늘바람 2025-08-03 22:05   좋아요 0 | URL
그런 방법이 있는 줄 몰랐네요.
전 늘 못잡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무와 말하다 - 2024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2024년 환경책선정위원회 어린이 환경책 모두를 위한 그림책 74
사라 도나티 지음, 나선희 옮김 / 책빛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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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소통하는 마음

『나무와 말하다』는 아이가 숲에서 나무에게 “안녕!” 하고 인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책에서 “말한다”는 것은 말로 소통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존재를 인식하고 다가가려는 모든 시도다. 『나무와 말하다』는 동시에 ‘자연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다’는 거다.

책의 주인공은 나무를 향해 말을 걸고, 안고,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나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이는 심장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만, 들리는 것은 바람 소리와 이끼의 냄새뿐이다. 그러나 바로 그 감각의 층위에서 이야기는 깊어지기 시작한다. 이 책은 ‘귀로 듣는 대화’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교감’을 통해 진짜 소통이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는 나무와 말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점점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

아이는 나무 그루터기에 앉는다.
그냥 의자가 아니라 숨쉬는 의자예요. 라고 말한다.
나는 이야기한다.
나무의 시간에 앉는거라고.
핸드메이드가 비싼 건 그들의 시간까지 사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무와 숲이 내어 준 그들의 시간을 그저 즐기고 소통한 거다.
중반부로 갈수록 책의 시선은 멀어졌다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며, 나무라는 존재의 입체성을 보여준다. 아이는 나무를 멀리서 보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가 마디마디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나무껍질이나 옹이 속에 숨어 있는 얼굴들을 발견하고, 줄기의 무늬와 손의 지문을 비교한다. 이는 곧 ‘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전체를 보려면 멀어져야 하고, 세부를 보려면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나무와 말하다』는 시선의 거리와 깊이를 조절할 줄 아는 독자에게만 보여주는 세계를 조용히 드러낸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전환은 아이가 나무와 ‘닮아가기’ 시작하는 장면이다. 아이는 팔을 벌려 나무처럼 서 보고, 바람을 따라 몸을 움직이며 춤을 춘다. 뿌리를 내리듯 땅에 딛고, 나무에 올라 다람쥐가 되고, 곰이 되어 등을 비빈다. 심지어 마법사처럼 나무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나무에게도 이름을 지어준다. 여기서 ‘이름 짓기’는 결정적인 상호 행위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누군가를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는 일이며, 그 존재와 관계를 맺는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많은 그림책들이 환경보호나 생태 감수성을 외치지만, 이 책은 그런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나무와 친구가 되는 경험’을 세밀하게 따라가면서, 독자 스스로 자연과 연결되도록 이끈다. 자연을 그저 배경이나 자원으로 소비하는 게 아니라, 대화할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보고, 거기서 감정과 의미를 발견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림 역시 이 책의 메시지를 깊이 있게 뒷받침한다. 수채화로 그려진 숲과 나무, 빛과 그림자는 마치 실제 숲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감각을 준다. 색감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고, 나무껍질 무늬나 손바닥 지문 하나에도 생명이 담겨 있다. 특히, 멀리서 본 나무와 가까이서 본 나무의 대비, 나무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는 시점 변화는 텍스트 이상의 서사를 전해준다.

책의 마지막은 “이제 돌아가야 해요… 아직 할 말이 남았지만요.”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명확한 결말 없이 열린 문장으로 마무리되는 이 장면은, 자연과의 대화는 언제든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는다. 동시에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이제 자연에게 무슨 말을 걸겠습니까?” 이 책은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독자 스스로 말 걸 수 있기를, 그 용기와 감각을 키워주기 위해 존재한다.

『나무와 말하다』는 조용하지만 깊다.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관계, 감각, 언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꼭 필요한 그림책. 자연을 단지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가 아니라, 함께 말 걸고 살아갈 대상으로 느끼게 해 주는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있던 ‘자연과 친구 되는 법’을 다시 일깨운다.

고양시 산황산이 사라질 예정이다.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어 이를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울기도 한다.
서명을 받는다.
나무 한그루가. 숨쉬는 숲이 사라질 예정이다.






나무와 소통했던 이들은 그저 걸음을 돌려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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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7-25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이 너무 이쁘네요.아이들이 무척 좋아 할 것 같아요^^

하늘바람 2025-07-25 11:40   좋아요 0 | URL
완전 그림 짱입니다
 
산이 웃었다 - 2023 학교도서관저널추천도서, 2022 가온빛 추천 그림책, 볼로냐 라가치상 지속가능성 부분 THE BRAW AMAZING BOOKSHELF, 2025 산림청 현대산림문학100선 선정작 모두를 위한 그림책 59
사라 도나티 지음, 나선희 옮김 / 책빛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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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웃었다.”
이 제목은 책의 중반을 넘긴 뒤에서야 비로소 현실이 된다.
산이 어떻게 웃는단 말인가? 하지만 『산이 웃었다』를 끝까지 읽고 나면, 독자는 이 말이 더 이상 비유가 아님을 깨닫는다. 실제로 산은 웃고 있었고, 그것은 산에 발 딛고 선 한 아이가 직접 보고 들은 경험이었다.

주인공 아가타는 도시에서 자란 열두 살 소녀다. 캠핑이란 말만 들어도 짜증이 난다. 낯선 장소, 낯선 아이들, 익숙한 것 하나 없는 풍경 속에서 아가타는 단단히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 그런 아가타에게 아빠는 하얀 조약돌 하나를 건네며 말한다. “산이 무척 아름답거든.”

캠핑장은 아가타의 마음을 쉽게 열어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벌써 텐트를 치고 불을 피우고, 지팡이를 만들고 있다. 심지어 얼음 같은 물에 발을 담그는 내기를 하며 웃는다. 아가타는 어른 없이 지하철도 탈 수 있는 도시형 아이다. 그러나 그 능력은 이 숲에선 아무 소용이 없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나뭇가지를 주우며 어울리는 사이, 아가타는 솔방울을 발끝으로 차며 멀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야영장을 벗어나, 오솔길을 따라 계곡과 바위로 향한다.

이후 이야기는 이 책의 진정한 핵심이다.
아가타는 계곡 위 바위에서 조약돌을 던지며 화를 표현하고, 그 순간 갑작스레 불어온 바람에 휩쓸려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다행히 이끼 위에 떨어져 다치진 않았지만, 그녀의 세계는 완전히 바뀌어버린다.
혼란스러운 순간, 그녀는 꽃과 풀, 나비와 마주하고, 그제야 주변에서 들려오는 낮은 소리, 따뜻한 기운, 살아 있는 땅의 감각을 느끼게 된다.
“사라지는 것들과 남아 있는 것들”이라는 문장은 책의 중심 주제를 상징적으로 압축한다.
삶은 사라짐과 남겨짐의 연속이고, 아가타는 그 변화의 한복판에서 진짜 자연과 처음 마주한 것이다.

그 절정은 산이 웃는 장면이다.
“지진이 난 것처럼 우르릉 산이 흔들렸어요...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산이 웃고 있었어요.”
이 장면은 한 아이가 자연의 존재를 ‘대상’이 아닌 ‘생명’으로 처음 인식하는 순간이자, 책 전체의 가장 강렬한 이미지다. 그 뒤로 아가타는 땅에 귀를 대고, 눈부신 이끼를 보고, 조약돌을 가슴에 품는다. 그리고 길을 찾아 야영장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아가타는 더 이상 이전의 아가타가 아니다. 자신이 본 것, 느낀 것을 용기 있게 말할 줄 알고, 아이들과의 자리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다. 마침내,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맞는 자리”에 앉아 밤하늘을 본다. 그녀는 이제 산을 기억할 것이다. 길을 잃었을 때, 산이 웃어주던 순간을.

이 책은 아가타의 성장 이야기지만, 그보다 더 크고 깊은 질문을 던진다.
자연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자연을 대상화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곳에 서서, 귀 기울이고, 온몸으로 체험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목소리를 우리는 얼마나 무시하고 있나?

이 질문은 산황산 이슈와도 직접 맞닿아 있다.
책 속 배경은 이탈리아 아다멜로 산이지만, 이야기의 감각은 산황산과도 통한다.

하지만 지금 그 산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한 번 밀어낸 숲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조약돌처럼 반짝이는 감각, 숲에서 울리는 낮은 숨결, 그리고 웃는 산의 얼굴을 다시 만날 수 없다.

『산이 웃었다』는 단지 ‘자연이 좋아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자연은 말하고 있고, 우리는 그 말을 듣는 법을 잊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아가타가 조약돌을 던지고, 눈을 감고, 다시 조약돌을 주워 가슴에 걸기까지.
그 모든 장면은 우리가 숲을 어떻게 대하고, 무엇을 잃고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꼭 마지막 장면에서 이야기를 나눠보자.
"너는 산이 웃는 걸 본 적 있니?"
혹은 이렇게 물어도 좋겠다.
"다시 길을 잃게 된다면, 어떤 자연을 기억하고 싶니?"

#산이웃었다
#책빛
#사라도나티
#나선희
#산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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