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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ㅣ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성장 소설을 쓰는 작가라면 그리고 그 소설에 사회의 부조리가 담겨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객관적이면서도 분명한 자기 주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설픈 교훈이나 지나간 추억의 되새김, 혹은 누구나 방황하던 감상에 젖어버려 판단을 잃기 쉬운 것이 성장 소설이다.
공중그네에서 만났던 오쿠다 히데오는 그 자신이 정말로 이라부 의사 같은 느낌을 주었었다. 독자를 치료해주는 정신과 의사 오쿠다 히데오. 누군가의 흔들리는 마음을 꿰뚫어보며 결국은 그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로 서게 하며 치료하는 것이 쉬운 일일까?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너무나 다른 사고 방식과 특색있는 입장차이를 조율하거나 혹은 그냥 서로 맞지 않는대로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삐뚫어진 사람의 마음을 바로 잡는 일이라 생각된다. 그건 장난감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아이나 신호등을 무시하고 길을 건너는 아이를 혼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오쿠다 히데오는 공중 그네에서 척척 해내는 것을 보여주었고 내가 두 번째로 만난 그의 작품 남쪽으로 튀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남쪽으로 튀어 1은 열두살 소년 지로의 성장통이라 볼 수 있다. 열두살 소년이 할 수 있거나 혹은 하지 않아도 될 법한 온갖 고민들과 호기심이 보물창고처럼 쏟아져 나온다.
첫 몽정을 경험하고 친구들과 몽정회의를 하는 아이들. 여자인 나로서는 새롭게 알아가는 남자들의 세계이기도 했다. 더불어 성장하는 성적 호기심으로 여자 목욕탕을 엿보는 아이들.
좋아하는 여자 친구 삿사가 초대한 생일 파티. 불량 중학생 가쓰의 괴롭힘. 점점 불량스럽게 변해가는 친구 구로키, 단짝 친구 준과 어른스러운 무카이.
그리고 어머니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아버지. 새로 알게된 외할머니댁.
모두 열두살이 겪기에는 하나하나 버거운 일들같았다. 그런데 그곳에서 언제나 갈등하고 고민하는 주인공 지로의 판단과 가치는 뚜렸했다.
나라면 적당히 타협해 보려는 친구 준을 주인공처럼 내새우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아무도 치료하지 못하고 아무런 해결책도 내세우지 못하고 갈등의 버거움도 없이 지난간 일의 상처와 기억만 더듬는 이야기로 남았을 것이다.
지로는 타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버틴다. 두려운 존재에 대해 두려워하며 마냥 벌벌 떨지 않았다. 그렇다고 힘이 세거나 다른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길이 아닌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 그것은 대단한 용기이며 설령 소설이라도 나는 나를 투영시켜 차마 그러지 못할 것같다.
나라면 타협했을 것이다. 불량 중학생 가쓰가 돈을 달라면 두려움에 훔쳐서 주었을지도 모르고 친구 준처럼 하급생을 협박하여 억지로 돈을 얻어냈을지도 모르고 머리를 밀라면 대번 밀어 복잡함을 해결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 시기를 사춘기랍시고 짜증과 센치멘탈로 일관했을 겨우 그정도 가지고 온갖 고민을 싸안은 양로 가슴아파했을때 지로는 흔들리지 않고 과격하지 않게 자신의 생각을 고집해 나가는 걸 보았다.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은 지로의 용기, 하지만 대단하고 복잡한 지로의 고민. 그래서 언제나 복잡한 일을 맞대결하지 않고 피하려고만 했던 것 같아서 읽는 내내 나는 지로가 부러웠다.
지로가 바라는 것은 마치 무난하게 평범하게 살아가는 생활을 꿈꾸지만 그런 생활은 타협이 전제를 이루는 것이다. 타협하지 않고 사사건건 따지는 아버지로 인해 괴로워 하지만 결국 지로는 아버지 우에하라 이치로를 닮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아버지처럼 힘이 세고 아버지처럼 강인하지 못할 뿐이었다.
성장 소설이면서도 부질없는 방황이나 감정싸움으로 일관되지 않고 아픈 추억을 체험담 이야기하듯 읊조리지 않은 남쪽으로 튀어!는 건강한 정신을 가진 아이 지로를 통해 긍정적인 청소년 상을 보여주었다.