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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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가을 어느 날이었다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수군수군. 여느날과 변함 없는 아침이었지만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14반 아이하나가 자살을 했다고 한다. 자살? 당시 나는 1반이었고 1반과 14반의 거리차보다 훨씬 더 많은 거리차가 자살이란 단어에서 느껴졌다.

그런 것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구나.

라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

하지만 변한 것이 없었다.

각 수업시간마다 들어오시는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더 분위기를 잡으시고 여전히 수업포인트에서 웃겨주는 부분이 있을 시엔 하시고 넘어갔다.

아이들에게 같은 학년 친구의 자살은 슬픔과 두려움이기도 했지만 그 친구를 전혀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어떤 흥미거리와 혹 수업을 느슨하게 즐길 수 있는 묘책거리이기도 했다.

가을바람은 여전히 싸늘하게 다가왔고 교정의 단풍은 빨갛고 노랗게 물들고 있었다. 좋아하는 선생님의 뒤를 졸졸 쫓던 아이들은 여전히 선생님의 그림자를 자청했고 어김없이 야자는 이루어졌고 야자를 도망치는 아이들도 여전했다.

배가 고픈 것도 그래서 도시락을 쉬는 시간마다 까먹은 것도 여전했다.

어제까지 살아있어서 나와 우리와 같은 교과서를 들고 학교를 오가던 아이가 오늘은 학교에 오지 않았고 서울에 살지 않았고 앞으로 영영 마주칠 기회가 없어졌음에도 변할 것은 없다는 걸 그때 뼈져리게 느꼈다.

슬픔이란 과연 있을 것인가?

아픔이란 과연 있을 것인가?

기쁨이란 과연 있을 것인가?  

모든 존재와 삶에 대한 물음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도 담담할 수 밖에 없었다.

핑퐁의 못과 모아이가  치수패거리에 수없이 매질을 당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치수의 여자 친구가 죽어도 그저 그렇게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핑퐁의 스매싱은 아주 공정하다.

힘을 가한 만큼 되돌아 오는 것.

그러나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스매싱에 어떤 스매싱하나가 멈춰진대도 여전히 내가 내리치는 스매싱이 오가고 있다면 그것으로 안도하는 것일까?

박민규 작가의 사춘기같은 삶의 성찰이 묻어나는 이 소설은 한편의 장난같은 그러나 너무도 진지한 삶의 태도를 다루고 있어서 가볍지만 가볍지 않고 무겁지만 밑줄치기에 어색한 손끝을 갖게하는 책이다.

가끔 아니 자주 다수결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었던 시간을 되뇌이는 비주류인 나는 책을 읽고 나서도 한참을 책 속 딜레마에 빠져있다.

과연 이 평화 속에 나는 행복할까?

늘꿈꾸는 평화와 안전

그것을 누리는 지금 나는 행복할까?

내 속에 잠자는 못과 모아이 그리고 치수까지 모조리 활개치는 일요일 저녁 불현듯 잊고 있었던 이십년도 더 된 친구의 자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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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06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느낌을 몹시 닮은 리뷰예요.

하늘바람 2006-11-06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가요? 마노아님 읽고 나서 조금 쓸쓸해지는 책이더군요

소나무집 2006-11-06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번 읽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