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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1 - 맛의 시작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9월
평점 :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찾아본다면 무엇이 있을까?
먹고 입고 자고. 그 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먹는 것일게다. 그래서 먹는 즐거움은 어디서나 빼놓을 수 없는 기쁨이다.
의식주를 제외하면 삶에 있어서 무엇이 필요할까? 나는 따뜻하고 훈훈한 정이라고 생각한다.
따뜻하고 훈훈함이 녹아있는 먹거리. 허영만의 식객에서는 그런 먹거리가 섬세하게 소개되어 있어 먹는 즐거움과 함께 가슴 따뜻함이 전해져온다. 식객은 단순한 요리책이 아니라 감동까지 전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사전에서 식객은 세력이 있는 대갓집에서 얻어먹으며 왔다갔다 하는 사람. 혹은 남의 집에 얹혀 하는 일 없이 얻어먹으며 지내는 사람이라고 한다.
만화가 허영만이 정의내린 식객은 '맛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맛을 잘 아는 사람'. 나는 과연 맛을 잘 알고 있을까?
사실 나처럼 편식을 하고 못 먹는게 많은 사람은 식객이 될 자격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어디가서든 푸짐하고 먹성좋게 먹어야 없는 복까지 굴러들어온다는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수도 없이 들어온 터이다. 하지만 순대국도 못먹고, 생굴도 못 먹고, 설렁탕에 빠진 고기도 잘 못건져 먹고 깍두기 국물을 말아먹는건 상상을 할 수 없어도 만화 식객 속에 묘사된 순대 동동 띄어진 순대국과 생굴 넣고 쓱쓱 묻힌 무채 김치, 그리고 60년 전통의 하동국 설렁탕 묘사에는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이 책에서 나는 올게쌀이라는 걸 처음 알았고 한번 쫀득쫀득 고소한 맛이 나는 올게쌀을 씹어 먹고픈 충동을 느꼈다.
책 속에 소개된 음식 중에서 가장 먹어 보고픈 음식은 고추장 굴비라는 것인데 고추장 굴비의 요리법을 보니 내가 집에서는 쉽게 만들기 어려운 것이기에 게다가 너무나 많은 정성과 시간이 공을 들인 것이기에 먹어 볼 수 없어 애가 탔다.
우리 나라의 한정식에 대한 나의 그냥 그저그런 자부심도 책속에 등장하는 일본인 스즈끼의 설명에 위축되었다. 가지수만 많고 특징이 없는 음식 한정식. 얼마나 많은 한정식이 수많은 가지수에 눈을 번뜩이게 하면서도 한두번 젓가락이 닿기만 하면 그뿐하는 형식적인 상차림을 고수하고 있을까?
중요한 것은 형식이나 눈요기가 아닐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내새우는 정이 요즘 한정식에서는 보기 힘든 반찬인지 모르겠다.
식객 1 맛의 시작으로부터 나 또한 허영만 표 식객에 동참하게 되었다. 맛을 잘 알지 못하지만 맛을 못 느낄 때에는 정으로 느끼며 이 맛의 여행에 끝까지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