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보건소에서 하는 산모 교실을 다녀왔다. 기껏해야 한두시간 하려니 생각하며 끝나고 발도르프 인형만들기를 갈 생각이었다. 지난번 애벌레인형 얼굴을 완성 못해서 알라딘에 사진도 못 올리고 있는게 내둥 아쉬웠다.

그런데 웬걸. 산모교실은 3시간이나 진행되었다. 조산원에 계신분이 오셔서 두시간가량 교육을 했고 나머지 한시간은 임산부 요가.

교육은 여러 가지 좋은 말을 많이 들어 좋았다. 내가 몰랐던 것들을 앞으로 알아야할 것들. 역시 교육은 필요해 라고 생각하며 끄덕끄덕.

교육 마지막 즈음에 조산원에서 아기 탄생장면을 비디오로 보여주었다.

첫 장면은 남편이 아내의 손을 잡고 머리맡에서 심호흡을 도와주고 아내의 다리를 잡아주고 있었다. 화면에 아내의 부른 배가 비춰진다.

너무 충격적이고 놀라운 건 산모의 옷은 가슴만 가리고 모두 적나라하게 ~.

그곳엔 남자의사와 간호사 남편이 있었다.

아 저렇게 저런 민망한 모습으로 아기를 낳는 건가? 정말 여자는 사람이 아니구나. 싶은 마음에 수치심이 밀려왔다.

그러고는 아기 낳는 장면.

나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장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기 머리가 나오는 장면에서 거의 머리가 나오고 양수가 나오는 때 양수의 봇물터짐처럼 흐름과 동시에 눈물이 흘렀다. 내가 아기를 낳은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눈물이 나오는지.

감정은 아주 복잡미묘했다.

슬프고 기쁘고. 감동이고 대단하고

다른 산모들이나 조산원 선생님께 들키지 않으려 눈물을 재빨리 닦았지만 이내 코를 훌적거릴 정도로 감정이 상기되어 있었다.

우리 엄마도 나를 저렇게 나았겠구나.

갑자기 자신이 없어지고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다행인지 비디오를 보고 운 사람은 나 말고도 많았다.

교육이 끝나고 요가시간에는 따라하느라 너무 정신이 없었다,

사실 요가나 기체조나 모두 비슷해서 익숙한 동작이었지만 두시간 가량 앉아서 교육을 받는건 너무 힘에 부치고 힘에 겨웠다.

요가 마지막 즈음에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노래에 맞춰 춤과 같은 요가를 했는데 도 눈물이~.

난 그 노래만 들으면 눈물이 난다.

아주 배부른 이야기지만 난 너무 사랑받으며 자랐지만 이상하게도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라는 말에 그 사랑이 나만 제외되었을리라는 생각이 들고 외로워진다.

그런 마음이 복이도 들까 하니 더 슬프고 마음이 아프다. 그좋은 노래에 왜 위안을 못 하는지.

그래서 너무 웃긴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남들 웃으며 따라하는 체조를 나는 시뻘건 눈으로 눈물 글성이며 따라했다.

저녁에 옆지기에게 아기 탄생 장면을 보고 울었다는 말을 했고 역시나 옆지기는 왜 우냐고 했다.

그럴거라 생각했다.

남자는 이해하지 못하리라. 라고.

하지만 나는 그말을 하면서 다시 그장면이 떠올라 또 한참 울었다.

아마 아기를 낳고도 한참은 그렇게 울것같은 예감이 든다. 나중에 복이가 자라 아이를 낳으면 그땐 더 울것같다.

내가 아이를 낳을 때 엄마도 울 것 같다. 확신할 수 없지만.

좋은 교육이었지만 너무 오랜 교육으로 지칠대로 지쳐 나는 발도르프인형만들기도 못가고 집에 와서도 완전히 지쳐 뻗었다. 한두시간 정신을 차리고 뜨게방에 가서 다음 단계를 배운뒤 집에 왔을때는 완전히 파김치였다.

오늘은 원래 하는 기체조하는 날.  24시간 중 기껏해야 한 시간하는 체조인데 그게 힘들다고 아무래도 오늘 빠질까 생각 중이다.

그냥 하루종일 가만 있고프단 생각이 든다. 갈시간이 되면 마음이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 내  몸상태는 좀 그렇다.

배가 아래로 내려간 느낌이 들고 허벅지랑 연결되는 부분이 쑤시고 저리고 욱신거린다.

매주 수요일 보건소에서 교육이 있는데 이래저래 일주일 동안 아무데도 안가는 날이 이틀밖에 없어서 아쉽다. 잠시 다녀오는건데도 하루가 다 가는 것 같고. 그렇게 시간이 간다. 그렇게 시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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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0-12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엄마가 되보지 않으면 어른이 될 수 없다고 하나 봐요. 읽으면서 저도 울컥했어요. 그리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눈물나는 노래 맞나 봐요. 찡해요. ^^

클리오 2006-10-12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배가 아래로 내려간 느낌이 든다구요.. 그냥 느낌이겠죠. 좀더 쉬셔야 되요. 그리고 출산 후기는, 자꾸 읽다보면 무뎌져요. 막상 예정일 넘어서까지 애가 안나오면 그 고통을 기다리기까지 한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